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김제동.김창완.조수미.이현세.최재천 외 41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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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십대들의 쪽지'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잠시 잊고 지냈을 테지만, 아마 내 또래의 직장인이라면 중 · 고등학교 때 한 번쯤 읽어봤을 것이다. 쪽지, 말 그대로 소책자를 보면서 위로받고 공감하며 꿈을 가지기도 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더랬다. 어쩌면 '십대들의 쪽지'를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십대들의 쪽지'가 올해로 벌써 3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에 실린 많은 사회 명사들의 원고 중 46편을 선별하여 묶은 책이 바로 샘터에서 출간한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이다.

 

책을 펼쳐 방송인 김제동, 소프라노 조수미, 산악인 엄홍길 등 46명의 명사가 밝히고 싶지 않았을 어두운 과거까지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십 대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마치 '십대들의 쪽지'를 읽으며 위로받았던 그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꿈은커녕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도 잘 모르던 그때의 나처럼 방황하고 있을 십 대들에게 잠시라도 마음을 열고 격려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를 보면 20년 전 나를 보는 것 같아… 하고 말이다.

 

과거에 '십대들의 쪽지'를 읽으며 위로받던 십 대가 어느덧 엄마 ·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도 흔들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솔한 대화로 아이를 격려할 자신이 없다면, 아이와 함께 집 근처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직접 골라 아이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선물을 받은 아이가 이 책을 통해 과거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위로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말이다.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참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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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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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청나라를 다녀와 기록한 <열하일기>가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박지원의 작품임은 알고 있을 것이다. 독특하게도 샘터에서 출간한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열하일기>를 박지원의 관점이 아니라, 박지원의 하인으로 동행한 열세 살 소년 장복이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아동 · 청소년용 도서임에도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장복이는 아픈 아버지를 대신하여 경마잡이 창대와 함께 박지원의 하인으로 사절단 자격으로 65일간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게 된다. 열세 살 장복이의 눈에 보여지는 박지원은 자유롭고, 뚱뚱한 선비요. 날티(?)나는 양반이다. 하지만 책문(중국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고부터 달라진 박지원의 행동을 통해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선 후기 신지식인이자 북학의 선두 주자인 연암 박지원을 뚱선비라는 칭하는 부분에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밥을 배급받기 위해 재빠르게 줄을 섰지만, 결국 밥을 받지 못하는 일, 참외 사기 사건 등 열세 살 어린 나이의 장복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풍속을 엿볼 수 있어 아이들이 읽으면 역사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분명 <열하일기>를 토대로 쓰인 책이지만, 장복이가 아버지를 대신해 박지원과 한양에서 의주까지 이동하는 내용을 담은 전반부는 작가의 창작이라고 한다. 작가의 창작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당대의 유명한 인물인 김홍도나 무사 백동수 등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시켰다. 이런 유명인의 카메오 출연과 수준 높은 삽화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장복이는 당시 최하층 계급 신분이다. 그렇지만 여행 중 장복이의 얼굴에는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행하는 내내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일관한다. 우리 아이들이 장복이를 보고 한국사와 친해지고 용기와 재미를 얻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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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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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가을날, 동물원은 가족 나들이 명소가 된다. 우리 아이들은 직접 보고 만지며 먹이를 주는 체험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해 알게 된다. 더불어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배울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아이들의 교육에 꼭 필요한 공간이나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는 동물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는 스스로 원해서가 아닌 사람들이 원해서 동물원에 사는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못생긴 호랑이, 천둥이 이야기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천둥이는 시베리아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나고 자란 호랑이와 달리 체구가 작고 못생겼다. 천둥은 같은 방사장에 있는 호랑이는 물론, 동물원을 찾은 아이들에게조차 놀림거리가 된다. 먹을 것이 있어도 체구가 작은 천둥이는 뺏기기 일쑤였다. 좁은 공간에서 적은 개체 수, 자연스럽지 못한 짝짓기의 결과가 천둥이다. 과연 천둥이는 엄마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시베리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두 번째 이야기는 두루미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이다. 호수 공원 사육장에서 사는 갑돌이는 사육사의 배려로 짝을 찾기 위해 중국 자룽 습지에서 야생 두루미 갑순이를 만나게 된다. 두루미들은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산다고 한다. 갑순이도 갑돌이를 따라 공원 사육장으로 왔으나, 인공적이고 자유롭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습지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갑돌이는 갑순이에게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는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위로한다. 그러나 딱딱한 시멘트 바닥 때문에 갑순이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결국…. 

 

세 번째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잡혀 온 코끼리 꽁이와 서커스단에서 팔려온 코끼리 산이의 이야기다.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나고 가자란 두 코끼리. 서커스단에서 온 산이는 몸을 다쳐가며 내보내 달라고 강하게 항의하는 꽁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꽁이의 이런 노력(?)으로 꽁이와 산이는 코끼리 보호 구역으로 옮겨지는데…. 

 

동물원에서 사람이 하는 무신경한 행동 하나하나가 동물들에겐 큰 스트레스가 되었을 터. 평소 동물원에서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이 부끄러워졌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사냥할 필요없이 주어지는 먹이만을 먹으면 되는 의욕 없는 삶. 그래서 동물원의 동물들이 무기력해 보였나…. 날이 풀리면 하루 일정을 잡아 조카와 함께 다른 시선으로 동물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시선으로 맑고 순수한 이야기를 담은 아동도서는 어른들을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아이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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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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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꾸밈과 거짓이 없는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것이, 또 그런 아이들의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이 우리 어른보다 낫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껌 좀 떼지 뭐>는 우리네 생활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권위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단편동화이다.
이 책에는 <껌 좀 떼지 뭐>를 비롯하여 <북 치는 아이>, <너희를 위해 그러는 거야>, <천왕봉> 이렇게 4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교내에서 껌을 씹거나 과자를 먹다가 들키면, 껌 떼기 등 벌 청소를 하게 된다. 학교 교장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교내에서 껌을 씹거나 과자를 먹는 다른 친구 2명을 고자질해야 벌 청소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규칙을 만들어놨다. 5학년인 미나는 자기보다 고학년인 6학년 오빠에게 잡혔고, 그 이후로 벌 청소를 하게 되었다. 미나는 벌 청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아이를 잡으려고 해보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결국, 그냥 혼자 청소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미나에게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껌을 씹으며 교장 선생님에게 통쾌하게 도발하는데…. 물론 동화 속 이야기지만, 같은 어른으로서 교장 선생님의 행동이 참 부끄러웠다. 그리고 저런 썩은 정신을 가진 어른이 어디선가 교편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이 책에 수록된 <너희를 위해 그러는 거야> 역시 <껌 좀 떼지 뭐>와 비슷한 교훈을 담고 있다. 여기서도 규칙을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이 나온다. 이 선생님은 '기본 바로 세우기'라는 규칙 아래 떠들지 말기, 책장 조용히 넘기기, 화장실에 줄을 서서 가기 등 온갖 방법으로 아이들을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불만을 터트리지만 돌아오는 것은 '다 너희를 위하는 거야'라는 말뿐. 결국, 아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침묵으로 저항하기로 한다. 그동안 '기본 바로 세우기'라는 규칙으로 아이들의 숨통을 막더니 이제 아이들의 침묵이 답답해진 선생님은 되려 말을 하라고 외치는데….

 

작품 속 아이들이 어른들의 생각에 대립하며 나름의 방식을 해결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이보다 못한, 심지어 동물보다 못한 사람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올해 일어난 크고 작은 참사도 그렇다. 아이들 보다 못한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어른들이 만들어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너무 확대하여 해석하는 건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분명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다. 하지만 어른들도 한 번 가볍게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동화책이다. 만약 자녀를 위해 책을 산다면 같이 가볍게 읽어보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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