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철든 날 사계절 중학년문고 31
이수경 지음, 정가애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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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철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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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철든 날>을 읽기 전에 "'철든'이 무슨 뜻?"이냐며 제목부터 궁금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조숙한 요즘 아이들은 "철 좀 들어라"라는 애정어린 훈계를 들어볼 일이 별로 없구나하는. 동시에 '철들다'는 어른이 되어서도 해독하기 어려운 심오한 말이구나싶었지요. 이수경 시인은 어렸을 적 뒷집 소금 독 깨 먹고도 "난 절대로 철 안 들 거야!"했다가 엄마께 혼났다죠? 시인의 할머니께서 "갑자기 철들면 죽는다"고 하셔서 어린 나이의 시인은 무서웠나봅니다. 시인이 열한 살 때, 시인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대요. 오남매의 장녀였기에 시인은 어려서부터 "어쩔 수 없이 철들어야" 했고, 그런 척 해왔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가가 있는 서울에서 살게 된 시인은 마음 속 깊이 고향 지리산을 품고 살았대요. 시인의 시적인 표현을 빌자면, "사시사철 다른 노래를 불러주는 지리산을 품고 사는 동안 나도 모르게 진짜 철이 들어나보다."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인의 동시집 <갑자기 철든 날>은 '철든 봄,' '철든 여름,' '철든 가을,' '철든 겨울,' '철든 우리'라는 챕터 제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사시사철 지리산의 풍경과 그 안에서의 시인의 유년기가 겹치게 구성하였지요. 읽다보면 시인이 얼마나 생생하게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지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갑자기 철든 날>에 실린 총 46편의 시 중에 시인의 경이적인 공감각 기억력을 보여주는 동시 한 편을 그대로 옮겨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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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한 마리 먹기   이수경 동시

 

상추에 쌈 얹고

된장 발라

오므리는데

 

으아악!

달팽이 한 마리

상추 뒤에

상추 뒤에

 

"씻는다고 씻었는디

눈이 어두버 안 보였나 부다."

 

밭에서 일하고 온 할무이

암시랑토 않게

황소 한 마리 묵는다

생각하라지만

 

할무이, 할아부지

그렇게 먹은 적도 많다지만

 

으아악!

내 눈이 커졌다.

 

황소 한 마리

쌈밥 위로 올라섰다.

 

 

 

"어쩔 수 없이 철들어야" 했던 시인에게 "철들다"는 죽음을 향해가는 삶, 다시 삶에 빛으로 내리쬐는 죽음의 순환고리를 상기시키나봅니다. <무덤에 누워서도>라는 시를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채반마다 호박, 가지, 토란 등을 썰어 널은 딸 (시인의 엄마)의 부지런함에 누워만 있기 미안해지신 시인의 할머니가 "무덤가에 누운 우리 / 막새바람 불러와 / 부채질해 주시지// 할머니는 바쁘시다. 무덤에 누워서도 할 일 참 많으시다." 랍니다.

*

이 외에에도 "밥 짓던 할머니 / 먼 산을 보면 / 할아버지 생각을 하시는 거다.....(중략)...... 복닥복닥 / 함께 살던 / 젊었던 시절// 그 옛날 생각을 / 하시는 거다." (<멍한 할머니>)라든지 "할머니 살아 계실 땐 / '시끄럽다마!' / 눈 부릅뜨던 할아버지// 이젠 할머니한테/ 큰절하고// 오래오래/ 엎드려 있습니다./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벌초하는 날>)

그리움의 정서가 절절히 배어나는 <갑자기 철든 날>에 유독 아버지의 이야기는 부재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와 막둥이인 다섯째, 그리고 둘째 셋째 넷째와 장녀인 시인의 모습은 시 속에서 그려지는 데 아버지의 모습은 구체적 형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인에게 너무도 그리운 절대적 부재이기에 지리산 속에 꼭꼭 숨겨두었나봅니다.

 

"어쩔 수 없이 철들어야" 했던 시인에게 "철들다"는 죽음을 향해가는 삶, 다시 삶에 빛으로 내리쬐는 죽음의 순환고리를 상기시키나봅니다. <무덤에 누워서도>라는 시를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채반마다 호박, 가지, 토란 등을 썰어 널은 딸 (시인의 엄마)의 부지런함에 누워만 있기 미안해지신 시인의 할머니가 "무덤가에 누운 우리 / 막새바람 불러와 / 부채질해 주시지// 할머니는 바쁘시다. 무덤에 누워서도 할 일 참 많으시다."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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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에도 "밥 짓던 할머니 / 먼 산을 보면 / 할아버지 생각을 하시는 거다.....(중략)...... 복닥복닥 / 함께 살던 / 젊었던 시절// 그 옛날 생각을 / 하시는 거다." (<멍한 할머니>)라든지 "할머니 살아 계실 땐 / '시끄럽다마!' / 눈 부릅뜨던 할아버지// 이젠 할머니한테/ 큰절하고// 오래오래/ 엎드려 있습니다./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벌초하는 날>)

그리움의 정서가 절절히 배어나는 <갑자기 철든 날>에 유독 아버지의 이야기는 부재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와 막둥이인 다섯째, 그리고 둘째 셋째 넷째와 장녀인 시인의 모습은 시 속에서 그려지는 데 아버지의 모습은 구체적 형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인에게 너무도 그리운 절대적 부재이기에 지리산 속에 꼭꼭 숨겨두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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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스팔티아 환경 탐험대
실비 보시에.파스칼 페리에 지음, 이선미 옮김, 마리 드 몬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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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스팔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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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스팔티아>는 가벼운 필체로 SF분위기를 한껏 내어 쓴 환경동화입니다. 등장 캐릭터들도 재기발랄하고, 그 참신한 설정과 통통 튀는 애피소드 역시 발랄합니다. 하지만, 마냥 킬킬거리며 읽을 수 만은 없습니다. 두렵거든요. 대기오염이 극심하여 보호 헬멧과 보호복 없이는 외출할 수도 없고, 아예 자동차 집 안에서 생활하는 아스팔티아 행성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 외계인스러운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잖아요. 2014년 봄철만 해도 초미세먼지의 습격에 외출은 커녕 창문 열기 환기도 못했던 황갈색의 날들이 얼마였던가요?  고속도로 부근에 거주하는 이라면 알테죠, 식탁에 내려 앉는 검은 먼지가 자동차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마모되면서 나온 물질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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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글솜씨 덕분에 기자에서 전업 작가로 전향한 실비 보시에는 딱딱하게 환경 오염의 위험성을 설교하진 않아요. 대신, 알리스네 가족의 '아스팔티아' 행성 탐험기로 흥미롭게 메세지를 전합니다. 행성 여행 안내잡지의 리포터인 엄마를 따라 알리스네 온가족이 로켓을 타고 '아스팔티아'로 떠났지요. 강아지 도트도 함께. 실비 보시에는 독자를 위해 제목에 힌트를 넣어놓았나봐요. '아스팔티아'에는 이름처럼 아스팔트 깔린 도로와 자동차 천지랍니다. 심지어는 아스팔트 냄새가 나는 쿠키와 바퀴 케이크를 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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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아스팔티아의 이국적이고 색다른 풍경, 생활양식에 알리스네 가족들은 여행평점 하트를 세개나 주자고 할만큼 맘에 들어했어요.  반드시 입어야한다는 보호 우주복과 헬멧의 디자인도 멋졌고요. 하지만 이내, 이 행성의 대기 오염은 호흡곤란증과 각종 폐질환을 유발시킬만큼 심각하고 행성 사람들도 지구에서의 집대신 움직이는 자동차를 집 삼아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대기 오염 농도가 위험 수준일 때는 사이렌으로 통행금지를 알리고요. 알리스네 삼남매는 헬멧과 보호 우주복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연행되어 강제로 신체검사도 받습니다. 말만 신체검사지 마치 자동차 정비소 같은 데서 말입니다. 자동차 녹물이 줄줄 흐르는 '녹슨 보닛 폭포'의 장관(?)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 알리스네 가족은 다시 푸른 행성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알리스네 엄마는 기계화 자동화되어 편리한 아스팔티아, 하지만 환경 오염의 이면에 대해 경고하는 잡지 기사를 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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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스팔티아>의 부록으로 '엄마의 여행 안내서,' '알리스와 바티의 여행 안내서,' 그리고 독자가 직접 만드는 여행 안내서 페이지가 실려 있어요. 책을 샅샅이 읽고 이해했는지를 묻는 문제들도 있고요. 이미 <풍덩풍덩 워터리아>와 <구릿구릿 악취리아>에 여행다녀온 바 있는 알리스 가족은 이제 어느 행성으로 환경 탐험을 떠날까요? 다음 모험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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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반갑다고 안녕! 스콜라 꼬마지식인 7
유다정 지음, 신지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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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 꼬마 지식인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

 

 


 "네가 크면 세계각국의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게 될테니까........"하면서 글로벌 키즈에게 외국어 공부가 왜 절실한지를 역설하는("너 그러니까 영어랑 중국어 공부해야해!") 부모 많겠지요? 반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사법을 가르쳐주는 선견지명을 가진 부모는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사실 세계인들과 짧은 시간에 교감하고 친해지는 데는 그 문화를 존중하며 진심이 담아낸 인사만한 게 없는데 말입니다. 고맙게도 스콜라 꼬마 지식인 시리즈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인사법을 집중 소개해주었습니다. 제목조차 친근감 넘치는 신간,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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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은 세계 여러 나라의 인사법을, 해당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에서 소개해주니 '어린이를 위한 교양인문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일대 일 대응(1:1) 관계에서 인사들을 단순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문화적 바탕에서 그 인사가 생겨나고 오늘날까지 어어져오는지를 보여줍니다.

  혀를 쏙 내미는 티벳의 인사법,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의 인사법, 중국의 니하오, 계속 머리를 조아리는 일본의 공손한 인사법, 팔짱을 끼는 미얀마식 인사법, 코를 비비는 이누잇 사람들의 인사법,  볼에 키스하고 어꺠를 토닥이는 아르헨티나 인사법, 인도의 나마스테, 코란의 가르침을 인사 속에서도 실천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의 인사법, 물이 귀한 탄자니아 마사이족의 침뱉기 인사법, 하와이 사람들의 알로아까지.......다양한 인사법을 배우다 보면 단순히 재미나다기 보다는 마음이 짠해져 옵니다.  어떤 인사들은 종교성이나 공손함의 체화된 문화인기도 하지만, 어떤 인사법에는 약한 평민들이 역사적 풍파속에서 어떻게 생존했는지를 추측하게 하는 역사적 사연들이 숨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막강한 권력의 무사들이 '인사를 안했다'며 죄없는 평민들을 죽일 정도여서, 무사와 마주칠 때마다 머리를 거듭 조아려 인사를 올리곤 했다네요. 티베트에서도 예전에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던 위정자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곤 했는데, 그 위정자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아 혀를 보이는 일도 적었대요.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은 그 악마같은 위정자가 아니다, 다르다라는 뜻으로 혀를 내밀었다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안녕하세요?"역시 잦은 외침으로 "밤새 안녕"하기가 어려운 우리 선조들의 고단한 역사를 반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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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을 읽다보면, 우리와 무척 다른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을 좀 더 넓은 이해의 시각에서 볼 수 있어요. 한국처럼 '접촉'에 불편해하는 건조한 사회에서 북극의 이누이트의 코를 비비는 인사나, 등을 토닥이거나 뺨에 키스를 나누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인사법은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왠지 흉내내보고 싶어지게 정겹게 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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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족 사람들이 막 태어난 아기에게도 침을 뱉는 데는 모멸이 아닌, 생명축복과 존중의 메세지가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사막 기후대에 사는 그들에게는 물이 하도 귀해서 침도, 눈물까지도 아낄 정도래요. 침 역시 인체의 수분을 담고 있으므로 상대에게 침을 뱉는다는 것은 모욕이 아닌 존중의 의미인 셈이지요. 이처럼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는 인사법으로 배우는 문화인류학 입문서가 되어주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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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인사법은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됩니다. 인사법은 모두 달라도, 그 기저에는 상대에 대한 관심, 애정, 배려와 존중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또한 인사를 통해 우호적인 마음을 전한다는 점에서도 보편성을 찾을 수 있겠네요. '무기 사용할 마음이 없음'을 신체언어로 보여주는 악수의 유래만 보아도, 인사해서 적을 만드려는 사람은 없었겠지요? 따뜻하고 마음이 담긴 인사로는 친구를 만들 수 있어요. 문화권마다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인사를 진실한 마음으로 건넨다면, 우리 모두는 글로벌 시대에 최강의 소통력을 갖춘 셈이예요!

 

 

* 아참,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의 부록에서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때, "감사합니다"라는 인삿말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왕이면 "고맙습니다"는 어떠할까요? 고마움과 공손함의 정도가 더 약하다는 생각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일본식 표현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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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 태왕 :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던 왕 교과서 저학년 위인전 12
신현배 지음, 김태현 그림 / 효리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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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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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한 책이나, 창작동화는 많이 아이에게 권해주었는데, 막상 아이는 위인전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이왕이면 교과서와 연계된 위인전을 찾다보니, 효리원의  교과서 저학년 위인전 시리즈가 눈에 들어오네요.  소년한국일보와 어린이 문화진흥회에서 우수 어린이 도서로 선정될만큼 검증된 위인전집으로서 역사학자를 비록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제작에 참여하여 그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였답니다. 단순히 연대기 순서로 딱딱하게 위인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고의  아동 문학가 5인에게 의뢰하여, 위인의 성품과 행적이 입체감있게 살아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배치하여 입체감있게 위인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역사적 상상력을 키워줄 수준 높은 일러스트레이션과 본문과 연계성 높은 실사 사진도 함께 실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빛낸 위인 32명에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28명, 총 60명이 시리즈에 소개되어있습니다.  아무쪼록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꿈과 포부, 그리고 바른 인성을 심어주는데 따스한 마음 속 등대가 되어줄 위인전이라는 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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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원 교과서 저학년 위인전 중에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던 왕"이라는 부제의 <광개토 태왕>을 아이와 함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때에 따라서는 약한 토끼로, 혹은 포효하는 호랑이로 묘사되곤 했었지요. 심지어 중국은 '고구려 역사는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우리 역사를 넘보기도 한다는 군요. 이럴 수록 우리가 사실 토끼나 호랑이를 넘어, 더 넓은 땅에 살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공부해야합니다. 바로 광개토 태왕이 한반도 뿐 아니라 만주에까지 고구려 땅을 넓혀 큰 나라로 만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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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배 작가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눈높이에서 쉽게 고구려의 역사를 알려줍니다. 고구려 제 19대 광개토 태왕이 치른 392년의 관미성 전투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요. 상상 속의 장면이지만 신현배 작가의 힘넘치고 간결한 문체 덕분에 현실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고, 김태현 그림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역사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는 실사 사진이나 역사적 자료도 곳곳에 배치되어 '저학년 교과서 위인전'이 교과서와 높은 연계성을 갖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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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 태왕은 지략과 용맹이 뛰어나면서도 아량과 의리가 있었습니다. 죄없는 백제 백성의 피를 흘리지 않도록, 백제왕에게는 투항을 권유하였고, 신라가 왜나라 군사들에게 시달릴 때는 군사적 위험성을 알고도 5만 군대를 보내어 신라를 도왔지요. 그 와중에 후연군이 처들어와서 단 하 번의 공격으로 신성과 남소의 두 성을 점령해버렸어요. 뒤늦게 이를 알게된 광개토 태왕은 5만 대군을 이끌고 라오허 강을 건너 후연군을 공격했습니다. 1년치 식량이 있다면 성문을 굳게 닫은 숙군성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광개토 태왕이 막아버리자, 별수 없이 물을 구하러 후연 군사들은 성문을 열었지요. 이제 용감한 전투와 통쾌한 승리. 광개토 태왕은 대륙의 강자였던 후연을 물리치고 선조들의 원한을 갚았습니다. 우리 역사 어느 때도 이렇게 통쾌하게 최고 강자로 서본 일이 없습니다. 광개토 태왕이 3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자, 태자 장수왕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는 광개토 태왕릉비를 국내성 동쪽 언덕에 세웠고, 그 후예인 우리들은 한 때 대륙을 포효했던 광개토 태왕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역사적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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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저학년 위인전 시리즈>에는 위인 동화와 함께  읽으며 생각하며코너를 수록하였스니다. 우선 전체적인 줄거리를 아이 스스로 정리해보도록 단답형 문제나 한줄 요약 문제가 제시됩니다.  그 외에도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 전개해 보기 등 점차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어 있습니다. 꼬마 독자들은 스스로 답을 생각해보면서 해당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도 배우고, 논리력과 사고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아이의 의견을 경청하고 폭 넓은 관점에서 주제에 접근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주면 되겠지요?

함께 수록된 연표 역시 위인들을 마음 속의 역사연표 지도에 배치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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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을 잃은 시대, 혹은 닮고 싶은 멘토가 귀한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이들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해봅니다. 위인의 개념이 바뀐 셈이죠? 거창하게 세상의 흐름을 바꾸거나 만인이 그 이름을 다 아는 위인에서, 비록 크게 명성을 떨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최선을 다한 인물들로 말입니다. 위인이건 인물이건,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이가 있다면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에 대해 알려 접근하고, 또 내가 선 자리에서 그 위인(인물)의 향기를 풍기려 노력하는지.... 위인을 잃은 시대라 한탄만 말고, 직접 위인전부터 읽고 자녀에게도 읽기 권하는 건 어떨지요? 여기 60명의 이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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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 - 특수학교 선생님 일과 사람 20
김영란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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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
일과 사람 시리즈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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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직업'도 '조기 교육'의 비정규 과목인양 초등학생들에게 주입되는 지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학부모들의 욕구를 간파한 여러 출판사들에서 경쟁적으로 펴내준 덕분에 다양한 직업관련 초등학생용 서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차별되는 시리즈를 꼽으라면, 바로 사계절 출판사의 <일과 사람> 시리즈! 무엇보다, 나비 수집인양 직업의 다양성을 단순히 수집하고 나열하는 곤충채집식 접근이 아니라, 밀착 취재형 접근이라 마음에 든다. 예를 들어 이 시리즈의 10권인 <맥을 짚어 볼까요?>에서 김진경 작가는 한의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취재하고 책을 썼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시리즈의 20권인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의 저자 김영란도 무려 1년도 넘는 시간을 취재에 집중한 후 특수학교 선생님을 조명한 책을 썼다고 한다. 참으로 열렬한 장인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 덕분에 <일과 사람> 시리즈에는 구체적 사실성과 감동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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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서 김영란 작가는 무척이나 솔직하다. "이 책을 만들기 전에는 특수교육 선생님이나 장애에 별 관심이 없었다"니! 작가는 단지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는 동생을 소재로 이야기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단다. 그런데 취재 첫날, 작가는 특수학교나 일반 학교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인상을 받고 당혹스러워진다. 그래서 날마다 특수학교를 찾아갔는데 취재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1년이 넘어갔다. 그 간에 선생님과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선생님의 마음도 읽게 되고,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의 끈끈한 애정과 교감도 느끼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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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친구 중에 엄마가 육아로 인한 휴직 이전에 특수학교 선생님이셨던 친구가 있는데, 엄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일부러 아이 친구까지 함께 한 자리에서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를 읽었다. 왠지 "천사같이 온화하고 인내심 많은 선생님과, 조금 몸이 불편하지만 천진난만한 특수학교 아이들"이라는 정형화된 고정관념 이상은 알지 못하는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했기 떄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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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사실감 넘치는 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구체적인 인물을 상정하여 이야기를 이끄는 전략을 취한다. 바로 2학년 2반의 담임선생님, 하루 종일 아이들을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해 애쓴다. 글자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사물함엔 아이들 사진을 붙여 놓고, 아침 등교길 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리면 일일이 눈 맞추며 환영해준다. 색깔 수업을 하는데, 말 그대로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다. 아직 색깔 이름을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이름 익히기 놀이를 유도하고, 이미 이름을 아는 친구들에게는 글자로 색이름을 써보는 훈련을 시킨다. 선생님은 배움을 강요하거나 숟가락으로 밥 떠먹여주는 식으로 간섭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존중해준다. 실내화를 자꾸 짝짝으로 신는 소진이를 위해 신발 안쪽에 붙여준 스티커를 소진이가 뗴어버리자 소진이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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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먼 발치에서 아이들을 건조하게 관찰만하거나, 말로만 훈육하지 않는다. 대신 점심시간이면 아이들 사이에서 칭찬도 하고 격려도 해가면서 함께 밥을 먹고, 양치질도 한 명 한 명에게 다 가르쳐준다. 소위 "장애Vs 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에서 사람을 재단하는 험한 바깥 세상과 안전한 학교라는 이분적 틀에 아이들을  화초처럼 가둬두지 않는다. 대신 적극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목소리를 내는 삶을 유도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마을을 걸어 진짜 가게에 가서 물건도 사고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도 한다.


 선생님의 지극한 아이들 사랑만큼이나 아이들도 선생님을 진하게 사랑한다. 연필로 마구 갈겨 그린 듯한 난해한 낙서로 보일종이를 들고 선생님은 기뻐한다. "뭐라고 썼을까? 알 수 있는 사람? 나는 알 것 같은데! 내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며 줬잖아.나를 좋아한다는 뜻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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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행복하게 어울려 살면 좋겠어." 2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다르다고 자꾸 다르다고만 보려하는 세상의 시선,우리니 시선이 더욱 부끄러워진다. 무관심도 온정주의도 아닌,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2학년 2반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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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알라딘 신간평가단에게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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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7-2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