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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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참으로 다양한 작가층이 공존하는것 같아 늘 부럽게 느껴진다.

순문학뿐만 아니라 장르문학에도 두터운 작가층을 가지고 있고 에세이나 특히 이런 감성문학에도 다양한 작가가 다양한 시선과 관점으로 독자의 마음에 와닿는 멋진 글들을 쓰는걸 보면...각종의 구속과 터부로 그나마 소재로 쓸수 있는 게 적어 고민하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현실과 비교가 되어 씁쓸하다.

2000년대를 넘어서부터 일본 작가중에서도 특히 여류작가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고데마리 루이와 같은 작가들은 특히 감성소설이나 연애소설같은.. 읽으면 공감하고 마치 누군가가 내옆에서 자기얘기를 들려주는듯한 느낌의 필체로 단숨에 우리를 사로잡았다.

꾸미지않은 문체와 마치 자기마음속 이야기를 하는것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말투는 책을 읽는것 같은게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어서 현실적이기도 하고 우리의 이야기같기도 해서 묘한 동질감과 공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 `기억 깨물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작가 6명이 하나의 공통된 소재인 초콜릿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묘하게 서로 안어울리는듯 어울린다.

마치 위스키와 초콜릿처럼....

 

남편의 불륜현장을 잡고 싶어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불륜관계를 맺고 그 어린 대학생을 달고서 남편의 뒤를 쫏지만 사실을 확인하는건 겁이 나 늘 망설이던 여자가 결국엔 남편과의 결별을 인정하면서 먹었던 초콜릿은 얼마나 씁쓸할까?

14년전 늘 자유롭게 여행하고 여행하는것에 있어서는 찰떡궁합이던 연인들이 별거아닌 이유로 헤어졌지만 오랜세월이 지나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열어보이고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는 편지에 나오던...호수의 성인에게 사랑이 영원해질것을 염원하며 올렸던 초콜릿은 어떤걸까?

어느덧 20대를 지나 겁없이 사랑에 올인하기엔 겁이 나는 남과여

서로에게 관심이 있지만 이름을 묻고 약속을 하기에는 겁이 나서 그저 바라만 보던 그 연인들이 먹었던 위스키와 쇼콜라의 맛은 과연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맛일까?

 

 

6편의 길지않은 단편이 서로 다른듯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가슴아픈..스스로의 결별을 인정해야하는 자리에서 누군가는 오랜시간 곁에 있었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짝임을 알아보지 못한 채 혹은 오래전 그 사람과 같이 했던 여행에서 그들 곁에는 늘 초콜릿이 함께했다.

달콤하면서도 뒷맛은 쌉사레한...그러면서도 먹다보면 그 달콤하고 쌉싸그레한맛에 어느새 위안을 얻게 하는 마법같은 초콜릿

그 초콜릿이 이 책에는 이별의 현장에도 추억을 기억하는것에도 사랑함에 온몸이 행복하던 때에도..그리고 두려워하면서도 자기곁에 살며시 다가온 새로운 사랑앞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과거의 사랑을 현재의 아픔을 앞으로의 연애를 기약하면서 먹는 초콜릿은 어떤 맛일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초콜릿이 땡긴다.

사랑하는 여자들의 마음과 심리를 같은 여자의 관점에서 그저 덤덤하게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들춰 읽어가듯이 표현했는데...이게 상당히 와닿는다.

한동안은 너무 비슷한 류의 책의 범람으로 시들해던 일본 감성소설

이 책으로 분위기가 확 전환된듯 하다.

역시 아무래도 이런 책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어필할듯...

모처럼 찌릿하면서 마음속이 간질간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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