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완연한 햇살 아래 아늑한 의자에 앉아 아끼는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무엇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

남자친구와 싸우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만난 캠핑카.
이안은 도서관이다
익숙한 책들로 가득찬 도서관
일반 도서관과 뭔가 다른 도서관.
처음은 어떨결에 그냥 보내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지금까지 읽었던 자신의 책들임을 알게 되고 이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일반사서는 될 수 있겠죠라는 답을 듣고 사서가 된다.
많은 책들을 읽어나가고 도서관에서 사람만나고 사서의 일을 하게 된다. 한권 한권 책을 읽을 때마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이동도서관.. 불어나 있을 이동도서관.

그리고 예기치 않은 순간에 딱히 찾고 있지 않을때 만나는 캠핑카 도서관.
불어난 책들. 따뜻한 차..
선생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도서관에 오시면 좋겠지만 규정에 어긋나 어쩔 수 없군요~

집에 돌아와...

충격!! 상상 1도 하지 못한 결말이다
나른한 오후에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위해 포기해야할 것이 그것이었단 말인가?

그녀는 심야이동도서관의 사서가 되었다
그 이상의 희생을 바랄 수 없을 희생을 하고서..
그녀는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좋아하고 하고픈 일을 하기위해 모든것을 버리고..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내가 책을 읽기위해서 포기한 것은 집안 일밖에 없는데..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절실한 것이 무엇일까?
있기는 할까?

잊혀지고 있는 나의 기억속에 꿈틀꿈틀 거리고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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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3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이동도서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졌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6-10-31 19: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도서관이 점점 문화센터같이 변하고 있어 아쉬워요~ 좀 더 도서관스러운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는데...
이동도서관도 정말 좋았었는데 ..
작은도서관하고 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나는 광주에 산다
하지만 광주에만 살지 않았다
어렸을땐 외가인 부산에서 많이 살았고
초등학교때는 서울에서 지냈고
실상 6학년부터 대학까지만 약
10년간을 오롯이 광주에서 살은 듯 하다
대학을 졸업후엔 다시 서울에서 살다
결혼후 이곳으로 와 17년을 광주에서 살고 있다.
짚어보니 지금이 광주에서 제일 오래 살고 있는 셈이다
부산사람인 우리 엄마는 광주에서 이제는 반백년을 살고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그 쪽 말투를 쓴다 대단한 생명력이다 ㅎㅎㅎ
부산으로 이사가자고 해도 안 간단다 여기가 이제는 고향이라고...

가장 예민하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광주에서 보냈다.
하필 학교도 그런 학교를 갔다. 의지와 상관없어도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접할 수 밖에 없는...
대학을 들어가기도 전부터 데모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래서 광주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던건가?
시간으로 보면 광주사람이 아니었던것 같은데도 광주사람이라고 생각을 한것을 보면..

타지에서 살다보면 광주에서 왔어요 라는 말은 광주사태. 그리고 광주 민주화운동. 대학어디 나왔어요라는 말은 운동열심히 하셨겠네요~ 두 이미지였었다
80년 5월엔 나는 광주에 없었고 그 대학을 다녔을 뿐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은 - 숨 쉬기 운동은 열심히 했는데- 나는 그저 슬쩍 웃을 뿐이었다.
아 네~~~~ 다 운동을 하진 않아요 하면서 ㅎㅎ
어째든 나에게 광주라는 도시는 살고 있는 동안에도 편하지 만은 않았고 타지에 살때도 고향이어서 편한 느낌만 드는 곳은 아니었다.
어지간하면 다시 올 생각이 없었는데..
결혼이라는 것이 나를 이곳으로 다시 불러들였으니..
운명인가? ㅋㅋㅋ

이래저래 무거운 도시였던것 같다.
지금은? 글쎄...
이곳이 아니면 안되라는 마음은 없는걸 보면
아직도 광주사람이 아닌가? ㅋㅋㅋ

광주라는 곳이 단순히 행정적인 명칭이 아니라는 것은
사는 사람으로써는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겁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것인지...ㅋㅋ

어째든 지금 나는 광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광주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다출판사의 걸어본다시리즈를 좋아한다
글 재주가 없어서 나는 엄두를 못 내지만 살고 있는 도시. 좋아했던 도시, 장소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써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책이 걸어본다 시리즈인듯 하다.
경주. 용산. 파리 등등 여러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광주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광주를 쓰는 사람이 생겼다.
광주를 책으로 읽어준다
호기심이 안 일수가 없다.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평론가 K가 지나온 발자취는 광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인듯 하다.
송정리. 광주가 아닌데 광주가 된.. 아직도 광주라는 느낌보다 송정리라는 옛이름이 더 익숙한 곳.
금남로. 양림동. 광주극장. 이제는 챔피언스필드가 되어버린 무등경기장. 우치 동물원. 대인시장. 망월 묘지. 영락공원. 이름만 들어도 아~ 거기..
그러나 이제는 잘 가지 않는 곳..
프로그램으로 방송으로 보여주면 그때서야 가 보는곳.
옛 추억을 곱씹으러 또는 옛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가는 곳들이다.
학부모이자 아줌마이고 엄마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느낀 광주의 그곳들은..

지금 세대들은 아니 대부분의 내 주변의 사람들은 광주를 쓰라고 하면
유스퀘어. 충장로. 전대후문 - 문화를 겪는 곳.
김대중 컨벤션 센터. 비엔날래 -체험학습 소풍가는 곳..아이들의 시선으로..
어른들은 첨단. 상무지구. 여긴 거의 술 마시러들 가는 것 같다. 유흥지이다..

또 어디가 있을까? 기억이 안 난다. 아니 잘 모른다
잘 다니지 않으니 아는 곳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다니는 공간들. 그리고 우리집이 내 활동반경의 다이다.

어느 도시든 마찬가지일듯하다
낡아가는 건물. 한산해지는 거리에. 점점 줄어드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건물. 화려한 네온사인에 복작거리는 신시가지..
변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변해야 한다.
그런데 변화가 안타깝다. 변질이 되는것 같아서.
문화를 담고 철학을 담고 사람을 담아서 변했으면 좋겠는데 겉만 번지르하고 사람냄새가 안나는 변화만 있다.
명분만이 전부가 아니지만 명분도 중요하고 경제적이익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가야하는 그것은 좀 지키고 가야하는데..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타이들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문화는 없어지고 있는도시가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 쓰는 사람들까지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보다 더 많으니 하는 말이다.
책속의 평론가K가 다닌 곳들 역시 관광지화 되고 있어서 TV에 광고도 하고 예쁜 명소로 소문이 나서
예전을 기억하고 있는 - 그리 먼 기억도 아니다- 개발이 덜 되었던 그 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옛날의 가치를 기억했던 그 때를 기억하고 있는 나로는 아쉬워 할 뿐이다.

어째든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을 기억하기도 하고 저자가 시니컬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도 하고- 미화하고 찬양일색인 지역책보다는 나은듯 해서 -
좀 너무 뻔한 곳들을 보여줘서 아쉬운 점도 있다
이건 아마 내가 이곳에 살고 있어서 느끼는 점인듯 하다.

지리책이 아닌 도시소개책자가 아닌 책을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책을 읽게 되어 좋은것은 사실이다.
더 많이 광주를 이야기하고 광주를 읽히고 광주를 보여줬으면 한다.80년 5월의 광주만이 아니라 다른 광주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 세대들이 지나가면 다음 세대들은 광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진다. .


나는 평론가 K를 기억한다
아니 그가 부른 노래를 기억한다. 그 노래의 이미지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신입생때 예비대학이니 수련회니 많은 행사들이 있을때
그때는 대세가 민중가요였고 학생회가 대부분 운동권들이 하고 있을 때라 분위기는 상상그대로였다.
그때 높은 학번의 선배라고 군대가려고 휴학중이라면서 신입생을 위해 노래한다고 했던것 같다.
듀엣으로 한 명은 기타들고.. 한 명은 노래하고..
그 때 노래가 존 덴버. 플라시도 도밍고의 Perhaps Love였다. 대학시절이 그리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이 노래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잊혀졌다가도 문득 기억이 나고..
그 선배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데..평론가 K는 이름이 비슷했던것 같아서... 혹시 그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이름이 여러개는 아니었을 테니까.. 그 때 그 사람이 아니면 말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노래가 뇌리에 박힌 이유가 뭘까? 노래부른 사람도 기억도 안나는 이 노래..
맞는 기억일지도 모르는 이 노래..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이유가 내가 이 책을 읽은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 책속에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절대공동체는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라는 바로 그 이유때문에,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유물론으로는 설명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렬함. 그러나 다시 체험할 수 없는 우발성과 일회성, 그 사이에 이제 틈이 생긴다. 그리고 바로 그 틈, 짧은 충만과 그 후의 아주 긴 상실 사이에서 발생한 그 틈이 1980년 이후 우리에게 전수된 기호로서의 `광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는 틈이다... 순간적이었던 절대공동체의 경험과 이후의 긴 상실감 사이에 벌어진 틈, 그것이 `광주`라는 기호의 의미라고...
광주는 끝내 금남로가 뿜어내는 저 `절대 공동체`의 자장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광주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소 집요하고 배타적이고 고립적인 정치감각, 머리보다 가슴에 휘둘리는 삶의 태도, 자주 분노하고 쉽게 울어버리는 성향들은 다 금남로에서 비롯되었다고 K는 믿고 있다. 설사 어느 순간 그 경험을 의식하지 못하게 되거나, 광주를 떠나 살게 되거나, 심지어 1980년 5월에 광주에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는데, 그날들 이후 `금남로`라는 거리의 명칭은 실제 거리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일종의 `실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죄책감과 분노와 우울과 원한등등의 어마어마한 감정지출을 요구하므로 대면하기 매우 두렵지만, 그렇다고 결코 떨처버릴 수도 없는 실재..
(53~ 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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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세계문학 단편집 러시아 편을 읽고 있다
고리키의 < 스물 여섯과 하나>를 읽는데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리스 레싱의 <지붕 위의 여자>와 비슷해다

빵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열악한 노동환경에 이삼층짜리 석조건물 전체가 어깨위에 세워진 듯한 현실에 눌린 노동자들에게 건물 2층의 16세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 줄기 빛으로 그들을 비추고 있다..아니 그들이 비추게 하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 청량한 유일한 희망. ㄱ
그녀가 그들에게 빵을 가지러 오는 시간만이 그들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런 그녀는 그들에게는 성역이다.

- 우리는 그녀를 사랑했다. 이 한 마디로 모든것이 설명된다. 인간이란 언젠가 누구에겐가 자신의 사랑을 쏟고 싶어한다. 비록 때로는 그것으로 억압하고, 때로는 더럽히고, 가까운 사람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으로 헤칠수 있는데도 말이다. 왜냐하면 사랑하지만 존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창비 세계 운학- 러시아. 135p)

그런 그녀에게 남자가 생긴다. 아니 생기게 된다. 병신출신사내하나가 여자로 거들먹 거리고 제빵공들 중 한명의 도발에 걸리고 만다. 그 어떤 여자도 빠져나갈수 없다고. 한달이면 된다고..

상관도 없는 여자를 의도하지도 않은 상황에 몰아넣은 이 남자들.. 기가 막히다.
그러고 그녀가 그 남자에게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왜?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들에게..
이 내기로 그들의 삶에 긴장과 활력이 돈다. 이전에는 맛 볼수 없었던...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 이전과 다름이 없어 보이는 그들과 그녀의 관계.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는 미묘한 균열이 오기 시작한다.
역시나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 날카로운 호기심. 비수처럼 예리하고 차가운 호기심.

약속된 기한의 날..
그녀는...
비 오는 날.. 헛간밖에서 기다리는 그들..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병사. 따라나오는 그녀.
눈에 환희와 행복을 가득 담고 입술에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쏟아지는 욕지거리. 더러운 말들.. 욕설과 악담..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

-우리는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에게 앙갚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우리를 강탈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좋은 것을 그녀에게 주었고 이 최상의 것이 비록 거지들의 별것 아닌 것이라고 해도, 우리 스물 여섯 명에게 그녀는 유일했다. 우리는 얼마나 그녀를 모욕했던지... !!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시종일관 사나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창비 세계 문학- 러시아편 .148p)


아마 이 소설이 여기에서 마무리 됐다면 도리스 레싱의 지붕위의 여자를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지붕위의 여자 역시 일방적인 남자들의 시선에 노출된채 그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욕설과 폭력을 당하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일까?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 한다 ˝꺼져요.˝ 분노를 억누르는 느리고 이성적인 목소리로 화가 나서 지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비키니입은 여자를 보고 싶으면 옥상수영장으로 가라고.
남자는 그 이상을 기다리면서 여자옆에 한 마디도 안 하고 서있는다. 계속 버티고 있다보면 여자쪽에서 무슨 말을 하지 않을까 하고..

- 여자는 그렇게 누워 있었다. 그는 그렇게 서 있었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를 내쳐 버린 것이다. 그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 한 채, 몇 분이 흐르도록 그대로 서 있었다. 계속 버티고 있으면 여자 쪽에서 무슨 말이라도 ㅅ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몇분은 빨리 지나가고, 여자가 시간을 의식하는 기미는 없었다. 등과 넙적다리와 팔에 어린 긴장감. 그가 가기를 기다리는 긴장감 빼고는 (창비 세계 문학 -영국. 252p)

여자라면 알것이다.
저 긴장감을.. 두렵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숨 죽이고 있어야 하는 저 긴장감..
벌건 대 낮이라고 해도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도발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무력하지만 두려운 상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저 긴장감..
왜 안가지?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냐? 어떻게 해야하지?
다행히 이 소설속 남자는 여자의 반감에 눌려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고리끼의 소설에서는 누군가 타냐의 재킷소매를 낚아챈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서두르지 않고 손을 올ㄹㅕ 머리칼을 메만지면서 큰 소리로, 하지만 침착하게 그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 ˝에이, 당신들. 불쌍한 죄수들 같으니라고!˝ 그리고 그녀는 마치 우리가 그녀 앞에 없었다는 듯이 우리가 길을 가로 막지 않았다는 듯이 똑바로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래서 우리 중 아무도, 실제로 그녀의 길을 가로 막지 않았다. 우리의 포위를 빠져 나가자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아까처럼 큰 소리로 도도하게 깔보듯이 말했다.
˝에이, 당신들, 돼지 같으니라고 더러운 것들... ˝
그리고 그렇게 꼿꼿하고 아름답고 도도하게 사라져거렸다.
(창비 세계 문학- 러시아. 149p)

시원하고 통쾌하기는 하다.
얼마나 멋진 여자아닌가.
일방적인 폭력앞에 당당하게 욕을 해 주고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니..
하지만 현실은 레싱의 지붕위의 여자라는 것이다.
참다 참다 소심하게 `꺼져`한마디 던져놓고 어서 가기를 긴장하면서 기다리는.. 더 이상 아무말도 못 하고..

같은 상황에 남자작가의 시선과 여자작가의 시선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마 고리끼는 혁명가로서 여자라면 이런 부당함이나 타락한 비인간적인 주변을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예 고리끼와 레싱의 소설의 의도자체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혁명가로써 여자도 실제로는 레싱의 지붕위의 여자일지 모른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폭력앞에 두 손 꽉잡고 어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타냐처럼 저렇게 당당하고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의도는 알겠지만 남자의 시각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병주고 약 주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저런 집단 폭력앞에 저렇게 당당하게 치고 나올 수 있는건지 고리끼는 저런 상황을 안 당해봤을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다.

요즘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박선생님들의 비인간적인 행태들때문에 더 불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두 손 꼭 쥐고 어서 이 순간이 가버리기를 기다리고만 있는 여자들... 세상은 고리끼가 살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자들의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예전보다 더 못 해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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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0-25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선 당당하게 말하는 걸로 끝나지 않죠. 끝없이 돌아오는 보복과 앙심과 폭력. 그래서 소설도 계속 되는 거겠죠. 상투적이라는 소릴 들어도 그런 일들은 계속 일어나니까 말이죠. 도리스 레싱이 `모든 책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듯이.
합리적 논리라거나 정당성, 올바름? 그건 각자의 명분일 때가 참 많습니다. 박작가가 사과문에서 스탕달 뒤에 숨어 그렇게 보이려 했듯이.

지금행복하자 2016-10-25 07:31   좋아요 0 | URL
명분이라는 이름으로 치부를 감추고 숨어버리는 것처럼 추한일이 있을 까요? 잘못했으면 그냥 잘못했다 하면 되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모든 책은 풀어야 할 문제라는 말 기억해 둬야 겠어요.. 금방 잊어버리는 몹쓸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요~

cyrus 2016-10-25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안 해본 남자들이 여자의 친절을 사랑으로 착각합니다. 자신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기 싫어서(혹은 잘 몰라서) 여자가 자신에게 잘못 대했다는 식으로 돌립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25 22:07   좋아요 0 | URL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 인데..
자신들만의 이상대로 만들어놓고 거기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조심해야할 일이에요.. 남녀를 떠나서, 아무래도 남자가 지금은 기득권을 가진편이어서 좀 더 각성해야할 것 같구요..
 

어제는 우리 마을에 마을 문화제가 있었다
마을이 있다 사람을 잇다
아파트 단지촌이기는 하지만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이 궁리 저 궁리 하고 있다
공연도 있고 작은 장터도 있다
솜씨 자랑도 하고 인심자랑도 한다
3년째이니 제법 시간이 보인다

올해 내 시선을 잡은 것은 매듭이다.

매듭.
줄만으로 이리저리 역어 만드는 매듭.
단추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고
여며주고 묶어주고..
올해 문산마을문화제에는 매듭이 눈에 들어온다.
고사리같은 아이의 손도 놀지 않고 매듭을 맺고있고
아짐도 매듭을 맺고 있고 아저씨의 손도 보이고..
서툰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만드는 매듭손도 보인다

세상일이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
수많은 일들이 저 매듭들처럼
묶이고 풀리고 얽히기도 하면서
하루 하루
한 달 한 달
한 해 한 해 엮일것이다.

날카로운 쇠붙이 하나없이
엮어내는 매듭을 보면서
손만으로도 줄만으로도
매끄럽게
부드럽게
자연스런 곡선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묘해
삶이 저 매듭같았으면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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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0-2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을이 있다 사람을 잇다, 참 멋집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24 07:18   좋아요 1 | URL
슬로건이 좋아요. 짧게 줄여서 `있다. 잇다` 로도 불러요~

samadhi(眞我) 2016-10-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작은 고사리 손이 곱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0-24 07:19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고물고물한 손은 항상 진리인듯 합니다. 저 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게 꺼리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yureka01 2016-10-23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듭의 의미가 잇고 엮어서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 근사합니다.^^

이뿌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0-24 07:21   좋아요 1 | URL
매듭이 효용이 많다는것을 최근에 알았어요~ 끈과 손만 있으면 된다는것이 신기했어요~^^

cyrus 2016-10-24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초딩 때 매듭 묶고 풀는 학습의 일환으로 열쇠고리를 만들었어요. 그땐 왜 이걸 만들었을까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듭 묶고 푸는 행위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인내력을 키우는 유익한 훈련이예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서 매듭 열쇠고리를 만들었던 저의 추억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

오거서 2016-10-24 18:30   좋아요 0 | URL
보이스카우트 활동에서는 생존을 위해 매듭 짓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그런 배움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지요. ^^;

지금행복하자 2016-10-24 19:35   좋아요 1 | URL
그래도 저런 체험공간이 있을때 모른척 지나가지 않고 함께 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귀찮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요즘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귀찮아 하는듯 해서 더 안타까울때가 있어요~ 아이들한테는 하라고 해놓고 어른들은 다른데서 놀고 ㅎㅎ
 

가을이 사라졌다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여름이 끝나면서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끝에 그만 나의 생체리듬마저 그 여름과 같이 사그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먹고 자고 먹고 또 자고 티비보고 먹고 자고..

가끔은 이렇게 의식적으로라도 지극히 동물적으로 살아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burnout 되 버릴 것 같아

나만의 생존전략이다..

물론 벌려놓은 여러 일들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

실제로는 잠깐동안의 동굴속의 동물 생활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잘 돌아간다.

도서관도

집도

남편도 아이들도

나의 직장도 -- 여긴 좀 지장이 있겠다. 실제로 있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가 사회를 구성하는 별 가치없는 부속품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굳이 모든 사람들이 사회라는 기계에 중요한 부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에 의해 버려지는 부속품이라면 모르겠지만

스스로 선택한 살짝 잊혀져도 되는 부속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복잡한 세상한 훌훌 털어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활동을 시작한다.

멍 하게 보낸 시간을 보상하려는 걸까

이것저것 궁리를 해본다.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역사공부모임도 시작하고 - 원래는 봄에 시작한 글쓰기 모임인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글 쓰는 사람은 이 모임이 아니어도 글 쓸 사람들이고 다른 분들은 글쓰기라는 것에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다가 좋은 모임하나 깨질 듯해 방향을 바꿨다.

역사를 해보자고.

Do History!!

공부하지 말고 책으로만 읽지 말고 역사를 하자고..

눈이 더 침침해 지기전에 역사를 하자고 시작했는데..

시작은 좋다.. 잘 되기를 희망해본다.

 

또하나 도서관에 사진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이미 마을에 사진반이 있기는 하지만 도서관에도 사진동아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질렀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책도 함께 보고 전시회도 좀 보러다니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마을의 사진반과 콜라보해서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 있는 사진책들 들고 나오고.. ( 우리 도서관은 예산이 없어 원하는 책들을 전부 살수 없는 것이 한이 된다.. ㅠㅠ)

 

이 모든 활동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니..

우리 도서관이나 공부하는 모임들은 공공의 관심보다는 사심이 나만의??? 가득한 공간이 되어가는 건가?? 

 

이 활동들은 사실 혼자해도  상관없는데. 나 혼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일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실망하고 지치고 그럴까 걱정도 되지만..

그냥 일단 시작해 보고.. 안되면 말고.. 그러다고 또 만들어 보고... 또 안 되면 말고..

 

 

 

 

 

 

 

 

 

 

 

 

 

 

정말 오랜만에 출사를 갔다.

엄마가 한번 가자고 했는데도 못들은 척 했는데..

꽃 다 지고 가게 되었다.

동아리 출사도 오랜만이고 바깥바람 쐰것도 오랜만이고..

역시 자연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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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땐 싫어했는데 이젠 감을 보면 촌스럽고 소박하고 착하게 생긴 고것이 사랑스럽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8:20   좋아요 0 | URL
작고 소박한것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이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인것 같아요. 화려하고 세련된 것이 최고인줄만 알았었는데...

양철나무꾼 2016-10-1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헌팅캡 완전 좋아하는데, 어머니예요, 님이세요?
완전 멋지십니다여~^^

모든 바람은 경계하고 볼 일인데,
자연 바람은 그럴 일이 없어서 좋습니다.

모녀지간에 같은 취미 생활을 하며 나이 들어 간다는 것도 참 매력적입니다.
부럽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8:19   좋아요 0 | URL
헌팅캡 쓰신분은 저희 동아리 선생님이세요~ 막상 가자고 한 저희엄마는 못 가고 저만 ... ㅎㅎ
내년에는 꼭 가자고 했어요. 꽃 제일 예쁠때 가자고 ~

yureka01 2016-10-1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내 사진 동아리....
아무래도 책과 지성과 관련된 사진 많이 담으셨음 좋겠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7:59   좋아요 0 | URL
기왕 사진책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 만들기는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시도하지 않은것보다는 낫지않을까 싶어서 일단 지르고 보는겁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6-10-1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사진이네요. 동그란 과일도 국화도.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7:47   좋아요 1 | URL
바깥을 나가보니 가을이었어요 ㅎㅎ 동그란건 감인데.. 올려다보니까 무거운 감가지가 저를 향해 후드득 떨어질것 같았어요~^^

가을벚꽃 2016-10-1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사진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네요^^ 사진들이 너무 이뻐요^^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7: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