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킴벌리 맥크레이트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그 날 내가 늦지않았어야했어...

늦지않았다면...제 시간에 도착했더라면... 내 딸은 죽지않았을지도 몰라

끊임없이 되뇌이며 자책하며 딸아이의 자살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싱글맘이자 잘 나아가는 로펌의 쥬니어 파트너인 케이트

그런 케이트에게 발신제한 표시가 된 의문의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아멜리아는 뛰어내리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고통에 허우적거리던 케이트는 그 의문의 문자를 본 후 정신이 번쩍들며 그녀의 딸아이 아멜리아의 죽음에 대해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고 딸아이의 유일한 자살의 증거로 경찰이 제시했던 옥상벽에 쓰여진 `미안해요`라는 글씨가 아멜리아의 글씨가 아님을 알게 된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딸아이 아멜리아의 죽음의 비밀을 직접 찾기 시작한 케이트..

그리고 그런 케이트를 돕는 사람들과 탄탄한 방어벽을 구축한 아멜리아의 학교사이의 대립이 시작되는데...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는 믿고 싶지않지만 부모가 바라보는 자식의 얼굴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자식의 모습에는 갭이 존재한다.

그래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으로만 내 자식을 보게 되면 자식의 또다른 모습이 존재함을 깨닫지못할수도 있는데..

늘 무슨 사건사고가 생겼을때 내 자식이 그럴리가 없다고 현실을 부정하거나 절규하는 모습을 보면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그들의 심정이십분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 책속의 주인공인 아멜리아 역시 엄마인 케이트의 눈에는 공부도 잘하고 어른들 말씀도 잘 듣는 모범생이기에 ...그런 딸아이가 자살따위를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그녀의 의문에 답하듯 온 의문의 문자는 케이트로 하여금 딸아이의 삶을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아멜리아가 학교에서 당하는 테러와도 같은 집단 시달림과 제일 친한 친구에게 조차 말하지 못했던 비밀의 내용이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밝혀져가는 과정이 참으로 참담하게 그려져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엄마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커리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늘 딸아이에게 미안해 하며 쫒기듯이 생활했던 케이트가 알아가는 과정이 슬프면서도 잔인하게 묘사되어있다.

또한 십대의 아이들이 ..자신과 다르거나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가하는 집단적인 괴롭힘의 정도가 너무나 심해 읽기가 편치않았다.

여기에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의 편에 서서 자식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못할게 없는 철면피같은 부모와 학교의 처신 또한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행동하기 바쁜...마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는것 같아 씁쓸했다.

아멜리아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녀가 가진 비밀의 내용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알게되는 또 다른 진실..그리고 아멜리아의 죽음의 원인등을 밝히는 과정이 한편의 미스터리소설처럼 치밀하고 정교하게 맞물려 끝까지 그 비밀을 알수 없게 만들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을수 있었다.

그리고 십대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에 대해 너무나 잘 묘사해서 십대의 자식을 둔 부모가 읽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렵지만 그럼에도 꼭 읽어봤으면 좋을것 같은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적에 여러가지 꿈 중에 하나가 서점주인이 되어 원하는 책이랑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여유작작하게 살아가는 거였다.

커서보니 이제는 서점은 어느덧 사양직종중 하나가 되어 온라인이나 대형화되지못하면 작은 서점은 살아남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중 한 사람으로써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하지만...어쩌면 어디쯤엔가는 이렇게 24시간 열어두는 서점이 있다면 그것도 나름 운치있지않을까 생각해본다.

만약 없다면 내가 한번 해봐도 괜찮을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의 제목처럼 24시간 열어놓는 서점이 있다면 한번쯤 가보고 싶고 책속의 서점 주인인 페넘브라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왠지 그와는 말이 잘 통할것도 같고...

 

웹디자이너로 잘살아가다 경기가 불황인 탓에 갑작스런 실직을 하게 된 클레이는 여러곳에 이력서를 내지만 취업은 쉽지않다.

고민하던 중 문득 눈에 띈 한 곳이 바로 서점...것도 24시간 문을 여는곳으로 서점이름은 페넘브라 서점

좋아하는 책에 대해 물어봐서 취업을 결정하는것도 특이하지만 요구조건도 상당히 특이한 이곳은 오래된 책들로 가득할뿐 아니라 이른바 뒤쪽 목록이라고 부르는 책은 절대 열어봐서도 안된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일자릴 잃어버릴것을 두려워하는 클레이는 페넘브라가 말한 조건을 절대적으로 지키고 있었지만 그의 오랜친구들이 서점을 방문하면서 그의 호기심이 동하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뒤쪽 목록의 정체와 그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나고 호기심을 이기지못한 클레이는 업무일지를 몰래 가져가 컴퓨터를 이용해서 퍼즐을 풀게되고...

 

조금 특색있고 특이한 서점이 엄청난 수수께끼와 비밀을 간직한 단체와 연관이 있고 그 속에 상상도 못할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설정이 일종의 판타지같은 전개지만 판타지보다는 지적게임에 더 가까운 내용이다.

오래된 비밀을 풀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랜세월 연구하고 공부하지만 찾기 힘들었던 퍼즐조각을 구글이라는 만인의 검색엔진을 이용해서 단시간에 비밀 가까이 접근한 클레이와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치 오늘날 빠르고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바라보는 구시대의 시선과도 닮아있다.

비밀을 풀기위해 변화된 환경과 도구를 이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풀어볼려는 페넘브라와 오래된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모든것을 예전과 똑같은 형식을 취할려고 하는 코르비나...비밀을 둘러싼 둘의 대립은 왠지 `장미의 이름`이 생각나게 한다.

이 책에서는 구글과 같은 최신의 기기나 기구들이 모든것을 해결하고 모든것의 답을 알고 있다고 맹신하는 요즘 세대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방식이 반드시 요즘의 것보다 못하거나 어리석은 방식만은 아니라는걸 알려준다.

그럼에도 수많은 컴퓨터들이 오래전 한 사람이 남긴 그 비밀을 밝히기위해 동시에 가동하고 답을 찾는 그 장면을 상상하면 장관이 아닐수 없다.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서점이라는 공간을 이렇게 은밀한 비밀이 숨겨져있는 매력적인 곳으로 바꿔놓은 이책...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리 만져 주는 여자
김성연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 야구는 준플레이오프전이 한창이다.

각자가 응원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기를 응원하며 매경기마다 긴장하며 보는 사람이 많은걸로 아는데..

나역시 오래전부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한 내가 응원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자력으로 올라가 있어서인지 다른팀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좀 더 여유있게 즐기며 볼수 있다.그래서 이 책 표지의 야구공 실밥이 인상적으로 느껴졌고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제목은 조금 야한듯한 느낌이 들지만 읽어보면 전혀 야한것과 상관없이 야구를 직업으로 하는 투수와 그 투수의 다친 허리를 고쳐주는 여자 치료사의 달콤한 로맨스이야기이다.

그래서 나처럼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책 속에 야구 경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좀 더 재밌게 읽을수 있는데..특히 이 책속 배경이 내가 나고 자란...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 정감이 갔다.

 

한국 최고의 투수라 불리우는 선우는 허리를 다쳐서 고생중이다.

더군다나 이번은 평소의 부상과 달리 치료를 해도 낫지를 않고 무엇보다 온갖 검사에는 정상으로 나온다는 게 문제인데..

별별 방법을 해도 낫지를 않고 그의 팀은 덩달아 연패를 이어가며 부진의 늪에 빠져 선우롤 더욱 초조하게 하는 가운데 아는 형의 권유로 대구의 유명 요가선생인 진에게 개인교습을 받는다.

진은 서울에서 도망치다시피 대구로 내려와 은둔생활을 하는 중 요가협회장의 권유아닌 권유로 선우의 요가 개인강습을 맡은것인데 사실 그녀에게는 손을 통한 촉진만으로도 다친부위를 치료할수 있는 치유능력이 있고 그 능력으로 인해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다 사람에 지쳐 내려온 상태이기에 이번만은 모른 척 외면할려 했지만 점점 인간적으로 선우의 열정과 야구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의 사람됨에 끌리는데...

 

제목의 야함과 달리 너무나 건전하다시피한 로맨스엿다.

오히려 약간의 스킵십이나 진도를 기대할만큼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못해 답답할 지경인데 이런 느린 진행은 여주인공 진의 많은 상처로 인해 자기방어적이고 스스로 모두에게 거리를 둘려는 피해본능에 기인한것이란걸 알지만...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이후에도 계속 도망만 칠려는 그녀에게 조금 지친다.

더 이상 아퍼하고 싶지않고 자기로 인해 불행해지는 사람이 없게 하고 싶다는 주인공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현대 여성같지않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결여된 태도는 공감을 불러오기는 좀 부족한 부분이지않나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오로지 야구만을 바라보고 야구에 전 인생을 건 남자 선우가 더욱 믿음직스럽고 굳건한 남자같이 느껴서 남자 주인공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요즘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아졌고 프로 야구를 보러가면 여자들의 비율도 높아짐을 느끼는데..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야구의 장면들이 기존의 로맨스와 조금 다른...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사랑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우 1 -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작가의 작품은 왠만한건 다 읽어서인지 책을 읽기전부터도  작품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게다가 그의 빛나는 작품인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의 주인공 히메카와가 아닌 또 다른 주인공을 내세워 나온 이 작품 `지우 `는 그래서 전작들과 또 어떤 차이를 둘지 어떤 개성의 캐틱터가 등장할지도 책내용과 상관없이 나로 하여금 기대를 가지게 한 부분인데..혼다 테쓰야는 이번 작품에서 완벽하게 나의 허를 찔렀다.

그의 장기인 경찰청내부의 알력과 사건을 둘러싸고 서로 공적을 세우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거나 혹은 잘나가는 사람에게 줄을 대어볼려는 속물 근성을 가진 사람들의 치열한 눈치작전과 같은...사건과 별도의 이야기를 이번에도 흥미롭게 그려내지만 무엇보다 이번에는 서로 상반되는 두 여순경을 내세워 일종의 투탑작전으로 간것도 흥미롭고 결정적으로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중 한사람인 `지우`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않았음에도 그 존재감만은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특이할만한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시청 특수반2계는 주로 유괴와 납치에 관련된 범죄를 담당하는 부서이다.

도내에서 주부 한명을 인질로 잡고 농성중인 범인을 상대하기 위해 출동한 특수범 수사대..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범인의 요구에 따라 음식물을 들고 가도쿠라가 집안으로 잠입하지만 오히려 범인에게 붙들려 또 다른 인질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사건에서 가장 침착하게 대응해서 결국 범인을 잡는데 일등 공신이 된 순경 역시 가도쿠라와 마찬가지인 여순경 이자키

그녀는 처음부터 모두에게 늘 웃으며 상냥한 태도를 보이고 범인에게조차 그들 나름대로 범죄를 저지를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늘 말로써 그들을 설득하는 타입의 가도쿠라가 싫었다.

자신은 모든것에 감정을 닫고 남자와 다름없는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상황에 따른 철저히 이성적인 태도로서 늘 일대일로 범인과 대적하는 스타일일뿐 아니라 잠정적으로 자신은 사람도 냉정하게 죽일수 있는 사람이란걸 스스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모든것이 대조적인 그녀가 싫었을뿐 아니라 거치장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

아이를 상대로 몸값을 벌인 납치사건이 인질 농성사건의 범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 툭수범죄계는 사건을 조사하던중 냉철하고 주도면밀하게 사건의 판을 짠 진범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한호흡으로 쭉 끌고가는 `지우`

여기에 사건속 서로 판이한 성향의 두 여순경을 끌어와 놓고서 서로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고 간다.

모든 사건속 이면의 사연을 들여다보고 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의 심정을 파악할려고 노력하며 그들을 설득하는 부드러운 감성주의 가도쿠라와 남자와 다름없는 체력과 기술로 늘 남과 자신 사이에 벽을 두고 같은 동료에게도 뒤를 맡기지않는 철두철미한 개인주의적이자 이성주의인 이자키...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의 두 여자의 대결아닌 대결은 이 이야기속 사건들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아직 1권에는 자신의 제대로 된 모습조차 보이지않지만 강한 존재감을 보인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지우

그저 그가 겪은 어린시절의 혹독한 경험과 유괴 사건의 배후로 지목당한 상태까지를 본인의 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려주고 정작 자신은 코빼기도 보이지않는 다소 특이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런 장치가 그의 등장을 더욱 손꼽아 기다려지게 한다.

잔혹무도한 영아 납치를 계획하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하는 지우라는 아이와 그의 사연 그리고 그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2권을 읽지않을수 없다.

두 여자와 지우의 관계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도 궁금하지만 지우 그 아이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서라도 얼른 2권을 읽어야겠다.

1권을 읽고서도 자신있게 이야기하자면..이제껏 읽은 그의 책 중 `지우`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동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잘 나온 단편은 왠만한 장편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괜찮은 단편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것 같다는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장르소설인 추리소설에서의 단편은 다른 소설장르의 단편보다 그 위험성이 높은것이... 짧은 글속에 사건과 사건의 진행과정,동기,그리고 추리소설을 읽고 좋아한다는 독자를 왠만큼 만족시킬려면 반전이라는게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걸 모두 갖추면서 짧은 분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것은 쉽지않기 때문인것 같다.

 이 작품 `귀동냥`은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스테리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나카오카 히로키의 작품으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분을 수상했을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추리작가들로부터 대단한 찬사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는 선전문구가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로 하여금 호기심이 동하도록 만든 책이랄까?

 

그다지 길지않은 분량의 단편 4편이 실려있는 이 책 귀동냥에는..

자신의 딸을 치고도 별다른 처벌조차 받지않았던 의사와 그런 의사를 구속해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속으로 처리한 검사를 우연한 사고로 운명처럼 만나고 그 사건의 진실을 마침내 그들 입으로 듣게 된 소방관 장인과 사위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경로 이탈`과 형사로서 치열하고 힘든 일로 늘 과로에 젖어있는 여형사와 그녀의 딸 단둘이서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연쇄 집털이범의 이야기를 그린 `귀동냥` 그리고 긴급구조자를 뜻하는 소방무전 암호 899에 담긴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899`와 감옥에서 출소한 출소자와 갱생보호시설을 운영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고민상자`

이렇게 4편의 짧지만 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 대부분이 죽음을 목전에 두거나 혹은 그와 비슷할 정도의 긴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순간의 이야기들인데

책제목인 `귀동냥`도 흥미롭지만 역시 `경로이탈`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긴박한 순간이면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인데..경로이탈에 나오는 소방관 모로후시는 그 순간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평생토록 훨체어에 메이도록 만들고도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않았던 의사와 그 의사가 자유롭게 나다닐수 있도록 도운 검사에게 순간이나마 그들을 죽도록 방치하고 묵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라면 별다른 죄의식없이 그들을 방치하고 죽도록 버려뒀을것 같은데...

그래서 병원앞에서 계속 들어가지않고 빙빙 돌기만 하나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드러난 뒷이야기는 솔직히 인간적인 느낌보다는 작위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단편소설로는 재미도 있었고 나름의 반전도 있었기에 만족스럽게 느껴졌다.하기야 소설이 굳이 현실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직접 듣는것보다 타인에게 숨기듯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말에 신빙성을 더 가진다는 심리를 이용해서 그려낸 귀동냥도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엇는데..책 속의 주인공인 여형사 하즈미 게이코와 그녀의 당돌하고 고집스런 딸아이 나쓰키모녀의 만담같은 이야기도 재밌었다. 이 둘을 콤비로 한 단편시리즈를 작가가 구상하고 있다니 그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대체로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사건 사고가 나오진 않지만...

위급한 현장에서 불현듯 사건의 진실을 깨닫거나 사건의 이면을 알게 되는 과정들이 별무리없이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게 펼쳐져서

긴호흡으로 책을 읽는데 불편함을 느끼거나 추리소설에 익숙하지않은 사람들이 읽으면 추리소설의 재미를 느낄수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