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 이슈북 7
신성식.차형석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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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아이쿱 ICOOP생협 생산법인 경영 대표 신성식과 이야기 나누다

조심스러워진다. 한국의 대표적 생협 ICOOP의 대표 신성식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연매출은 무려 3450억원에 이르며 괴산과 구례에 대규모 클러스터(제조업체와 물류센터를 한 곳에)를 추진중인 ICOOP생협. 소위 급성장에 "잘나가는" 만큼, 그 성장 위주의 정책과 이념적 순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축을 짚을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가 아닌, 생협의 문외한이지만 좀 이야기해보자.
한살림과 생협의 조합원 소식지를 예로 들어보자. 한살림은 1989년 한살림 선언 하에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의 정신을 추구해오고 있다. 실제 매달 한살림에서 제공하는 조합원 소식지를 보면, 제철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서 부터, 한톨 쌀알, 풀 한포기의 소중함과 농업을 통해 지키는 우리의 경제 자립, 생명줄에 대한 인식이 살아 있다. ICOOP생협에서 발간하는 소식지 역시 '윤리적 소비'라는 핵심정체성에 걸맞는 내용의 기사들과 다양한 조합안팍의 소식을 전하지만, 기본적으로 '물품 소개'에 가장 많이 지면을 할애한다. "이왕 먹을 거라면, 초코파이는 공정무역 초코파이! 이왕 먹을 거라면 사이다도 ICOOP 사이다, 이왕 못 피한다면 라면은 ICOOP공장에서 막 만들어 나온 유통기한 3개월짜리 유기농 라면으로". 매달 소식지에는 신제품 소개와, 미처 주목받지 못했으니 주목할 필요가 있는 물품에 많은 페이지가 할애된다. 이 분명히 갈리는 이 지점을 예의주시해왔다. 마침, 신성식 대표가 '성장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맞대응의 입을 열였다.
신정식 대표는 일종의 가치운동으로서 일어난 한국의 협동조합은, 사업적 이념보다 가치나 신념을 중시해왔기에 "협동조합은 성장하면 안된다" 라거나 "성장을 하게 되면 사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협동조합 초기 목적이나 초심이 바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지적한다 (p. 49). 신정식 대표는 이런 시선이 일본이 하는 방식을 따르는 사대주의 성향을 반영하거나 이념적 순결성에 빠져 있다고 맞비판한다.
인터뷰어 차형석은 이 지점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까? <시사 IN> 경제부에서 해외 협동조합을 취재한 계기로 협동조합및 사회적 경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이미 <협동조합, 참 좋다> 등의 저서를 낸 바 있다. 이 ICOOP생협의 성장주의 및 이념적 순결성 논쟁에 있어 차형석은 거리 두기를 취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변산농부 윤구병과의 인터뷰에서 보이던 뜨겁게 맞반응하던 호흡은 이번 인터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느 건조한 신문기사를 읽는 듯한 차분하게 거리를 둔 정리법이다. '(신성식)그의 말투는 빨랐고, 현안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었다 협동조합에 대해 머리속에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가 인터뷰어 차형석이 여백에 둔 코멘트의 전부였다.

ICOOP 생협에 대해 판단하기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협동조합의 시대는 오고 있으나 협동의 문화는 아직 멀리에 있다.....(중략).......다만 묵묵히 사과나무를 심을 수 밖에." 라는 신성식대표의 비유적 표현에도 공감한다. 아직도 많은 ICOOP생협의 조합원들이 생협의 이념과 가치 지향에는 한 톨의 관심도 없이, "왜 비닐봉투 안 주느냐,"하거나 반도 넘게 먹은 유기농 사과 맛없다고 반품하기도 한다. '유기농? 생협? 뭐 그런거 잘 사는 사람들 위한 거 아냐?'라고 막연한 반감을 내보이는 분도 있다. '생협의 활동가? 그거 거창한 거 아냐? 박사학위 있어야하나?'하면 조합원 활동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알아보려하지도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사과나무를 심는 손길이 모여서 우리 사회에 윤리적 생산 윤리적 소비의 정서가 더욱 많이 공유되고, 우리 밥상 우리 농촌 살려서 결국 살 맛나는 세상 만든다면 멋지지 않은가?
*
ICOOP생협은 앞으로 좀 더 지켜보고 싶다. 과정에 있는 듯 하다.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다는 문구의 포스터를 붙여 놓은 ICOOP커피 매장의 한 켠에서 흔히 대형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이다와 설탕으로 만든 스무디를 척척 팔고 있는모습을 보았기에, ICOOP을 사랑하고 응원하면서도 그 성장주의 정책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시선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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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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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교 시절 좌우명을 묻는 질문마다, "인간은 맹세나 약속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적어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의 지적 허영이었을 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었다는. 어른도 읽어내기 힘든 전문 번역의 두꺼운 러시아 고전을 어린나이에 얼마나 이해했으랴. "인간은 맹세나 약속을 해서는 안된다."는 문구는 16세의 유치함에 걸맞게 자기화한 해석 속에서 아마도 중간기말고사 시험을 위해 여러 지키지 못할 계획을 세워서는 안된다는 좁은 의미로 내려왔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읽었다. 톨스토이, 체호프의 단편들, 솔제니친, 고골, 푸슈킨에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학교 내신 성적을 포기해가며 열심히 섭렵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읽어서인지 그 중 반쯤은 줄거리만 기억날 뿐, 주제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나버렸다.
석영중 교수의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을 읽으면서, '러시아 문학의 그 진한 맛 깊은 맛 오묘한 맛을 다 놓치고 읽었구나'싶었다. 현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이자, 한국슬라브 학회 회장으로서 2000년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슈킨 메달도 받았다는 석영중 교수는 '물질인 동시에 물질을 초월하는 (p.5)' 무한대의 스펙트럼의 속성을 가진 음식에 대해 전공인 러시아 문학을 중심으로 글을 써보고 싶었단다. 2009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그 소망이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라는 맛있는 책으로 물질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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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란 문구야 말로, 러시아 문학을 '음식'을 코드로 새롭개 해독하는 석영중 교수에게 적합하지 않은가. 그는 푸슈킨에서 솔제니친에 이르는 많은 러시아의 작가들이 음식 이야기를 즐겨했고 음식을 상징과 비유로 사용하기를 즐겨했음에 주목하였다. 음식의 인류학, 음식사학과도 접점을 이루며,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에서는 음식 코드를 중심으로 작가의 삶, 작가가 살았던 러시아의 사회 문화며 시대상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러시아 문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오면서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주제였던 만큼, 그 방대한 사례와 분석의 깊이에 감탄하게 된다. 게다가 석영중 교수는 이 새로운 러시아 문학 해석을 문학비평가나 전문가들만을 위한 암호로서가 아니라, 비전공의 일반인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는 편한 에세이풍의 글로 풀어주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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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내용상 '러시아식 가정식 백반')'이란 소제목에 끌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에 대한 석영중 교수의 재해석을 유심히 읽었다. '그토록 유명한 작품이 이토록 재미없을 수 있을까?' 이해를 못하는 답답함에 울면서 중학교 떄 읽었던 <닥터 지바고>. 석영중 교수의 멋들어진 해석으로 다시 만나니 꼭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닥터 지바고의 시혼을 지핀 것은 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으로 회귀하게 해주는 따스한 가정, 자아인 집, 가정적인 매력의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집밥이었던 것이다.
석영중 교수의 바램처럼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로서 우리의 일상과 우리의 식사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봄꽃이 다 지기 전에 따뜻한 쌍화차와 쑥찰떡을 먹으며 다시 음미해보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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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안락사, 허용해야 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1
케이 스티어만 지음, 장희재 옮김, 권복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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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대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교양 21

안락사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적극 소개하는 시리즈가 있다. 좋은 책 널리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소개하는 그 시리즈는 바로 출판사 "내인생의 책"에서 발간 중인 "세상에 대해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칠 수 없는 진지한 논쟁거리들로 청소년 독자들의 글로벌 교양지수를 높여주는 이 시리즈는 25권까지 출간 예정이다. <안락사 (원제: Euthanasia)>는 그 중 21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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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는 케이 스티어만(Kaye Stearman)이 집필했다. 무기거래 반대 단체인 CAAT (Media Coordinator for Campaign Against Arms Trade)의 언론담당자로서 국제무기산업의 악폐를 지적하고 무기 생산국의 무장 해제를 위해 노력해온 사회적활동가로서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저서로는 세더잘 시리즈의 제11권 <사형제도 과연 필요한가?>와 제 12권에 해당하는 <군사개입>외에도 <노숙자> 등 인권 및 윤리관련된 서적들이 다수 있다. 케이 스티어만은 단순히 '안락사를 허용 할까? 말까?'의 양자 택일의 관점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안락사'가 여러 문화권, 종교, 법률 제도에 따라 상이하도고 다층적인 의미로 접근할 수 있는 화두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논쟁의 근원에는 생명의 존엄과 삶의 소중함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안락사'는 대학시절 교양과목, 그 이름도 딱딱한 윤리철학 과목에서 기막힐만큼 따분한 강의로 접해보았다. 그 때의 수업 강사가 케이 스티어만이었다면 안락사에 얽힌 수많은 함의에 실눈이라도 뜰 수 있었을 텐데..... 세더잘 시리즈의 <안락사>.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물론 저자 케이 스티어만이 다방면의 자료 조사를 거쳐 균형잡힌 시각에서 주제를 풀어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맥락에 맞게 적소에 소개된 실사례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89년 뇌사하고 1994년 영국 법률사상 법정에서 치료를 포기함으로써 죽음을허용한 최초의 판례로 남은 토니 블렌드의 사례, '인종 개량주의'의 끔찍한 일환이었던 독일 나치의 'T-4 작전 (지적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동과 성인들을 집단으로 살해한 작전으로 아돌프 히틀러가 1938년 승인함. 실제로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추진되었음)'등을 소개하고 있다.

본문의 논의를 맥락에 맞게 가장 극적으로 전달해주는 보충 사진 자료들은 자칫 법률이나 윤리철학의 논의로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논쟁들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해준다. 생생한 인포그래픽 덕분에 청소년 독자들은 물론 성인들도 인문교양서도 즐겁게 가속 붙여가며 읽을 수 있음을 경험할 것이다.


<안락사>의 매 챕터마다 '찬성 VS 반대', ' 알아두기' '간추려 보기' 및 '집중 사례탐구'가 소개되어 본문을 일목요연 정리해준다. 부록으로는 '안락사' 논쟁에서 등장하는 혼란스럽고도 어려운 다양한 용어를 풀어놓은 용어풀이에 아울러 연표, 우리나라 사례 소개 및 찾아보기 페이지가 실려 있어서 친절한 백과사전의 역할을 해준다.



세더잘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인 깔끔하고도 세련된 편집으로 <안락사>는 총 7장 구성의 옷을 입었다. 먼저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주목했었던 테리 샤이보 사례로 문을 열고, 1장에서는 '안락사의 정의 및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자발적/ 비자발적 안락사 및 적극적 /소극적 안락사를 나눈다.
2장 '의료 윤리와 안락사'에서는 의무주의 윤리설과 결과주의 윤리설 논쟁을 안락사와 연관해 그 찬반 입장을 소개한다.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안락사의 허용이 무차별적으로 남용되어 나치의 집단학살과 같은 살인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비탈길 이론(slippery slope theory)을 든다. 3장에서는 '안락사 규제, ' 4장에서는 의학의 발달(수명연장 보조기술)이 안락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5장에서는 나치의 T-4작전처럼 안락사가 악용된 사례들과 함께 안락사 반대 입장을 소개한다. 6장에서는 '존엄한 죽음'의 개념을 들어 안락사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본다. 마지막 7장에서는 안락사 논의에서 언론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안락사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될 뜨거운 감자임을 지적하며 마무리한다.

2010년 웃음 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 부부의 동반자살 소식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곧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안락사>를 읽으며 최윤희 부부가 떠올랐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지면 관계상 케이 스티어만이 집중해 다루지는 않았지만 생명의 존엄성에는 '고통'의 문제도 함께 수반된다. 추상이 아니라 실제로서....그리고 논의의 대상으로서의 안락사나 그의 결정 문제는 만약 그 사안이 자신의 가족, 지인, 친척을 대상으로 하면 추상이 아니라 구체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늘 그렇지만 세더잘 시리즈는 책을 덮고 나면 다시 읽고픈 욕구가 생긴다. 이리 틀어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안락사'가 여러 화두를 던져준다. 이 책과 아울러 Margaret Lock이 쓴 도 함께 권한다.<안락사> 덕분에 나도 다시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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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 이슈북 7
신성식.차형석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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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아이쿱 ICOOP생협 생산법인 경영 대표 신성식과 이야기 나누다

조심스러워진다. 한국의 대표적 생협 ICOOP의 대표 신성식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연매출은 무려 3450억원에 이르며 괴산과 구례에 대규모 클러스터(제조업체와 물류센터를 한 곳에)를 추진중인 ICOOP생협. 소위 급성장에 "잘나가는" 만큼, 그 성장 위주의 정책과 이념적 순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축을 짚을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가 아닌, 생협의 문외한이지만 좀 이야기해보자.
한살림과 생협의 조합원 소식지를 예로 들어보자. 한살림은 1989년 한살림 선언 하에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의 정신을 추구해오고 있다. 실제 매달 한살림에서 제공하는 조합원 소식지를 보면, 제철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서 부터, 한톨 쌀알, 풀 한포기의 소중함과 농업을 통해 지키는 우리의 경제 자립, 생명줄에 대한 인식이 살아 있다. ICOOP생협에서 발간하는 소식지 역시 '윤리적 소비'라는 핵심정체성에 걸맞는 내용의 기사들과 다양한 조합안팍의 소식을 전하지만, 기본적으로 '물품 소개'에 가장 많이 지면을 할애한다. "이왕 먹을 거라면, 초코파이는 공정무역 초코파이! 이왕 먹을 거라면 사이다도 ICOOP 사이다, 이왕 못 피한다면 라면은 ICOOP공장에서 막 만들어 나온 유통기한 3개월짜리 유기농 라면으로". 매달 소식지에는 신제품 소개와, 미처 주목받지 못했으니 주목할 필요가 있는 물품에 많은 페이지가 할애된다. 이 분명히 갈리는 이 지점을 예의주시해왔다. 마침, 신성식 대표가 '성장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맞대응의 입을 열였다.
신정식 대표는 일종의 가치운동으로서 일어난 한국의 협동조합은, 사업적 이념보다 가치나 신념을 중시해왔기에 "협동조합은 성장하면 안된다" 라거나 "성장을 하게 되면 사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협동조합 초기 목적이나 초심이 바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지적한다 (p. 49). 신정식 대표는 이런 시선이 일본이 하는 방식을 따르는 사대주의 성향을 반영하거나 이념적 순결성에 빠져 있다고 맞비판한다.
인터뷰어 차형석은 이 지점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까? <시사 IN> 경제부에서 해외 협동조합을 취재한 계기로 협동조합및 사회적 경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이미 <협동조합, 참 좋다> 등의 저서를 낸 바 있다. 이 ICOOP생협의 성장주의 및 이념적 순결성 논쟁에 있어 차형석은 거리 두기를 취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변산농부 윤구병과의 인터뷰에서 보이던 뜨겁게 맞반응하던 호흡은 이번 인터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느 건조한 신문기사를 읽는 듯한 차분하게 거리를 둔 정리법이다. '(신성식)그의 말투는 빨랐고, 현안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었다 협동조합에 대해 머리속에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가 인터뷰어 차형석이 여백에 둔 코멘트의 전부였다.

ICOOP 생협에 대해 판단하기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협동조합의 시대는 오고 있으나 협동의 문화는 아직 멀리에 있다.....(중략).......다만 묵묵히 사과나무를 심을 수 밖에." 라는 신성식대표의 비유적 표현에도 공감한다. 아직도 많은 ICOOP생협의 조합원들이 생협의 이념과 가치 지향에는 한 톨의 관심도 없이, "왜 비닐봉투 안 주느냐,"하거나 반도 넘게 먹은 유기농 사과 맛없다고 반품하기도 한다. '유기농? 생협? 뭐 그런거 잘 사는 사람들 위한 거 아냐?'라고 막연한 반감을 내보이는 분도 있다. '생협의 활동가? 그거 거창한 거 아냐? 박사학위 있어야하나?'하면 조합원 활동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알아보려하지도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사과나무를 심는 손길이 모여서 우리 사회에 윤리적 생산 윤리적 소비의 정서가 더욱 많이 공유되고, 우리 밥상 우리 농촌 살려서 결국 살 맛나는 세상 만든다면 멋지지 않은가?
*
ICOOP생협은 앞으로 좀 더 지켜보고 싶다. 과정에 있는 듯 하다.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다는 문구의 포스터를 붙여 놓은 ICOOP커피 매장의 한 켠에서 흔히 대형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이다와 설탕으로 만든 스무디를 척척 팔고 있는모습을 보았기에, ICOOP을 사랑하고 응원하면서도 그 성장주의 정책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시선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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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가장 깊숙한 곳 - 30년간 임사체험과 영적 경험을 파혜친 뇌과학자의 대담한 기록
케빈 넬슨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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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가장 깊숙한 곳
- 뇌과학자의 임사체험 연구서-

<내 아이를 위한 브레인코칭>, <내 아이를 위한 두뇌 코칭> <스마트 브레인> <아이의 대역습>, <남자아이 두뇌코칭> 그리고 <3, 7, 10 세 공부두뇌를 키우는 결정적 순간>까지......... 2012년과 2013년에 읽게된 양육서들의 공통점이라면 뇌과학, 두뇌 양육법을 화두에 올렸다는 점. 감성의 예술로서의 양육지혜는 이제 뇌과학 지식과 접목하여 과학적 육아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인가보다.

임사체험 역시 마찬가지. '신 혹은 신성과의 조우'와 연결지어 불가해한 '영적 체험'으로 여겨지던 영역이 뇌과학의 분석 대상으로 환원된다. 30년간 임사체험과 영적 경험을 탐구해온 케빈 넬슨의 <뇌의 가장 깊숙한 곳>(원제: The Spiritual Doorway in the Brain) 을 읽었다.

켄터키 대학 신경과 교수이자 영국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의 의료 책임자, 그리고 신경근 임상 신경생리학 연구소를 진두지휘 하는 케빈 넬슨은 임사 체험중의 뇌작동을 신경생리학적 접근으로 분석시도하였다. 혹자는 대형 유인원이나 네안데르탈인까지 거론하면서 인간만이 영적인 느낌을 지닌 유일한 영장류가 아니리라 (p. 318)는 그의 추측에 '인간만의 독특성'을 폄하당한 불쾌감을 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위 '초월적 영적 체험'을 폄하하거나 생물학적 현상으로 쪼개고 환원하지는 않는다. "냉정한 임상적 사실들이 우리의 영적인 삶에서 신성한 진액을 빨아내버릴까? 나의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p.319)"고 명백히 입장을 밝힌다.

임사체험이나 영적 체험시의 물리적인 뇌 작용을 분석한 케빈 넬슨은 많은 사례를 들어 접근 가능하게 화두에 접근한다. 어려운 의학용어보다는 '기절 놀이'하다 기절했을 때 경험한 자신의 환각상태, 수련의로 일하던 30년전 만났던 '조'라는 환자의 임사체험, 주위의 친지와 동료의사들의 임사체험 등을 친절히 소개한다. 그가 품은 의문은 단순하다. 답을 하기 어려울 뿐이지. "과연 인간이 영적 체험을 할 때 뇌에서는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케빈 넬슨은 종교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고전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시작하여, '유령 팔다리(대게 '환상사지'로 번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옮긴이 전태호는 이렇게 옮겼다)' 임사체험 경험을 표본화 하려는 다양한 시도에서 아이디어를 취한다.


30년간의 집요한 탐구 끝에 케빈 넬슨이 접근한 결론은 임사체험은 렘침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풀어말하면, 렘 스위치가 완전히 한 방향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깨어있는 의식과 렘 의식을 혼합시키게 된다(렘 침입)고 한다.
예를 들어, 임사 체험자들 상당수가 공통으로 주장하는 빛을 보는 현상은 렘 상태에서의 시각 활성화로, 신체 이탈 경험은 렘 상태에서의 관자마루엽 접합부 기능 장애로, ‘죽은 듯한 상태’는 렘 마비로, 임사체험이 지닌 이야기적인 성격은 렘 상태에서의 꿈으로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신적인 영역으로 해석하는 천국의 빛 역시 뇌의 생존 메커니즘이 만든 꿈이라는 것이다. 유체이탈의 경험을 수십번 해본 나역시 케빈 넬슨의 설명에 수긍이 많이 간다. 수초만에 우주의 공간을 점프하듯 넘어다니고, 눈 아래에서 내 육체와 타 영혼들을 보였던 것도 결국 렘 침입 현상에서 비롯된 꺠어 있는 상태에서의 꿈일지도 모른다. 짜릿한 독서 경험이었다. 케빈 넬슨의 <뇌의 가장 깊숙한 곳>(원제: The Spiritual Doorway in the Brain). 다만 책 여기저기에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성전인양 인용하고 참조하였어도 어디에서도 '영적' '신적'이라 칭하는 것에 대한 정의를 명쾌히 하지 않아 독자로서 답답했다. 전문 번역가이자 서울대 출신의 전대호의 번역도 번역체를 버리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정독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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