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편집실에 사과 말씀부터. "비룡소=어린이출판사" 등식으로 기억해 둔 터라, [헤이, 나 좀 봐]를 그냥 지나칠 뻔 했어. "중2 격동기"를 그린 책인가 봐 하면서. 아니지. 사실, 좋은 책은 독자를 나이, 성별, 국적으로 차별하지 않잖아? 그냥 좋은 책이지.
격하게 울었다고. 대낮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읽고 펑펑 울었던 때도 대낮이었는데. [헤이, 나 좀 봐] 가 이런 만화책인지 상상도 못하고 집었던 거야.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재 아닌 부재(스포일러 되지 않기 위해 이 정도로만)" 속에서, 조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란 재럿 크로소치카. 그의 TED 강연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다지만, 아직 작가에 대한 이 뜨거운 감동(+환상)을 깨기 싫어서 나중에 찾아보려 해.
인품이 좋은 작가. 재럿.
완벽주의 성향이 상당하고.
[헤이, 나 좀 봐]의 주조색이 톤 다운된 주황색인데, 의도된 선택이야. 게다가 자서전적 이야기 중간 중간 등장하는 편지, 사진, 그림 등은 실제 작가가 차곡차곡 수집한 자료들을 활용한 거지. 자신의 재능이 엄마에게서 왔다고 감사하는 문장에서, '엄마의 재능까지 독자가 어떻게 확인해?'하는 의심도 들었는데, 다시 책 뒤지다가 찾았어. 꼬마 재닛이 받은 엄마의 편지 속에 엄마가 그린 그림이 있었지. (촌스럽다 싶은) 파인애플 디자인이 왜 여러 번 이 책에 등장하는지도, 당신이 책 읽고 직접 확인해본다면 나처럼 울지도 모르지. 재럿 크로소치카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니까. 의도된 선택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