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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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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일종의 역사소설이다. 카자크들의 반란에 대한 소설인데, 이 책은 그 반란을 카자크 인의 관점으로 서술했다. 주인공 타라스 불바가 바로 카자크이며, 그의 아들 역시 불바의 피를 물려받았다. 

 고골은 카자크들의 반란에 대해 원인부터 결말까지 철저하게 밝혀내고 있다. 카자크들의 대장인 불바는 약간 무모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는 배신한 자신의 아들을 죽일 만큼 냉혹하고 엄격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죽는 장면은 조용하기 짝이 없다. 타라스 불바는 죽기 전에 유언과 저주를 남기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불바의 아들 중 안드레는 적군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본의 아니게 카자크들을 배신한다. 그는 적군의 진영을 돌아다니면서 그들도 전쟁으로 고통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은 카자크들의 반란에 대해, 전쟁에 대해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단순한 재미에 있지 않다. 이 책이 뜻하는 바는 '반전'이다. 카자크들이 반란을 벌인 것에 대한 고골의 평가는 이 책에 없지만, 반란이나 전쟁이 낳는 그 참혹한 결과에 대해서는 비판한다. 

  

 고골만이 카자크의 반란에 대한 소설을 썼다고 하면 곤란하다. 카자크들의 반란은 러시아 작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푸슈킨이나 톨스토이 같은 러시아의 문호와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과 같은 방대한 작품이 다룬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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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책 + CD 1장) - 명작 영한 대역 완역판 삼지사 명작영한대역 7
생 텍쥐페리 지음 / 삼지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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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는 유기적인 소설이다. 즉,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어서 분리된 내용처럼 보이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대, 5장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는 12장에 나오는 주정뱅이의 그것이다. 그 주정뱅이는 처음부터 술을 그렇게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씨였던 바오밥나무가 점점 자라나다가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처럼, 이 자는 계속 술을 마시다가 그것에 중독되었다. 요컨대, 그의 몸 속에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바오밥나무가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
 

 『어린왕자』는 어른을 위한 책이다. 그 사실은 헌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생텍쥐페리는 이 책을 레옹 베르트라는 '어른'에게 바쳤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책을 너무 아동용으로 만들고, 어른들이 이 책을 사 줘도 그들은 이것을 읽지 않는다. 생텍쥐페리가 이 사실을 안다면 우리나라에 대해 큰 실망을 느낄 것이다.

 

 『어린왕자』가 유기적인 소설이라는 사실은 이미 첫 부분에서 했다. 그리고 그 예도 5장과 12장의 예로써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몇몇 장을 더 연구해보고, 관련성을 찾기로 했다.

 1장은 그 유명한 '모자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이 책을 읽음으로써 화가라는 꿈을 발견하고, 그 증거로서 곰곰이 생각한 후에 그린 보아뱀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모자라고 여기는 이야기. 그것은 어른들이 상상력이 없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실 어른들은 생각을 많이 하는 존재다. 그러나 비슷한 생각만 반복적으로 하지, 색다른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이것이 어른들이 대체로 상상력이 없는 이유다. 또한 1장은 어른들의 배타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배타주의란 국어사전에 따르면 ‘남을 배척하는 사상 경향’이라는 뜻이다. 배타주의는 남을 배척하고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쳐 생기는 여러 문제들(예컨대, 한 지역 사람들이 자기들과 같은 지역 출신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위 등이 있다)이므로 좋은 현상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 외에도 1장에서는 생각할 만한 요인이 많다. '나'는 화가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었지만, 어른들은 그런 것 대신 지리나 역사·산수·문법을 배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직업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꿈을 방해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직업을 강요한다. 물론 자신이 못 이룬 한을 자식들이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자신의 직업을 이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 이것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2장은 1장과 연결되어 있다. '나'는 비행기를 고치다가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를 만나게 된다. '나'는 어린왕자를 처음에 보고 아주 이상한 꼬마로 여긴다. 그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자신은 생사를 건 일을 하고 있는데, 여유롭게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니, 나라도 황당할 것이다. 그러나 곧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된다. 그것은 상자 그림 때문이다. 여기서 이 상자는 1장의 보아뱀 그림과 일맥상통하다. 만약 1장에서 '나'가 이 상자 그림을 그리고 안에 뭐가 있냐고 물으면 상상력이 없는 어른은 그저 상자일뿐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그 그림을 이해했다. 그가 사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보아뱀 그림을 보여줬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이 사막에서 그 그림을 보여주자, 어린왕자는 이해했다. 그리고 친구가 된다. 진정한 친구의 요소는 사람의 수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자신과 공감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2장에서는 복선도 등장한다. 어린왕자는 상자 속의 양을 보고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3장에서는 그것이 '보물'이 된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즉,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3장에서 어린왕자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그는 계속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대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면서 그는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또한, 쓸데없는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별이 아주 작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을 '아주 중요한 두 번째 사실'로 간주한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4장은 1장에서 어른이 왜 상상력이 없는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숫자와 관련된 질문 외에는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로 본질적인 질문은 모른다. 이것이 어른들이 상상력이 없는 이유일 것이다. 쓸데없는 질문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짧게 대답할 수 있다. 대답이 짧으면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준다. 물론 함축적인 대답은 예외지만, 그들이 숫자에 관련된 질문으로 묻는다면 "1등", "60평" 이것이 전부다. 그러니 어떻게 상상력이 늘어나겠는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들이 외모상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겉모습 뒤에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한다. 즉, 정말로 중요한 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른들이 상상력이 없는 이유는 생텍쥐페리의 이유로는 이것이다. "그들은 본질적인 것 또는 정말로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3장에서 강조한 것의 이유가 7, 8, 9장에 걸쳐서 나온다. 그토록 작은 별에서 어린왕자는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만난다. 그러나 그 꽃은 지구에 있는 수천 송이의 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21장). 지구는 넓지만, 소중한 친구는 없다. 오히려 진정한 친구는 사람이 없는 사막이나 굉장히 좁은 어린왕자의 별에 있다. 다시 한 번 진정한 친구는 사람의 수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크기'에 관한 문제는 10장에서 16장까지 계속 나온다.

 10장은 왕의 별이다. 그는 착각을 하는 존재다. 어린왕자는 별을 떠나기 전에 '어른들은 정말로 이상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10장의 왕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토록 작은 별에도 이상한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장에서는 멋진 구절이 하나 나온다.

 "그러면 그대 자신을 심판하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로다.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심판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니라. 그대가 정말 자신을 잘 심판할 수 있게 된다면 그대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로다." (p.88)

 "자신을 심판하라"는 의미는 곧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비슷하다. 자신을 심판하는 것은 곧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고, 자신을 판단하는 것은 곧 재판하는 것이며, 자신을 재판하는 것은 자신을 회개하는 것이며 또한 자신을 회개하는 것은 곧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다. 사람은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이 말은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행동하라는 것이다. 인간을 초월해야만 참으로 지혜롭게 된다니, 그래서 톨스토이가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은 게 "지혜"라고 했는가. 인간을 초월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싶은 고민을 한다. 그런데 나 자신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종종 남에겐 지나치게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자.

 11장은 허영쟁이의 별이다. 그는 불행한 사람이다. 자신을 찬미하는 말밖에 듣지 못한다. 이제 그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발전이 없으면 정신언령이 발전이 없어지는 시기 그대로가 된다. 정신지체장애인도 발전이 없기 때문에 지능이 5살, 7살인 것이다.

 13장은 상인의 별이다. 그는 왕처럼 자신이 신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는 어른들의 전형이다. 숫자에 집착하고, 숫자밖에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정말 어른들은 아주 이상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숫자에 집착하는, 그러한 어른들이 모든 이상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이상하다.

 14장은 점등인의 별이다. 그의 별은 지금까지 봤던 어떤 별들보다 더 작다. 사실 이 장은 6장과 10장과 관련이 있다. 6장에서 어린왕자는 슬픔이 있는 날에는 해 지는 모습을 본다고 말한다. 10장에서는 왕에게 부탁을 했지만, 아무런 능력이 없는 왕은 그것을 들어주지 못한다. 14장에서는 해 지는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조건이지만, 너무 적어서 둘이 있을 자리가 없다. 14장은 어떤 특별한 경우다.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별이 너무 작아서 친구가 못된 것이다. 별이 이렇게 작아도 친구가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넓은 지구에서는 친구가 없다니. 이 별과 지구에서 만난 친구는 1명뿐이다.

 15장은 지리학자의 별이다. 지리학자는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만 기록한다. 꽃이나 나무 같은 순간적인 것들은 기록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지리학은 중요하지 않은 것만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지리학은 영원한 것만 적는다고 한다. 영원한 것이 곧 중요한 것인데(그만큼 살아남을 가치가 있으니까).......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 지리학자가 궤변론자, 즉 소피스트인가? 그러면 왕과 지리학자는 서로 적인가? "너 자신을 판단하라(알라)"라고 한 소크라테스와 이런 모순을 보이는 소피스트를 연상시키는 둘이 말이다.

 그런데 10~15장은 16장을 위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는 지금까지 어린왕자가 봐 왔던 이상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왕이 111명(책에서는 어린왕자의 순수한 마음으로, 숫자를 제거해서 백십일명), 지리학자가 7,000명, 상인이 900,000명, 술꾼이 7,500,000명, 허영쟁이가 311,000,000명, 점등인이 462,511명이 있는 지구는 그야말로 이상한 사람들의 모임 장소다. 그러니 이상한 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18장에서 어린왕자는 꽃을 만난다. 그리고 꽃은 사람들이 어디있냐고 묻는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들 말이니? 내 생각엔 예닐곱 명쯤 있어. 여러 해 전에 그들을 보았거든.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 전혀 알 길이 없어. 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나봐. 그들은 뿌리가 없거든. 그 때문에 그들은 무척이나 어렵거든."

 꽃 자신은 뿌리가 확고히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뿌리가 없는 꽃은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 꽃의 관점으로 보면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은 뿌리가 없는 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은 너무 어렵다. 어떤 곳에 확고히 있지 못하고 자꾸 변하는 그들, 영원하지 못한 그들, 그래서 그들은 중요하지 않다.

 19장은 16장과 비슷하다. 16장에서는 지구가 이상하다고 간접적으로 말했더니, 이제 직접적으로 "참 이상한 별이로군!"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1장과 4장의 반복이 나온다.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어. 남의 말만 되풀이하고....... 내 별엔 꽃 한 송이밖에 없지만,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었는데......" 이것이 내가 그들이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지만 색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는 이유다. 남의 말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없는 그들은 꽃 한 송이보다 못한 존재인 것이다.

 20장에서 그는 수많은 꽃송이를 보고 기죽어 운다. 하지만 그건 울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는 걸 다음 장, 즉 21장에서 말하고 있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너는 나한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하나도 없지.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는 거야.""너희들은 내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하나 길들이지 않았어. 내 여우가 꼭 너희들 같았지. 내 여우는 수많은 여우들과 같은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하지만 난 여우를 친구로 삼았고 그 여우는 이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 너희들은 아름다워. 하지만 너희들은 비어 있어. 아무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인 내 장미도 멋모르는 행인은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내겐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것은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 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심지어 침묵까지 들어준 내 꽃이기 때문이야.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야.""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는 그 말을 기억해두려고 따라 말했어요.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내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어린왕자는 따라 말했어요.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넌 언제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여우가 말했어요. "나는 내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어린왕자는 기억해두려고 따라 말했어요. (p.152~168)

 우리는 중요한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22장은 18장과 유사하다. 18장에서 꽃은 사람들이 뿌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왜 사람들이 이동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었다. 22장에서는 그 답이 "자기들 사는 곳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라고 대답한다. 22장에 나오는 기차는 지구에 비유된다. 이렇게 보니 지구는 참 좁게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좁은 곳에서 자리가 불만족스럽다고 자꾸 이동하는 꼴이라니, 어린왕자가 보니 참 우스워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뿌리가 없다는 사실은 남이 보면 우스운 사실이다.

 23장은 21장에 나오는 여우의 말 중 하나와 유사하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인데, 어린왕자에게 지금 장미란 '천천히 샘으로 걷는 것'이다. 53분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것을 소중하게 만들겠다.

 24장도 21장에 나오는 여우의 말 중 하나와 유사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다. 사막에서 중요한 것은 우'물'이다. 23장에서는 그 소중한 것을 배제하고 다른, 중요하지 않는 것을 하겠다고 장사꾼은 대답하지만, 천천히 샘으로 걷는 것(물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사막이라는 점은 두 가지 뜻을 내포한다. 첫 번째는, 사람이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곳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라는 것이다. "사막을 아름답게 하는 건, 사막이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어서예요......" 중요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무리 감추어도 티가 난다. 아무리 감추어도 그것은 아름답다.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p.178) 중요한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추한 것만 우리 눈에 보인다. 사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추한 것이 아닐까?

 25장은 22장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진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숨어들지만 자신들이 무얼 찾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불안해하며 맴을 도는 거예요." (p.182) 그들은 목표가 없기 때문에 불안해 한다. 목적과 목표가 없는 삶은 그저 맴도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 18장에 나오는 '뿌리'가 뜻하는 바는 바로 '목적'과 '목표'다.

 "아저씨네 별의 사람들은(이상한 별에 사는 사람들은) 정원 하나에 장미를 오천 송이나 가꾸죠. 그러고도 그들은 거기서 자기들이 구하는 걸 찾지 못해요." 그들은 목적과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장미꽃 한 송이, 또는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들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모른다. 소박하고 사소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을, 무조건 크게, 많게, 넓게 하려고 한다. '크기'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하지만 눈으로는 보지 못해요. 마음으로 보아야만 해요."

 26장은 어린왕자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와서 처음 만난 생물은 뱀(성경의 사탄)인데, 뱀은 그에게 자기 별로 돌아가고 싶으면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오자 뱀은 그를 문다. 조종사는 뒤늦게 어린왕자에게 오지만 이미 늦었다. 슬퍼하는 조종사에게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몸은 낡은 껍데기와 같아요. 낡은 껍데기 때문에 슬플 건 없잖아요......." (p.208) 이 말은 육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영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육체는 눈에 보이지만,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idea)론처럼 말이다.

 

 이렇게 해서 『어린왕자』가 소설치고는 매우 체계적으로 유기적인 구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어린왕자』가 지닌 의미는 많다. 그리고 그만큼 가치가 크다. 우리는 이 책의 한 장 한 장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생텍쥐페리는 이 작품을 최대한 함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생텍쥐페리가 그것을 일일히 길게 풀어쓴다면, 800페이지 정도의 길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생텍쥐페리는 아주 요약을 잘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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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렉서티 - 복잡한 문제 속에 숨은 간단한 해결책
제프리 클루거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심플렉서티』는 '복잡성학'이라는 학문을 창조한 책이다. "'복잡성학'이라니, 또 학문이 생겼어? 아, 복잡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복잡성학은 우리 생활 곳곳에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우리 일상 속에 녹아 있었다. 그것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것이다.  

 나는 그 동안 제프리 클루거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타임》지의 수석 편집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정도 지위를 차지하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수석 편집장이라니, 엄청 체계적이라서 지루할 텐데!"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청' 체계적이긴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이 사람이 이렇게 외치는 사람을 고려해서 재미있는 사건과 실험을 배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혹시 1장이 약간 이론적이라서 딱딱해하는 사람은 지체하지 말고 2장을 읽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2장의 첫 부분은 마치 단편 소설 하나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줬다. 2장은 우리가 흔히 하는 안전 상식과 비슷하기 때문에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래도 명색이 《타임》지의 수석 편집장이니 아주 체계적이다. 각 장의 분야가 분명하게 정해져있다. 정확한 분야에 대해서는 저자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만, 내 잣대로 해석하자면 이렇다. 1장은 경제/금융(그 중에서도 주식/부동산), 2장은 안전(?), 3장은 사회(그 중에서도 사회의 구조), 4장도 사회(그 중에서도 노동/임금), 5장은 심리(그 중에서도 크기), 6장은 스포츠(그 중에서도 미식축구나 야구, 농구), 7장은 5장처럼 심리(그 중에서도 두려움/공포), 8장은 언어(그 중에서도 발음과 철자의 뜻), 9장은 복잡한 전자기기(분야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10장은 의료(그 중에서도 질병), 11장은 예술(그 중에서도 음악)이다. 아무리 내가 괄호치고 설명해도 내 기준이니 이걸 퍼가거나 하는 일은 퍼가는 사람 자신을 위해 좋지 않다. 

 그러나 이 철저한 체계는 아까도 말했듯이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복잡한 일들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 예는 이미 충분히 설명한 것 같으니 생략하겠다. 

 제목 '심플렉서티'는 조이 해리스라는 사람이 구상해 낸 신어라고 한다. 사실 제목에서도 그게 합성어라는 것을 드러낸다. '심플렉서티'는 'simplicity(단순함)'과 'complexity(복잡함)'의 합성어다. 이것을 번역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나마 가장 최선의 번역이 '단순함과 복잡함'인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를 계기로 '복잡성학'이라는 학문이 창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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