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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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소 어떠한 사전 지식 없이 책을 접하고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영원히 사랑해>라는 제목과 책 표지만 보고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기도 했고…. 이런 말로 서평을 시작한 이유는 당연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기에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시작은 썸을 타는 두 사람,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여주 유디트와 건축설계사인 남주 한네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 틀리지 않았다. 유쾌하지 않지만 임팩트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되고, 첫 만남 사건이 있었던 뒤로 그녀는 한네스라는 남자와 이상하리만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유디트가 자연스럽게 또는 계획적으로 한네스라는 남자를 의식하게 되면서, 결국 두 사람은 그렇게 연인이 된다. 유디트의 친구와 가족에게 스스럼없이 너무도 잘 섞여드는 한네스를 보며 그녀의 마음은 이상하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네스와 함께 베니스로 여행을 다녀온 유디티는 그와의 만남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연인들이 자주 겪는 흔한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유디트의 결별 선언에 대한 한네스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이별을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한네스는 유디트에게 집착 증세를 보이며 그녀의 생활을 감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라 생각했던 소설이 갑자기 사이코 스릴러 스토커 이야기로 전개되었다. 이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던 내용도 있었지만, 반전도 있었고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 선 두 사람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가독성도 좋고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부담이 없었다.

 

애인의 결별 선언에 앙심을 품고 자신의 승용차로 들이받거나 심지어 살인하는 사건 기사가 종종 들려온다.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소설 <영원히 사랑해>는 최근 이런 사회적 문제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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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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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소녀의 작품인 <A씨에 관하여>는 총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개, 노인, 어린아이, 철학자, 남자 그리고 살인자의 존재를 알리며 첫 번째 챕터는 그렇게 시작한다. 첫 번째 챕터인 '개가 있었다.'부터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2년 전부터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여섯 개의 존재가 소녀 김한에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개, 노인, 어린아이, 철학자, 남자 그리고 살인자. 이렇게 여섯 개의 존재는 기억과 추억, 공포와 두려움 등 소녀에게 서로 다른 이미지로 존재하고 있다. 매일 여섯 개의 존재에게 시달리는 소녀에게 현이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현은 소녀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원단 가게 할아버지를 대신해 조언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첫 번째 챕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엔 이 소설을 열여섯 살의 어린 소녀가 8일 만에 탈고해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탄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스물네 살에서 기억이 뒤로 돌아가고 밤마다 방이 물에 잠겨 고래와 만나는 여자와 그녀를 돌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두 번째 챕터. 여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심리 상담을 신청하면서 불안해하는 남자의 모습이 어딘가 의심쩍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서 책장을 넘기다 멈칫멈칫했다. 어린 작가의 글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챕터는 낯선 아파트에서 눈을 뜬 남자가 주머니 속에 든 기차 탑승권을 보고, 기차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면서 시작한다. 여기에도 여기에도 작가의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다. 남자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이상하게도 계절이 빠르게 바뀌는 것이다. 바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 기차와 계절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이야기는 한 동네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동네 전설(?)로 불리는 A씨라는 인물과 연결되어 있다.
내면의 상처가 있는 사람을 치유해주는 A씨의 정체가 누구일까 생각하며 한 장씩 넘기다 보니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한 호흡에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할 수 있었다. 어린 작가가 쓴 책이라 가볍게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괜찮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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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집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2
백희성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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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희 건축가가 들려주는 건축, 집,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보통의 책과는 다르게 심플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디자인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좋은 인상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소설 <보이지 않는 집>은 백성희 건축가가 8년 동안 파리에 살면서 아름다운 고택들을 방문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건축가 루미에르 클레제는 고객만을 위해 건축을 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위한 건축을 위해 집을 알아보던 중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파리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집을 소개받게 된다. 물론 낡고 관리가 안 된 집이긴 하지만 그가 제시한 가격으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집이라 욕심이 생겼다. 집 계약을 위해 집주인이 있는 요양원으로 찾아간 그는 요양원 건물이 중세 수도원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옛 건물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루미에르가 만나기로 한 집주인 피터의 건강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는 바람에 며칠 요양원에 머물게 된다. 머무는 동안 '4월 15일'에 대한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 피터로부터 그에게 전해진다. 건축가로서 요양원 건축 양식에 호기심이 있던 그는 건축가의 눈으로 요양원의 건축 요소로 숨은 비밀을 파헤치면서 또 '4월 15일' 수수께끼를 추리하면서 집주인 피터의 숨겨진 가족 이야기와 만나게 되는데….

 

루미에르가 계약하려던 파리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집과 중세 수도원을 반영한 요양원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또 피터의 숨은 가족 이야기가 밝혀질 때마다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산주택의 건축가 부부는 이런 말을 했다. 건축이라는, 집이라는 것은 그냥 지붕 있고, 벽 있고, 바람 막고, 비 피하는 그런 껍질이라는 의미 외에도 자기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이 소설에서 있는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거기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바로 건축이 완성되는 겁니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내가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이 재밌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스터리 추리 소설로서 부족함 없이 탄탄한 내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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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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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세 번째 이야기인 거지왕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전작인 <사형집행인의 딸>과 <검은 수도사>를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거지왕>의 출간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거지왕>이 가장 재미있다는 외국 반응 영향이 크게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시리즈물을 읽으면서 이번 사형집행인 시리즈처럼 기다렸던 적은 별로 없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6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역시 올리퍼 푀치는 날 배신하지 않았구나.'하고 생각했다. 사형집행인 시리즈가 항상 그러하듯 <거지왕>에서도 하나의 큰 사건에서 잔가지처럼 퍼진 작은 사건들을 퀴슬, 막달레나, 지몬이 하나하나 해결해가면서 실마리를 얻고 큰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같은 전개지만 개인적 이번 <거지왕>이 가장 재밌게 읽혔던 것 같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인 퀴슬이 레겐스부르크에 사는 여동생이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고 레겐스부르크로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 중 퀴슬은 한 남자를 보고 좋지 않은 느낌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힘들게 여동생네 부부가 운영하는 목욕탕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퀴슬을 위한 함정이었고 결국 여동생을 죽인 살인범으로 레겐스부르크의 사형집행인에게 고문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와 애인 지몬도 어떠한 사건 때문에 숀가우를 떠나 레겐스부르크로 오게 된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고모의 죽음 소식과 함께 아버지의 체포을 듣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자 정보를 수집하며 사건에 휩쓸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거지왕과 레겐스부르크 사형집행인의 활약이 돋보였다. 게으르고 나약하고 냄새나는 더러운 거지라 생각했던 이들이 사실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레겐스부르크 전 지역의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집단이었다는 것과 숀가우의 사형집행인과 다른 지역의 사형집행인이 어떻게 다르게 고문(?)을 하고 일을 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솔솔하다. 또한, 이번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퀴슬의 과거를 알아가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있는 독자라면 이번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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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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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15년간의 이야기가 내게 이토록 오랜 여운을 남길 줄 미처 몰랐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 사실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두고 또 미뤄두다 결국은 펼쳐 들었다. 그리고 휴일을 꼬박 반납하고 한 호흡에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땐 주인공 브든의 인생이 가여워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뭉클하고 먹먹한 여운이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주인공 브든은 절친 민수와 축구를 하며 중학생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민수의 죽음 소식에 브든은 그 좋아하던 축구를 관두게 된다. 소설에서 주요 인물이라 생각했던 민수의 죽음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 저자가 민수를 죽이는데서부터 브든의 진정한 성장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는 의도를 알게 되었다. 마치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에서 죽음이 아주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듯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차차 상처가 아물어갈 때쯤 브든은 한 소녀와 사랑을 하게 되지만 첫 사랑은 그에게 지독한 아픔만 남기고 떠난다. 절친의 죽음 그리고 첫 사랑의 배신. '브든 너 이 자식 힘내.' 응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세상은 그에게 너무도 가혹해 보였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고 목표를 향해 매진한다. 브든이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모습에서 사랑이란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두 번째 사랑이 찾아왔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사랑했던 그녀마저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는데……

 

생각지 못한 이야기 전개와 반전이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MIT 공학 박사인 작가가 직접 과학자의 생활을 들려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청춘과 어른의 한가운데, 딱 그쯤 지나는 것일 게다. 어쩌면 브든의 이야기는 뜨거웠고, 설렜고, 아팠던 우리의 청춘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아마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올겨울 지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로맨스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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