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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전반적인 느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정영수작가의 (내일의 연인들)이나 영국의 이언메큐언의 작품(체실 비치에서)이 떠올랐다. 타인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단조로운 문체 속 예사롭지 않은 일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속깊은 이야기. 소통의 부재로 인한 고독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미국에서 72년 쥐띠해에 태어난 작가(폴스타프님st)인 앤드루 포터의 단편모음집이다. 구멍,코요테,아술,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강가의 개,외출,머킨,폭풍,피부,코네티컷 총 10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편은 역시 감상을 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이젠 단편모음집의 경우 읽으면서도 어떻게 써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고 그런 잡념이 어쩌면 제대로 된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슬슬 고민하게 된다. 몇 가지 이야기만 짧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구멍:어린시절 절친이 살던 이웃집에 맨홀구멍이 있었고 친구인 탈은 그 구멍에 들어간 후 다시는 올라오지 못한다. 각종 쓰레기등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버리며 사용하다보니 오래된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사한것으로 추정되는데 대개의 유년시절이 그렇듯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그리고 과연 사라진 것은 친구 탈 뿐일까?
아술: 부부는 아이가 없다. 아술이라는 외국인 교환학생을 집에 들여 1년간 함께 가족처럼 지낸다. 그 아이에게는 동성인 애인이 있다. 학교에서는 커밍아웃하지 않은 상황이고 현지의 가족들도 그의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한다. 어쩌다 보니 그 아이의 비밀까지 떠 안게 된 셈이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말도 안되게 난해한 물리학 시험 후 교수님과 친구가 된다. 노년의 교수에게 점점 편안함을 느끼던 중 남자친구에게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고만다.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설명할 수도 없는 만남. 그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강가의 개 :강가의 개가 누굴 지칭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성범죄 수사대 벤슨이 분노할 만한 이야기.
성범죄는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와 그들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소 여부를 떠나서 각자가 떠안은 생체기는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가장 좋았던 문장
p.215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게 허락하는 동안 그녀를곁에 안고, 그곳에 린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둘은 다만 멀리서 지켜본다. 호세의 입술을, 갑작스레 치몰리는그의 이맛살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여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10편의 단편 속에서 '나'는 항상 다른 인물이지만 늘 어떤 지점에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겉도는 느낌이다. 하지만 마침 어제 다른 책에서 읽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떠올랐다. 완전한 소통이란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오늘은 간도 쓸개도 줄 것 같은 사이가 내일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이런저런 이해관계 속에서도 인간관계는 여러 모순을 낳고 상처를 낸다. 우리는 타인이 필요하지만 타인에 의해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도 역시 타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 성교육을 '성범죄수사대'로 하면 어떨까?
(사진출처:블로그 D,Div,Dive) 성범죄수사대 올리비아 벤슨언니♡(왼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