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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 나의 이력서
안도 다다오 지음, 이진민 옮김 / 재능출판(재능교육) / 2014년 1월
평점 :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한 번쯤 공부했을 것이고 들어봤을 것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 건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던 시절, 꽤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건축가가 몇 명 있었는데 한국의 승효상, 스페인의 가우디,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 독일의 발터 그로피우스 그리고 일본의 안도 다다오다. 그 중 자연적인 빛을 이용해 어둠과 밝음을 극대화 시키는 공간을 강조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건축물 내에서 산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혹적이었다. 특히, 그 당시 내가 작업하던 작품에 영향을 많은 영향을 끼쳤던 '빛의 교회'는 지금 당장 도면을 쳐 보라고 하면 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좋아해서 많이 보고 연구해보긴 했지만, 정작 안도 다다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그의 사무소는 어디인지 어떤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는 아시아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안도 다다오라는 한 사람의 삶과 그가 갖춘 강력한 의지와 도전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책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대한 지식 중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책이었다.
안도는 열악한 환경과 뛰어나지 못한 학업성적 때문에 건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건축을 배우고 있는 친구를 통해 봐야 하는 책을 알아내고 친구들이 4년간 공부할 내용을 1년만에 독학을 했다. 그만큼 열정과 의지로 가득했다. 열일곱 살에는 프로 복서로 데뷔하였고,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홀로 몇 달간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20대 초반의 안도에게 "당신은 1급 건축사입니까?"라고 물었던 의뢰인 덕분에 강한 정신력과 의지로 공부하여 1급 건축사 시험에 한 번에 통과했으며, 끊임없이 건축을 생각하며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말 그대로 일을 만들고 다녔다. 학력도 사회적 기반도 없는 그에게 의뢰인이 알아서 찾아올 리가 없었다. 이때부터 안도는 일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떨 때는 그는 건축을 부탁하지도 않은 토지 소유주에게 자신이 계획한 건축을 제안하러 찾아갔다고 한다.
안도의 사무소에는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규칙이 있는데 제도 용구나 필기구 등은 모두 각자가 부담하여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조차도 개인이 마련해야 한다고….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업무에 필요한 모든 용구는 회사에서 지원해줬다. 내가 구매한 내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만큼 손실·분실도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안도의 이러한 사무소 규칙은 직원들이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하니 책을 통해 안도의 생활과 그의 철학을 알게 될수록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다.
우리는 아시아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도전이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알게 된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많은 젊은이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