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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평점 :
몇 해 전인가 피 한 방울로 그 사람의 질병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키트가 나왔다고 했는지 아님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했는지 하여튼 이런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 와... 이게 진짜면 엄청난 데? 하는 생각을 하고선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본 기억이 없었는데 이 책 배드 블러드가 그때의 그 진단키트를 만든 회사 즉 테라노스가 어떻게 많은 투자자와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했었는지 그 사기행각이 드러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테라노스라는 회사가 신생기업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투자자로부터 엄청난 거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는지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인데 여기에는 회사를 만든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그녀의
배경이 큰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단 그녀는 유서 깊은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승부욕을 가진 채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녀의 재능과 지성을
알아본 채닝 로버트슨 교수를 만난 게 그녀에게 큰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녀와 채닝 교수의 만남은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그는 그녀의 아이디어와
그녀가 제시하는 비전에 큰 감명을 받아 그녀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고 그의 이런 신뢰는 그녀가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채닝 교수 이외에도 그녀가 처음 회사를 만들 때 그녀의 아이디어 즉 아주 적은 피
한 방울로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고 그녀의 가능성을 믿어 그녀에게 투자하거나 같이 일을 하려고 모인
사람의 면면은 이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도 도움이 된다.
그만큼 각계 각처에서 나름대로 유명하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가졌던
사람조차 그녀가 보여준 테라노스의 비전에 큰 기대를 걸었고 그 들의 유명세 역시 투자금을 모으는데 일조를 한다.
이렇게 처음 시작은 빛나는 아이디어와 좋은 의도를 가졌었지만 곧 기술적인 난관에
봉착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늘 밝은 얼굴로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빛나던 엘리자베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부서 간의 공조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부서 간 정보교류를 절대 금지 시킨 후 모든 진행을 자신만이 알 수 있게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는데 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직원을 기다리는 건 그 자리에서의 해고 통보였다.
그들이 자신의 회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어떤 걸 포기하고 이 회사에
합류했는지는 그녀에게 중요치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만 곁에 두고자 했다.
이런 성격은 그녀의 실패를 예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독선적이면서도 탐욕적이고
실패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이내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그동안 몰랐던 회사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 그녀와 가장 뜻이 잘 맞는 사람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인 서니였고 그가
그녀의 곁에서 온갖 회사의 일에 참견하고 따르지 않는 직원을 윽박지르며 밥 먹듯이 직원을 잘라냄으로써 회사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는 인재가
많았는데 이것 역시 테라노스의 패착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서 투자금은 끌어모았지만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술의 발전은 진척이 없자
그녀와 일부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밝히기보다 공모를 해서 투자자와 협력업체를 속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신생기업이자 떠오르는 스타트 업인
테라노스는 몰락의 길을 들어선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기업이든 투자자 앞에서 비전을 제시할 때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예측하는 건 당연하지만 의료기업만은 절대로 결과를 과장하거나 속이는 건 있어서는 안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런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두를 속인
테라노스가 사람들의 질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별다른 진전 없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던 데는 그녀의 뛰어난 화술과
카리스마 그리고 사람들에게 설명회를 할 때 영리하게도 적절한 단어의 선택과 전문적인 용어의 교묘한 혼합으로 실제보다 그녀가 더 전문적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온갖 매체에서 젊은 기업인인 그녀에게 보낸 각종 찬사와 정치인들과의
인맥관리의 탁월함이 그녀가 좀 더 오랫동안 모두를 속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쉽게
전문가나 투자자를 속일 수 있었는지 그 단순함에 놀라고 빛나는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미국이란 나라에서 얼마나 쉽게 투자자를 모집해 스타트 업할
수 있는지 그 환경이 부러웠으며 기업 주변에서 약간의 틈이라도 있으면 재빨리 도둑 특허를 획득해 남의 돈을 뜯어내려는 악어떼가 많은지 알고
놀라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잠깐 눈을 감으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도덕적으로 그리고 양심에 걸린다는 이유로 회사의 방침에 제동을 걸고 이의를 제기하다 해고당하고 회사의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도 위험을 무릅쓰고 증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왜 미국이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