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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평점 :
혹시 어느 날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서 깨어난 적이 있는가?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신발을 곱게 벗어두고 공중전화부스나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드는 일을 한 번쯤 경험해봤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이자 강력계 여형사인 알리스 역시 우리가 종종 겪는 필름이 끊기는 일을 겪는다. 대학 동창 친구들과 술을 거하게 마시고 난 다음 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잠이 깬 것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달랐다. 낯선 곳에서 잠을 깬 그녀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수갑의 다른 한쪽은 낯선 남자의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지품은 모두 사라졌으며, 셔츠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핏자국이, 주머니에는 총알이 한 개 비어 있는 자신의 것이 아닌 총이 들어 있었다.
순간 술이 과해 필름이 끊긴 자신이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는 강력계 형사답게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갑 남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수사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부모의 이혼, 형제들로부터 무시, 우상이었던 아버지의 비리, 연쇄 살인마 검거 중 뱃속에 든 아기와 남편을 잃은 이야기 등 서른여덟, 젊은 알리스가 털어놓은 그녀의 과거는 지독하게 비극적이었다. 그녀는 절친한 친구인 동료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함과 동시에 자신이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밝힌 수갑 남에 대해 조사를 부탁한다. 얼마 후 동료는 그녀에게 수갑 남이 재즈 피아니스트가 아니라고 전한다. 알리스의 추궁으로 인해 결국 수갑 남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고 있는 FBI 요원이라고 밝히며 이야기는 새 국면을 맞는다.
지독하게 불행한 삶을 살아온 한 여자와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의 기억 추격전. 책장을 넘길수록 수갑 남의 정체가 의심스럽고, 절친한 친구라 믿었던 동료의 행동이 수상쩍다. 내가 마치 그녀라도 된 듯 처한 상황과 주변인들을 의심하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그리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들과 싸워 이겨낸다면 행복한 삶과 마주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