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스빌 이야기 -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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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문 닫지 않을 것 같은 공장이 문을 닫을 거라는 소식을 불시에 전해왔다.

마치 계엄령처럼 불시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느닷없이 전해진 그 소식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고 경악하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제인스빌 GM 공장은 온갖 어려움과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심지어 전쟁 중에도 문을 닫은 적이 거의 없는 GM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불경기 때문에 문을 닫은 적이 있지만 불과 두어 달 후 다시 문을 열고 힘차게 공장을 가동 한 저력이 있는 제인스빌이었기에 이번의 충격적인 소식에도 잠시의 고난일 뿐 곧 다시 열거라 믿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의 선고는 예전과 다르다는 걸 몰랐던 노동자들은 후에 아주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실화를 소설처럼 풀어낸 이 제인스빌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현재 모습과 똑같아 더 흥미진진했다.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공장의 폐쇄가 불러오는 쓰나미 같은 충격은 공장의 직원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공장에 납품하는 하청업자와 그 가족들 모두에게 직격탄이 되어 돌아와 평범한 중산층의 모습에서 한순간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했다.

제인스빌은 GM 공장이 들어오기 전 넓은 평야에 농사를 짓는 작은 소도시였지만 그런 제인스빌을 변모시킨 건 GM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단숨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는 개편되고 제인스빌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GM에 몸을 담거나 혹은 하청 업소에 몸을 담아 크거나 적게는 모두 GM의 영향하에 호황을 누리고 대를 이어 평화롭게 온갖 혜택을 받으며 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혜택은 사라지고 실업급여를 알아봐야 하는 신세가 된 과정이 실제 개개인의 예를 들어 참담한 그 심경을 실질적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2008년은 미국 발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던 해이다.

그럴 때 미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제인스빌이 어떻게 몰락해갔는지 그 과정을 내부인의 시선으로 풀어 낸 제인스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는 위태롭고 유가는 올라서 사람들이 대형 차나 대형 SUV를 기피하는데도 아무런 고민 없이 계속해서 대형 차와 대형 SUV를 만들어 냈던 GM 경영진의 안일하고 방만한 경영이 이런 경제 위기를 몰고 왔지만 늘 그렇듯 그 타격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안정된 직장, 든든한 퇴직연금과 의료보험의 혜택은 그들로 하여금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엔 너무 안락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위기를 깨달았을 땐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그중에는 GM의 현재 상황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곧 실직할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 믿으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빈곤으로 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조금과 지원금으로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은 조금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직업을 찾아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그저 낙담하고 뭔가 대책이 나올 것을 믿으며 세월을 보낸 사람들을 기다리는 건 빈곤과 정부에서 주는 식권으로 아이들을 먹이는 것 외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회사와 정치권은 자신들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힘든 상황을 기회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고 GM의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사이에 지원 문제로 분란을 조장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등 갈등 상황을 극대화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경영자와 회사에 가 아닌 내부의 문제로 몰아가도록 유도하는 식은 우리도 흔히 봐온 방법이다.

결국 여기서도 그렇듯 이런 위기 상황이 닥치면 늘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 가장 큰 부담을 안는다.

질 낮은 일자리에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하고 임금이 낮아져도 먹고살기 위해서 참아야 하는...

앞으로 변화하는 고용환경에서 더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는 없다는 무서운 교훈을 주고 있는 제인스빌 이야기는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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