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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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주인공 다니엘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런던의 삶을 정리하고 스웨덴에 있는 작은 시골 농장으로 이주한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속 아버지의 목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어머니가 망상에 빠져 제정신이 아니라는 아버지의 말은 다니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아버지와 전화를 끊자 바로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은 미치지 않았고 아버지가 죄를 감추기 위해 꾸민 음모라며 그를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상반된 주장. 그는 혼란스러웠다. 아버지 말을 믿으면 엄마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되고, 어머니를 믿으면 아버지가 범죄자가 된다. 다니엘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서 있게 되었다. 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는 저자 톰 롭 스미스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고 한다. 과연 우리는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니엘을 찾아온 어머니의 모습은 그가 알던 그녀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어머니의 행동은 분명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조금씩 그녀의 이야기에 믿음이 생겼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의 도착할 때쯤 두 사람은 다니엘의 연인 마크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타고 아버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아버지와 함께 의문의 사내가 자신의 아파트로 찾아오는 것을 목격하는데….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서 그럴까? 주인공 다니엘의 심리 묘사는 내가 마치 다니엘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게 했다. 뿐만 아니라 쫓기고 있는 상황이 너무 긴박해 읽는 내내 초조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다니엘 어머니의 진술로 전개되는 전반부를 그녀의 망상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저울질해가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독서 끈이 1~2년밖에 안 되는 내게 톰 롭 스미스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나도 그의 작품인 <차일드 44>는 입소문을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톰 롭 스미스의 <얼음 속의 소녀들>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차분하게 만족해하며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었고, 그의 작품 <차일드 44>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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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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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느 날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서 깨어난 적이 있는가?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신발을 곱게 벗어두고 공중전화부스나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드는 일을 한 번쯤 경험해봤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이자 강력계 여형사인 알리스 역시 우리가 종종 겪는 필름이 끊기는 일을 겪는다. 대학 동창 친구들과 술을 거하게 마시고 난 다음 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잠이 깬 것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달랐다. 낯선 곳에서 잠을 깬 그녀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수갑의 다른 한쪽은 낯선 남자의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지품은 모두 사라졌으며, 셔츠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핏자국이, 주머니에는 총알이 한 개 비어 있는 자신의 것이 아닌 총이 들어 있었다.

 

순간 술이 과해 필름이 끊긴 자신이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는 강력계 형사답게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갑 남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수사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부모의 이혼, 형제들로부터 무시, 우상이었던 아버지의 비리, 연쇄 살인마 검거 중 뱃속에 든 아기와 남편을 잃은 이야기 등 서른여덟, 젊은 알리스가 털어놓은 그녀의 과거는 지독하게 비극적이었다. 그녀는 절친한 친구인 동료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함과 동시에 자신이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밝힌 수갑 남에 대해 조사를 부탁한다. 얼마 후 동료는 그녀에게 수갑 남이 재즈 피아니스트가 아니라고 전한다. 알리스의 추궁으로 인해 결국 수갑 남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고 있는 FBI 요원이라고 밝히며 이야기는 새 국면을 맞는다.

 

지독하게 불행한 삶을 살아온 한 여자와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의 기억 추격전. 책장을 넘길수록 수갑 남의 정체가 의심스럽고, 절친한 친구라 믿었던 동료의 행동이 수상쩍다. 내가 마치 그녀라도 된 듯 처한 상황과 주변인들을 의심하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그리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들과 싸워 이겨낸다면 행복한 삶과 마주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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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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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릭토르는 11년간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년의 남자이다. 친구는커녕 가족과 친척조차 없는 그의 유일한 취미는 공원 벤치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관찰 대상자에 대해 절망적인 상상을 즐기는 것도 포함된다. 어린 시절 무관심 속에 외롭게 자란 탓일까. 릭토르는 우리가 흔히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 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이다. 하지만 겉보기에 그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으며, 평범함에 가려져 그가 돌보는 환자 중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을 몰래 학대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때문인지 그의 인간관계는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좁은 인간관계는 사랑을 갈구하는 대상을 직장 동료나 자주 만나는 여성으로 한정했다. 이렇게 책의 전반부는 릭토르의 고독감과 성격 그리고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 그도 평소 자신이 관찰하던 알코올 중독자를 집에 초대하는 등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보인 친절함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알코올 중독자를 목격하고 우발적으로 그를 죽인다. 잔잔하던 이야기가 갑자기 급물살을 탄다. 작가의 탁월한 심리 묘사가 펼쳐지는 순간부터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릭토르가 알코올 중독자를 죽인 지 열흘 만에 경찰이 찾아왔고, 그는 엉뚱하게 일하던 요양원의 환자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건 환자를 학대한 사실은 있지만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아시겠지만, 나는 결백합니다." 나는 설명했다. "그리고 진실에는 중요한 점이 있죠. 사람에게 힘을 준다는 것." 과연 요양원 환자를 죽이고 누명을 씌운 사람은 누구이고, 그가 죽인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사실 릭토르의 외로운 일상을 기술한 전반부의 지루함을 느꼈을 때 책을 덮고 싶었다. 하지만 전반부를 지나 릭토르의 살인이 시작된 범죄부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게 흘러갔다. 작가가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시오패스(혹은 사이코패스)의 심리 묘사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고립된 사람이 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편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이 책은 주변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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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줄 몰랐어
모르강 스포르테스 지음, 임호경 옮김 / 시드페이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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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을 공포로 빠뜨린 충격 사건의 주동자, 야세프는 지역에서 이 유명한 전과자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새벽 1시, 공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목격한 대학생들의 진술로 시작한다. 평소 유대인은 돈이 많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야세프는 유대인만을 골라 계획을 세우고 납치를 시도했다. 야세프와 패거리가 납치하는 방법은 보통 이렇다. 매력적인 여성을 이용해 목표로 한 남성의 전화번호를 따고, 계획한 장소로 유인한 후 납치하는 방법이다. 야세프와 패거리가 납치에 성공하기까지에는 수많은 납치 미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받기로 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등 충격 사건을 만든 주인공이라 믿기 어려운 어설픔도 있었다. 초짜라고 해야 할까.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무튼, 끊임없는 시행착오로 피드백한 야세프와 패거리는 엘리라는 유대인을 납치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하나 생긴다. 납치에 성공했음에도 그의 의도와 달리 몸값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남의 돈 먹기가 쉽지 않지. 이러면 안 되는데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받아내기 위해 에누리해주는 지질한 모습은 짠하기까지 한다.

 

프랑스 국적이면 뭘 해요? 일자리를 찾는 순간, 한낱 아프리카인이 되어버리는데요. - 본문에서

 

교도소에서 2년을 살고 나온 야세프가 다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던 건 인종차별과 전과자를 쓰고 싶은 곳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야세프는 파리교통공사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그곳은 범죄자를 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전과자를 옹호할 마음은 없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책 표지 디자인도 책을 고르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고 나로서 사실적인 피 번짐의 디테일은 만족스러웠다. 표지와 제목도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내가 이 책을 펼쳐 들게 된 이유는 프랑스 전역을 공포로 빠뜨린 실화를 역추적한 르포 소설이라는 글귀 때문이다. 적지 않은 분량에 큰 반전이나 빠른 전개는 아니지만,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겐 나쁘지 않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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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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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왕경(王京)은 삼국통일 직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옛 이름이다. 고구려 귀족 출신인 진수는 어떤 사건 때문에 평정심을 잃고 신라와의 전쟁에서 뛰어든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서일까. 진수는 단 한 명의 적도 죽이지 못한 채 아버지를 죽인 신라 화랑 김유에게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된다. 한편 호기심에 숙부를 따라 신라로 잠시 건너왔다가 돌아갈 기회를 놓쳐 신라에 남게 된 백제 여자 정은 우연히 영명부인(신라 화랑 김유의 어머니)의 눈에 들어 그녀 밑에서 숙부를 만나 백제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정은 노예로 끌려온 진수를 자신의 밑에 두어 장사를 가르친다.

 

소설 속 백제 여자로 등장하는 정은 백제 윤충 장군의 딸로 당찬 성격을 가진 여성이며 장사 수완이 뛰어났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긴 하지만 외모도 상당히 빼어난 걸로 그려진다. 고구려 남자 진수와 신라 남자 김유는 정이를 가운데 두고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 역사 소설에서 로맨스 소설로 전개되는 모습을 보이는듯하다가 다시 역사 소설로 돌아오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 바람에 읽는 내내 줄을 타듯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 명의 청춘 남녀를 통해 로맨스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직전 신라와 고구려, 백제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진수를 통해 씩씩하고 용맹한 고구려의 분위기를, 왕경의 생활 모습을 통해 화려하고 호화스러운 신라의 분위기를, 고구려의 힘을 믿고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백제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평소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조선 시대 역사 소설이다. 이상하게 고려 시대나 삼국시대의 소설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삼국시대 최약체였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을 다룬 <왕경>은 개인적으로 많이 기다렸던 작품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소설 <왕경>은 내게 풍부한 읽을거리를 선사했다.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우리의 현재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사건인 삼국 통일 과정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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