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비사
유원수 옮김 / 사계절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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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원사와 더불어 3대 몽골 역사서라는데, 솔직히 지금의 나로서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겠다. 별3개를 단 것은 그 이유이다. 이 책을 제대로 평가할 눈이 없기에 일단 중간치를 메긴 것이다. 사실 읽은 지 꽤 지났는데 이제야 리뷰 쓰는 이유도 이 책이 역사서로 갖는 위상을 알지 못해서 무슨 말을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였다. 일단, 미흡하나마 기록을 해 놓고 나중에 수정하기로 한다. 
 
이 책은 몽골 사람들의 조상 신화와 칭기스칸의 몽골 제국 건국 과정을 담고 있는 가장 오래된 사료라고 한다. 부르테 치노(잿빛 푸른 이리)와 코아이 마랄(흰 암사슴)이 보르칸 성산 기슭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25대에 이르는 역사를 서술하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은 칭기스칸, 즉 테무진이다. 원전은 전하지 않고 현재 남아 있는 책은 중세 몽골어를 한자 음가를 빌려 적은 전사본들이어서 성립 연대나 저자, 편찬자에 대한 분명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생각외로 아름다운 영웅 서사시였다. 현재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아름답고 진실한 시적 표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모든 내용이 구전되다가 어거데이 칸의 쿠릴타이에서 기록된 것이라면 당연히 운율과 대구를 맞춘 시의 형태로 기억하다가 기록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칭기스칸의 어린 시절과 관련, 뜻밖에 숨기고 싶을 만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등장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이 점은 다른 칸국에서 편찬한 역사서랑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칭기스칸의 사후 그의 후계자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일종의 목적을 갖고 기록한 역사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비교적 연대가 오래된 역사서는 기록자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보지않고 너무 너그럽게 지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먼저 읽은 후 뒤늦게 관심을 가져서 김형수 작가님의 소설 <조드>를 읽기 시작했다. 전에도 몇 달마다 테마를 정해서 한 지역의 역사를 대중역사서, 역사 소설, 전문서 등으로 접근하여 줄창 읽어대긴 했지만, 이 번 <몽골비사>를 통한 인연과 개안에는 특히 감사한 기분이다. 

참, 혹시나 이 책을 읽으실 분은, 그 두께에 지레 놀라지 말도록. 책의 절반은 국어번역본이고, 절반은 로마자 전사본 원본이다. 나처럼 취미로 읽는 평범한 독자는 딱 반만 읽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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