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고 또 기다려지는 책을 만난 것 같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우선 책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표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오베라는 남자의 이미지를 잘 살려놓은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 책을 펼쳐 들고 읽어나갈 때 오베라는 남자를 보고 영화 <그랜 토리노>의 고집불통 꼬장꼬장한 영감탱이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생각났다. 아내와 사별 후 오로지 내 집만 지키려는 보수주의자 월트의 모습이 관용보다 원칙과 책임을 생각하는 오베라는 남자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월트는 로어 가족을 통해, 오베는 패트릭과 파르바네 부부를 통해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오베와 월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여러 사건을 통해 오베라는 남자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의 본모습을 알게 되면서 매일 퇴근 후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요즘 업무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넉넉지 않아 시간 내기가 힘들었다지만) 기다려졌다. 작가가 책 한 권에 한 남자의 삶을 유쾌하게 또 감동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번역이 좋아서 읽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좋았다. 오베와 그의 아내 소냐의 이야기는 놀랍고 안타까웠으며 또한 아름다웠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올해 읽은 책 중 이 책을 내 마음속 1위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본문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고 글을 줄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 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맛에 요리 - 나와 당신이 행복해지는 시간
샘 킴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에는 맛집을 찾아가서 소개하며 먹는 방송 '먹방'이 대세였었지만, 지금은 각종 요리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직접 요리하고 먹는 '쿡방'이 대세이다. 쿡방, 꽤 재미지다. 나 역시 쿡방을 좋아하는 편이라 '오늘 뭐 먹지?'나 '한식 대첩', '냉장고를 부탁해' 그리고 '올리브 쇼' 등을 놓치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

 

쿡방의 부흥과 함께 자연스레 셰프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셰프가 바로 샘 킴 셰프와 허세 최현석 셰프다. 푸근하고 이웃집 형 같은 분위기의 샘 킴 셰프. 소금을 흩날리고 앞치마를 펄럭이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뭔가 허당끼가 보이는 허셰프. 이 두 명의 셰프가 남자인 나를 주방으로 이끈 적도 여러 번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쓴 책도 찾아 읽게 하였다. 이 책은 요리가 주는 행복을 전도하고자 하는 샘 킴 셰프의 마음이 가득 담긴 자전적 에세이이다.  

 

샘 킴 셰프는 요리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그 변화로 주변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덩달아 올라간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차츰 그 사람의 인생까지 바뀌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요즘 방송을 보고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는 게 꽤 즐겁다. 내가 만든 별거 아닌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샘 킴이 말하는 긍정적 변화의 시작으로 보인다. 이 소소한 변화들이 오고 마음이 매우 풍요로워 짐을 몸소 느끼고 있다. 

 

책에는 샘 킴이 직접 겪은 서른 개의 '에피소드'와 함께 요리 레시피가 담긴 '샘 킴 다이어리', 그의 주변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담긴 '나도 요리사' 꼭지가 에피소드 중간마다 실려있다. 우리가 방송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화려하고 능력 있는 유명 요리사, 셰프 샘 킴이 아닌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로서의 인간 샘 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그가 얼마나 요리에 대한 애정이 많은지, 어설플지라도 직접 만든 요리가 주변 사람에게 어떤 행복을 만들어주는지 알게 되었다.

 

회사 업무로 지쳐서 쉬고 싶을 테지만 한 번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앞치마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Green Table's 샐러드 수업 - 자연주의 쿠킹클래스 ‘그린테이블’의 시크릿 레시피 그린테이블 1
김윤정 지음 / 비타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날이 더워졌다. 더워진 만큼 길거리의 사람들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그래서인지 홈쇼핑은 온통 다이어트 식품으로 가득하다. 솔직히 다이어트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조절이 가장 중요한데 말이다. 올 1월부터 3개월 동안 운동과 식단조절만으로 25킬로그램을 감량한 경험자의 말이니 믿어도 된다. 다이어트 식품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먹어보질 않아서 모르겠다만, 분명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아마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몸을 가볍게 하려고 샐러드 식단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년에 어머니가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지금은 방사선치료까지 모두 끝내고 3개월마다 검사를 받고 계신다. 이런 이유로 샐러리와 전혀 관계 없던 내가 어머니 식단을 위해 샐러리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살 빼는 사람과 암환자의 식단은 공통점이 많다.
저염식으로 하되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으라는 것. 그래서 내가 암환자인 어머니와 몸매 관리를 하고 있는 나를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샐러드 식단이다. 하지만 샐러드의 '샐'자도 모르고 살아온 내가 샐러드에 사용되는 채소와 과일에 대해 아는 게 있을 리 만무했다. 다행히 이 책은 샐러드의 기본이 되는 잎채소와 허브의 다양한 특징부터 샐러드의 풍미를 더 하고 스타일을 살려주는 시판 재료까지 꼼꼼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시판되고 있는 드레싱을 사서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건강을 생각해서 드레싱은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판되는 드레싱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직접 만드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이 책에는 오일 드레싱을 시작으로 크림 드레싱, 과일 드레싱, 간장 드레싱 등 엄청 다양한 드레싱을 소개하고 있었다. 몇 가지 시도해봤는데 개인적으로 고소한 맛이 일품인 참깨 드레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늘 아침에도 해 먹었다.

 

 

 

 

 

 

채소, 과일, 고기, 해물, 곡물, 달걀, 두부, 식빵 등 이렇게 다양한 재료로 샐러드를 만들 수 있는지 몰랐다. 특히 육식주의자인 내 눈에 들어온 샐러드가 있었으니 바로 마늘 삼겹살 샐러드와 발사믹 스테이크 샐러드다. 발사믹 스테이크 샐러드의 경우 스테이크 소스 드레싱을 곁들여도 좋다고 하니, 샐러드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매일 똑같은 드레싱을 올린 샐러드만 준비하던 내가 이제는 어떤 드레싱을 올린 샐러드를 만들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아래는 오늘 아침 닭가슴살과 참깨 드레싱을 올린 샐러드이다. 이제 곧 여름인데 이 책을 통해 샐러드 수업을 받고 건강한 식단으로 우리 몸을 가볍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이 글은 바로 카프카의 <변신>의 첫 문장이다. 처음 책을 펼쳐 들고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내 표정은 o.O?!! 바로 이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지? 하루아침에 사람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왜지? 어떻게 벌레로 변한 거야? 그리고 왜 하필 벌레야? 하며 이렇게 처음으로 마주한 카프카의 작품 <변신>은 내게 무수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된 만족할 만한 대답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별 이유 없이 벌레로 변해 있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을 희생해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하는 일밖에 모르던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한 것이다. 사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의존하여 생활했는데, 자수성가한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의 잇따른 죽음을 목격하면서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지배적이었던 아버지의 독설적이며 거칠기 짝이 없는 태도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한없이 작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실로부터의 도망치고 변화를 꿈꾸었던 책 속의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한 설정은 이런 카프카 개인의 문제에서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오면 흉측한 벌레의 모습에도 그레고르는 가족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지내다가 그냥 죽는다. 죽는다고?! 그냥 죽는다.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그레고르와 식구들 사이의 갈등이 해소된다.

 

이번 읽은 카프카의 단편집은 대체로 무거운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고전 문학이 익숙지 않은 내게는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상황을 잘 표현한 일러스트와 상세한 해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레고르가 죽은 뒤 가족들의 반응은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벌레로 변했지언정 그동안 무능한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를 이해하고 여동생을 사랑했던 아들이자 오빠였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 가족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대화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소설은 슬프다는 오해와 편견 때문에 그동안 즐겨 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어린아이가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더 쥐약이다. 그런 면에서 <벨과 세바스찬>은 내가 싫어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집어 들고 읽어 보았더니 가족과의 사랑, 동물과의 우정. 그리고 하얀 알프스 마을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였다. 덕분에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여덟 살 소년 세바스찬과 그의 할아버지는 작은 알프스 마을에서 양 떼를 몰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작은 마을에 양 떼는 물론 마을 사람까지 공격하는 괴물 개 '베트'의 출현과 전쟁으로 독일군이 나타나면서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괴물 개라고 부르는 '베트'는 사실 주인에게 심한 학대를 당하다 도망친 큰 개일 뿐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평소 친구가 없던 세바스찬은 우연히 베트와 마주치며 베트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고 세바스찬은 벨이라는 이름을 베트에게 지어준다. 한편 양 떼는 물론 마을 사람까지 피해를 보자 어른들은 벨을 죽이기로 하고 몰이 사냥에 나선다. 몰이 사냥으로 벨은 다리에 총상을 입는데 세바스찬의 간호와 의사 기욤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이 과정에서 세바스찬은 의사 기욤이 독일군의 눈을 피해 유대인의 도피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세바스찬과 벨은 기욤을 도와 험난한 모험을 시작한다. 

 

책의 초 · 중반은 세바스찬과 벨의 만남 그리고 우정을 쌓아가는 장면을 그리며 비교적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러다 벨을 죽이기 위한 몰이 사냥이 진행되고, 의사 기욤을 도와 크레바스 투성인 빙하를 지날 땐 긴장감이 극에 달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독일군인 브라운 중위 정체의 반전,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묘사까지 정말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어릴 때의 순수한 감성을 되찾은 기분이다. 지쳐있는 직장 동료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