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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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의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한 소설 환락송은 대도시에 모여 살아가는 여자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어 인기를 끌었는데 동명의 드라마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단다.

어디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나 사람들의 철학에 의해 조금씩 그 차이를 보이는데 미국 드라마인 섹스 엔 더 시티에서는 여자들의 성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거침없는 반면 동양 사상이 깊이 박혀있는 중국에서는 성에 대해 예전보다는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들에게 엄격한 잣대가 있을 뿐 아니라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이 남아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 다른 환경과 다른 조건에서 나고 자란 5명의 여자가 대도시 하이시 그중에서도 환락송이라는 아파트 22층에 이웃하며 살게 된 계기로 서로 친해지게 되지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 보니 서로 다른 개성과 성격이 가끔씩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모두가 미혼이며 독립해서 살고 있고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라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앤디는 자신의 기억에만 남아있던 남동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이곳 중국으로 건너와 환락송 22층에 살게 되지만 어릴 적 봤던 엄마의 모습... 즉 남자에 미쳐 모든 것을 버리고 끝내는 정신까지 놔버린 그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남자를 사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변변한 연애를 해 본적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우연이 한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인 필명 특이점과는 마음이 통하고 처음부터 편하게 느껴져 자신의 처지를 모두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

또 다른 여자 판성메이는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는 나름대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고 어떤자리에서도 자신을 돋보이게 할 줄 아는 관록이 있지만 자신의 뛰어난 미모를 이용해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오랜 숙원이기에 항상 소개팅이나 맞선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판성메이를 경멸하는 부잣집 외동딸 취샤오샤오는 학창 시절을 비롯해 유학 생활 중에도 재벌인 부모를 믿고 마음껏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배다른 오빠들에게 아빠의 회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급히 귀국해 이곳 환락송에 자리 잡고 앤디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회사를 차려 잘나가고 있는 중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외모만 믿고 남자로부터 명품 선물을 받기 위해 웃음을 팔고 틈을 노려 남의 자리를 뺏는 것도 개념치 않는 여자를 혐오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판성메이는 그런 유형의 여자이기에 둘 사이는 계속 삐걱거린다.

연애다운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못해 회사 내 직장 상사와 한순간 뜨거운 사랑을 했던 또 다른 여자 추잉잉은 그 팀장의 실체를 깨달은 것과 동시에 직장에서도 잘리는 불운한 신세가 되지만 22층 여자들의 격려에 힘 있어 재취업에 성공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마지막 관쥐얼은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답게 모든 것에 온화하고 둥글둥글해서 다른 4명의 지지를 받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뚜렷한 개성이 없다.

지금 다니는 직장의 인턴생활에 고가의 점수를 받아 그대로 취업에 성공하고픈 마음뿐...

이렇게 5명 모두는 각자의 개성과 성격에 맞게 일도 사랑도 열심히지만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이 인생

모든 것에 느긋했던 관쥐얼이 첫눈에 반한 상대가 알고 보니 취샤오샤오와 현재 뜨거운 사이고 모처럼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옛날 동창과 서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판성메이는 가족문제까지 겹쳐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앤디 역시 오랫동안 찾았던 동생의 모습을 확인한 후 자신에게도 정신병이 발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가오는 특이점과의 사이가 쉽지 않다.

이렇게 5명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녀들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의 맛보기를 보여준 게 1권이라면 2권에서는 본격적인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질듯하다.

요즘 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각자 개성도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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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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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둡고 어딘지 불행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듯한 해리 홀레

그래서인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마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날씨처럼...

그랬던 시리즈가 이번 편에선 그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술의 유혹에 흔들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선 자신의 몸을 거침없이 날리지만 조금씩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처한 현실도 볼 줄 알고 흔들리는 자신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도 자각하는 해리는 이제서야 비로소 완전한 한 사람 몫을 하는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해리지만 라켈은 가끔씩 다른 생각에 빠진듯한 그에게서 불안함을 느낀다.

해리 역시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너무나 행복해 오히려 언제쯤 자신에게 불행이 덮쳐올지 기다리는 것이 불안해 차라리 빨리 그 순간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해리의 소망대로 빨리 찾아왔다.

오슬로에서 미혼 여성을 상대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해리가 급히 필요해진 것

하지만 다시는 살인사건 수사를 하지 않겠다 라켈과 굳게 약속했던 해리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살인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경찰청에서도 언론에서도 이 살인사건 수사에 탁월한 형사인 그를 가만두려 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각자의 욕망과 본능에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본능에 충실한 그들은 누군가는 피를 원하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 거침없이 엽기적인 살인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명예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협박하는 것도 거침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살인사건과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우리의 해리는 원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이 원하던 살인사건 현장으로 등 떠밀려 오게 되고 이와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술집마저 소유하게 되면서 그가 간절히 원하던 두 가지를 단숨에 손에 쥐게 된다.

여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느끼는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에는 피해자의 경동맥을 마치 짐승의 이빨로 문 것 같이 찢긴듯한 상처가 있을 뿐 아니라 피의 일부를 살인자가 마신듯한 증거가 나와 사람들을 더욱 경악게 하는데 잔인한 살인마는 현장에 어떤 증거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을 마치 조롱하듯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해리는 살인사건 현장을 보면서 살인마가 청결에 유난히 신경 쓸 뿐 아니라 살인 자체도 치밀한 계획하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간파하고 마침내 또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그토록 원하던 증거를 손에 쥐지만 그 증거에서 믿을 수 없는 용의자가 표면에 떠오른다.

이제껏 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잡지 못했던 단 한 사람... 발렌틴!

해리가 3년간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발렌틴이 4년 동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덕분이기도 한데 그 발렌틴이 마침내 오랜 잠적을 깨고 드디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함께 나타나 존재를 증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리의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며 접근해온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장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발렌틴을 잡아야 하는 해리는 그와 대면의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총을 쏜다.

늘 수사를 하면서도 마치 세상에 혼자인듯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위험을 무릅쓸 뿐 아니라 주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로지 맹목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에 몰두했던 해리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과 살인사건에 몰두하느라 중요한 걸 놓치는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고 어깨의 짐을 나눠질려는 노력을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해하려는 마음속 어둠이 조금은 옅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인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그에게 가져온 평안이 아닐지...

그러다 문득 이런 걱정이 든다. 늘 해리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작가가 그의 생명줄과 같은 라켈을 어떻게 하지는 않겠지 하는 불안감...

어쨌든 여전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의 해리 홀레 시리즈...

어서 다음 편이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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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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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겠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많고 적음 혹은 악의적인가 아닌 가로 거짓말에도 선악을 부여할 뿐...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제목에서의 거짓말은 분명 나쁜 거짓말일듯하다.

게다가 모두가 착한 아이라고 믿었던 아이의 거짓말이 불러온 파장으로 보자면 그녀가 과연 착한 소녀이긴 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교묘하고 파괴적이다.

학교 정문에 얼굴을 잔인하게 훼손당한 채 목매 달린 소녀의 시신이 걸리고 모두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강렬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면서 이 명문학교가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곳임을 선전포고하듯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매달린 시신을 보면서 아이들이 하나같이 지목하는 그 이름 애쉬... 그 아이는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걸까

영국에서 미국의 명문 학교인 구드로 전학 온 애쉬는 그녀가 겪은 일에 연민을 가진 교장의 선처로 이곳의 입학이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베카의 눈에 띄어 고초를 겪는다.

게다가 입학부터 쭉 같이 함께 해온 다른 아이들과 달리 2학년부터 편입된 상태인데 어디서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서의 시작은 쉽지 않듯이 애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이 학교에 입학하게 할 수 있게 한 피아노 수업을 맡은 담당 선생이 애쉬가 건네준 초콜릿을 먹고 돌연 병원에 실려갔다 죽는 일이 발생하지만 애쉬는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 수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교장이 생각하듯 상처로 힘들어하는 평범한 소녀가 아닐뿐 아니라 그녀에게서 범죄자의 냄새를 맡는다.

같은 방 룸메이트는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애쉬에게 어떤 선을 긋듯 곁을 주지 않고 자신이 어울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애쉬를 경원시하고 졸업반인 베카는 데리고 다니는 친구들을 통해 그녀를 괴롭히지만 아무도 애쉬를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집단적인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고충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어 괴로워하는 모습에서는 또 평범한 십대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여왕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자산관리사였던 아빠가 불륜 스캔들이 터지면서 자살했고 이를 본 엄마 역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총으로 자살한 아픈 상처가 있는 애쉬는 모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지만 어디에서든 그런 비밀의 냄새를 민감하게 맡는 사람이 있듯이 애쉬에게서 뭔가 비밀의 냄새를 맡고 그녀의 뒤를 추적하는 아이들... 룸메이트를 비롯한 그 친구들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비밀을 폭로해버리지만 여전히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밀폐된 학교라는 공간,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 대학 입학이 보장된 명문학교 재학생이라는 우월감, 그리고 그곳에서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오랫동안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존재해왔던 비밀 클럽의 폐쇄성... 이 모든 것이 응축된 구드 학교에 수많은 비밀이 존재하고 전통이라는 묵인하에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이라는 조합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런 곳에 낯선 이방인이자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등장한 애쉬라는 존재에 모든 관심과 호기심이 집중하는 건 당연한 결과... 게다가 애쉬에게는 그녀와 교장이 알고 있는 비밀 이외에도 뭔가 숨기는 게 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대부분 주목받고 싶어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애쉬는 남들 눈에 띄는 것도 자신의 재능이 모두의 주목을 받는 것도 꺼려 할 뿐 아니라 절대로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런 그녀의 남다른 태도는 오히려 베카의 관심을 끌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때 애쉬의 룸메이트가 닫힌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을 끌어들이게 되면서 학교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인다.

경찰의 조사로 하나둘씩 밝혀지는 비밀들은 애쉬를 향하고 그녀에게로 올가미가 조여올 때 학교 교문 앞에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 즉 소설의 맨 처음을 강렬하게 장식했던 그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의 특성 즉 어떤 일이 생겨도 어른들에게 의논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해결하려 한다거나 혹은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얼토당토않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그래서 알고 보면 사건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별다를 것 없는 사건이 좀체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수렁으로 깊이 빠져든다는 걸 느낀다.

이야기 전체를 구드학교가 가진 어딘지 은밀하고 음산한 분위기에다 소녀들 사이에 존재하는 팽팽한 경쟁과 시기, 질투심에 초점을 둬서인지 뭔가 당장 벌어질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긴장감이 좋았었는데 중반 이후까지도 이런 다소 느긋한 진행은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이후에 벌어진 살인사건 자체보다 애쉬가 숨기고 있던 비밀의 비중이 더 큰데 읽다 보면 그녀의 비밀에 대해 쉽게 눈치챌 수 있었던 점 그래서 반전이 뒤통수를 치는듯한 맛이 적은 점은 아쉬웠지만 소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알력과 같은 심리묘사를 보는 재미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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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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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요정 팅커벨이다

소설 원작 속 주인공들과 현실 속 주인공들이 서로 연결된 채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식으로 원작을 살짝 비틀고 거기에다 살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엮어 히트를 친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가 피터팬의 영원한 단짝인 팅커벨을 살인의 대상으로 해 누가 팅커벨을 죽였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팅커벨 죽이기는 기존의 죽이기 시리즈와 비슷한 포맷을 가져왔다.

늘 잊어버리기 예사고 성질 급한 피터가 웬디와 그 일행을 데리고 네버랜드로 돌아가는 길

시작부터 온갖 불평과 짜증을 내면서 등장하는 피터팬은 동화 속의 그 아이가 아닌 것처럼 성질머리가 고약하고 거슬리는 것은 가차 없이 죽여버리는 잔인한 면을 보이고 있지만 그런 피터도 웬디에게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말을 들어주고 있다.

웬디가 폭주하는 피터를 막을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

그런 피터에 의해 잡아먹힐 뻔했던 도마뱀 빌은 웬디의 친절 덕분에 살아남아 그들과 함께 네버랜드로 가지만 얼마 안가 팅커벨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버려진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자신과 함께였던 팅커벨을 기억하지 못하는 피터팬에겐 팅커벨이란 존재는 그저 파리나 모기와 같이 하잖기만 하고 자신이 왜 범인을 잡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지만 웬디의 요청이어서 마지못해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시리즈의 다른 편과 마찬가지로 동화 속 네버랜드에서 사건이 벌어질 동안 지구에서는 오랜만에 모인 동창들이 깊은 산속 산장에서 동창회 모임을 하고 팅커벨이 죽은 시간 동창 중 한 사람이 누가 봐도 이상한 자살을 한다.

꿈속에서 네버랜드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알고 있던 이모리는 현실과 꿈속 네버랜드와의 연결점을 찾아 서로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네버랜드 속 캐릭터가 이곳에서 아바타라임을 깨닫지만 모두에게 밝히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도 자신이 아바타라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에다 더해 네버랜드 속 캐릭터와 현실 속에서 누가 그 아바타라인지를 곳곳에 뿌려둔 작은 단서를 찾아 밝혀야 하는 이 시리즈만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그러는 동안 이상한 사고사나 자살이 연이어 발생해 모두의 분노가 피터팬을 향하면서 그의 아바타라를 색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알고 보니 피터에겐 사건 당시 그의 결백을 증명해 줄 증인이 있다.

모두가 피터의 난폭함을 두려워해 말을 못 하고 있었지만 그가 팅커벨을 죽였음을 의심하던 상황이 역전되고

이제는 범인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피터팬에 의해 죽은 걸로 알고 있던 해적 선장 후크뿐... 그가 실제로 죽었는지 아니면 살아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그의 아바타라를 찾으면 되지만 가장 혐의가 짙은 후쿠 선생은 이에 협조를 거부한다.

게다가 모두의 의심과 반감을 살만한 행동을 일삼기만 할 뿐 스승으로서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 그에게는 어딘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그렇다면 그는 모두의 짐작대로 후크선장이 맞는 걸까?

아니면 이름부터 시작해 너무 뻔히 보이는 걸로 봐서 트릭인걸까?

시리즈 전체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조건 즉 동화 속 세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현실에서 누군가가 죽어 나간다. 그 사람은 동화 속 캐릭터의 아바타라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아바타라인 사람이 살해당하거나 죽는다 해도 동화 속 세계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죽었던 사람도 마치 꿈을 꿨던 것처럼 새롭게 바로 전의 환경으로 리셋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동화 속 세계가 현실이고 지금의 현실이 마치 매트릭스 속의 세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혼돈스러운 것도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이런 단순해 보이는 듯한 법칙 속에서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미묘한 다름을 찾아 그 다름으로 범인을 색출하는 죽이기 시리즈는 원작 속의 우리가 알던 캐릭터와는 아주 다른 모습들을 보여줘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원작 속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으로 봐도 괜찮을 듯하다.

팅커벨 죽이기에 나오는 피터팬은 우리가 알고 있던 어른이 되기 싫어서 영원히 소년인 채로 남은 그 피터팬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그대로 자라지 못해 어린아이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변덕이 심하고 싫증을 잘 내고 단순하면서 모든 것이 본인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어른의 눈으로 보면 짜증 나는 모습이지만 피터팬을 그저 아이라고 생각해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고바야시 야스미는 그런 미묘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잘 캐치해 자신의 특기인 그로테스크한 살인과 잘 섞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죽이기 시리즈는 그야말로 캐릭터의 생생함이 얼마나 잘 표현되었는지가 생명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보면 팅커벨 죽이기에서의 피터팬은 참으로 제대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살인사건의 범인찾기보다 현실속 캐릭터중 누가 어떤 역활인지를 찾는 게 더 중요한 죽이기 시리즈의 다음편은 어떤 소설을 비틀어 새롭게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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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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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남자 여자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잔인해졌을 뿐 아니라 그 이유도 다양해졌는데 이전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살인사건의 범인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살인사건의 범인이 여자라는 게 다소 익숙하지 않은데 이 책은 이를 살짝 비튼다.

살인은 여자의 일이라고... 마치 살인이란 게 단순할 뿐 아니라 사소한 일인 것처럼 표현해놓았는데 그래서인지 책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대담하게 저질러버리는 살인이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우발적으로 깊은 고민 없이 저질러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하는 일인 출판사 편집자라는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던 여자가 우연히 합석한 자리에서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끌림을 느끼지만 그가 이미 결혼한 남자라는 걸 알고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아내를 본 순간 맹렬한 살의를 느끼게 되는데 자신이 동경하는 미남 작가의 아내라는 여자의 외모가 평범함을 넘어 초라하기 그지없어 어떻게 그런 여자가 이런 남자의 아내일 수 있는지 모욕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보란 듯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시로 작가를 불러내 시간을 가지고 자신이 작가와 함께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우월감을 느끼던 중 우연한 기회에 그 아내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지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악의적인 마음으로 남편에게 전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던 것도 잠시... 작가의 아내와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살인은 여자의 일

이와는 반대로 남편의 불륜 상대로부터 지독한 괴롭힘에 시달리던 주부가 느낀 한순간의 살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는 지인의 파티에서 이제껏 목소리로만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의 여자를 마주한 후 그녀가 어둠 속에 숨어 여자가 오기를 기다리게 된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처음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 순간부터 그녀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 즉 그럴 리 없다 부인했다가 어쩔 수 없이 인정한 후에는 스스로를 속이며 납득하다 마침내 혼자서 용서해 주고는 원망의 화살을 남편이 아닌 상대의 여자에게 돌리게 된다. 마치 모든 게 그 여자가 나쁜 여자이고 남편은 우연히 걸린 것처럼...

이와 때를 같이 한 듯이 상대편 여자로부터 집요한 전화 공격이 시작되어 바람피운 남편의 잘못은 사라지고 상대 여자는 천하의 악녀이자 바람둥이가 된다.

그런 여자를 지인의 파티에서 만났는데 너무나 당당하게 활보하고 화려한 모습의 그녀에게 맹렬한 살의를 품는 여자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갔다.

먼저 파티를 나가 어둠 속에 숨어 그 여자가 올 때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완전범죄를 꿈꿨을까 아니면 그녀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리라 생각했을까

조금은 나이 많은 남편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둔 아내가 벌이는 하루의 일탈을 다루는 털은 미스터리보다 그녀가 일탈을 위한 준비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그녀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남편과 아이가 깊이 잠든 틈을 타 외간 남자에게 보이기 위한 샤워를 하고 정성스럽게 치장을 하는 여자는 사실 바람이 목적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탈출, 잠깐의 일탈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잠깐의 일탈을 즐기고 온 후 집으로 돌아와 그녀가 발견한 것은...

도둑과 백화점 경비 사이에서 생긴 분홍 색깔 로맨스를 다룬 여 도둑의 세레나데는 사실 오래전 읽은 한 미스터리가 생각나는 시놉이긴 했다.

이제껏 수많은 도둑질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던 여자가 자신을 처음 잡은 전직 형사출신 백화점 경비원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남자 역시 귀신같은 그녀의 솜씨를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두목이 이 지역을 뜨기 전 크게 한탕하고 자 한 거사 일은 그들의 작전과 상황이 다르게 펼쳐지게 되고 운명의 순간 그녀는 의외의 선택을 해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데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그 남자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있었다는 이야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은밀하게 접근해서 시행하는 살인이 아닌 살의가 쌓여 찰나의 기회가 왔을 때 뒤를 생각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을 담고 있는 살인은 여자의 일은 단편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지난한 과정은 생략한 채 왜 살의를 품게 되었나 와 어떻게 그 살의를 표현할까에 집중하고 여기에 양념처럼 의외의 결말을 첨가해서 가볍게 읽기 좋은 미스터리 단편이 탄생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 변호 측 증인을 재밌게 봤는데 그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여자들의 미묘한 심리와 살의를 품는 순간의 포착이 뛰어나 재밌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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