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자들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1
주원규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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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세 명의 평범한(?) 고등학생이 있다. 기, 농, 도. 특이한 이름들이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선 그들은 싸이코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특이한 고등학생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회에 불만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 했던 사람들이었다. 세 사람 모두 수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에도 충분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무서운 이야기인 『광신자들』은 오직 이 세 명의 고등학생들을 통해서만 진행된다. 진행 방식은 따로 떨어져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시점이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카메라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쫓아가는, 그런 시점이랄까? 어쩌다 세 사람의 장면이 만나기도 하는데 그런 건 흔하치 않은가? 이 소설을 하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섬뜩한데.

 

 종족 분쟁으로 내전 중인 아프리카의 소국도 아니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에 테러를 감행하려 하는 기, 농, 도,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일탈(일상 탈출)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한 번쯤 쳇바퀴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성적에 대한 압력과 경쟁에 찌든 고등학생들은 더욱 그러리라. 어떻게 보면 싸이코이자 왕따인 이 세 사람의 행동은 어떤 면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수제 총을 만들어 난사하고 폭탄을 터뜨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각이지만. 고등학생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일상에 힘들어하거나 지루해 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일상 탈출에 대해 생각했으리라. 소설가 같은 경우 하루하루가 다른 삶을 살겠지만.

 

 소설의 제목 『광신자들』은 작중 인물인 '농'이 믿는 사이비 종교 '정크'에서 비롯된 것 같다. 사실상 이 소설을 이끄는 원동력이 바로 그것이다. 기는 예외로 하더라도 농과 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크'를 통해 움직인다. 농은 인터넷 카페 '정크'의 주인인 '구루'의 말을 믿으며 국회의사당을 터뜨릴 계획을 세웠고, 도는 자신을 모욕했던 클럽 '정크'의 사장을 찾으며 난봉을 부린다. (알고 보니 '구루'가 '정크' 클럽의 주인이었고, 그는 찜질방에 있었다) 기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살 명품백을 사려 백화점에 갔다가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사에 총기를 난사한다. 때마침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던 터라 그의 이러한 행동이 광신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상을 탈출한 자는 일상의 소중함을 곧 깨닫게 될 것을 말이다. 비록 소설은 이야기의 절정에서 막을 내리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불 보듯 뻔하다. 그들은 체포될 것이고 이제 그들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바뀌리라. 그제서야 그들은 자신의 광신을 후회하며 일상을 바라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잘못된 믿음은 이미 그들의 삶을 망쳐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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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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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추리소설은 범인을 베일로 감싸 놓은 후 작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형사가 그 사람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나는 이러한 추리 방식에 싫증 났다. 어째서 모든 추리소설이 범인을 드러내러는 안 되는 악처럼 묘사하는가? 범인(犯人) 역시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범인 역시 인간다운 이야기가 반드시 숨겨져 있으리라.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의 주인공 알렉스처럼.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범인의 행각을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에 따라 형사와 그의 보조가 작품을 이끌어 가는 내용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정반대다. 아니, 그 기준은 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알렉스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145cm의 단신 카미유가 아니라 '알렉스'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그렇다면 알렉스라는 여성은 누구인가? 본명은 알렉스 프레보스트인 그녀는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는 지독하게 평범한 외모였지만, 그녀에게 성징이 일어나면서 놀랄 만큼의 외모의 탈바꿈이 일어난다. 그 결과, 그녀는 어떤 남자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아름다움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독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알렉스를 납치하여 새장에 가둔 장 피에르 트라리외조차도.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 소설은 각각 다른 면모의 알렉스를 보여준다. 제 1부는 '피해자로서의 알렉스'를, 제 2부가 '가해자로서의 알렉스'를 보여주었다면, 제 3부는 그 두 가지 모습의 입체적 조명을 보여준다. 물론 그 때부터는 카미유가 주인공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게 되지만.

 

 나에게 『알렉스』라는 작품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다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추리소설 못지않게 긴장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범인을 살아 있을 때 발견하여 직접 이야기를 듣지만 이 소설은 알렉스의 자살로 인해 불완전한 결말로 끝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되는 잔인한 방식의 살인의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책을 놓기 힘들다. 그것은 알렉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전까지 막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알렉스라는 여성에 매력을 느낀 독자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책을 덮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다. 만약 피에르 트라리외가 알렉스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니면 그녀를 납치하지 않았다면, 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도화선은 그 전부터 깔아져 있었다. 제 3부에서 그녀의 슬픈 사연이 밝혀지면서 『알렉스』는 사회파 스릴러의 윗자리에 오르게 된다. 단순한 연쇄살인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살인자'에 대한 연대기로 변화되면서 말이다. 그것이 이 작품이 가진 큰 힘이자 성공의 비결이다. 소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형사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다양한 요소에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

 

 『알렉스』를 나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혹시 당신이 이야기를 모두 알아버려도 상관없다. 이 소설에 비밀 같은 독자를 피곤하게 하는 요소는 없다. 그저 이 슬픈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모든 해답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고민해 보라. 황당하겠지만, 만약 일어난다면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뀔 테니. 마지막으로, 좋은 소식 하나를 남기고 이 글을 마친다. 이 작품은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으로, 앞으로 그의 다른 작품도 출간될 예정이다. 게다가 카미유 형사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작가의 연작 소설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앞으로 국내에 소개될 다른 두 편의 사회파 스릴러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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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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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저녁 식사와도 같은 소설. 누군가는 이 책, 『디너』에 대해 이렇게 평할 것이다. 책 제목의 의미가 '저녁 식사'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 역시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담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차마 『디너』를 그렇게 부를 수 없다. 이 놀라운 이야기 속에 담긴 주제와 서술을 '저녁 식사'에 비유하는 것은 큰 무리니까. 나도 책을 '메인 요리' 장까지 읽었을 땐 그저 평범한 라이트노벨에 가까웠다. 그러나 식사의 하이라이트에 다가갈수록 작품의 무게는 더해진다. 오붓한 저녁 식사가 사실은 아들들이 저지른 중대한 범죄에 대한 토론이었다면 믿어지겠는가?

 

 이 소설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서양식 식사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사실 그것은 소설의 목차와 다를 게 없다. 식전에 마시는 술을 의미하는 '아페리티프'로 시작하여 메인 요리 이전의 입맛 다심을 위한 '애피타이저', 그리고 본 식사의 핵심인 '메인 요리(하지만 『디너』에서는 이 메인 요리도 하나의 전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히려 헤르만 코흐는 메인 요리 이후의 '디저트'와 '팁'에 중요한 의의를 두었다. 어쩌면 소설의 핵심은 그가 첫 장을 시작하기 전에 인용했던 <저수지의 개들>의 한 대사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독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디너』는 누구보다도 부모들에게 권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소설은 정치인들에게 권해야 할 것이다. 가족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끌어와 정치가의 도덕적 의무에 대해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 소설이 "밤을 지새우게 하는 놀라운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아들이 평범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노숙자를 살해하여 온 세상의 추적을 받게 된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범상치 않는 가설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막을 내린다. 그래서 이 책이 남기는 여운이 더 진한 것이다. 이 도덕적 딜레마를 쉽게 결론 내려버린 작가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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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고래
장석주 지음, 이두식 그림 / 문학의문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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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만 듣던 『독도 고래』를 다 읽었다. 감각적으로 읽었다. 눈에 띄는 문장에는 밑줄 치고 이야기는 해류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계속 안도현의 『연어』와 비교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겠다. 고래의 이야기와 물고기의 이야기는 엄연히 다르다. 어디에 기원을 두는지도 모르는 연어의 이야기에 비해서는 우리의 땅 독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독도 고래가 더 친숙하고 가깝게 여겨진다. 연어의 이야기가 한 편의 아름다운 비유였다면, 고래의 이야기는 꿈을 이루는 법을 가르쳐주는 감동적인 동화이다. 결론은, 더 이상은 비교할 수 없다는 것.

 

 『독도 고래』는 '꿈'과 '기원'을 찾기 위한 '여정'이 주 내용이다. 우선 주인공인 '외뿔이'가 소개된다. 그는 고래 사회에서도 유독 특별하다. 그는 그 사회에서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고래일까?"라고. 바꿔 말하면, 우리는 왜 인간인가? 우리는 인간이면서도 자신이 '왜' 인간인지 묻는다. 하지만 고래 외뿔이는 계속 묻는다. 왜, 왜, 왜. 만나는 이들에게 항상 물어본다. 그러면서 그는 배운다. 그가 여정을 시작한 이유도, 꿈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질문 때문이었다.

 

 외뿔이가 여정을 시작하기 전의 이야기도 주목해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고래 사회에서 추방되었으나 아주 지혜롭고 위대한 고래였다. 그의 어머니는 외뿔이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며 함께 살다가 상어떼에게 먹히고 말았다. 홀로 남은 외뿔이는 자신의 일곱 친구들과 우연히 만난 갈매기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며, 점점 성장한다. 하지만 고래 사회에서 강자로 여겨지는 불량배 고래들을 용감하게 무찌르다가 외뿔이는 퇴학 조치를 당하고 만다. 결국 고래 사회에서는 매장될 운명이었던 외뿔이는 갈매기마저 죽자, 여정을 떠나기 시작한다. 꿈을 찾기 위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외뿔이의 스승들 중 한 명인 흑범고래가 가르쳐준 여섯 가지 '꿈법칙'이었다. 여기에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독도 고래』를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꿈법칙을 적어 본다.

 

 

 네가 그것을 생각할 때 행복해지는 것, 그게 바로 네 꿈이란다. 네가 그것을 바라는 것만큼 그 꿈도 네가 다른 꿈이 아니라 자신에게 오도록 간절하게 갈망한단다. 혼자만 바라는 것은 진짜 꿈이 아니란다.

 

 꿈들을 가슴에 품고, 진정으로 갈망해야 한다! 그래야 꿈이 너를 알아볼 수 있단다.

 꿈을 기다리지 말고 네가 먼저 꿈 앞에 나가라! 이게 꿈법칙의 두 번째 단계란다.

 꿈법칙의 세 번째 단계는 꿈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집중!"

 꿈법칙의 네 번째 단계는 꿈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사랑!"

 꿈을 위해 향상하는 것이다. 향상이란 진정성을 가지고 삶의 정수를 바닥까지 다 마시는 것이야. 항상이란 모든 존재의 목적이야.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진 존재가 되어야 한단다.

 꿈에 도전하고 그 꿈을 함께 실현할 도반을 찾으라는 것이다. 도반이란 벗이며 스승과 같은 존재지. 누구나 꿈을 좇다 보면 반드시 시련과 위기를 만나게 되지. 그래서 좌절하고 꿈을 포기하려고 할 때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 거야.

 

 그리고 이후 외뿔이는 누구도 만나지 못한 '바다 속 바다'를 찾게 된다. 이 아름다운 결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책을 덮었을 때 이미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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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2 밀리언셀러 클럽 125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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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의 힘. 돈 윈슬로라는 저자를 나의 기억에 각인시킨 작품. 그의 첫 작품이었던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단순한 관심 정도에 그쳤으나 이 소설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출간되니 관심도도 높아졌고, 두 권의 분량이니 어떤 대단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The Power of the Dog'라는 제목 역시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과연 이 미스터리 작가는 무려 30년 동안 길게 끌었던, 베트남 전쟁처럼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 같은 멕시코 마약 전쟁을 어떻게 독자에게 흥미진진하게 보여줄 것인가? 하지만 이 책은 전쟁사가 아니다. 전쟁과 폭력, 그리고 인간의 타락을 통해 그들의 내면 속에 잠들어 있는 '악'이 어떻게 깨어나고 그 악이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보여주는 추악한 역사다.

 

 개의 힘. 그것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 기원은 구약 성서에서 찾을 수 있다. 시편 22편 20장, 이 구절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여기서 '개의 힘'이란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몰아낼 수 없는 악과 모두에게 내재된 악의 가능성을 뜻한다. 이 '모두'는 소설 속에서는 100명에 달하는 등장인물 전부를, 현실에서는 인류 전체를 뜻한다. 즉, 『개의 힘』은 '모든 인간은 악하다'라는 전제를 두고 시작하는 것이다. '국경의 왕'이라 불리는 마약 단속반 아트 켈러, 일명 '하늘의 군주'로 일컬어지는 마약 조직 보스 아단 바레라, 고급 매춘부로서 아름다운 외모로 모든 남자들을 매혹시키는 노라 헤이든, 그리고 아일랜드계 킬러 칼란, 그리고 그들 주위를 이루는 수많은 인물들의 끊임없는 악의 회전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때로는 아트가, 때로는 아단이, 때로는 노라가, 때로는 칼란이, 때로는 그 밖의 다른 인물들이 각 장면마다 주인공처럼 움직이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저자는 단 한 사람의 개의 힘도 무시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주인공이라 불리는 그들은 선하지 않다. 심지어 '정의'를 상징하는 경찰인 아트 켈러 역시 서서히 개의 힘에 굴복하고 만다. 그러니, 누굴 탓할 것인가? 그 힘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을.

 

 개의 힘. 나는 처음에 노라라는 인물 때문에, 그리고 마약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소설이 뻔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불안해 했다. 노라 때문에 소설이 선정적인 싸구려 소설로 변질될 까봐 두려웠고 마약 전쟁이라는 배경에 너무 얽매여 이야기의 흥미와 긴장을 쏙 빼버릴까 불안했다. 하지만 돈 윈슬로는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을 모두 깨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가히 거장이라 할 만하다. 누구도 생명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 섬뜩한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과연 실제로도 이랬을까? 멕시코 마약 전쟁은 실제로 존재했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일부 사건 역시 현실 속에서 듣고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 이 게임이 너무나 리얼한 까닭이었을까? 만약 이 대작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망작이 될 것이리라. 3부작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이 엄청난 이야기를 어떻게 2시간 만에 요약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의 힘. 많고 많은 인물이 있었고 또 세월이 흐르면서 많고 많은 인물들이 죽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후안 신부'였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개의 힘』 중에서 유일하게 이 자만 그 거부할 수 없는 힘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선했으며 억울하게 죽은 성인이었다. 노라와 사랑에 빠졌으나 그것은 저급한 사랑이 아니었으며 외모로 인한 사랑도 아니었다. 늙은 후안 신부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한 사람은 매춘부 노라였다. 그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노라는 그 전까지(그리고 그 이후) 다른 남자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수없이 겪었으나 자신이 그 노인을 사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개의 힘이 비록 절대적인 것이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품고 있으며 사랑을 하고 있다.

 

 개의 힘.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만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사건이었다. 그 사랑을 싹트게 한 것은 개의 힘 때문이 아니었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기억할 수 있는 장면, '멕시코 지진 장면'이다. 나 역시 다른 것은 다 잊어도 이 지진 장면만은 오래 갈 것이다. 정말 박진감 있으면서 고요하게 흘러갔다. 노라와 후안 신부는 똑같은 지진을, 똑같은 붕괴를, 똑같은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 '공감'으로 인해 두 사람은 만났고, 이내 사랑에 빠진 것이다. 지진은 절망스럽지만 그 속에서 개의 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희망이 싹트고, 다시 세상은 개의 힘에 맞서 움직이고 있다.

 

 마지막 개의 힘. 이제 끝이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는지 아무도 모르는 이 게임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누굴까? 『개의 힘』의 결말이 궁금한가? 직접 읽어보라. 1000쪽이라는 분량이 부담된다고? 걱정하지 마라. 일단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느라 정신 없을 테니까.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서 좋았다. 『끌림』이 그랬듯이, 『개의 힘』도 부정할 수 없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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