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 이슈북 7
신성식.차형석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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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아이쿱 ICOOP생협 생산법인 경영 대표 신성식과 이야기 나누다

조심스러워진다. 한국의 대표적 생협 ICOOP의 대표 신성식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연매출은 무려 3450억원에 이르며 괴산과 구례에 대규모 클러스터(제조업체와 물류센터를 한 곳에)를 추진중인 ICOOP생협. 소위 급성장에 "잘나가는" 만큼, 그 성장 위주의 정책과 이념적 순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축을 짚을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가 아닌, 생협의 문외한이지만 좀 이야기해보자.
한살림과 생협의 조합원 소식지를 예로 들어보자. 한살림은 1989년 한살림 선언 하에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의 정신을 추구해오고 있다. 실제 매달 한살림에서 제공하는 조합원 소식지를 보면, 제철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서 부터, 한톨 쌀알, 풀 한포기의 소중함과 농업을 통해 지키는 우리의 경제 자립, 생명줄에 대한 인식이 살아 있다. ICOOP생협에서 발간하는 소식지 역시 '윤리적 소비'라는 핵심정체성에 걸맞는 내용의 기사들과 다양한 조합안팍의 소식을 전하지만, 기본적으로 '물품 소개'에 가장 많이 지면을 할애한다. "이왕 먹을 거라면, 초코파이는 공정무역 초코파이! 이왕 먹을 거라면 사이다도 ICOOP 사이다, 이왕 못 피한다면 라면은 ICOOP공장에서 막 만들어 나온 유통기한 3개월짜리 유기농 라면으로". 매달 소식지에는 신제품 소개와, 미처 주목받지 못했으니 주목할 필요가 있는 물품에 많은 페이지가 할애된다. 이 분명히 갈리는 이 지점을 예의주시해왔다. 마침, 신성식 대표가 '성장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맞대응의 입을 열였다.
신정식 대표는 일종의 가치운동으로서 일어난 한국의 협동조합은, 사업적 이념보다 가치나 신념을 중시해왔기에 "협동조합은 성장하면 안된다" 라거나 "성장을 하게 되면 사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협동조합 초기 목적이나 초심이 바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지적한다 (p. 49). 신정식 대표는 이런 시선이 일본이 하는 방식을 따르는 사대주의 성향을 반영하거나 이념적 순결성에 빠져 있다고 맞비판한다.
인터뷰어 차형석은 이 지점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까? <시사 IN> 경제부에서 해외 협동조합을 취재한 계기로 협동조합및 사회적 경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이미 <협동조합, 참 좋다> 등의 저서를 낸 바 있다. 이 ICOOP생협의 성장주의 및 이념적 순결성 논쟁에 있어 차형석은 거리 두기를 취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변산농부 윤구병과의 인터뷰에서 보이던 뜨겁게 맞반응하던 호흡은 이번 인터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느 건조한 신문기사를 읽는 듯한 차분하게 거리를 둔 정리법이다. '(신성식)그의 말투는 빨랐고, 현안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었다 협동조합에 대해 머리속에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가 인터뷰어 차형석이 여백에 둔 코멘트의 전부였다.

ICOOP 생협에 대해 판단하기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협동조합의 시대는 오고 있으나 협동의 문화는 아직 멀리에 있다.....(중략).......다만 묵묵히 사과나무를 심을 수 밖에." 라는 신성식대표의 비유적 표현에도 공감한다. 아직도 많은 ICOOP생협의 조합원들이 생협의 이념과 가치 지향에는 한 톨의 관심도 없이, "왜 비닐봉투 안 주느냐,"하거나 반도 넘게 먹은 유기농 사과 맛없다고 반품하기도 한다. '유기농? 생협? 뭐 그런거 잘 사는 사람들 위한 거 아냐?'라고 막연한 반감을 내보이는 분도 있다. '생협의 활동가? 그거 거창한 거 아냐? 박사학위 있어야하나?'하면 조합원 활동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알아보려하지도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사과나무를 심는 손길이 모여서 우리 사회에 윤리적 생산 윤리적 소비의 정서가 더욱 많이 공유되고, 우리 밥상 우리 농촌 살려서 결국 살 맛나는 세상 만든다면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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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OP생협은 앞으로 좀 더 지켜보고 싶다. 과정에 있는 듯 하다.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다는 문구의 포스터를 붙여 놓은 ICOOP커피 매장의 한 켠에서 흔히 대형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이다와 설탕으로 만든 스무디를 척척 팔고 있는모습을 보았기에, ICOOP을 사랑하고 응원하면서도 그 성장주의 정책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시선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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