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동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잘 나온 단편은 왠만한 장편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괜찮은 단편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것 같다는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장르소설인 추리소설에서의 단편은 다른 소설장르의 단편보다 그 위험성이 높은것이... 짧은 글속에 사건과 사건의 진행과정,동기,그리고 추리소설을 읽고 좋아한다는 독자를 왠만큼 만족시킬려면 반전이라는게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걸 모두 갖추면서 짧은 분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것은 쉽지않기 때문인것 같다.

 이 작품 `귀동냥`은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스테리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나카오카 히로키의 작품으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분을 수상했을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추리작가들로부터 대단한 찬사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는 선전문구가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로 하여금 호기심이 동하도록 만든 책이랄까?

 

그다지 길지않은 분량의 단편 4편이 실려있는 이 책 귀동냥에는..

자신의 딸을 치고도 별다른 처벌조차 받지않았던 의사와 그런 의사를 구속해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속으로 처리한 검사를 우연한 사고로 운명처럼 만나고 그 사건의 진실을 마침내 그들 입으로 듣게 된 소방관 장인과 사위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경로 이탈`과 형사로서 치열하고 힘든 일로 늘 과로에 젖어있는 여형사와 그녀의 딸 단둘이서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연쇄 집털이범의 이야기를 그린 `귀동냥` 그리고 긴급구조자를 뜻하는 소방무전 암호 899에 담긴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899`와 감옥에서 출소한 출소자와 갱생보호시설을 운영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고민상자`

이렇게 4편의 짧지만 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 대부분이 죽음을 목전에 두거나 혹은 그와 비슷할 정도의 긴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순간의 이야기들인데

책제목인 `귀동냥`도 흥미롭지만 역시 `경로이탈`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긴박한 순간이면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인데..경로이탈에 나오는 소방관 모로후시는 그 순간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평생토록 훨체어에 메이도록 만들고도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않았던 의사와 그 의사가 자유롭게 나다닐수 있도록 도운 검사에게 순간이나마 그들을 죽도록 방치하고 묵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라면 별다른 죄의식없이 그들을 방치하고 죽도록 버려뒀을것 같은데...

그래서 병원앞에서 계속 들어가지않고 빙빙 돌기만 하나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드러난 뒷이야기는 솔직히 인간적인 느낌보다는 작위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단편소설로는 재미도 있었고 나름의 반전도 있었기에 만족스럽게 느껴졌다.하기야 소설이 굳이 현실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직접 듣는것보다 타인에게 숨기듯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말에 신빙성을 더 가진다는 심리를 이용해서 그려낸 귀동냥도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엇는데..책 속의 주인공인 여형사 하즈미 게이코와 그녀의 당돌하고 고집스런 딸아이 나쓰키모녀의 만담같은 이야기도 재밌었다. 이 둘을 콤비로 한 단편시리즈를 작가가 구상하고 있다니 그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대체로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사건 사고가 나오진 않지만...

위급한 현장에서 불현듯 사건의 진실을 깨닫거나 사건의 이면을 알게 되는 과정들이 별무리없이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게 펼쳐져서

긴호흡으로 책을 읽는데 불편함을 느끼거나 추리소설에 익숙하지않은 사람들이 읽으면 추리소설의 재미를 느낄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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