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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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많은 걸 알 수 있는 책이다.
단지 술 좀 먹고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남자로 인해 자신을 포함 주변 사람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조금 과장해서 현실성 있게 그려놓은 이 책은 일본에서 엄청 인기를 끈 모양이다.
아마도 너도나도 모두 사용하는 스마트폰인데다 쉽게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도 못한 일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아 입소문을 탄 게 이유가 아니까 짐작해본다.
일단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불편한 건 둘째치고 비밀번호나 잠금 설정을 너무 쉽게 설정한 사람은 그 안에 든 내용이 다 털리는 건 당연하고 신상정보며 좀 더 은밀하고 개인적인 내용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여기에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sns까지 들여다본 후 생각지도 못한 일까지 그걸 통해 가능하다는 게 일단 충격적이었다.
그 사람이 주로 올리는 사진이나 자주 가는 장소 같은 걸 통해 그 사람의 주소를 유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 습관이나 취미 같은 걸 들여다보고는 비밀번호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
뭐... 좀 과장되고  피해를 극대화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누군가 나의 잘못이 아닌 아는 사람이 잃어버린 스마트폰으로 인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내게 떨어진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날지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친구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죽을뻔한 위기를 맞게 된다.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건 아사미에게 들려온 목소리는 낯선 남자의 것이었지만 친절하게 그 스마트폰을 주운 사람이라는 설명 하나에 그냥 안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스마트폰을 돌려받지만 주운 남자는 우연히 배경화면에 뜬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왜 이쁜 데다 하필이면 외모가 범인의 취향이라서 이런 고생을 ㅎㅎㅎ
범인은 해킹에 조금 일가견이 있는 남자로 너무 쉽고 허술하게 걸어 놓은 비밀번호를 뚫고 그 안에 든 모든 정보를 얻은 후 자신의 컴퓨터랑 연동해서 모든 sns 대화를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정보로 아사미에 대해 하나씩 조사해가는 남자는 결국 그녀가 어렵게 설정해놓은 sns 비밀번호까지 손에 넣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면서 스토킹을 시작한다.
게다가 그녀의 지인으로 위장해 그녀에게 접근하기도 하는 데 그 방법이 상당히 교묘하지만 너무나 쉽게 통용되는 방법이라 누군가 나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해온다면 그녀처럼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을 것 같다.
sns를 잘 활용하는 요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란 점에서 더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범죄 방법인데다 이런 식으로 나쁜 목적을 가지고 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도 못 해본 것이기에 더 현실적인 공포로 와닿았달까?
거창한 범죄 방법이 나오거나 무섭고 치밀한 반전이 숨어있거나 하지 않지만 일단 가독성이 좋고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 놓아서인지 지루하지 않다.
알기 쉬운 내용에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도 있는 범죄 이야기를 하고 있어 몰입감도 좋았다.
뭐... 잘 짜인 내용과 반전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치에는  좀 못 미치지만 소재가 지극히 와닿고 스마트폰을 자주 쓰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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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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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나오는 매력적인 역사소설 테메레르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나오미 노빅의 신작 `업루티드`
이번에도 드래건이 나오는 판타스틱 한 판타지 소설이지만 주인공은 17세의 여자아이에다 남다른 마법을 쓸 수 있는 용감한 소녀이기도 하다.
`우드`라는 무시무시한 숲의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10년마다 한 명의 소녀를 데려가는 드래건은 진짜 용의 모습을 한 게 아니라 불사의 몸을 가진 마법사 남자이고 올해는 드래건이 새로운 여자아이를 선택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선발에는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소녀가 있었는데 아름답고 친절하며 착하고 용기 있는 그 소녀의 이름은 카시아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심지어 드래건조차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선택한 소녀는 늘 옷에 흙을 묻히고 다니며 숲을 헤집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말괄량이 소녀 아그니에슈카였다.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깔끔쟁이에다 고지식하기까지 한 드래건은 왜 그녀를 선택했을까?
여기서부터 평범한듯한 소녀 니에슈카는 기존의 드래건과 소녀들과의 관계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일단 니에슈카 역시 마법을 할 수 있는 마녀였는데 그녀 스스로는 몰랐지만 그녀에게서 흐르는 마법의 힘이 `우드`로 하여금 그녀를 노리게 한다는 걸 단숨에 꿰뚫어 본 드래건으로 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수 밖에 없었고 결국 불평 많고 까탈스러운 드래건과 니에슈카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된다.
하나둘씩 그가 가르치는 마법은 니에슈카에겐 너무 어려워 실수를 연발하고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보는 드래건이었지만 어느 날 그녀가 찾아낸 작은 마법책으로 인해 단숨에 이 둘의 관계는 변화된다.
그녀가 발견한 마법책의 주문은 드래건이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그 뜻을 절대로 풀 수 없었던 아주 오래전의 마녀 시가의 주문이었으나 어찌 된 건지 니에슈카는 마치 노래하듯이 주문이 입에 딱 맞게 느껴졌을 뿐 아니라 드래건이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태연하게 마법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고 내키지 않지만 그녀를 인정하게 되는 드래건
게다가 몇 가지 방법으로 드래건 자신이 부재 시 마을을 덮친 우드로부터 마을을 구하기도 한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서로 너무나 다른 모습과 다른 방식으로 마법을 행하는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 다른 방식을 인정하고 둘이 합쳐 마법을 행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면서 둘의 관계도 조금씩 미묘하게 변한면서 둘 사이의 로맨스도 싹튼다.
책에 쓰인 것만을 믿고 직감이나 예감 같은 건 믿지 않으며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드래건이지만 그의 곁에 있게 된 소녀 니에슈카는 그가 이제껏 알아왔던 것들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을 가졌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을 살면서 상처와 믿음의 배신을 통해 깨닫게 된 것들로 인해 더 이상 인간을 신뢰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 회의적인 드래건으로 하여금 고정관념을 깨게 하고 큰 깨달음을 주는 존재가 된다.
그녀는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결과가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다시 도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을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드래건으로 하여금 오래전 스스로 이미 잊었다고 생각하는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해 그녀에게 매혹당하면서도 거부감을 가진다.
이렇게 온갖 마법이 난무하고 모험이 가득한 세계에서 엄청난 나이차에도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피튀기는 격전중 사이사이에 있는데 이걸 보면서 설레게했다.
밀어내기만 하는 드래건이 과연 그녀를 받아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기고...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결과를 당연하다 받아들이지 않고 뒤집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소녀는 경험이 미숙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그래서 새로운 걸 부정하고 오래된 것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공격당하는 빌미를 제공하지만 그녀가 일으키는 새 바람은 이제껏 침체되어 있던 전체의 판을 뒤집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우드`의 위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왕궁의 왕과 귀족, 왕세자는 그저 정치적인 이유에다 감상적인 마음으로 위험을 자초하지만 잘못된 걸 눈치챈 니에슈카의 경고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능력을 알고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궁리만 할 뿐이다.
들에게 우드가 일으키는 모든 짓들은 현실이 아닌 그저 저너머의 남의 불행일 뿐이어서 당장 자신의 눈앞 이익에 일희일비할 뿐이라 이곳에서도 늘 피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게 입맛 씁쓸했다.
그래서 이 모든 사람을 대신해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손써볼 노력조차하지않는 고위마법사들을 대신해 어린 소녀 니에슈카가 자신의 몸을 던지는 모습에선 잔다르크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나 오래되어 도대체 언제부터 `우드`가 존재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지만 늘 주변에 머무르며 조금씩 그 영역을 확장해 사람들을 잡아가고 끌어가는 악의 존재 `우드`는 사람들 마음속으로 슬며시 스며들어와 마음속 깊은 내면에 숨겨뒀던 추악한 욕망과 질투, 미움을 끌어내 그걸 자양분으로 삼아 자신의 영역과 영향력을 키워가는 그 무엇이었고 온갖 술수와 음모가 판치는 왕궁은 그것이 세력을 키우기엔 딱 맞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그런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드래건뿐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여자로서의 그녀는 거부하기만 하는 드래건은 니에슈카와 힘을 합쳐 왕국과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엉뚱하지만 용감하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소녀 니에슈카의 기존의 고정관념을 뿌리째 뒤흔드는 모험을 그린 업루티드는 판타지소설이자 로맨스가 가미된 소녀의 성장소설이기도 했다.
저돌적이고 매력적이며 환상 가득한 세계로 이끌어가는 책이었고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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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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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사랑했던 연인을 잊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다시 돌아온다면...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달의 영휴
얼핏 소재만 봐서는 영원한 사랑 혹은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로맨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나이차가 얼마 되지 않을 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추려면 두 연인의 죽음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져 둘 다 다시 만날 소원을 간직한 채 비슷한 시기에 다시 환생을 하고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렇게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전생의 인연이 이 생에서 다시 이어지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조건을 잊어버린 채 그저 단순히 전생의 연인을 잊지 못한 한 사람이 다시 태어나 그 사람을 찾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달의 영휴는 그래서 로맨스보다 판타지에 가깝고 어찌 생각하면 슬쩍 무섭기도 한 내용이다.
몇 번을 죽어서도 다시 그 연인을 찾아가는 여자 루리를 보면서 왜 난 지고지순한 사랑을 느끼는 게 아닌 고집과 집착 그리고 독선을 느끼게 된 걸까?
일단 그녀 루리와 오래전 연인이 된 미스미의 처음 만남은 아름다운 우연으로 시작되었고 첫눈에 서로에게 끌려 사랑을 나누게 되는 과정은 풋풋하기 그지없지만 루리가 미스미보다 연상인 건 둘째치고 이미 결혼한 기혼자라는 게 첫 번째 그들의 불운이었다.
게다가 미스미의 경우는 루리가 첫사랑이자 첫 여자이고 한창 좋아서 그녀의 조건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빠져있을 때 느닷없이 그녀의 죽음으로 사랑이 끝을 보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오랜 세월 그녀를 잊지 못하고 마음속 깊이 그녀를 간직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루리는 왜 그렇게 미스미를 못 잊고 몇 번을 다시 태어나 그의 곁으로 가고자 하는지 솔직히 그녀의 절실한 마음이 확 와닿지 않았다.
일단 그녀의 죽음 역시 사고사인 것 같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자살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의 죽음은 왠지 그녀 스스로 선택했다는 의심이 든다.마치 다시 태어날 걸 염두에 둔...
하지만 미스미는 자신이 다시 그의 곁으로 가고 싶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동안 세월이 흘러 미스미가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게 두 연인의 두 번째 불운이다.
루리 자신은 다시 태어나 스스로 전생을 기억하지만 그녀가 다시 태어난 걸 모르는 미스미는 나이를 먹고 그 나이대의 사람이 하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걸 전혀 예상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그의 곁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만 가지고 막무가내의 선택을 하는 루리
남들이 볼 땐 아직 어린 소녀와 중년의 남자라는 겉모습 따윈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루리는 자신의 심정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주변을 괴롭힐 뿐 아니라 자신과 같이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루리로 인해 가장 큰 데미지를 입은 사람이 바로 마사키라는 인물이다.
그는 다시 태어난 루리를 유일하게 알아보지만 아무도 그녀가 전생의 죽은 아내였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어린 소녀에게 수상한 눈길을 보내는 변태 성욕자로 오인받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데 다시 태어난 연인이 아무리 전생에 열렬한 사랑을 했고 그 마음이 변치 않았다 해도 지금 현재 두 사람의 겉모습이 나이차가 많다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범죄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내내 아름다운 사랑, 죽어서도 끝나지 않은 사랑을 느끼기 보다 오히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그 사람이 당연히 기다려줄 거라 믿고 그 사람에게 달려가는 루리의 맹목적인 사랑이 살짝 무섭게 느껴졌다.
그렇게 몇 번을 다시 태어나 그를 만나고 싶었다면 왜 현실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어 그녀의 절실함에 공감하지 못했달까
그녀의 선택으로 몇 번이나 환생해서 그의 곁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은 주변 사람의 이해는커녕 오히려 그녀 곁의 사람을 불행을 빠뜨리게 하는 걸 보면 루리의 맹목적인 방법은 좀 이기적인 게 아닐까?
뭐... 이렇게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는 나 자신이 너무 속물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독성도 좋고 소재도 독창적이어서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는 알겠지만 영원한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에 목말라하는 지극히 일본적인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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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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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그녀들이 진짜 마녀인지 아닌지를 감별하는 방법 중에 아주 지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몸을 묶고서 물에 던져 넣는 것이다.
몸을 묶고 깊은 물에 던져 넣어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가 아니고 떠오르면 마녀라 판별하는 이 방법은 결국 마녀이든 아니든 둘 다 수장된다는 점에서 잔인하기 그지없는 방법인데 `걸 온 더 트레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폴라 호킨스의 신작 `인 투 더 워터`가 바로 이런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강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마을에 몇 달 새 연이어 2명의 여자가 물에 빠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오랫동안 언니를 원망하며 살아오던 동생이 죽도록 싫었던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없고 조카마저 그녀에게 적대적인데 자신이 언니에게 가진 감정과는 별도로 그녀는 언니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다.
마녀의 판별법으로 사용되었던 브라우닝 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던 언니가 그런 죽음을 선택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동생이지만 언니의 시신에서는 타살로 의심될만한 증거는 없어 그녀의 주장은 힘을 얻지 못한다.
단지 언니에게 적대적인 여자가 있었을 뿐인데 공교롭게도 그 여자는 언니가 죽기 몇 달 전 자살한 소녀의 엄마로 그 소녀의 죽음이 언니 때문이라는 깊은 원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죽은 소녀는 이쁜 얼굴을 가진 밝은 성격의 모범생으로 그녀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부모는 그 이유를 외부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런 엄마의 눈에 들어온 이가 바로 죽은 언니였던 것이고 이외에도 언니가 쓰려던 책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배척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쳤던 강이 흐른다는 건 외엔 특별할 것도 없는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은 사람들의 평화를 흔들기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긴박하고 스피디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마치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등장인물들 한사람 한 사람이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나 이후 벌어진 일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보다 보면 그 속에 숨겨져있는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엿보인다.
겉으로는 완벽하게 보이던 그 모습 이면에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었는지를...
완벽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집에서는 폭력을 휘두르고 가정적으로 보이지만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거나 하는 비밀은 솔직히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하다.
단지 그런 모습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하는 방법만 다를 뿐... 모든 범죄에 성 문제는 익숙할 뿐 아니라 당연하게까지 느껴지기에 두 사람의 죽음에 이런 원인이 금방 드러나지 않아 조금 의아했다.
그렇다면 죽은 그들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궁금할 즈음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예상대로 추악했지만 추악함 보다 먼저 느껴지는 건 어리석음이었다.
왜 이들은 이토록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왜 그녀들은 일을 이지경으로 몰고 간 남자를 원망하지 않고 같은 동성인 여자를 더 미워하고 그녀들에게 죄를 묻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런 걸 꼬집은 반항아 소녀 리나의 일갈에 동감했다. 그녀의 평소 반항적인 모습과는 별도로...
어딘지 위태롭고 홀로 설 수 없는 무기력한 여자를 내세워 사건의 중심에 두는 걸 즐기는 듯한 폴라 호킨스... 이번에도 죽은 언니를 원망하는 동생 역시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을 타개할 생각도 없고 어딘지 의심스러운 언니의 죽음을 파헤칠만한 추진력도 없는 인물로 그려놓았다.
단지 그녀는 언니의 죽음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만 할 뿐...
말썽쟁이 조카 리나 역시 제멋대로 하는 행동으로 인해 위태롭게 느껴졌지만 이 두 사람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장치했다. 마치 `걸 온 더 트레인`속의 술주정뱅이 주인공의 믿을 수 없는 목격 증언처럼 신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도록 만든 것처럼 독자로 하여금 묘한 딜레마에 빠지도록 했달까

드라마틱한 전개도 없고 극적인 전개의 전환도 없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가진 어딘지 몽환적이며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린 데다 마녀를 판별하는 장소라는 무서운 전설까지 곁들여 강 자체를 주요 무대로 잘 활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비밀이 뭔지 드러나는 순간 조금은 허탈했지만 원래 비밀의 무게란 숨기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른 법이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건의 실체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어딘지 음산하고 비밀을 품은듯한 강의 분위기가 한몫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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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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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여행 1세대의 여행이란 여행사에서 모든 스케줄을 짜고 그 스케줄 따라 우르르 몰려가서 깃발 아래 손들고 여기저기 유명 여행지를 쓱 구경하고 다닌 거라면 2세대는 배낭여행이나 스스로의 일정을 짜는 여행이고 최근 가장 각광받는 여행 스타일은 어느 한 곳을 정해놓고 한두 달 그곳에서 살아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유명 여행지를 스치듯 구경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진정 그곳의 매력을 알아보려면 단 한두 달이라도 그곳 현지 사람들과 같이 살아보고 그곳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숨 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슬슬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라든가 좀 더 스케일을 키워 파리에서 한두 달 살기 같은 게 유행하는 데 솔직히 그런 여행이 부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 현지에서 한두 달 살아보는 건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여유가 보장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여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마음에 드는 곳 어디에든 터를 잡고 여기저기 온 가족이 다니는 이 책의 저자 이우일 씨 가족이 너무 부러웠다.
그가 2년 정도 체류하고 있는 곳은 현재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 그가 자칭 퐅랜이라 칭한 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 도시와 조금 다른듯하다.
일단 도시 자체가 작다.
그리고 바쁜 도시민들과 달리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그들의 여유로움은 책 속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일단 일 년 중 반 이상이 비가 오는 날씨를 가진 이곳에서는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쏟아지는 비에도 뛰어가거나 비를 피하기 위한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늘 비에 익숙하고 비 맞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도 그렇고 온갖 페스티벌이 자주 열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즐긴다는 것도 우리완 다른 모습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듯 생활하는 우리에게 자전거로 여기저기 다니고 주말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곳에서 맛있고 신선한 농산물을 사서 먹는 것도 그렇고 각종 공연이 열리는 곳에서 가족끼리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우리가 늘 꿈꿔왔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지켜보며 느껴왔던 점을 마치 얘기하듯이 쉬운 용어로 적어 놓은 이 책은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마치 그곳 생활을 눈에 그린 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부러움에 한숨짓기도 하고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꿈을 꾸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이런 생활이 가능하려면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볼 때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이우일 작가처럼 프리랜서가 멋지게도 느껴졌달까
프리랜서라고 누구나 가능한 것도 아닌 것이 가족 공동이 같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가족 모두가 이런 생활을 싫어하지 않는 것도 작가가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원하는 곳에 터를 잡고 살아보는 게 가능한 이유라 할 것이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서일까
작가도 그렇고 아내 되는 분도 딸도 모두가 우리보다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원하는 걸 찾아서 공부하는 모습도 그렇고 각자의 역할이 딱 정해져 있지 않고 누구나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되는 사람이 할 일을 찾아 하는 모습도 그렇고 부러운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점은 여유롭고 느긋한 생활을 해서인지 가족들의 모습도 무언가에 쫓기거나 바쁜 모습이 아닌... 자연을 감상하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몸에 배어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선 가족끼리 많은 대화를 하는 집이 적은데 서로 같은 취미를 배우고 그걸 토대로 부녀가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동경하는 마음까지 들게 한 달까
퐅랜은 그래서 도시이면서도 마치 시골 같기도 하고 낯선 듯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우리가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산이나 강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곳 퐅랜...언젠가 퐅랜같은 곳을 찾아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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