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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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표지까지... 풋풋하고 달콤 씁쓸한 청춘의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와 달리 내용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어릴 적 사고로 죽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오랜 시간 다른 사람들과 담을 쌓고 은둔생활을 하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누군가로부터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는 설정을 담고 있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은 일본 특유의 색채가 강한 소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고교생이 주인공이며 오래전 자신이 잃어버린 첫사랑과 그 시절의 소중했던 걸 찾아 나서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차츰 어린아이의 마음에 머물러 있던 모습에서 성장을 받아들여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 첫사랑의 달콤 쌉쌀함과 아무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그날 밤의 사고에 대한 미스터리를 섞어 놓았고 이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게 바로 타임리프다.

고교생 기리는 몇 해 전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 함께 했던 순간에 일어난 사고 이후 그 친구들과도 담을 쌓고 집안에만 틀어박히는 등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그날의 사고가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날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자신으로 인해 사고사를 당한 아마네의 동생 유키네는 그날의 일이 사고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한 살인사건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 번도 의심해 보지 못한 그날 사건의 진실을 찾아 타임리프를 하게 되는 기리는 몇 번의 타임리프를 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면 할수록 원하지 않던 결과를 갖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는 새 많은 것이 변해버린 친구들과의 모든 것을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어 하는 기리는 사고 당시보다 8년이란 세월이 흘러 좀 더 성장한 시선으로 당시의 자신과 친구들을 바로 보면서 그때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둘씩 깨닫게 되고 결국 그날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하나를 바꾸기 위해 과거를 바꾸면 현재의 모습조차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고 그걸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모든 것이 엉끌어져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오래전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기리 역시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 몇 번의 과거를 바꾸지만 생각했던 것과 자꾸만 어긋나는 현재의 모습에 당황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새 잃어버렸던 어린 날의 자신의 모습, 사람들을 꺼리고 모든 것에 의욕이 없는 지금의 모습에서 친구들 앞에서 리더십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간다.

그리고 그에게 이 모든 걸 가능케했던 그녀의 존재를 찾아 나선다.

마냥 풋풋하고 달콤하기만 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과거 여행을 통해 지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성장해가는 모습까지 담은 성장물이기도 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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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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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비극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 바로 아비에 의해 뒤주에 갇혀 굶어죽은 사도세자가 아닐까 싶다.

다음 군주가 될 몸이었음에도 가장 비천한 사람의 죽음보다 못한 죽음을 맞아서일까

그를 주인공으로 하거나 그와 아비와의 대립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많은 이유다.

이번 작품 붉은 궁 역시 그런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직후부터 이미 작품 속에 어느 정도 불행과 슬픔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작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도세자의 비극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살인사건을 통해 그와 왕인 영조와의 대립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불행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까지는 사도세자의 불운한 환경과 비극적인 죽음에 더 많은 관심이 가다 보니 그가 행했던 수많은 악행과 살인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그와 아비인 영조와의 첨예한 정치적 대립이나 이를 둘러싼 파벌 간의 정쟁에 더 관심을 둬서 그를 희생양으로 취급한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사도세자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 즉 폭력성과 잔혹성에 대해서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이제 의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은 생각지도 못한 부름을 받고 세자의 처소로 갔다 불식간에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날 밤 그곳에 세자는 없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세자빈과 의원은 마치 그곳에 세자가 있는 것처럼 진맥을 하고 밤새 곁을 지키는 이상한 일을 보게 되지만 이 모든 일의 연유가 밝혀진 건 다음날이었다.

혜민서에서 누군가가 잔인하게 혜민서의 의녀 셋과 궁녀 한 사람을 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범인을 세자라고 고발하는 벽보가 붙으면서 이를 막으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치열한 싸움으로 궁궐 안에는 피바람을 예고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더 이상 커지기를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하필 그 시간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현의 스승인 의녀 정수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자신의 스승인 정수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하는 현

그리고 그녀와 같은 목적은 가진 종사관 어진과 손을 잡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날 밤 자신의 처소는 물론이고 궁에 없었던 사도세자는 강력한 용의자이지만 피해자가 입은 자상이나 그녀들의 모습을 통해 이는 누군가가 사도세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함이 아닐까 의심스러워하는 현

게다가 자신이 봤던 세자의 모습은 불쌍한 강아지조차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세자의 행동은 너무나 폭력적이고 광포하기까지 하는 잔인함에 주변 나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라는 뜻밖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진짜 세자의 모습인 걸까?

현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만났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리고 자신이 몰래 엿들었던 대화를 통해 이 나라의 왕인 아비와 다음 왕이 될 세자 사이가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을 뿐 만 아니라 서로를 못 믿고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사건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목숨을 위협받는 현과 어진

눈을 감고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순간에도 끝내 자신의 안위보다 서출이라는 비천한 출신의 자신을 거두어주고 꿈을 갖게 해준 스승을 위해 노력한다.

신분의 차가 엄격했던 조선시대에서 서출로 태어나 언제나 아비의 사랑과 눈길을 갈구했던 현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면서 조금씩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여기에다 좀처럼 밝혀지지 않았던 살인범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였다.

잘 짜인 스토리와 의외의 반전까지 제대로 갖춘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재미와 신분의 차를 넘는 남녀 간의 애틋한 로맨스까지... 오랜만에 아주 재밌게 본 한국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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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네버슬립 - 미국주식으로 제테크의 잠을 깨워라
스노우볼랩스 지음 / 스노우볼랩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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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 주식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세계 제일의 자본시장이고 전 세계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힘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등락과 부침은 있더라도 주식시장이 생긴 이래 미국 주식은 계속 우상향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주식시장이 붕괴된다면 전 세계 어느 곳도 남아있을 곳이 없는 건 물론이고 자산 배분 혹은 헤지 하는 개념으로라도 자산 투자의 테두리에 미국 주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하다.

하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싶어도 일단 영어도 약하고 미국 뉴스를 적극적으로 해석해가며 투자하기엔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는 어떻게 원하는 섹터를 찾고 수많은 뉴스에서 유망한 주식을 찾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일단 책은 크게 셋으로 챕터가 나눠져 있다

첫 번째는 미국 주식 시장에 있는 섹터들이 어떻게 되어있는지에 대한 설명 위주였다면 본격적인 내용이 펼쳐지는 두 번째 섹터에서는 수많은 정보와 뉴스의 홍수 속에서 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즉 뉴스 이면을 들여다보고 투자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예를 들자면 요즘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 가스관을 잠그고 수출을 막았을 때 어떤 주식에 영향이 가는지 그리고 이럴 땐 어떤 주식을 사고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뉴스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이 3연임되었을 때 미국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이런 것이 산업 전반에 어떤 작용을 하며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기업의 주식이 변화를 겪는지.. 등등

뉴스를 보고 그 이면과 전체의 스토리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는 데 자칫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상당히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그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섹터를 고르고 선택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이런저런 정보... 예를 들자면 어떤 섹터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걸 봐야 하는지... 그리고 기업 분석의 기본에 관해서도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전체를 정독한 후 관심 있는 섹터를 찾아내고 그 부분만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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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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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같은 남자에게 바람맞은 세 여자... 그것도 딴 날도 아닌 연인들의 날인 밸런타인데이 때!!

비록 서로는 자신이 연인에게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고들 있지만 독자는 알고 있다.

이 세 사람이 사귀는 남자는 단 한 사람이라는걸...

이 부분만 봤을 때 남자는 천하에 나쁜 놈이자 바람둥이지만 세 여자의 눈에는 그런 나쁜 점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런 날에 바람을 맞힌 남자가 제대로 된 변명조차 하지 않지만 남자의 사과를 쉽게 받아 줄 뿐 아니라 이후에도 만남을 계속한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비록 그 남자 조지프 카터가 잘 생기고 친절하며 여자에게 자상한 멋진 남자라는 건 인정 하지만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모습은 어딘지 거리감이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세 여자 즉 시오반 미란다 제인은 조지프의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들어 그와의 연애가 어딘가 잘 못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이 네 사람의 관계는 진실을 좀처럼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각자 세 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조지프와 세 여자 사이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이제까지와 조금 다른 느낌을 받게 하는 내가 빠진 로맨스는 로맨스 소설로만 본다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준다.

얼핏 생각하면 로맨스 스릴러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비밀이 있고 뭔가 깊은 사연이 있는 건 맞지만 그게 누군가를 해하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 책을 읽고 세 명의 커리어 우먼이 뭐가 부족해 비밀이 많고 뭔가 사연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영역 깊은 곳에 벽을 쌓아 두고 있는 듯한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끌리는 걸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비밀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처음에 가졌던 생각이 바뀌게 된다.

책을 읽을수록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할 줄 알면서 언제나 세심하고 친절한 조지프가 여자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바람둥이일 리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과 연애를 하는 걸까?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에게 빠진 여자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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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맨을 찾아서
리처드 치즈마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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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이 실존했었나 아니었나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인물이 상징하는 공포만이 기억될 뿐인데 우리나라에는 사람보다 실체가 없는 귀신이 많은가 하면 서양에서는 실체가 있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기맨을 비롯한 각종 맨들이 있다.

벽장이나 창문을 통해 들어와 아이들을 잡아가거나 악몽 속에 등장하는 존재인 부기맨

그런 부기맨을 소재로 한 공포소설이나 영화가 많은 걸 보면 아마도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의 공포를 자극하는 데 깊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특이하게도 작가이면서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독립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스티븐 킹과의 공조 소설도 있다고 하는 걸 보면 그의 위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

소설 부기맨을 찾아서는 마치 르포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실화 같은 느낌을 준다.

소설 속 주인공이 작가와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도 그렇고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현장에 직접 있는 듯한 형식은 소개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실제 있었던 일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다.

특히 사건 피해자의 사진을 비롯해 그 가족이 살았던 집과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서 책 속에 삽입 시킨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 온 동네 사람들을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분노에 떨게 만든 연쇄살인마의 첫 등장은 집안에 있는 소녀를 바깥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눈 깜짝할 새 소녀들을 끌고 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잔인하게 성폭행 후 살해하는 살인마

사람들은 그를 차츰 부기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소설 속 배경인 에지 우드란 곳은 적은 인구수에 별다를 것 없었던 조용한 마을이었지만 미정부가 군사 단지로 크게 키우면서 분위기와 모든 것이 달라진 곳이었다.

그러다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마을의 입지도 좁아지고 서서히 쇠락해가는 곳이었기에 사람들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나 이런 모든 것에 갈등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어수선함 속에 등장한 부기맨은 모든 것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자 서로를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람들조차 서로를 의심할 뿐 아니라 근거 없는 소문과 비밀은 온 마을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당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볼 때 명문대를 나왔으면서 올바른 곳에 취직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소설을 쓴다며 빈둥대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가 충분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주인공이 작가와 동일 인물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주인공을 가장 의심했을 것 같다.

시간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어린 소녀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센 젊은 남자이며 연쇄살인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백인이라는 점도 그렇고... 소설 속에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끝끝내 그를 용의자의 범위에 뒀던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피해자나 그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과 공포 그리고 분노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진짜 현실 속 미제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한 것일까?

결국 뒷이야기를 통해 의외의 인물인 진범의 정체를 밝혀 또 한 번 독자를 놀라게 했다.

소설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형식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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