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에피소드 S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미 전설이 되었다는 청춘 호러 어나더

왠지 아주 오래전 우리를 놀랍고 두렵게 하던...학교괴담의 최고봉 여고괴담이 생각나게 한다.

곁에 늘 있었는데도 아무도 그 애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늘 학교를 맴돌던 그녀의 존재가 드러나던 순간 카메라 앞으로 전진하던 그 괴기스러운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던 작품

그래서 일까? 청춘 호러라고 하면 늘 그런 여고괴담과도 같은 학교 괴담이 생각나는것은...

일본에서 워낙에 인기여서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하던데 불행히도 일드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청춘 호러물 아니 호러라는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않았기에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랑은 인연이 없었던 작품이 어나더였다.

그랬던 나였지만 그의 작품을 작년에 몇권 더 읽고서 호감도가 높아졌기에 올해 새롭게 나온 어나더 에피소드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구입...뜨거운 여름을 서늘하게 해 줄거란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생각보다 무섭지않고 오히려 미스터리에 가까운 작품이어서 다소 힘이 빠졌다.

무서울거라 잔뜩 기대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터라 무섭다기보다 마치 오래전에 읽은 오츠이치의 데뷔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보는듯한 느낌이 강했다.

사라진 나의 시체 찾기랄까?

안대로 가려진 한쪽눈에 인형의 눈을 하고 있는 미사키 메이

그녀는 올여름 또 한명의 사카키를 만난 이야기를 사카키바라군에게 들려준다.

그녀가 만난 사카키는 부유하듯 떠돌던 유령..자신이 죽은건 아는데 왜 죽었는지..도대체 자신의 시체는 어디에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한채로 자신이 살던 산장에서 몇달간 그냥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특별히 자신의 죽음이 억울하게 느껴지지도 안타깝다생각하지도 않은채 오래전 살아있었을때의 기억 대부분을 잊어버린채 그저 부유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유일하게 알아보고 자신의 목소릴 들을수 있는 메이의 존재는 그에겐 몇달만에 대화할수 있는 상대를 만난것이기에 그녀 메이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것 대부분을 띄엄띄엄 이야기하지만...기억의 대부분은 사라지거나 생각나지않는것뿐

이제 자신이 이렇게 떠도는 이유가 자신의 시체를 제대로 보내지못한 탓이라 생각한 그는 자신의 사체를 찾아나서는데 도대체 사체는 어디에 숨긴걸까?


어나더라는 작품을 읽지않고서도 이 책을 읽는데 특별히 지장이 있는건 아니지만 읽다보면 어나더를 읽고서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작품에 몰입할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책의 화자이자 자신의 주검을 찾아나선 이가 어나너에서의 그 학교 요미야마키타중학교의 3학년3반에서 살아남은 아이였기때문이기도 하고 어나더에서 활약한 오드 아이 메이가 사라졌던 여름 그 일주일간의 공백과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가 사라졌던 그 여름 그녀는 어떤 사건과 관계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부터의 출발..

자신이 이미 죽은자이고 그런 자신의 사체를 찾아나선다는 것에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츠이치의 작품이 생각난다.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관조적이고 관찰자적 입장에서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에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이다.

여기에서 사카키는 재난에서 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것도 힘들어 하고 마치 홀로 남아 떠도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죽은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을 내비치지않고 있다.

마치 자신이 죽은것이 당연하다는듯한 태도..여기에서 우리는 그가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바란것이 아닐까 하는듯한 생각을 한게된다.

보통은 자신이 왜 죽었는지..? 혹은 누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범인찾기에 열중하는것이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이라면 사카키는 그런것보다 자신의 사체를 찾고 있다.그것도 열심히가 아니라 그저 찾아야해서 찾는다는듯이 열의없는 모습으로

이런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뭔가 있는것이 아닐까 미뤄 짐작하게 한다.

또 이책에는 상당히 많은 말줄임표가 나오고 있는데...작가는 말줄임표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타깝기도 하고 비밀이 있는것 같아 궁금하기도 하고...그리고 뭔가 의심쩍게도 만드는 말줄임표...

죽은자는 단순히 사라지는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서로 연결되고 만나는것이라 생각하던 사카키의 믿음은 왠지 굉장히 철학적으로 들린다.

어쩌면 작가의 생각이나 믿음인지도 모르겠지만...그래서 그가 그리는 살아있지 않은자의 모습은 우리가 모르는 낯선공간 낯선장소에서의 연결을 생각하게 한다.모든 사람은 그게 살아있는 자든 죽은자이든 어디선가 서로 연결되어있는것이 아닐까 하는...문득 오싹한 생각을 하게 한다.

특별히 무섭거나 오싹하고 괴기스러운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은 비추...

하지만 미스터리로서 조금 색다른것을 찾는다면 괜찮은 선택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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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녀
미셸 뷔시 지음, 임명주 옮김 / 달콤한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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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청난 비극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힘없고 보잘것 없는 존재인가 하는걸 느낄때가 많다.

천재지변같은 엄청난 재앙이나 혹은 비행기 열차 등과 같은 재난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많은 사람들이 속절없는 그 많은 희생에 넋을 놓고 있을때 생각도 못한 생존자의 존재란 정말 기적과도 같이 느껴진다.

온국민이 하나되어 그 희생자를 경의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왠지 깊은 절망속에서 희망을 본 느낌이랄까 마치 구원받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 `그림자 소녀` 역시 수많은 희생자가 난 비행기 사고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녀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겐 그저 기적같은 일이지만 그녀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겐 악몽의 시작과도 같은 그녀의 생존...

이 책으로 프랑스에서 최장기 베스트 셀러가 되고 각 종 미스터리 추리분야의 상을 독식하다시피한 미셀 뷔시의 장편소설

우리에겐 그리 친근하게 다가오지않은 프랑스의 추리소설이다.

 

1980년 12월 23일 막 12시를 넘긴 한 밤

이스탄불발 파리행 비행기가 수많은 승객을 태우고 가다 악천후로 사고를 당하고 엄청난 화염에 휩싸인다.그리고 그 비행기에 탔던 승객과 승무원 모두 전멸한다 .단 한명의 승객만 제외하고..유일한 생존자는 생후 3개월 남짓한 여자아이

눈보라와 화염 그리고 비행기의 잔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 소녀는 금발에 파란눈을 한 아기천사였고 이 소식은 급히 파리를 비롯하여 각지로 타진

그 소녀의 조부이자 엄청난 재력가인 카르빌가의 레옹스가 병원으로 그녀를 보기 위해 찾아오지만 또다른 남자 피에르 비트랄이 그 소녀의 할아버지라 칭하며 나타난다.

이제 한 소녀를 둘러싸고 두 집안의 사람들이 그 소녀의 가족이라 나타난 상황이지만 불행히도 두 집안 어느쪽이 그 소녀의 진짜 가족인지 알수 없었고 이제 그 문제는 재판으로 넘어가 사회적인 이슈가 될뿐 아니라 진흙탕 싸움이 된다.

가진자와 가난한 자의 대결구도로 확장된 재판 그리고 그 재판의 결과로 소녀는 한 집안의 손녀로 가게 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소녀의 진짜 가족이 누구인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재판의 결과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에 가진자인 카르빌가에서 그녀와 관련된 모든것을 유능한 사립탐정 그랑독에게 엄청난 액수의 돈을 주고 모든 정황과 증거를 찾아 나서지만 그 비밀은 18년이 흐르는 동안 밝혀지지않는데..

 

가족의 비극앞에선 가진자든 가난한 자든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비통함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자는 자신들이 좀 더 가져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도 같은 슬픔을 느낄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비극에 침잠하고 애통해하다 결국엔 분노하고 있다.마치 카르빌이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곳곳에 비극의 덫을 놓는것처럼

 에밀리일수도 리즈로즈일수도 있는 존재였던 릴리는 그런 비극적인 배경을 가지고 자라야했기에 어느 한곳에 오롯이 소속되기도 힘들고 늘 부유하는듯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결국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단초가 된다.

만약 지금처럼 유전자검사라는것이 있었다면 이런 불행따윈 있을수도 없었겠지만 당시엔 그런 유전자검사가 없었고 그래서 늘 마음한켠에 의심을 담고 있는 삶을 살았던 잠자리 소녀 릴리는 그래서 온전한 삶을 즐길수 없었던것 같다.

책 전체가 그날의 사고와 소녀의 정체를 밝히고자 노력한 사림탐정의 일기와 18년 계약만기를 단 몇분 남기고 찾은 그 날의 비밀을 밝히는 이틀간의 과정을 오버랩하면서 풀어가고 있다.

그날의 비밀의 문이 열리면서 또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살인과 18년전 살인과의 연관관계를 쫏아가도록 되어있지만 엄청난 유혈사태나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사건따윈 없기에 긴장감이 넘치지않는다.그럼에도 처음엔 별거 아닌것 같은 작은 것들 이를테면 신탁이거나 반지와 같은것이 점차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그리고 부자인 카르빌이 놓은 덫의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뒤로 갈수록 명확해지는걸 보면 시대를 막론하고 돈이 가진 힘이란 얼마나 악의적이고 강력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그저 과연 그날의 비밀은 무엇일지? 우리의 유능한 탐정이 스스로의 삶을 놓을려고 한 몇분의 순간에 마침내 알게 된 건 뭔지에 대한 호기심만 증폭시킬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 당사자이면서도 어처구니없게도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릴리의 삶은 온전한 그녀의 삶을 살았다 하기 어렵다

자극적이거나 잔인한 소설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좀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오늘날 너무나 손쉽게 행해지는 유전자검사라는것이 없어 이렇게 힘들게 진짜 가족을 찾는과정이 좀 어의없을 정도로 심심하기도 하지만 이건 또 이것 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중간부분의 늘어짐은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리고 의외의 것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마르크의 애절하고 간절한 사랑의 감정을 따라가는것도 나름 괜찮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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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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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참으로 다양한 작가층이 공존하는것 같아 늘 부럽게 느껴진다.

순문학뿐만 아니라 장르문학에도 두터운 작가층을 가지고 있고 에세이나 특히 이런 감성문학에도 다양한 작가가 다양한 시선과 관점으로 독자의 마음에 와닿는 멋진 글들을 쓰는걸 보면...각종의 구속과 터부로 그나마 소재로 쓸수 있는 게 적어 고민하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현실과 비교가 되어 씁쓸하다.

2000년대를 넘어서부터 일본 작가중에서도 특히 여류작가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고데마리 루이와 같은 작가들은 특히 감성소설이나 연애소설같은.. 읽으면 공감하고 마치 누군가가 내옆에서 자기얘기를 들려주는듯한 느낌의 필체로 단숨에 우리를 사로잡았다.

꾸미지않은 문체와 마치 자기마음속 이야기를 하는것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말투는 책을 읽는것 같은게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어서 현실적이기도 하고 우리의 이야기같기도 해서 묘한 동질감과 공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 `기억 깨물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작가 6명이 하나의 공통된 소재인 초콜릿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묘하게 서로 안어울리는듯 어울린다.

마치 위스키와 초콜릿처럼....

 

남편의 불륜현장을 잡고 싶어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불륜관계를 맺고 그 어린 대학생을 달고서 남편의 뒤를 쫏지만 사실을 확인하는건 겁이 나 늘 망설이던 여자가 결국엔 남편과의 결별을 인정하면서 먹었던 초콜릿은 얼마나 씁쓸할까?

14년전 늘 자유롭게 여행하고 여행하는것에 있어서는 찰떡궁합이던 연인들이 별거아닌 이유로 헤어졌지만 오랜세월이 지나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열어보이고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는 편지에 나오던...호수의 성인에게 사랑이 영원해질것을 염원하며 올렸던 초콜릿은 어떤걸까?

어느덧 20대를 지나 겁없이 사랑에 올인하기엔 겁이 나는 남과여

서로에게 관심이 있지만 이름을 묻고 약속을 하기에는 겁이 나서 그저 바라만 보던 그 연인들이 먹었던 위스키와 쇼콜라의 맛은 과연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맛일까?

 

 

6편의 길지않은 단편이 서로 다른듯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가슴아픈..스스로의 결별을 인정해야하는 자리에서 누군가는 오랜시간 곁에 있었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짝임을 알아보지 못한 채 혹은 오래전 그 사람과 같이 했던 여행에서 그들 곁에는 늘 초콜릿이 함께했다.

달콤하면서도 뒷맛은 쌉사레한...그러면서도 먹다보면 그 달콤하고 쌉싸그레한맛에 어느새 위안을 얻게 하는 마법같은 초콜릿

그 초콜릿이 이 책에는 이별의 현장에도 추억을 기억하는것에도 사랑함에 온몸이 행복하던 때에도..그리고 두려워하면서도 자기곁에 살며시 다가온 새로운 사랑앞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과거의 사랑을 현재의 아픔을 앞으로의 연애를 기약하면서 먹는 초콜릿은 어떤 맛일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초콜릿이 땡긴다.

사랑하는 여자들의 마음과 심리를 같은 여자의 관점에서 그저 덤덤하게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들춰 읽어가듯이 표현했는데...이게 상당히 와닿는다.

한동안은 너무 비슷한 류의 책의 범람으로 시들해던 일본 감성소설

이 책으로 분위기가 확 전환된듯 하다.

역시 아무래도 이런 책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어필할듯...

모처럼 찌릿하면서 마음속이 간질간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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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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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의 의도와 달리 최악의 결과만을 얻는 부류가 있다.

재수없다고 할 정도로 불운을 몰고다니는 사람..흔히 이런 사람들에겐 머피의 법칙이 작용된다고 하는데..

이 책 `폭스밸리`에서도 그런 남자를 만날수 있다.

물론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남자는 분명 범죄자이자 나쁜놈인건 분명하지만 늘 그의 의도보다 과한 결과가 그를 기다리고 있고 마치 늪에 빠진것처럼 불운이 그의 곁을 맴돌고 그는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도 의지도 없는 사람이다.

내용자체는 복잡하거나 범죄의 양상이 완전범죄를 꿈꾸는것처럼 어렵다거나 복잡한 트릭이 나오는건 아니지만...범죄에 노출된 사람이나 피의자의 심리 묘사가 탁월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었다.

이 책은 2천 4백만부나 팔린 독일 최고의 베스트 셀러 작가인 샤를로테 링크라는 우리에겐 낯선 여류작가의 작품인데...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면면이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세심한 묘사로 생동감있게 그려지고 있다.

인생을 늘 되는대로 살면서 설렁설렁 살아오다 자신도 모르는 새 범죄의 길에 들어선 라이언

그는 평소처럼 자신이 갖고 싶어하던 걸 갖고자 직장공금에 손을 대고 그 죄를 덮고자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덕분에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악질 사채업자의 협박이 두려워 사람을 납치하기로 결심...

그 결심은 우연히 남편과 싸우고 혼자 남아있던 바네사를 발견하면서 실행에 옮겨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만이 아는 동굴에 가둬두고 그 남편과 협상을 할려던 차에 예전에 저지른 죄로 인해 김옥에 수감되지만 자신의 죄가 가중되는걸 두려워한 라이언은 침묵하는걸 선택하고 그로부터 2년 반 후 그가 출소하면서 그의 주변인물들에게 그가 한짓이랑 비슷한 납치사건이 발생하면서 라이언은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건은 복잡하거나 미스터리하지않다.

그저 단순한 범죄사건 하나를 던져주고 그 사건이 주변인물 특히 가족이나 연인에게 미치는 파장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라진 베네사의 남편 매튜

그는 그녀가 사라지면서 자신의 인생조차 사라지고 끝없는 기다림으로 서서히 자아가 말살되는 실종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매튜의 경우엔 그녀가 사라지기 직전 부부싸움을 했다는 게 더욱 그에게 나쁜 영향을 미쳐 스스로를 끝없이 자책하고 그때 그랬더라면 달라졌을텐데 하는 후회로 남은 인생을 그 사건이후 단 한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한채 그 날에 머무르고 있다.

또 죄를 저지른 피의자인 라이언의 심리묘사 역시 탁월하다

처음엔 반성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다 그 사건을 자신의 잠재의식에서 몰아내고자 노력하고 끝내는 자신이 가둬둔 그녀 바네사의 생존을 믿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전형적인 의지가 약하고 어떤일이 닥쳤을때 일단은 도망가고자 하는 의지박약형의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는데...주변을 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범죄자가 많은걸 알수 있다.

스스로 위기를 정면대응했다면 작게 끝낼수 있는걸 일단 그때를 모면하고자 엉뚱한 사고를 치고 점점 더 사태를 눈덩이처럼 크게 만들어 종래에는 스스로 어떻게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하는 사람들...책을 읽으면서 라이언이 악수를 둘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조차 들 정도로 이 남자가 하는 짓이 어처구니없다.

이렇게 단순히 바네사의 실종사건에서 끝내는게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은 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면서 과연 이런짓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독자들도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따지고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사건을 바탕으로 그들 인물들간에 벌이는 심리묘사가 탁월하여 복잡한 트릭이나 완전범죄가 아니어도 재밌게 읽을수 있었다.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간의 심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선택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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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리부트 - 전2권
에이미 틴터러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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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음후의 세상을 두려워하지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겪어볼수 없는 미지의 것이 바로 죽음이기에 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의 두려움을 가장 극대화시킨 형태가 아마도 좀비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한다.

어제까지 내가 알던 내 가족 혹은 내 이웃이었던 사람이 죽은 후 되살아나지만 이미 그 사람은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그 무엇인 상태인데다 그들의 주식은 바로 살아있는 인간의 몸..이것만큼 두려운 상황이 있을까?

그래서 개인적으론 좀비물을 극도로 싫어한다.나에게 두려움과 역겨움을 함께 떠올리는 존재이기에..

하지만 이런 죽은 사람의 부활이라는 소재를 좀 다르게 풀어나간게 아마도 이 책 `리부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히 죽었다 깨어난건 좀비와 같은데 이들 리부트는 살아있을때보다 더 나은 신체를 가진걸로도 모자라 피부며 온갖 생체활동이 활발해진다.단지 인간적인 감정이 떨어진다는점과 피부가 죽어있던 시간만큼 차가워진다는 단점은 빼고...

그리고 그런 리부트가 인간의 도구로서 쓰여진다.마치 인조인간처럼...

얼마전까지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와 인간과의 대립과 공존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판타지 소설에 이번엔 좀 더 진화한 좀비와도 같은 존재 리부트가 등장했다.

 

온 도시를 휩쓴 KDH바이러스로 인해 죽은 자가 속출하고 그중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부활하는 사태가 발생...그 아이들은 리부트라 칭해지며 처음엔 이질적인 존재의 등장이 그러하듯이 모두 죽임을 당하지만 그들의 이용가치를 간파한 사람들에 의해 따로 모아놓고 그들을 위한 도구로서 쓰여지기 시작한다.그리고 그들이 죽어있다 깨어난 시간으로 그들을 칭하게 되고 그들 사이에서도 178 렌의 존재는 경외시되고 있는 상태다. 178이라 칭해지는 렌은 인류발전진흥회 즉 인발진이라 칭하는곳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그녀만큼 강한자도 그녀만큼 인발진의 명령에 철저히 따르는 자도 없었다.새로운 리부트 22가 나타나기전까지...

그야말로 죽자마자 깨어난것과도 같은 22 캘럼은 처음부터 그녀에게 다른 리부트와 달리 마치 관심있는 여자친구에게 접근하는것처럼 친근감을 가지고 접근했고 그런 22의 접근에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178은 그가 다치는게 싫고 그가 제거되는게 싫다는 이유 하나로 그곳 인발진을 탈출해서 자신들과 같은 리부트가 세운 자치구역으로 향하는데...

 

이제껏 나왔던 디스토피아를 그린 미래세계와 이 책은 같은듯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 여주인공이 주인공으로 나온건 비슷하지만 그녀들이 아무리 강하거나 멋진 여전사의 모습이라도 그녀들보다 남자주인공들의 더 강하거나 다른면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여기에 나오는 렌은 그녀가 스스로를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당연하게도 리부트와 사람들의 동조와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대조적인 존재가 남자 주인공이자 그녀에게서 오히려 도움을 받고 목숨을 부지하면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캘럼이라는 존재다.

여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거나 그녀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가 아닌 여자보다 약하고 감정적으로 잘 흔들리며 그녀의 도움없이는 곧 죽을수도 있는 남자

이 책이 일반적인 로맨스였다면 이런 남자 주인공은 환영받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다행이도 이 책은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기에 오히려 이런 남녀의 성역활의 역발상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프랑스군을 이끌어 승리를 쟁취했던 잔다르크처럼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작은 소녀 렌은...처음의 전투인형과도 같은 모습에서 점점 사랑을 하고 사랑을 깨달아가는 소녀의 모습으로 변화해간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곁에서 스스로를 차갑고 감정이 죽었다 생각하던 그녀에게 인간성과 감정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결국에는 인발진에 저항하고 리부트를 돕은 반란군의 앞에 서도록 내조하는 캘럼이라는 존재는 기존의 소설에서는 남자를 사랑으로 변화시키던 여자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라는 형식만 다를뿐 그들의 모습은 결국 좀비나 휴머노이드와 같은 형태의 존재의 등장에서 조금은 다른 모습이긴하지만 어쨋든 인간의 오만과 독선에 대항하는 새로운 존재의 등장이라는 익숙한 소재에다 10대들의 사랑을 접목시킨 형태에 다름 아닌것 같지만 이렇듯 남녀 역활 비틀기는 의외로 흥미로웠다.

어쩌면 이제는 슈퍼맨에 버금가는 여자슈퍼영웅의 탄생의 시기가 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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