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청의 왕 : 탑의 소녀 + 왕의 탄생 - 전2권 나르만 연대기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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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도 간간이 읽을 때가 있는데 특히 이런 모험기나 연대기 같은 판타지 소설류를 자주 읽는다.

따지고 보면 해리 포터 시리즈 역시 어른들도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들용으로 출간됐다 세계적으로 초대박을 친 경우... 같은 판타지 소설이라도 반지원정대 같은 류와는 그 결이 다르다.

이 책을 쓴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는 아이들 동화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려진 작가라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이 책 청의 왕 역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판타지 소설이다.

모험과 환상이 가득하지만 너무 잔인하거나 무서운 내용은 없는...

사막 한가운데 물이 솟는 도시 나르만 왕국... 그곳은 온갖 사람들이 모여 살고 교류도 하는 번성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곳 나르만에서 한 고아 소년 하룬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깊은 우물 같은 곳으로 떨어지면서 낯선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 소녀는 자신이 왜 이런 이상하고 위험한 듯한 탑에 갇혔는지 모를 뿐 아니라 심지어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누군가가 가끔씩 찾아와 자신의 피를 가져간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소녀를 본 순간 그녀를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하룬은 소녀의 이름을 파라라 지어주고 그녀와 함께 탑을 탈출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뒤를 왕의 군대가 맹렬히 쫓는다.

두 아이들의 탈출에는 자유롭게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면 번개를 잡는 번개 사냥꾼 아반자의 도움이 있었다.

그녀가 너무나 사랑하는 자신의 배와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두 아이를 도와주는 데에는 그녀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아이들의 모험에 동행하게 된다.

사실 나르만 왕국이 번창한 데에는 사막에서 물이 솟는다는 이유 외에도 이 나라의 왕들 곁을 대대로 지키고 있는 마족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국들이 물이 솟는 나르만을 원해도 강력한 마족이 지키는 한 누구도 이곳을 침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위험하지만 강력한 마족을 거느리기 위해선 소녀의 피가 필요해서 절대로 그녀를 놓칠 수 없었던 나르만 왕국의 추격은 무섭도록 집요하고 강력했다.

이제 갓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된 소녀 파라와 그녀의 곁에서 끝까지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내면의 소릴 들은 하룬이 추격자들을 피해 달아나면서도 파라의 진짜 이름을 찾는 모험이 펼쳐지고 있는 청의 왕은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신드바드의 모험을 보는 듯하다.

갖가지 외형을 지닌 채 특별한 힘을 가진 강력한 마족을 힘없는 인간이 지배할 수 있는 수수께끼를 비롯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라든지 혹은 세상 모든 것의 이름을 알고 있는 존재와 그 존재를 찾기 위해 먼저 찾아야 한다는 행복의 벌레 등등 화려하면서도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들이 섞여 매력적인 이야기가 탄생했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할지라도 그저 아름답게만 그려놓기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질투, 야망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섞어 놓았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고 감금된 채 살았던 소녀 파라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깨닫고 그 의무를 다 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결국은 청의 왕이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 나르만 연대기

중간중간 삽화를 그려 놓은 점도 신의 한 수! 모자란 상상력에 보탬이 되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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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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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에게 변화가 시작된 계기는 낯선 주유소에서 얻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 때문이었다.

오래된 스쿨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다니는 로데오와 코요테

그들은 부녀 사이지만 코요테는 절대로 로데오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여행지를 정하고 누구에게도 제약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복장이나 외모를 보고 부랑자 같다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 금방 친해지거나 아니면 어딘지 수상하다 여겨 경계를 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만 있다.

코요테란 아이는 참으로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이고 친화력도 좋아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쉬운데 문제는 그 아이가 아직 13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라는 점이다.

공부는 홈스쿨링으로 대처하고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은 보충할 수 있지만 또래 친구가 한 명도 없고 늘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삶은 사실 아이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이다.

혹시 부녀도 가난 때문에 집 없이 스쿨버스로 떠도는 걸까 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딱히 돈이 궁한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왜 부녀는 친구도 이웃도 없이 전국을 떠도는 걸까?

이 유쾌하지만 비밀을 품은듯한 부녀의 숨겨진 사연은 낯선 곳에서 한 모자를 버스에 태워주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살바도르가 자신과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피해 길거리로 나서 낯선 자신들의 차에 탔음을 털어놓았을 때 코요테 역시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자신들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아이는 몰랐겠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슬픈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엄마와 언니 동생들과의 추억을 묻어놓은 공원의 개발 소식을 듣고 아빠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예전에 살던 집으로 달려가 추억상자를 되찾기 위해 작은 음모를 꾸미게 되고 소녀의 이런 비밀을 들은 스쿨버스의 동승자들은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아 소녀의 추억을 찾는데 동참한다.

물론 그 여정이 만만하지도 쉽지도 않다.

일단 현실의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예전 집 근처는 가지도 않고 아내와 다른 딸들의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외면하고 도피하고자 하는 아빠 로데오의 눈을 피해 예전 집 근처로 가야 하는데 시간까지 여유롭지 않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성향 때문에 자꾸만 일정은 미뤄지고 늦춰지기만 한다.

과연 코요테는 제시간에 그곳에 도착해서 엄마와 언니 동생과의 추억이 담긴 상자를 지켜낼 수 있을까

너무나 큰 상실과 상처를 견딜 수 없어 그 존재 자체를 떠올리는 것조차 거부하고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이별을 거부하던 소녀 코요테가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별을 받아들이고 한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겪게 되는 이별의 아픔을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고 와닿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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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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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지능의 한 남자에게 뇌 수술을 통해 보통 사람들 같은 지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것은 그에게 기회였을까 아니면 악마의 유혹이었을까

7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빵 가게 종업원 찰리는 자신이 똑똑해지면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고 읽고 쓰기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단순한 기대를 가지고 뇌 수술을 하게 된다.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른 체...

책이 처음 출간된 시기를 모르고 읽었을 땐 요즘같이 의학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 위험할 순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된 옛날이라는 걸 알고는 놀랐다. 시대를 생각하면 이 책이 왜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들을 줄줄이 수상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의아했던 부분들이 납득이 되기도 했고...

일단 책의 주인공이자 뇌 수술을 통해 7살 정도의 지능에서 급격하게 지능이 높아져 보통 사람들의 지능을 단숨에 뛰어넘어버린 찰리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거슬렸다.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는 그가 자기결정권이 없으므로 보호자로 되어있는 엄마와 여동생에게 수술에 대한 모든 걸 알리고 동의서를 받은 것 까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후 수술을 통해 나날이 지능이 높아지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음에도 그들은 찰리의 면전에서 예전의 찰리를 마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실험실의 동물처럼 취급하며 자신들이 실험을 통해 재탄생시킨 것 마냥 동료들에게 자랑거리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찰리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찰리의 분노처럼 그가 아이큐 70일 때도 180이 되었을 때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그들은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에겐 찰리가 아무리 똑똑해졌어도 자신들의 실험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보통의 사람도 아닌... 자신들이 만들어 낸 그 무엇이라 여기는 오만함이 역겹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같은 뇌 수술을 거친 실험실의 쥐 앨저넌을 제외하곤 이 실험을 성공시킨 예가 없었음에도 단지 자신들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찰리를 선택한 그들의 이기적인 이유... 즉 이 실험이 혹시 실패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찰리를 선택했을 뿐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이후에 발생할 모든 문제에서 회피하고자 한 그들의 마음이 보여 더욱 화가 났다.

단지 다른 사람들처럼 좀 더 알고 싶고 좀 더 똑똑해지고자 했던 찰리의 마음은 정말 욕심이었을까

밝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긍정적이던 찰리가 뇌 수술 후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면서 점점 더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는 모습을 보기가 괴로웠다.수술 후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낯선 존재가 되어버린듯 하다.

게다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찰리가 남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해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다 결국은 찰리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며 자아 분리까지 겪는 찰리를 보면서 찰리에게 뇌 수술은 뭐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저 지금보다 좀 더 잘 읽고 잘 쓸 수 있도록 조금만 머리가 좋아지고 싶다는 찰리의 소원이 이런 일을 당할 만큼 큰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그 사람을 경원시하고 꺼려 해 찰리로 하여금 이런 소원을 품도록 한 사람들의 잘못이었을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며 조금씩 준비하는 찰리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모든 기준을 지능이나 성적에 맞추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지금 읽어도 충분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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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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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금 삶이 힘들거나 불만족스러울 때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詩도 있을까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요한 갈림길에서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할까 하는 일생이 걸린 큰 고민을 비롯해 매일매일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아마도 작가는 사람들의 이런 안 가본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후회하느라 현재의 삶을 놓쳐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20대에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었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고서 왜 이런 책을 쓰게 된 건지 이해하게 되었다.

30대의 노라는 모든 일에 있어 의욕이 없다.

성공적인 커리어는커녕 일하던 악기점에서도 해고되고 혼자인 그녀의 유일한 반려묘마저 자신의 부주의로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버린 날 더 이상 이 세상을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죽음을 결심한다.

하지만 눈 떠보니 낯선 공간에서 그녀를 맞이하는 건 오래전 그녀가 모든 것에 희망적이었던 때 자주 찾았었던 도서관의 사서 엘름 부인이었고 그녀의 안내로 노라가 후회되는 선택을 되돌려 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사실 노라의 삶은 언젠가부터 후회의 연속이었다.

약혼자 댄과의 결혼을 이틀 앞두고 파혼을 선택한 일 오빠랑 함께 한 밴드에서 음반회사와 계약을 앞두고 손을 놔버린 일 그리고 수영선수로 올림픽 출전도 가능했지만 중간에 그만둬버린 일등...

다시 한번 그때의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노라는 가장 먼저 사랑하는 남자 댄을 거절한 것부터 되돌아가 그와 함께 하지만 그 삶은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차례차례로 평소 자신이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선택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보는 노라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후회했던 삶은 그녀가 원했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고 기대했던 그 사람들이 꿈꾸던 삶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다시 사는 삶의 모습 역시 조금씩 달라져간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되고 몇 번의 삶을 되돌아가 산 노라뿐만 아니라 그녀를 통해 독자들 역시 점점 완벽한 삶이란 뭘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한다.

일견 멋지고 행복해 보이는 삶 속에서도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을 뿐 아니라 나름의 굴곡이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여태까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해 자책하고 스스로를 미워했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는 노라

누군들 살면서 그 순간의 선택을 후회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로 현재의 삶을 망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어찌해볼 수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 역시 많다.

작가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후회와 미련으로 하루하루 죽어가던 노라를 통해 누군가의 기대나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게 아닌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읽으면서 누군가가 위로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현재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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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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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반대되는 뜻을 가진 단어의 합성이라 그런지 의미하는 바가 뭘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죄가 없다는 뜻의 무죄가 어떻게 하면 죄가 될 수 있는 걸까?

이렇게 시작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책은 책을 읽고 난 뒤 후유증이 심각했다는 누군가의 말이 와닿을 정도로 읽는 내내 무기력함을 느끼게 했다.

읽은 사람들의 추천으로 역주행의 신화를 만든 책답게 확실히 가독성도 좋고 몰입감도 좋았지만 특히 결말까지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갓 돌이 지난 쌍둥이를 죽게 한 죄로 구속된 여자 다나카 유키노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 아기들까지 희생시킨 희대의 악마로 불리며 언론부터 시작해 모두의 지탄을 받고 사형 판결을 받는다.

그녀의 행위 자체로만 보면 누가 봐도 그녀가 한 짓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을만한 죄가 분명한데 문제는 그녀의 태도다.

보통 살인을 저지른 죄수들이라 할지라도 1심 재판 이후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항소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유키노는 누구에게나 허용되어 있는 항소는커녕 감형 받을 수 있는 어떤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판결에 대한 어떤 의의도 내비치지 않고 사형 판결을 받아들인다.

마치 자신이 죽어 마땅하다는 듯이...

그렇지만 피해자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과의 뜻은 비추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은 더 가증스럽게 비치기까지 한다.

이런 사람들의 관심에 불을 붙이듯 언론은 그녀의 모든 걸 샅샅이 조사하고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 저지른 죄까지 만천하에 폭로해버린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아빠 없는 아이를 낳은 철없는 엄마 그리고 유키노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했던 양부, 이런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10대에 저지른 강도치사 사건까지...

한 편의 막장 가족의 막장 같은 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키노는 극형을 받아 마땅한 인물이 된다.

그렇다면 그녀 유키노는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진짜 그렇게 잔인하고 악독한 걸까?

판사가 그녀에게 판결을 내릴 때 그 양형의 이유를 들면서 했던 말을 목차로 해서 그녀의 친구와 지인들의 입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의 근거를 밝히고 진실을 드러내는 다소 거친듯한 방식은 보이는 것만 믿고 그 이면에 숨겨져있는 진짜 모습에 대해선 눈 감는 대중과 사법부를 비꼬기 위함은 아닐까 싶다.

그녀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키노의 전 연인만 해도 언론에 의해 마치 무고한 희생양인 것처럼 비쳤지만 진실을 아는 친구의 입을 통해 그가 얼마나 파렴치하고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는지... 적어도 무고한 희생양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그녀 유키노의 과거가 보이는 게 다 진실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평범한 길을 갈 수 있었던 유키노의 삶이 무너져내리고 결국엔 사형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녀의 곁에서 도움의 손길을 줬더라면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 텐데...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읽으면서 유키노의 삶이 답답해서인지 아니면 무기력한 그녀의 모습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가라앉고 침잠했다.

이 우울한 기분을 벗어나려면 다음 읽을 책은 조금 가볍고 희망적인 책이 되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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