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민속기행
장장식 지음 / 자우출판사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저런 몽골 관련 책들을 읽다가, 역사서에서는 그냥 스쳐가는(예를 들어, <몽골비사>에는 후엘룬이 '델'의 허리띠를 묶고 열심히 자식들을 건사했다고만 나오지 그 의미까지 알려 주지는 않으니까) 몽골인들의 세세한 삶의 모습들을 알고 싶어서 찾아 읽었다. 

몽골의 신앙이나 민속 관련 전문이론서를 보기에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 기행 형태의 보고서로 골라 읽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저자분이 직접 답사하시고 사진 기록으로 남긴 내용이 친절하고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1,2장은 몽골 신앙인 샤머니즘을 다루고, 3장은 암각화 등 돌 관련 유적, 유물들을, 4,5장은 몽골인의 생로병사 관혼상제 관련 민간 풍속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혀 낯설지 않은 내용이 많았다. 우리의 무속과 민속문화와 거의 같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령을 의미하는 '옹고드', 옹고드를 위한 무당의 갑옷인 셈인 무의 '호익'과 샤먼의 북, 칼 등등은 우리 무당의 그것들과 거의 같았다. 어워 신앙은 서낭당 풍속과 비슷했고, 나무에 대한 신앙과 사회주의 시절 소련이 신성한 나무를 베어내게 하자 동티나는 이야기들은 우리나라 일제 시대와 새마을 운동 시기의 일화들과 똑같았다. 암각화와 거꾸로 돌아가는 卍자 상징인 하스도 재미있었고, 제주 하루방과 닮은 석인 조각은 더 깊은 내력을 읽고 싶어졌다. 여근곡의 음기를 누르기 위한 남근석 관련한 이야기도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예전 약탈혼의 흔적이 남은 결혼의례도 흥미로웠다. 5장에서 이러한 전통이 현재 어떻게 변화하며 이어지는가에 대한 부분은 우리의 경우, 식민지와 전쟁, 새마을 운동을 거치지 않았다면 과거 우리의 전통이 지금 어떻게 살아서 계승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만들었다. 과거의 신성한 나무 숭배와 현재 서구의 크리스마스 트리 풍습이 결합된 새해나무와 겨울할아버지 이야기를 읽고나니 더 그랬다. 그외, 수테차이, 몽골씨름 부흐, 나담 축제, 몽골 전통 복장과 아이 작명법 등등 몽골 이해를 도와주는 읽을 거리가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현재 절판이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중고 서적으로 구입, 구비해두어도 좋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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