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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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편을 파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어왔지만, 아직 이케아 매장을 방문해볼 기회가 없어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긴 제목이 인상 깊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책을 읽기 전까지 이케아가 스웨덴 가구 회사라는 것조차 몰랐는데, 지금은 이케아 매장 분위기와 이케아 가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 것을 보니 저자가 '이케아'라는 소재를 이야기 속에 읽는 잘 녹여놓은 듯하다. 물론 읽는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인도에서 태어나 일생을 마술과 고행으로 살아온 아자타샤트루 라바슈 파텔. 그는 못 박힌 침대를 사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이케아 매장을 찾는다. 이 책은 그가 프랑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케아 매장을 가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만난 택시기사와 파텔의 갈등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또 파텔은 이케아 매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사실 못 박힌 침대를 살 돈이 부족했던 파텔이 그녀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접근했지만) 뜻밖의 여행에서 그녀는 그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가 뜻밖의 여행을 하는 과정이 웃기다.
프랑스 이케아 매장에서 사정상 몸을 숨긴 옷장이 영국으로 옮겨지는 것을 시작으로 트럭과 열기구 등에 실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페인, 리비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는 설정이다. 말 그대로 뜻밖의 여행이다. 저자는 비라지라는 인물을 통해 영국 정부의 밀입국자 추방 방법을 꼬집기도 한다. 이 여행에서 마리, 비라지, 소피 모르소를 만나면서 파텔은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되고, 자신의 미래도 새로이 써내려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저자의 데뷔작이라 그런지 조금 억지스러운 상황이 없는 건 아니나 그러려니 하고 유쾌하게 넘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소설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가벼운 느낌이랄까. 100세 노인 스타일의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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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개자식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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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로맨스 소설.
그런데 이 소설 생각했던 것보다 야했다. 아니, 야하다 못해 아주 격하게 후끈한 책이었다.
책 표지부터 뭔가 포스가 남다르더니…. 그래서 야한 게 어쨌다는 거냐고? 뭐 매우 좋았다는 말이지. 후후. 격정 오피스 로맨스 소설인 이 책은 200만이 넘는 독자에게 읽힌 인터넷 연재 소설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와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타이틀도 갖고 있다. 책을 직접 읽어보니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한 호흡에 읽어나갈 정도로 중독성이 있었다. 요즘 꽤 피곤한데도 말이다.

 

아무튼, 책 이야기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요즘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남자)'이라는 말이 유행인 것 같은데, 이 책의 남주인 베넷 라이언은 '팬찢남'이다. '팬찢남'이 뭐냐고? 팬티를 찢는 남자. ㅡ0ㅡ!! 오옷. 여주인 클로에 밀스의 비싼 팬티를 어찌나 찢어대는지 ㅎㅎㅎ.

 

책은 베넷 라이언의 시점과 클로에 밀스의 시점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상대방이 모르는 자신의 속마음을 담고 있는 전개로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있는 전개인지라 외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친숙했던 것 같다. 남주 베넷 라이언의 시점의 글씨체는 좀 투박한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녀 간의 욕망과 사랑을 담은 격정 로맨스라는 점에서 행여 지저분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고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묘사는 깔끔했으며 이야기에 완성도 높았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번역이 좋아서 막힘없이 술술 넘어갔던 것 같다.

 

높은 수위 때문에 더 손을 뗄 수 없는 감동(?)이 있었던 작품으로 격정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는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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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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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고 또 기다려지는 책을 만난 것 같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우선 책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표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오베라는 남자의 이미지를 잘 살려놓은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 책을 펼쳐 들고 읽어나갈 때 오베라는 남자를 보고 영화 <그랜 토리노>의 고집불통 꼬장꼬장한 영감탱이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생각났다. 아내와 사별 후 오로지 내 집만 지키려는 보수주의자 월트의 모습이 관용보다 원칙과 책임을 생각하는 오베라는 남자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월트는 로어 가족을 통해, 오베는 패트릭과 파르바네 부부를 통해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오베와 월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여러 사건을 통해 오베라는 남자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의 본모습을 알게 되면서 매일 퇴근 후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요즘 업무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넉넉지 않아 시간 내기가 힘들었다지만) 기다려졌다. 작가가 책 한 권에 한 남자의 삶을 유쾌하게 또 감동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번역이 좋아서 읽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좋았다. 오베와 그의 아내 소냐의 이야기는 놀랍고 안타까웠으며 또한 아름다웠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올해 읽은 책 중 이 책을 내 마음속 1위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본문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고 글을 줄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 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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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요리 - 나와 당신이 행복해지는 시간
샘 킴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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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맛집을 찾아가서 소개하며 먹는 방송 '먹방'이 대세였었지만, 지금은 각종 요리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직접 요리하고 먹는 '쿡방'이 대세이다. 쿡방, 꽤 재미지다. 나 역시 쿡방을 좋아하는 편이라 '오늘 뭐 먹지?'나 '한식 대첩', '냉장고를 부탁해' 그리고 '올리브 쇼' 등을 놓치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

 

쿡방의 부흥과 함께 자연스레 셰프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셰프가 바로 샘 킴 셰프와 허세 최현석 셰프다. 푸근하고 이웃집 형 같은 분위기의 샘 킴 셰프. 소금을 흩날리고 앞치마를 펄럭이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뭔가 허당끼가 보이는 허셰프. 이 두 명의 셰프가 남자인 나를 주방으로 이끈 적도 여러 번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쓴 책도 찾아 읽게 하였다. 이 책은 요리가 주는 행복을 전도하고자 하는 샘 킴 셰프의 마음이 가득 담긴 자전적 에세이이다.  

 

샘 킴 셰프는 요리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그 변화로 주변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덩달아 올라간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차츰 그 사람의 인생까지 바뀌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요즘 방송을 보고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는 게 꽤 즐겁다. 내가 만든 별거 아닌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샘 킴이 말하는 긍정적 변화의 시작으로 보인다. 이 소소한 변화들이 오고 마음이 매우 풍요로워 짐을 몸소 느끼고 있다. 

 

책에는 샘 킴이 직접 겪은 서른 개의 '에피소드'와 함께 요리 레시피가 담긴 '샘 킴 다이어리', 그의 주변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담긴 '나도 요리사' 꼭지가 에피소드 중간마다 실려있다. 우리가 방송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화려하고 능력 있는 유명 요리사, 셰프 샘 킴이 아닌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로서의 인간 샘 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그가 얼마나 요리에 대한 애정이 많은지, 어설플지라도 직접 만든 요리가 주변 사람에게 어떤 행복을 만들어주는지 알게 되었다.

 

회사 업무로 지쳐서 쉬고 싶을 테지만 한 번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앞치마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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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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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이 글은 바로 카프카의 <변신>의 첫 문장이다. 처음 책을 펼쳐 들고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내 표정은 o.O?!! 바로 이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지? 하루아침에 사람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왜지? 어떻게 벌레로 변한 거야? 그리고 왜 하필 벌레야? 하며 이렇게 처음으로 마주한 카프카의 작품 <변신>은 내게 무수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된 만족할 만한 대답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별 이유 없이 벌레로 변해 있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을 희생해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하는 일밖에 모르던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한 것이다. 사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의존하여 생활했는데, 자수성가한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의 잇따른 죽음을 목격하면서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지배적이었던 아버지의 독설적이며 거칠기 짝이 없는 태도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한없이 작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실로부터의 도망치고 변화를 꿈꾸었던 책 속의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한 설정은 이런 카프카 개인의 문제에서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오면 흉측한 벌레의 모습에도 그레고르는 가족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지내다가 그냥 죽는다. 죽는다고?! 그냥 죽는다.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그레고르와 식구들 사이의 갈등이 해소된다.

 

이번 읽은 카프카의 단편집은 대체로 무거운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고전 문학이 익숙지 않은 내게는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상황을 잘 표현한 일러스트와 상세한 해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레고르가 죽은 뒤 가족들의 반응은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벌레로 변했지언정 그동안 무능한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를 이해하고 여동생을 사랑했던 아들이자 오빠였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 가족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대화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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