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는 그저 귀여운 캐릭터로 유명한 무민

그 무민이 탄생한 지가 75년이 넘었다는 건 잘 몰랐던 사실이다.

무민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 바로 이 책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인데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책이 출간된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를 모른다면 동화인데도 왜 밝거나 우리가 흔히 동화라면 연상되는 아름다운 배경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 책은 1945년 전후 세계가 전쟁의 후유증으로 혼란스럽고 고통받았던 시기에 출간되었지만 이 책을 처음 쓴 것은 그보다 더 앞선 1939년 2차대전 초기였으며 소련의 핀란드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즈음이었다.

가족은 흩어지고 남자들은 징집되어 생사를 알수 없는 전쟁의 혼란 속에 휩쓸렸을 즈음에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잠시라도 잊게 하기 위해 집필을 시작한 작가에게 무민은 단순히 그가 만들어낸 동화 속 캐릭터가 아닌 마음의 휴식처이자 안식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엄마 무민과 무민은 살 집을 찾아 길을 떠나고 길에서 작은 동물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그들 일행이 헤맨 곳은 빛이 들어오지 않고 무서운 뱀이 있는 늪이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건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위험한 늪을 건널 필요가 없었던 때를 얘기하는 무민의 엄마의 말을 통해 이 가족이 처한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아빠 무민의 부재, 살 집을 구해야 할 상황 그리고 그런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 등...

그렇게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엄마 무민은 도움을 청하는 작은 동물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고 자칫하면 본인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

이런 모습은 전쟁으로 인해 흩어진 가족의 모습과 삶의 터전을 잃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무민 가족은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는 고양이를 구출하기도 하고 황새의 안경을 찾아주기도 하는 등 주변의 어려움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그런 무민 가족의 친절은 아빠 무민을 찾을 수 있도록 보답받는데 그런 모습 즉 서로를 도와주는 장면을 통해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듯하다.

어려운 재난이나 상황 앞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걸 멈추지 말아야 하며 서로서로 돕는 따뜻한 온정이 있는 사회만이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된다는걸...

짧은 글과 그림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듯 했다.

작은 무민 가족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FBI 요원인 넬 플린이 부상당한 채 고향으로 내려온 건 경찰이었던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었다.

엄마가 살해당하고 둘 만 살았지만 말이 없고 불같은 성미를 지닌 아빠와 넬은 서로 어색한 상태로 지내다 넬의 연애 문제와 진학 문제 때문에 충돌한 후 그녀가 고향을 떠나버렸고 이후 10년간 왕래가 없던 상태라 아빠의 죽음에서 오는 대미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가 그녀에게 남긴 유산을 정리하다 해외계좌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문이 생긴다.

아빠는 고향 서퍽 카운티에서 경찰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터라 해외계좌를 둘 여력 따윈 없다는 걸 알기에 아빠가 남몰래 딴 주머니를 찬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고 그런 아빠가 시내에 아파트를 얻어 한 여자를 그곳에 머무르게 했다는 걸 알면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그녀가 갑작스럽게 그 아파트를 떠난 날짜가 공교롭게도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기 하루 전

그렇다면 아빠의 죽음도 어쩌면 사고사가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지만 그런 의심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아빠의 사고 난 오토바이를 조사하고선 누군가 오토바이에 손은 댄 걸 확인한다.

아빠는 도대체 무슨 일에 끼어든 걸까 하는 의문도 잠시... 이곳 서퍽 카운티에서 부자들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그곳을 산책하던 여자에 의해 발견되는데 죽은 여자의 상태가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다.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사지가 잘린 채 비닐 포대에 덮여있는 소녀가 발견되면서 서퍽 카운티의 경찰도 들끓기 시작하고 그 사건을 담당한 동창생 리의 말에 따르면 작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으며 그 사건을 넬의 아빠와 자신이 수사하던 중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리의 수사를 돕게 되면서 넬은 살해된 여자들이 죽기 전의 행적이 아빠의 동선과 겹친다는 걸 깨닫는다.

또한 죽은 여자들이 죽기 전의 직업이 고급 매춘부였으며 서퍽 카운티의 부자들 동네 파티에 자주 불려 다닌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런 이유로 지역 경찰들이 초동 수사 때부터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이미 특정인을 용의자로 보고 그의 행적을 증명하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정해놓고 수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피해자를 단 방에 즉사시킬 정도의 사격술을 가졌으며 키가 큰 왼손잡이인 자가 그녀들을 죽인 범인이라는 게 분명히 보이는 데도 이런 증거를 무시한 채 오로지 피해자의 가족들이 봤다는 트럭과 같은 트럭을 몰고 정원일에 쓰이는 포대가 시신을 싼 포대랑 같다는 이유만으로 힘없는 불법체류자인 남자를 용의자로 특정 짓고 더 이상의 수사는 멈춰버리는 서퍽 카운티의 형태를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었던 넬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FBI와 예전부터 이곳에서 경찰에 의해 자행되는 온갖 비리와 독선을 고발하던 기자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여성들의 연대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연대에 남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아니 오히려 오랫동안 이곳 서픽 카운티에서 경찰로 일했던 아빠의 동료들과 그녀가 얼마 전까지도 사랑한다고 말했던 가족의 오랜 친구인 도시는 이곳에서 거의 무소불위의 지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힘을 행사하는 데 거침이 없다.

그런 그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된 진술과 정보를 듣기도 힘든 상황에서 넬은 아빠가 범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만 해도 두렵지만 어릴 적 엄마의 죽음에도 혹시 연관된 건 아닌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

그들에게 가난한 매춘부의 죽음이나 앞으로 더 얼마나 같은 희생자가 나올지에 대한 관심 따윈 없다.

그저 얼른 누군가 희생양을 내세워 사건을 덮어버리고 사업을 계속해야만 하기에 매춘부들을 이용한 돈 많은 고객의 기분이 더 중요했고 자신들의 치부를 들춰내려 하는 사람이 어릴 적부터 봐왔던 사람이란 것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

시신은 아주 잔혹한 상태였지만 범죄의 방법은 생각만큼 치밀하지도 않고 용의자를 추정하는 것 역시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썩을 대로 썩은 지역 경찰과 공권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 사건을 덮는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사실을 까발리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범죄의 증거를 바탕으로 단서를 쫓아 범인을 추적해가는 기존의 크라임 스릴러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란 걸 제대로 보여주는 걸스 라이크 어스는 여자들의 연합으로 마초 같은 남자들에게 한 방 먹이는 재미로라도 읽을 만했다.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여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링컨 타운카를 몰고 다니면서 돈이 되는 의뢰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받고 재판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인정사정 보지 않는 악명 높은 변호사 미키 할러

스스로 돈을 사랑한다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어 그런 속물적인 면마저 자신의 장점으로 만드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범죄 피해를 입는다면 미키의 배다른 형이자 형사인 해리 보슈 같은 경찰이 담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변호사를 선임할 일이 생긴다면 미키 할러 같은 변호사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는 자신이 맡은 재판을 위해선 최선을 다하는... 그야말로 진짜 뼛속까지 변호사다.

이렇게 변호사의 전형 같았던 미키가 언젠가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맡아서 변호해 풀려났던 용의자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점점 염증을 느끼는가 싶더니 변호사가 아닌 질색하던 검찰에서 일을 하다 선출직인 검찰청장 선거에 나서기도 하고 자신이 풀어준 누군가에 의해 희생자가 된 사람들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은 예전의 미키, 즉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며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프라이드를 느끼고 있었을 당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의 바탕에는 자신의 사랑하는 딸이 있었다.

누가 봐도 구제받을 길 없는 범죄자의 편에서 변호를 하고 돈을 버는 아빠의 모습에서 수치심을 느끼고 분노하는 딸로 인해 변호사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미키는 얼굴을 보지 않으려 하는 딸로 인해 상심한 마음을 술로 달래기 시작했다.

이런때 매춘부를 살해한 용의자이자 디지털 포주인 안드레 라 코세가 그에게 변호를 의뢰했고 그에게 미키를 추천한 사람이 미키가 목돈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도와줬던 글로리아 데이턴이자 라 코세에 의해 피살된 여자였다.

정황증거는 라 코세에게 불리하지만 그의 무죄를 믿었던 미키는 사건을 조사하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사건과 이 사건이 엮여있음을 알게 된다.

몇 해 전 글로리아가 카르텔 소속 마약상 핵터 안란테 모야를 밀고 하면서 모야는 무기징역을 구형 받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에 모야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마약은 인정했지만 그에게 가중처벌을 안겨준 총기 소지에 있어서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그에게 평생토록 감옥에서 나올 수 없는 형량이 주어졌었다.

8년이 지난 후 모야는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소송의 주요 증인이 바로 글로리아였음을 알게 되면서 단순 살인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이 점차 위험성을 띠기 시작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자신감과 자신이 최고라는 프라이드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 같았던 전형적인 속물 변호사였던 미키가 딸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민감해하고 전화 한통에 목매달고 애달파하면서 보통의 평범한 아빠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충격에 휘청이고 자신도 모르는 새 이용당해 사건에 휘말리면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해 헤매지만 그럼에도 역시 미키 할러는 범정에서 최고의 빌런이자 역전의 명수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다.

하나씩 모아둔 조각으로 막강해 보였던 상대에게 강력한 어퍼컷을 날리는 법정에서의 장면은 그가 악당이지만 왜 최고의 변호사인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일 뿐 아니라 왜 시리즈가 인기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딸아이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미키의 모습은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소설이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당연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아도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잘 알기에 글을 쓰는 사람을 존경 어린 시선으로 본다.

막연하게 소설을 쓸려면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것은 차지하고 우선 어떻게 써야 하는지조차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이나 글쓰기에 대한 요령 같은 길라잡이 책이 많이 나오지만 그 책을 읽고 요령을 안다고 해서 글을 쓸 수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되었겠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이 책 소설의 순간들은 그런 길라잡이용 책과 같은 방향 즉 소설을 쓸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과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함께 그 단계에 따른 예시를 자신의 작품 25 편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고 있다.

일단 소설을 진행하는 데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여기에서는 그중에서도 발단과 전개, 절정을 거쳐 결말에 이르는 4단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갈등과 위기 같은 단계는 제외하고 있지만 이 구성만 따라도 충분히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을듯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단계에 대한 설명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과 조금 다른데 훨씬 더 현실적인 조언에 가깝다.

우선 발단 단계에 대한 설명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발단을 그저 소설의 시작이자 이야기를 끌어가는 서두이며 문제를 제기하는 단계로만 알고 있었는데 발단은 마치 야구에서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 있는 투수처럼 긴장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예시하는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에서 처음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가 등장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설명을 보면서 왜 그렇게 많은 스릴러나 미스터리 소설이 살인이나 혹은 시체와 함께 시작했는지 이해가 갔다.

단숨에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다음 단계인 전개로 넘어가는 데 전개 역시 단순히 상황을 풀어가거나 소재의 확장이 아니라 그것을 따로 떼어놔도 앞뒤 상상 가능하고 그것으로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어야 좋은 전개이며 절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결말로 가는 길이 막혀있지 않고 뚫려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결말

결말은 절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고 외길인 결말이 좋은 결말이란다.

이렇게 각 단계마다 쉬운 설명과 함께 예시를 든 소설은 때론 쉽게 이해가 갔고 때로는 이게 왜 그 단계인지 헷갈리는 걸 보면 단계의 명확한 구분에 대해 좀 더 공부해봐야 할듯하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소설집이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작법에 대한 공부를 위한 게 아니더라도 소설을 읽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그렇지만 일본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이나 대우는 천양지차이라 정규직으로 입성하지 못한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정규직 취업에 실패하고 파견직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겪는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스스로 일을 선택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각고의 노력 끝에 사회보험 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히나코

원래부터 하던 일의 연장이라 곧바로 4명이 일하는 작은 노무사 사무소에 취업해 현장에 투입되지만 그녀가 마주한 클라이언트들의 의뢰 내용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게다가 노무사라는 직업이 노동자의 편에 서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을 하는 직업이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사회보험 노무사라는 게 의외로 회사와 계약을 맺어 각종 노무와 관계된 일이나 임금 문제, 직원의 고용에 있어 따라오는 각종 허가사항을 대행하는 일을 한다는 것부터 오판을 해서인지 책 내용마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른 전개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 의외였다.

처음 생각에는 일을 하면서 노동자가 기업으로부터 겪는 온갖 부조리한 일과 부당한 처우에 대해 노동자를 대신해서 기업에 항의하고 이의를 제기해 통쾌한 한방을 날리거나 시원한 결과를 가져오는 사이다 같은 스토리를 예상했었는데 그런 식의 전개가 아니라 오히려 일을 하면서도 몰랐던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혹은 기업이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기업이 행정 위반이나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각성시키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 설득하는 정도에서 그칠 뿐이고 그런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부당한 대우를 개선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그것조차도 기업의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히나코가 클라이언트인 기업의 의뢰를 받아서 문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우리 역시 흔히 겪는 문제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런 전개보다 뭔가 속 시원한 결말을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다른 문제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건 그냥 표면상의 문제일 뿐 그 속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적인 차별, 정시 퇴근할 수 없는 구조 문제 혹은 출산과 육아에 있어 늘 불이익을 당하는 여직원들의 문제 등등

그렇다면 클라이언트인 기업의 편에 서서 일을 해야 하는 사회보험 노무사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라도 이렇게 노사 간에 문제상황이 발생 시 노동자의 편을 들기 힘든데 왜 하필 사회보험 노무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마음껏 을인 직원의 편에 서서 부당함에 목소릴 내고 억울한 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노조를 내세워 기업을 상대로 시원하게 한방 날려주는 편이 휠씬 더 시원함과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을까?

여기서 주인공인 히나코가 병아리라 불리는 사회보험 노무사로 초짜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그만큼 노무사로 일한 경험이 적고 자신 역시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견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히나코는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가거나 무시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남다른 열의와 정성을 보임으로써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문제를 발견해 적극적인 중재를 하는 걸로 업무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간다.

그럼으로써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보여주고 그 문제에 법적인 조항을 알려줌과 동시에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적절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잡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