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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평점 :
열여섯 살 소녀의 작품인 <A씨에 관하여>는 총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개, 노인, 어린아이, 철학자, 남자 그리고 살인자의 존재를 알리며 첫 번째 챕터는 그렇게 시작한다. 첫 번째 챕터인 '개가 있었다.'부터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2년 전부터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여섯 개의 존재가 소녀 김한에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개, 노인, 어린아이, 철학자, 남자 그리고 살인자. 이렇게 여섯 개의 존재는 기억과 추억, 공포와 두려움 등 소녀에게 서로 다른 이미지로 존재하고 있다. 매일 여섯 개의 존재에게 시달리는 소녀에게 현이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현은 소녀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원단 가게 할아버지를 대신해 조언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첫 번째 챕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엔 이 소설을 열여섯 살의 어린 소녀가 8일 만에 탈고해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탄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스물네 살에서 기억이 뒤로 돌아가고 밤마다 방이 물에 잠겨 고래와 만나는 여자와 그녀를 돌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두 번째 챕터. 여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심리 상담을 신청하면서 불안해하는 남자의 모습이 어딘가 의심쩍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서 책장을 넘기다 멈칫멈칫했다. 어린 작가의 글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챕터는 낯선 아파트에서 눈을 뜬 남자가 주머니 속에 든 기차 탑승권을 보고, 기차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면서 시작한다. 여기에도 여기에도 작가의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다. 남자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이상하게도 계절이 빠르게 바뀌는 것이다. 바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 기차와 계절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이야기는 한 동네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동네 전설(?)로 불리는 A씨라는 인물과 연결되어 있다.
내면의 상처가 있는 사람을 치유해주는 A씨의 정체가 누구일까 생각하며 한 장씩 넘기다 보니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한 호흡에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할 수 있었다. 어린 작가가 쓴 책이라 가볍게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괜찮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