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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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고서 좌절하며 술독에 빠진 남자를 동료들이 찾아오면서 모든 일이 시작되는 브로맨스 북클럽은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일단 너무 괴로워하는 친구를 보면서 찾아온 친구들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그 해결책이란 게 생각지도 못한 방법 즉 로맨스 소설을 읽으라는 것이었고 여느 남자들처럼 로맨스 소설은 여자들만 읽는 그렇고 그런 책이라고 생각하는 개빈은 친구들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자신의 아내 세아를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은 친구와 동료들이 일러준 방법을 받아들이기로 하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대사들은 오글거리기 일쑤였고 이런 말들이 먹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절실했기에 개빈은 책에서 주인공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면서 차츰 자신과 아내와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사랑했던 세아는 자유분방하고 행동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지만 아이를 낳고 남편의 동료 가족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차츰차츰 거짓 표정과 거짓 미소에 익숙해졌고 어느새 처음의 반짝거리던 사람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렇고 그런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들 부부가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 교제 기간이 너무 짧아서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사랑하나에 너무 많은 걸 걸었다는 것인데 아내 세아는 어린 시절 무책임했던 부모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사랑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컸다.

처음의 뜨거웠던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보이지 않았던 상대방의 허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중 개빈이 선수로서 가장 빛날 때 이제까지 잠자리에서 세아가 거짓으로 오르가슴을 연기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갈등은 폭발하게 되는데 여기에서도 남녀 간의 시각차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세아에게 있어 잠자리에서의 불만족은 다른 문제들에 비해 큰 것이 아님에도 개빈은 남자로서 자신감을 잃고 상처를 받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생각과는 다른 말로 세아에게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내 세아를 너무 사랑하는 개빈은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버리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들여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였고 그런 개빈의 노력은 세아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서로 마음을 열고 오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아직까지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이후는 마치 장작에 불이 붙듯이 뜨겁기만 하다.

여자의 마음을 열고 돌아선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선 여자의 입장이 되어 여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남자들이 터부시하는 로맨스 소설을 지침서로 삼는다는 발상이 귀여운 브로맨스 북클럽은 사랑하는 사람들도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

개빈이 아내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재밌고 그런 남편을 보면서 흥분하고 뜨거운 지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애쓰는 세아의 모습도 웃음이 나오는데 두 사람이 서로 끌리면서도 표시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다.

모처럼 읽은 유쾌하고 달콤한 로맨스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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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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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만나러 간 노라가 발견한 것은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는 언니와 언니의 애완견이었다.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언니의 죽음이지만 노라는 충격을 받아서인지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그저 멍한 채 구급 대원을 막연하게 기다렸고 이내 경찰이 와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테이프를 둘렀지만 여전히 노라는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의 행동은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충격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경찰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행동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언니인 레이첼은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미혼 여성이지만 외딴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강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매인 노라와 이곳저곳을 여행 다니길 좋아했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 그녀에게 몇 번의 칼을 찌를 정도로 원한을 살 만한 사람도 없었고 최근까지 진지하게 사귀는 남자도 없어 누가 그녀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경찰은 막연하기만 한데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 노라는 언니 집 주변을 둘러보다 누군가 언니의 집 근처에서 몰래 레이첼을 지켜본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게 알린다.

평범한 시민인 그녀도 발견할 수 있는 걸 왜 경찰은 발견하지 못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노라는 이곳 경찰에 대해 믿을 수가 없어 자신이 직접 그놈을 찾고자 하면서 문득 그 남자가 떠오른다.

사실 레이첼은 아주 오래전 낯선 남자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은 전적이 있지만 당시 레이첼과 친구들이 밤새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이유로 경찰은 그녀의 증언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고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채 범인도 못 잡고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었다.

그 이후로 레이첼은 자신을 때린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신문에 폭행이나 강간 같은 기사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자매는 오랫동안 그 일을 계속 해오다 그만둔지 오래인데 자신에겐 비밀로 한 채 얼마 전까지 언니가 계속 조사를 해왔었을 뿐 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계획했었다는 것도 경찰의 말을 통해 알게 되면서 노라는 계속 당황한다.

왜 언니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감췄을까

범인을 찾기 위해 실마리를 찾는 것과 별개로 하나씩 드러나는 언니의 이야기는 자신이 이제껏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언니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드러난 진실은 노라에게 충분히 혐의가 갈 만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경찰은 노라에게 언니인 레이첼을 죽일 동기가 있었다고 생각해 그녀를 취조하면서 노라 역시 숨기고 있었던 게 드러나게 되고 이제까지 한 그녀의 행동과 말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만든다.

그만큼 그녀의 행동은 피해자 가족이 할만한 행동이라 생각한 모습 즉 상실감에 괴로워하고 언니와의 추억에 고통스러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고.... 그러면서도 언니를 잘 몰랐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믿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보여줬는데 이 모든 게 거짓이라면 그녀는 대단한 거짓말쟁이거나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 가족이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는다는 설정은 여느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범인을 찾는 과정이나 범행 동기가 중요한 다른 스릴러와 달리 이 책은 범인의 정체나 범행 동기보다 갑작스럽게 가족의 죽음에 직면한 남은 가족이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긴박감이 넘치거나 긴장감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죽은 사람과 함께했던 것들을 추억하고 현실과 과거가 뒤섞여 어딘지 모호하고 사건 자체도 흐릿하게 느껴져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범인이 잡히고 그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범행 동기가 드러나는 완전한 결말을 원하는 사람에겐 다소 낯설지만 회상하면서 언니가 무심결에 했던 말 중에 어떤 단서가 있지 않을까 다시 떠올려보고 또다시 곱씹어 보면서 누가 그녀를 죽였을지 자신만의 근거를 토대로 범인을 추적한다.

경찰의 수사로 밝혀지는 레이첼의 행적을 통해 드러나는 그녀의 성격과 행동은 노라의 증언이나 추억에서 드러나는 모습과 차이가 많이 나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의심이 생기게 되고 노라가 중요한 부분을 고의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이 노라를 의심하는 게 설득력을 얻으면서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흐르도록 했다.

비슷한 연령에 비슷해 보이는 외모의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어울렸고 서로에게 온갖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여느 자매 사이같이 보이지만 비슷한 외모에도 어딜 가던 눈에 띄는 언니로 인해 늘 비교당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노라

그렇다면 그녀가 진짜 자신의 언니인 레이첼을 죽인 걸까?

사랑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늘 질투와 질시의 시선을 보냈던 자매의 이야기가 살인사건과 뒤섞여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는 여성들의 심리 표현과 일상에서 여자들이 느끼는 공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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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티드 - 당신이 누른 ‘좋아요’는 어떻게 당신을 조종하는가
브리태니 카이저 지음, 고영태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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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날에 카드사나 온갖 업체에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거나 쿠폰을 받는 일이 이젠 별다를 것 없는 일이 된지 오래지만 처음에 이런 걸 받았을 때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조금 겁도 났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내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는데 어떤 사이트든 뭔가를 사거나 확인하고 싶으면 일단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그 절차 중에 제3자에게 본인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항목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사태의 원인 제공은 본인 스스로 한 것인데 이런 사항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회원가입 자체가 안되게 되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불리한 독소조항이지만 아직까지도 이런 조항은 없어지지 않았고 이제는 사람들 스스로가 아무런 불편이나 거리낌 없이 여기에 동의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정보를 모아 모아 데이터화했고 여기에다 조금 더 발전해 그 사람이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 이를테면 개인 sns에서 그 사람이 좋아요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들을 따로 모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그 데이터를 기초로 그 사람에 맞는 취향 저격인 상품을 소개하거나 그 업체의 DM이 발송되는 현재를 우리는 살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런 데이터를 사고팔거나 수집한다고만 생각했던 데이터를 좀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해 이를 무기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바로 타겟티드의 저자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

우리도 분명히 기억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된 트럼프의 대선전이다.

모든 사람들이 당시 힐러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의외의 결과로 트럼프가 당선되었는데 그때 선거캠프의 그림자처럼 뒤에서 이 모든 상황에 도움을 준 팀이 바로 저자 브리태니 카이저가 속했던 캐임브리지 애널리티카였고 그 팀이 한 일이 바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해 트럼프가 유리하도록 이끌었다는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

브리태니 카이저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고 트럼프의 대선전을 지켜보면서도 계속 자신이 신념과는 반대로 보수인 공화당을 위해 일한다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캐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첫 번째가 경제적 이유지만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개념으로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마케팅을 한다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 컸던 것 같다.

자신은 몰랐던 새로운 신개념과 새로운 접근 방식에 매료된 그녀의 대가는 컸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이 데이터를 이용한 방식은 악의적일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여론 조작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한 심리적인 조작을 통해 원하는 바를 거침없이 취하고 개인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데 양심의 거리낌 따윈 없었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 내부 고발자가 된 브리태니 카이저의 이야기를 담은 타겟티드는 현재 만연해 있는 개인의 정보를 이용한 데이터의 상업화가 악의적으로 이용하면 어떤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우리에게 경종을 들려준다.

자칫 딱딱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마치 이야기처럼 들려주고 있을 뿐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라는 걸 몰랐다면 한편의 음모극처럼 느껴질 정도로 트럼프의 대선 당시의 이야기나 블랙 시트가 결정된 영국의 상황을 현장감 있게 들려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그녀의 경고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개인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 이용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이에 대응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개인들도 정부와 기업이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지 지켜봐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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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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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말이 가지는 힘은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왠지 울컥하게 하는데 나이 들수록 이런 건 어릴 때 느꼈던 감정보다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엄마가 생각나고 아프고 슬플 때도 맨 먼저 엄마가 떠오르는 건 비단 나만은 아니리라.

이 책 엄마는 괜찮아 역시 여느 엄마들과 같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모든 걸 내주면서 정작 당신을 위해선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는 걸 아까워하던 우리의 엄마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며오는 슬픔을 느꼈다.

답답하게 그렇게 자식에게 희생하며 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세대의 부모님은 자신보다 늘 자식을 먼저 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아온 분들이기에 자신을 아끼고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말이 옳다고 느끼시더라도 막상 자식 문제에서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엄마가 하는 행동을 보면 낯설지 않게 느껴졌는데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는듯할 정도로 닮아있어 그녀의 행동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가 써 내려간 글은 그런 엄마를 갑자기 떠나보낸 후에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일기이자 절절한 그리움과 회한을 담은 사모곡이다.

그동안 엄마가 해줬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면서 왜 한 번 더 엄마를 챙겨주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는 부분은 여느 자식들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부분이다.

그래서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저자가 깊은 회환을 가지고 후회하는 부분은 비슷하기에 많은 공감이 갔다.

집집마다 사연이 없는 집이 없다고들 하지만 저자의 집안 사정 역시 녹록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촉망받고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형의 투병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었던 엄마에게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과 슬픔을 안겨줬을 거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부재는 남은 가족에게도 깊은 상처를 안겨 줬을 뿐 아니라 저자 역시 깊은 우울감에 빠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고 그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불안정함과 병적 고통에 대한 글은 우울증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고도 뿌리 깊게 자리하는지를 알게 해줬다.

100수 시대를 살면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데 바쁘다는 이유로 자식들이 돌아보지 않고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도 주변에 보면 늘어가는 추세다.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 믿고 늘 미루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자신의 곁에 있는 부모님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다정한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게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 게 아닐지... 책 제목처럼 늘 엄마는 괜찮다고 말하는 걸 진짜 괜찮은 걸로 생각해서 당연하게 듣지 말기를...

떠나보낸 엄마에게 못했던 절절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아 새삼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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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월
존 란체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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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를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고 밤낮없이 경계를 서는 이곳에 2년간 경계병으로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온 남자 조셉 카바나

벽 위에서의 근무 중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12시간 동안 혼자서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경계를 서야 하는 것이다.

만약 끊임없이 벽을 넘어 이곳으로 오기 위해 시도하는 상대를 놓친다면 그곳을 지켜야 했던 경계병들은 벽을 넘어온 상대의 수만큼 이곳에서 상대가 넘어온 바다로 추방되고 그것은 곧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걸 의미하기에 한시도 경계의 눈길을 놓쳐선 안된다.

이렇게 음산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 더 월의 배경은 섬 전체를 둘러싼 장벽을 두고 지키려는 자와 넘어오고자 하는 사이의 목숨을 건 투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켜내지 못하면 자신이 쫓겨나야 하는 만큼 서로에게 절실한데도 카바나가 지키는 벽의 모습은 조용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그래서 웃음기 없이 엄격하게 규율을 강조하는 대위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보며 경계를 서는 모습은 긴장감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변한 건 카바나가 몇 번의 휴가를 얻고 보초를 서는 것에 익숙해질 즈음 궂은 날씨를 틈타 상대가 침입해오면서이다.

상대 역시 생존이 달린 문제다 보니 그만큼 절박하기 마련이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만 상대의 침입을 눈치챈 카바나의 빠른 판단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이로 인해 팀은 훈장을 받게 되지만 당연하게도 카바나 일행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드러나는 벽이 가진 의미와 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언젠가부터 줄어든 한정된 자원을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이로 인해 섬 전체를 둘러싼 벽이 생겼으며 이런 환경을 만든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은 부모 자식 간을 멀어지게 만들었고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출산을 기피했으며 2년간 벽에서 보초를 서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지키려는 자도 벽을 넘어서려는 자도 기성세대도 현재의 세대도 모두가 벽을 세우고 서로를 향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암울하기 그지 않지만 지금의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자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제사회가 서로를 향해 무역의 벽을 높이 세우기 시작했고 빈부의 차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빨리 변해가는 세상으로 인해 세대 간의 벽도 두꺼워져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섬 전체를 둘러싸 콘크리트로 벽을 세워 바다로부터 오는 상대를 목숨 걸고 지키는 모습이 난민이나 이민자를 향해 세운 날카로운 경계 같기도 하고 고갈된 자원으로 인해 추위에 떨고 지금까지와 다른 생활을 해야 하는 모습은 한정된 자원과 자연을 아낄 줄 모르고 함부로 사용하는 우리의 미래를 향한 경고로 보인다.

카바나 일행이 추방되어 상대의 입장에 설 것이라는 건 당연히 예상한 결과였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석유가 없고 전기가 없어 어둠과 추위 속에 떨면서 바다를 떠도는 모습도 그렇고 그런 이유로 음식조차 익혀 먹지 못해 아주 오래전 원시시대를 사는 사람처럼 날 것으로 먹어야 하는 모습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낯설게 느껴졌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늘 우리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전기나 불이 없다면 이런 방식의 음식 섭취는 당연하다. 그렇게 보면 카바나 일행이 처한 상황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나마 남은 걸 차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총을 겨누고 약탈하는 해적의 등장은 작게 남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트릴 정도로 암울하게 느껴지는데 단순히 그들이 처한 모습을 그린 것만으로도 소설 속 미래의 모습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 수 있다.

소설에서는 물리적으로 콘크리트로 벽을 세워 외부로부터의 모든 접근을 막는다는 설정이지만 지금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그렸다는 걸 알 수 있기에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카바나처럼 언제든 내가 상대가 될 수도 있음을...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건 이런게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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