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한 성격장애라는 말이다.

물론 실제로 인격을 한창 형성해갈 시기에 말할 수 없이 큰 상처를 받았거나 충격을 받아 그게 흔적처럼 남은 경우가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무슨 일이 잘못되었을 때 빠져나가기 위한 구실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에겐 무슨 일이든 부모가 어릴 때 상처를 줘서 혹은 부모가 충분히 애정을 주지 않아서 자신이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는 데 그런 반항은 청소년기에서 벗어날 때같이 벗고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부모의 애정으로 아이들의 발달장애를 개선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올바른 육아법에 대해 말하고 심지어는 이를 법으로 제정하려고 정치권이 움직인다면?

얼핏 들으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지 그 가이드라인을 가르쳐주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 가정마다의 사정이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가정교육까지 국가가 참견하고 규범으로 정해놓는다고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인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코다라 일컬어지는 아라이가 수화로 청인과 농인 사이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재판에서 농인의 입이 되어 활약을 펼쳤던 데프 보이스의 후속작인 용의 귀를 너에게 에서는 농인의 이야기는 물론 발달장애아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정육학을 육아의 기본으로 하는 것을 법안으로 제정하기 위한 수순이 은밀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농인들의 쉼터였던 해마의 집 문제가 끼어들게 되면서 코다인 아라이 역시 바른 교육을 한다는 정육학과 이를 만든 남자 가지 히데히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가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교육 제단에서 해마의 집 농인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은 얼핏 보면 감사할 일이지만 들여다보면 수화가 아닌 청각을 강화하는 훈련이나 혹은 입모양을 보고 말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농인들 누구도 원하지 않는 교육방침인데다 여기에는 듣지 못해도 말을 할 수 있고 이는 교육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기에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유명세를 떨치는 가지를 엉뚱한 장소에서 목격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초등학생이자 함묵증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아 에이치이고 에이치의 증언에 따르면 집 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죽은 남자와 말다툼을 벌인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가지 히데히코라는 것인데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에이치의 증언을 완전하게 신뢰할 수 없는 데다 죽은 사람과 가지 이사장과는 어떤 연관관계도 없어 보여 더욱 신빙성이 떨어진다.

아라이를 통해 배운 수화로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된 에이치지만 겁이 나거나 두려운 상황이 오면 말을 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몸에 마비 증상까지 오는 심각한 상태인 에이치가 과연 용기를 내 한 발짝 걸어 나올 수 있을지...

농인들의 이야기나 발달장애아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심히 혹은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고 선을 긋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말을 못 하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혹은 행동이 약간 느려도 그건 병의 증세일 뿐이지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는 바보 취급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농인을 뜻하는 농이 용의 귀를 뜻하는 한자어를 쓴다는 것이었는데 에이치가 수화를 통해 자신도 용의 귀를 가졌으니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그래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로 정상적인 청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농인의 세계도 청인의 세계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있는 아라이를 통해 코다들이 가지는 혼란과 깊은 외로움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런저런 부분에서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용의 귀를 너에게는 데프 보이스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에도 생각 못 한 이 결혼 1
판피린 제이 지음 / 마루&마야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커피숍의 단골손님을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 남자는 젊은 나이에 팀장을 맡을 정도로 커리어도 뛰어난 잘생긴 남자라면...

자신이 자주 먹는 편의점 도시락을 만드는 H 푸드에 입사해 맛난 도시락을 기획해서 사람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책임지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지우는 어려운 형편에도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캔디형 주인공이다.

그래서 탁월한 미모를 자랑하진 않지만 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제법 매력을 가진 20대 중반의 여자지만 어려운 취업에 성공하고 드디어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다고 의욕에 넘치는 때 느닷없이 생각도 못 한 결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상대는 바로 그 남자 차혜성 팀장

혜성은 지우가 매일 끓여준 페퍼민트 차를 마신 카페의 그 단골손님이자 면접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실수를 목격한 사람이면서 기획 1팀 즉 지우가 속한 팀의 팀장이기도 하다.

여기에 좀 더 옵션이 붙는데 그는 바로 H 푸드 회장의 손자이자 다음 H 푸드를 이끌어 갈 차기 경영자이기도 하다.

그런 혜성과 지우가 결혼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상황! 당연하게도 여기엔 뭔가 이유가 있을 터...

혜성의 할아버지와 지우의 할아버지가 절친이었으며 혜성의 할아버지가 어려울 때 지우 할아버지가 도와줬을 뿐 아니라 지우와 혜성이 한때 같은 유치원에 다니며 서로 커서 결혼을 하겠다고 할 정도로 둘 사이가 좋았었단다.

그런 둘을 보면서 할아버지들 간에 모종의 약속이 있었고 H 푸드의 주식을 상속하는 조건으로 둘의 결혼을 유언장에다 남긴 혜성의 할아버지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정략결혼을 하게 된 지우와 혜성

하지만 혜성은 지우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커피숍에서부터 눈여겨 봐왔었던 지우를 회사에서 다시 보게 되면서 그녀의 밝고 귀여운 성격에 이미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결혼이 꼭 마음이 없이 조건만 보고 하는 정략결혼만은 아니었지만 지우는 결혼은 생각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이제 갓 들어온 회사에서 열심히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싶은 욕심과 결혼만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결혼을 거부하지만 그녀의 의지완 상관없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결혼을 하되 주변에 들키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며 썸을 타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지만 시작이 사랑없는 정략결혼이었다는 게 둘 사이의 핸디캡으로 작용해 좀체 진전이 없다.

이럴 땐 뭔가 둘을 하나로 결합하게 할 위기 상황이 필요한데 마침 두 사람이 합작해서 만든 기획안이 발표를 앞두고 라이벌 회사에 선수를 빼앗기는 일이 발생한다.

회사에 입사해 의욕을 가지고 론칭을 준비한 제품을 도둑맞은 상황에서 지우는 적극적으로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이런 부분에선 기존의 가녀리고 야리야리해서 남자들로부터 보호본능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일 뿐 아니라 문제 해결에 앞장서서 남주 혜성을 서포트하는 역할이 아닌 오히려 주도적으로 앞장서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한다.

가만 보면 혜성은 일을 열심히 하고 능력도 좋지만 일을 진정으로 좋아한다기보다 해야만 하는 의무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잘생기고 능력도 탁월한데다 추진력도 좋은 기존의 남자주인공과는 조금 다르다.

두통을 달고 살며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잠도 못 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혜성에게서 오히려 가녀린 여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달까 ㅎㅎㅎ

서로 남녀의 성격이 바뀐 듯 보이는 두 남녀의 결혼 후 사랑 찾기

예상한 그대로의 진행이라는 점은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가볍게 읽기엔 괜찮은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인가 피 한 방울로 그 사람의 질병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키트가 나왔다고 했는지 아님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했는지 하여튼 이런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 와... 이게 진짜면 엄청난 데? 하는 생각을 하고선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본 기억이 없었는데 이 책 배드 블러드가 그때의 그 진단키트를 만든 회사 즉 테라노스가 어떻게 많은 투자자와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했었는지 그 사기행각이 드러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테라노스라는 회사가 신생기업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투자자로부터 엄청난 거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는지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인데 여기에는 회사를 만든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그녀의 배경이 큰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단 그녀는 유서 깊은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승부욕을 가진 채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녀의 재능과 지성을 알아본 채닝 로버트슨 교수를 만난 게 그녀에게 큰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녀와 채닝 교수의 만남은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그는 그녀의 아이디어와 그녀가 제시하는 비전에 큰 감명을 받아 그녀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고 그의 이런 신뢰는 그녀가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채닝 교수 이외에도 그녀가 처음 회사를 만들 때 그녀의 아이디어 즉 아주 적은 피 한 방울로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고 그녀의 가능성을 믿어 그녀에게 투자하거나 같이 일을 하려고 모인 사람의 면면은 이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도 도움이 된다.

그만큼 각계 각처에서 나름대로 유명하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가졌던 사람조차 그녀가 보여준 테라노스의 비전에 큰 기대를 걸었고 그 들의 유명세 역시 투자금을 모으는데 일조를 한다.

이렇게 처음 시작은 빛나는 아이디어와 좋은 의도를 가졌었지만 곧 기술적인 난관에 봉착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늘 밝은 얼굴로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빛나던 엘리자베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부서 간의 공조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부서 간 정보교류를 절대 금지 시킨 후 모든 진행을 자신만이 알 수 있게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는데 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직원을 기다리는 건 그 자리에서의 해고 통보였다.

그들이 자신의 회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어떤 걸 포기하고 이 회사에 합류했는지는 그녀에게 중요치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만 곁에 두고자 했다.

이런 성격은 그녀의 실패를 예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독선적이면서도 탐욕적이고 실패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이내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그동안 몰랐던 회사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 그녀와 가장 뜻이 잘 맞는 사람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인 서니였고 그가 그녀의 곁에서 온갖 회사의 일에 참견하고 따르지 않는 직원을 윽박지르며 밥 먹듯이 직원을 잘라냄으로써 회사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는 인재가 많았는데 이것 역시 테라노스의 패착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서 투자금은 끌어모았지만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술의 발전은 진척이 없자 그녀와 일부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밝히기보다 공모를 해서 투자자와 협력업체를 속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신생기업이자 떠오르는 스타트 업인 테라노스는 몰락의 길을 들어선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기업이든 투자자 앞에서 비전을 제시할 때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예측하는 건 당연하지만 의료기업만은 절대로 결과를 과장하거나 속이는 건 있어서는 안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런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두를 속인 테라노스가 사람들의 질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별다른 진전 없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던 데는 그녀의 뛰어난 화술과 카리스마 그리고 사람들에게 설명회를 할 때 영리하게도 적절한 단어의 선택과 전문적인 용어의 교묘한 혼합으로 실제보다 그녀가 더 전문적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온갖 매체에서 젊은 기업인인 그녀에게 보낸 각종 찬사와 정치인들과의 인맥관리의 탁월함이 그녀가 좀 더 오랫동안 모두를 속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쉽게 전문가나 투자자를 속일 수 있었는지 그 단순함에 놀라고 빛나는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미국이란 나라에서 얼마나 쉽게 투자자를 모집해 스타트 업할 수 있는지 그 환경이 부러웠으며 기업 주변에서 약간의 틈이라도 있으면 재빨리 도둑 특허를 획득해 남의 돈을 뜯어내려는 악어떼가 많은지 알고 놀라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잠깐 눈을 감으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도덕적으로 그리고 양심에 걸린다는 이유로 회사의 방침에 제동을 걸고 이의를 제기하다 해고당하고 회사의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도 위험을 무릅쓰고 증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왜 미국이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마 탄두리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엄마라면 나는 감당하기 힘들듯하다.

어디서나 물건값이든 입장권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깎으려 들고 원하는 가격 흥정이 되지 않으면 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상대방의 진을 다 빼게 하는 건 예사... 여기에다 할인하는 물건은 필요한 거는 당연하고 전혀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쓸 일도 없는 물건까지 사들이고 각종 잡동사니를 언젠가 조국 인도로 돌아가면 가난한 사람에게 준다는 이유로 쓸어 모아 집안이 항상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이렇게만 봐도 상당히 강한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타입이 사실 소설 속의 소재로는 입체적이고 온갖 에피소드를 양성하는 천애의 주인공감이지만 현실 속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생각만으로도 진이 빠질듯하다.

그래서 이 책이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고 소설 속의 마마가 저자의 엄마에게서 상당 부분을 가져왔으리라 짐작하면 얼마나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을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마마는 우리의 옛날 엄마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기도 하다.

억척스럽고 뭐든 깎아서 사고 하나를 사는 데도 온갖 계산을 하는... 그러면서 자식의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물러섬이 없다.

당연하게도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서 인정받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만이 성공한 것이라 믿는 마마에게 잘 다니던 대학의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미래도 불투명한 작가로 전향한 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악마에 씐 것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웃기면서도 살짝 이해가 가는 부분인 걸 보면 나 역시 한국의 전형적인 아줌마인가 보다.

그런 억척스러움과 지나친 알뜰함이 오늘날 현재의 밑바탕이 된 것이 당연하지만 이제는 어느새 이런 지나친 알뜰함은 구차스러운 걸로 시선이 변질되었다.

그래서인지 나조차 마마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보다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녀의 편에서 그녀를 대변하자면 가난한 나라에서 딸린 식구가 많은 집의 여덟째로 태어난 데다 전쟁으로 하루아침에 살던 곳에서 쫓겨나 굶주림에 시달린 경험을 한 마마에겐 가난과 굶주림보다 더 무서운 건 없었고 가난을 타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부를 많이 해 전문직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 잘 해야 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고 절약에 또 절약을 하다 보니 모든 것에 흥정은 필수이기도 했다.

이런 마마에게 아픈 손가락인 장남의 지적장애는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장애였기에 반드시 나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번듯하게 살아갈 거란 믿음은 희망이 아닌 신념이었고 그래서 장남을 평범하게 대하면서도 어디서든 아들의 장애인증으로 보는 혜택은 늘 당당하게 받아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입장에선 나중에 분명 아들의 병이 나을거지만 지금 당장 혜택은 혜택이니까라는 기적같은 논리로...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과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특히 유색인종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존재하는 유럽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릴 내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좀 더 목소릴 높이고 가격을 흥정할 때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걸로 마마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나저나 이렇게 피곤하고 드센 마누라와 사는 남편은 어떤 심경인지... 아들의 시선이 아닌 남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제법 흥미로울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스빌 이야기 -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절대로 문 닫지 않을 것 같은 공장이 문을 닫을 거라는 소식을 불시에 전해왔다.

마치 계엄령처럼 불시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느닷없이 전해진 그 소식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고 경악하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제인스빌 GM 공장은 온갖 어려움과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심지어 전쟁 중에도 문을 닫은 적이 거의 없는 GM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불경기 때문에 문을 닫은 적이 있지만 불과 두어 달 후 다시 문을 열고 힘차게 공장을 가동 한 저력이 있는 제인스빌이었기에 이번의 충격적인 소식에도 잠시의 고난일 뿐 곧 다시 열거라 믿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의 선고는 예전과 다르다는 걸 몰랐던 노동자들은 후에 아주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실화를 소설처럼 풀어낸 이 제인스빌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현재 모습과 똑같아 더 흥미진진했다.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공장의 폐쇄가 불러오는 쓰나미 같은 충격은 공장의 직원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공장에 납품하는 하청업자와 그 가족들 모두에게 직격탄이 되어 돌아와 평범한 중산층의 모습에서 한순간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했다.

제인스빌은 GM 공장이 들어오기 전 넓은 평야에 농사를 짓는 작은 소도시였지만 그런 제인스빌을 변모시킨 건 GM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단숨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는 개편되고 제인스빌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GM에 몸을 담거나 혹은 하청 업소에 몸을 담아 크거나 적게는 모두 GM의 영향하에 호황을 누리고 대를 이어 평화롭게 온갖 혜택을 받으며 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혜택은 사라지고 실업급여를 알아봐야 하는 신세가 된 과정이 실제 개개인의 예를 들어 참담한 그 심경을 실질적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2008년은 미국 발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던 해이다.

그럴 때 미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제인스빌이 어떻게 몰락해갔는지 그 과정을 내부인의 시선으로 풀어 낸 제인스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는 위태롭고 유가는 올라서 사람들이 대형 차나 대형 SUV를 기피하는데도 아무런 고민 없이 계속해서 대형 차와 대형 SUV를 만들어 냈던 GM 경영진의 안일하고 방만한 경영이 이런 경제 위기를 몰고 왔지만 늘 그렇듯 그 타격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안정된 직장, 든든한 퇴직연금과 의료보험의 혜택은 그들로 하여금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엔 너무 안락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위기를 깨달았을 땐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그중에는 GM의 현재 상황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곧 실직할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 믿으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빈곤으로 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조금과 지원금으로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은 조금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직업을 찾아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그저 낙담하고 뭔가 대책이 나올 것을 믿으며 세월을 보낸 사람들을 기다리는 건 빈곤과 정부에서 주는 식권으로 아이들을 먹이는 것 외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회사와 정치권은 자신들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힘든 상황을 기회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고 GM의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사이에 지원 문제로 분란을 조장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등 갈등 상황을 극대화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경영자와 회사에 가 아닌 내부의 문제로 몰아가도록 유도하는 식은 우리도 흔히 봐온 방법이다.

결국 여기서도 그렇듯 이런 위기 상황이 닥치면 늘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 가장 큰 부담을 안는다.

질 낮은 일자리에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하고 임금이 낮아져도 먹고살기 위해서 참아야 하는...

앞으로 변화하는 고용환경에서 더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는 없다는 무서운 교훈을 주고 있는 제인스빌 이야기는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