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라졌다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여름이 끝나면서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끝에 그만 나의 생체리듬마저 그 여름과 같이 사그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먹고 자고 먹고 또 자고 티비보고 먹고 자고..
가끔은 이렇게 의식적으로라도 지극히 동물적으로 살아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burnout 되 버릴 것 같아
나만의 생존전략이다..
물론 벌려놓은 여러 일들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
실제로는 잠깐동안의 동굴속의 동물 생활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잘 돌아간다.
도서관도
집도
남편도 아이들도
나의 직장도 -- 여긴 좀 지장이 있겠다. 실제로 있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가 사회를 구성하는 별 가치없는 부속품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굳이 모든 사람들이 사회라는 기계에 중요한 부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에 의해 버려지는 부속품이라면 모르겠지만
스스로 선택한 살짝 잊혀져도 되는 부속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복잡한 세상한 훌훌 털어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활동을 시작한다.
멍 하게 보낸 시간을 보상하려는 걸까
이것저것 궁리를 해본다.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역사공부모임도 시작하고 - 원래는 봄에 시작한 글쓰기 모임인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글 쓰는 사람은 이 모임이 아니어도 글 쓸 사람들이고 다른 분들은 글쓰기라는 것에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다가 좋은 모임하나 깨질 듯해 방향을 바꿨다.
역사를 해보자고.
Do History!!
공부하지 말고 책으로만 읽지 말고 역사를 하자고..
눈이 더 침침해 지기전에 역사를 하자고 시작했는데..
시작은 좋다.. 잘 되기를 희망해본다.
또하나 도서관에 사진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이미 마을에 사진반이 있기는 하지만 도서관에도 사진동아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질렀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책도 함께 보고 전시회도 좀 보러다니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마을의 사진반과 콜라보해서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 있는 사진책들 들고 나오고.. ( 우리 도서관은 예산이 없어 원하는 책들을 전부 살수 없는 것이 한이 된다.. ㅠㅠ)
이 모든 활동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니..
우리 도서관이나 공부하는 모임들은 공공의 관심보다는 사심이 나만의??? 가득한 공간이 되어가는 건가??
이 활동들은 사실 혼자해도 상관없는데. 나 혼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일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또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실망하고 지치고 그럴까 걱정도 되지만..
그냥 일단 시작해 보고.. 안되면 말고.. 그러다고 또 만들어 보고... 또 안 되면 말고..
정말 오랜만에 출사를 갔다.
엄마가 한번 가자고 했는데도 못들은 척 했는데..
꽃 다 지고 가게 되었다.
동아리 출사도 오랜만이고 바깥바람 쐰것도 오랜만이고..
역시 자연바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