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분석한 많은 글 중에서도 내가 좋아했던 표현은 "필수와 비필수가 재정의되는 현상," 쉬운 말로 "뭣이 중한디!" 였다.
이 표현은 대파와 매우 관계가 깊다. 오늘 처음으로 대파를 따로 주문해서 배송받아 봤다. 파만큼은 무농약도 피하고 꼭 유기농만 고집하는데 이번엔 이런저런 인증마크 없는 대파를 사보았다. 사실 욱해서 샀다. 모든 채소 중 구매 빈도와 소비량으로 봤을 때 나와 가장 친한 채소가 바로 대파! 실은 대파의 뿌리, 모든 육수에 필수 재료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파로 우려낸 육수 특유의 알싸한 향을 너무도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주로 이용하는 친환경식품 매장에서 벌써 몇 번째나 대파 뿌리를 댕강 잘라내고 몸통만 남긴, 소위 보기 좋은 대파를 가져다 놓는다. 문의해보면 대파뿌리에서 흙이 쏟아져서라나? 항의 아닌 항의로 '온전체 대파'를 원한다고 소비자의 소망을 전하지만 간혹 그렇게 파뿌리 잘린 댕강 대파가 진열되어 있다. 며칠 전에도 수북하게 진열대에 쌓인 유기농 대파에서 머리부분이 다 잘려나가 있는 것이다! 뿌리 없이 몸통만 달랑 남은 대파가 비닐 봉지 안에서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데, 나는 보자마자 화가 났다.
대파가 뿌리 내리며 얼마나 애썼을까? 그 뿌리는 분명 쓰임이 있거늘, 게다가 얼마나 요긴할 텐데.... 소위 진열대에서 좋아 보이라고 댕강댕강 뿌리를 잘라 놓다니! 다시 전화 걸어 항의(?)해보았자, 이 매장은 또 이러겠구나 싶은 마음에 울화도 치밀었다. 단지 파뿌리 육수 못 내서 화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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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나는 마음에 뿌리가 두꺼워 보이는 아무 대파나 사보았다.(근데 농약과 비료 드신 점보 대파이다 보니 파뿌리를 끓여도 특유의 알싸한 좋은 향이 안...덜....난다....이것도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