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맨을 찾아서
리처드 치즈마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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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이 실존했었나 아니었나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인물이 상징하는 공포만이 기억될 뿐인데 우리나라에는 사람보다 실체가 없는 귀신이 많은가 하면 서양에서는 실체가 있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기맨을 비롯한 각종 맨들이 있다.

벽장이나 창문을 통해 들어와 아이들을 잡아가거나 악몽 속에 등장하는 존재인 부기맨

그런 부기맨을 소재로 한 공포소설이나 영화가 많은 걸 보면 아마도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의 공포를 자극하는 데 깊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특이하게도 작가이면서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독립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스티븐 킹과의 공조 소설도 있다고 하는 걸 보면 그의 위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

소설 부기맨을 찾아서는 마치 르포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실화 같은 느낌을 준다.

소설 속 주인공이 작가와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도 그렇고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현장에 직접 있는 듯한 형식은 소개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실제 있었던 일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다.

특히 사건 피해자의 사진을 비롯해 그 가족이 살았던 집과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서 책 속에 삽입 시킨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 온 동네 사람들을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분노에 떨게 만든 연쇄살인마의 첫 등장은 집안에 있는 소녀를 바깥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눈 깜짝할 새 소녀들을 끌고 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잔인하게 성폭행 후 살해하는 살인마

사람들은 그를 차츰 부기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소설 속 배경인 에지 우드란 곳은 적은 인구수에 별다를 것 없었던 조용한 마을이었지만 미정부가 군사 단지로 크게 키우면서 분위기와 모든 것이 달라진 곳이었다.

그러다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마을의 입지도 좁아지고 서서히 쇠락해가는 곳이었기에 사람들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나 이런 모든 것에 갈등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어수선함 속에 등장한 부기맨은 모든 것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자 서로를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람들조차 서로를 의심할 뿐 아니라 근거 없는 소문과 비밀은 온 마을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당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볼 때 명문대를 나왔으면서 올바른 곳에 취직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소설을 쓴다며 빈둥대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가 충분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주인공이 작가와 동일 인물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주인공을 가장 의심했을 것 같다.

시간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어린 소녀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센 젊은 남자이며 연쇄살인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백인이라는 점도 그렇고... 소설 속에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끝끝내 그를 용의자의 범위에 뒀던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피해자나 그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과 공포 그리고 분노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진짜 현실 속 미제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한 것일까?

결국 뒷이야기를 통해 의외의 인물인 진범의 정체를 밝혀 또 한 번 독자를 놀라게 했다.

소설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형식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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