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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그녀들이 진짜 마녀인지 아닌지를 감별하는 방법 중에 아주 지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몸을 묶고서 물에 던져 넣는
것이다.
몸을 묶고 깊은 물에 던져 넣어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가 아니고 떠오르면 마녀라 판별하는 이 방법은 결국
마녀이든 아니든 둘 다 수장된다는 점에서 잔인하기 그지없는 방법인데 `걸 온 더 트레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폴라 호킨스의 신작 `인 투
더 워터`가 바로 이런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강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마을에 몇 달 새 연이어 2명의 여자가
물에 빠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오랫동안 언니를 원망하며 살아오던 동생이 죽도록 싫었던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없고 조카마저 그녀에게 적대적인데 자신이 언니에게 가진 감정과는 별도로 그녀는 언니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다.
마녀의 판별법으로 사용되었던 브라우닝 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던 언니가 그런 죽음을 선택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동생이지만 언니의 시신에서는 타살로 의심될만한 증거는 없어 그녀의 주장은 힘을 얻지 못한다.
단지 언니에게
적대적인 여자가 있었을 뿐인데 공교롭게도 그 여자는 언니가 죽기 몇 달 전 자살한 소녀의 엄마로 그 소녀의 죽음이 언니 때문이라는 깊은 원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죽은 소녀는 이쁜 얼굴을 가진 밝은 성격의 모범생으로 그녀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부모는 그 이유를 외부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런 엄마의 눈에 들어온 이가 바로 죽은 언니였던 것이고
이외에도 언니가 쓰려던 책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배척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쳤던 강이
흐른다는 건 외엔 특별할 것도 없는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은 사람들의 평화를 흔들기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긴박하고 스피디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마치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등장인물들 한사람 한
사람이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나 이후 벌어진 일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보다 보면 그 속에 숨겨져있는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엿보인다.
겉으로는 완벽하게 보이던 그 모습 이면에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었는지를...
완벽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집에서는 폭력을 휘두르고 가정적으로 보이지만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거나 하는 비밀은 솔직히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하다.
단지 그런 모습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하는 방법만 다를 뿐... 모든 범죄에 성 문제는 익숙할 뿐 아니라 당연하게까지 느껴지기에 두 사람의 죽음에 이런 원인이 금방 드러나지 않아
조금 의아했다.
그렇다면 죽은 그들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궁금할 즈음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예상대로 추악했지만
추악함 보다 먼저 느껴지는 건 어리석음이었다.
왜 이들은 이토록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왜 그녀들은 일을
이지경으로 몰고 간 남자를 원망하지 않고 같은 동성인 여자를 더 미워하고 그녀들에게 죄를 묻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런 걸 꼬집은 반항아
소녀 리나의 일갈에 동감했다. 그녀의 평소 반항적인 모습과는 별도로...
어딘지 위태롭고 홀로 설 수 없는 무기력한
여자를 내세워 사건의 중심에 두는 걸 즐기는 듯한 폴라 호킨스... 이번에도 죽은 언니를 원망하는 동생 역시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을 타개할 생각도 없고 어딘지 의심스러운 언니의 죽음을 파헤칠만한 추진력도 없는 인물로 그려놓았다.
단지 그녀는 언니의 죽음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만 할 뿐...
말썽쟁이 조카 리나 역시
제멋대로 하는 행동으로 인해 위태롭게 느껴졌지만 이 두 사람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장치했다. 마치 `걸 온 더 트레인`속의
술주정뱅이 주인공의 믿을 수 없는 목격 증언처럼 신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도록 만든 것처럼 독자로 하여금 묘한 딜레마에
빠지도록 했달까
드라마틱한 전개도 없고 극적인 전개의 전환도 없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가진 어딘지 몽환적이며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린 데다 마녀를 판별하는 장소라는 무서운 전설까지 곁들여 강 자체를
주요 무대로 잘 활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비밀이 뭔지 드러나는 순간 조금은 허탈했지만 원래 비밀의 무게란 숨기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른 법이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건의 실체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어딘지 음산하고 비밀을 품은듯한 강의 분위기가 한몫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