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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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만나러 간 노라가 발견한 것은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는 언니와 언니의 애완견이었다.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언니의 죽음이지만 노라는 충격을 받아서인지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그저 멍한 채 구급 대원을 막연하게 기다렸고 이내 경찰이 와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테이프를 둘렀지만 여전히 노라는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의 행동은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충격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경찰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행동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언니인 레이첼은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미혼 여성이지만 외딴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강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매인 노라와 이곳저곳을 여행 다니길 좋아했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 그녀에게 몇 번의 칼을 찌를 정도로 원한을 살 만한 사람도 없었고 최근까지 진지하게 사귀는 남자도 없어 누가 그녀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경찰은 막연하기만 한데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 노라는 언니 집 주변을 둘러보다 누군가 언니의 집 근처에서 몰래 레이첼을 지켜본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게 알린다.

평범한 시민인 그녀도 발견할 수 있는 걸 왜 경찰은 발견하지 못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노라는 이곳 경찰에 대해 믿을 수가 없어 자신이 직접 그놈을 찾고자 하면서 문득 그 남자가 떠오른다.

사실 레이첼은 아주 오래전 낯선 남자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은 전적이 있지만 당시 레이첼과 친구들이 밤새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이유로 경찰은 그녀의 증언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고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채 범인도 못 잡고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었다.

그 이후로 레이첼은 자신을 때린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신문에 폭행이나 강간 같은 기사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자매는 오랫동안 그 일을 계속 해오다 그만둔지 오래인데 자신에겐 비밀로 한 채 얼마 전까지 언니가 계속 조사를 해왔었을 뿐 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계획했었다는 것도 경찰의 말을 통해 알게 되면서 노라는 계속 당황한다.

왜 언니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감췄을까

범인을 찾기 위해 실마리를 찾는 것과 별개로 하나씩 드러나는 언니의 이야기는 자신이 이제껏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언니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드러난 진실은 노라에게 충분히 혐의가 갈 만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경찰은 노라에게 언니인 레이첼을 죽일 동기가 있었다고 생각해 그녀를 취조하면서 노라 역시 숨기고 있었던 게 드러나게 되고 이제까지 한 그녀의 행동과 말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만든다.

그만큼 그녀의 행동은 피해자 가족이 할만한 행동이라 생각한 모습 즉 상실감에 괴로워하고 언니와의 추억에 고통스러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고.... 그러면서도 언니를 잘 몰랐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믿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보여줬는데 이 모든 게 거짓이라면 그녀는 대단한 거짓말쟁이거나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 가족이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는다는 설정은 여느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범인을 찾는 과정이나 범행 동기가 중요한 다른 스릴러와 달리 이 책은 범인의 정체나 범행 동기보다 갑작스럽게 가족의 죽음에 직면한 남은 가족이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긴박감이 넘치거나 긴장감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죽은 사람과 함께했던 것들을 추억하고 현실과 과거가 뒤섞여 어딘지 모호하고 사건 자체도 흐릿하게 느껴져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범인이 잡히고 그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범행 동기가 드러나는 완전한 결말을 원하는 사람에겐 다소 낯설지만 회상하면서 언니가 무심결에 했던 말 중에 어떤 단서가 있지 않을까 다시 떠올려보고 또다시 곱씹어 보면서 누가 그녀를 죽였을지 자신만의 근거를 토대로 범인을 추적한다.

경찰의 수사로 밝혀지는 레이첼의 행적을 통해 드러나는 그녀의 성격과 행동은 노라의 증언이나 추억에서 드러나는 모습과 차이가 많이 나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의심이 생기게 되고 노라가 중요한 부분을 고의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이 노라를 의심하는 게 설득력을 얻으면서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흐르도록 했다.

비슷한 연령에 비슷해 보이는 외모의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어울렸고 서로에게 온갖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여느 자매 사이같이 보이지만 비슷한 외모에도 어딜 가던 눈에 띄는 언니로 인해 늘 비교당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노라

그렇다면 그녀가 진짜 자신의 언니인 레이첼을 죽인 걸까?

사랑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늘 질투와 질시의 시선을 보냈던 자매의 이야기가 살인사건과 뒤섞여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는 여성들의 심리 표현과 일상에서 여자들이 느끼는 공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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