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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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이 글은 바로 카프카의 <변신>의 첫 문장이다. 처음 책을 펼쳐 들고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내 표정은 o.O?!! 바로 이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지? 하루아침에 사람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왜지? 어떻게 벌레로 변한 거야? 그리고 왜 하필 벌레야? 하며 이렇게 처음으로 마주한 카프카의 작품 <변신>은 내게 무수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된 만족할 만한 대답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별 이유 없이 벌레로 변해 있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을 희생해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하는 일밖에 모르던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한 것이다. 사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의존하여 생활했는데, 자수성가한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의 잇따른 죽음을 목격하면서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지배적이었던 아버지의 독설적이며 거칠기 짝이 없는 태도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한없이 작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실로부터의 도망치고 변화를 꿈꾸었던 책 속의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한 설정은 이런 카프카 개인의 문제에서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오면 흉측한 벌레의 모습에도 그레고르는 가족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지내다가 그냥 죽는다. 죽는다고?! 그냥 죽는다.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그레고르와 식구들 사이의 갈등이 해소된다.

 

이번 읽은 카프카의 단편집은 대체로 무거운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고전 문학이 익숙지 않은 내게는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상황을 잘 표현한 일러스트와 상세한 해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레고르가 죽은 뒤 가족들의 반응은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벌레로 변했지언정 그동안 무능한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를 이해하고 여동생을 사랑했던 아들이자 오빠였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 가족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대화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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