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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속는 사람의 심리코드
김영헌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내가 고속버스에서 사기꾼들에게 어처구니없이 당했던 일을 말이다. 당시 지방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혼자 가던 길이었다. 버스는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고, 사기꾼 패거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에 올라탔다. 패거리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묻지 마 방식으로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당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나로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 순간 멍청히 있었다. 이쯤에서 내가 어떤 사기를 당했는지 눈치챈 사람이 있을 것이다. 종이를 승객에게 모두 나눠준 패거리는 내가 받은 종이의 숫자를 외치더니 당첨이 되었다고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상품은 자석 건강 효도 목걸이. 정말 비싼 제품인데 특별히 3만 원에 증정하겠단다. 휴게소에 정차 후 그들에게 용돈 3만 원을 털리기까지 5분 이체 걸리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에 이불 킥을 한다.
이 책은 20년 경력 베터랑 수사관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사람을 속이는 사기꾼의 전략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사기꾼이 속임수를 쓸 때 욕망, 신뢰, 불안이라는 3가지 속임수 심리 코드를 이용한다고 조언한다. 서양에서의 자아실현의 의미는 '남과 다른 나'인 반면 한국인에게 자아실현은 '남보다 나은 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남과 비교하며 남보다 낫고자 하는 욕망이 강할수록 남에게 잘 속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쉽게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욕망 때문에 도박판에 발을 들인다. 사기꾼이 아슬아슬하게 잘 만들어놓은 도박판에서 피해자는 '거의 ~할 뻔했는데'라는 후회의 착각을 한다. 그러고 보면 영화 '타짜'에도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에 저자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인생의 주도권을 자신이 갖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토대라 덧붙였다.
사람은 자신 아는 사람들과 익숙한 이야기에 신뢰를 보인다. 대학선배, TV에 나온 변호사나 의사, 고교 동창생. 그리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위에 있거나 전문가들 말이다. 또한, 학연이나 지연, 종교 외에도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쉽게 친해진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공통점을 강조하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미러링(Mirroring)과 매칭(Matching)은 상대의 행동을 무의식적이지만 의도적으로 천천히 따라 함으로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회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좋은 방법을 사기꾼들은 이런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상대와의 연관성을 어필한다면 주의해야 한다. 남을 속이는 사람들은 머리가 좋은 놈들이다.
자명한 이치.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모호한 말. 이런 것을 바넘 효과라고 한다. 불안한 상태에서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을 하거나 애매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은 사람들을 쉽게 착각하게 한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점집, 신점 집에 간다면 속을 준비를 하고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썩은 애피타이저나 보물 흔들기, 헐값 전략, 폰지 사기 전략, 사이비 종교, 다단계 등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조 효과를 이용한 썩은 애피타이저와 보물 흔들기는 내가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남을 속이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아이폰5S와 아이폰5C가 이런 대조 효과를 노린 전략이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저자는 인간은 감정적일 때 더 쉽게 속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3가지 심리 코드를 파악하고 사기꾼의 전략을 미리 숙지한다면 사기꾼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이 남에게 잘 속는 사람이거나 사기꾼에게 속지 않는 방법을 미리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좋은 책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