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책이다. 읽어가면서 내가 기존에 띄엄띄엄 알던 각 지역의 동, 서양사가 씨실 날실로 만나 하나의 베틀에서 엮어지는 느낌이 든다.
잠 들기 전에 누워서 읽는 독서 습관이 있는데 점점 베개를 돋우며 읽다가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읽을 정도였다.
책은, 칭기스칸부터 쿠빌라이 칸을 거쳐 토곤 테무르(원 순제)에 이르기까지 약 200여년간의 몽골
역사와 그 전후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다룬다. 다른 칭기스칸과 몽골 제국을 다룬 대중역사서에 비해 서술이 자세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가계도나
지도 등 시각적 자료들도 풍부하다. 정식 역사서라기 보다는 나같은 초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듯 하다. 저자는 처음부터 주구장창 역사만
시대순으로 늘어놓지 않고 여러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함께 다루며 서술하기 때문이다.
처음, 저자는 이스탄불의 토프카프 궁전 부속
도서관에 있는 라시드 웃 딘의 <집사>를 소개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집사>는 이란방면의 몽골정권인 훌레구 울루스, 속칭
일칸국에서 페르시아어로 자신들 몽골인들의 역사는 물론 고대 페르시아, 유대인, 이슬람, 투르크, 중국, 프랑크, 인도사 등을 총 망라하여
만든 미증유의 세계사란다. 이는 이 책을 비롯 다른 유라시아 역사서의 중요한 1차사료이며 이 책의 존재 자체가 몽골이 세계라는 것을 명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도움으로 시간을 초월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도
그랬다. 칭기스칸과 그 아들들의 서진에 따른 서양과의 만남 부분에서는 내가 따로 따로 읽고 인식했던 서양사와 동양사가 한 부분에서 만나는 짜릿한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여러가지, 나의 편견과 무지를 깨는 경험도 했다. 내가 중국 등 농경 정착 국가 측 사관에
익숙하여 편견을 갖고 유목 민족의 역사와 문명을 보고 있었다는 것, 원 순제 이후 몽골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을 뿐인데 몽골이 멸망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원 나라는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 몽골 울루스의 일부였을 뿐이었다는 것, 아들들의 4한국과 원은 몽골의 분열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청나라나 티무르 제국, 무굴제국, 크림 칸국을 통해 몽골 제국은 꽤 가까운 시기까지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흥미로웠다.
내가 무식한 탓에, 저자의 견해가 어디까지 옳고 어디까지는 무리가 있는지를 파악하며 읽을 수가 없었는데
역자분께서 주를 달아서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읽기 편했다. 아쉬운 점은 몽골 발음을 표기한 부분이다. 일본어로 옮긴 것을 다시 번역한 것이여서
내가 읽은 다른 책들과 같은 인명, 지명인데도 다르게 표기된 것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