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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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기암성을 모티브로 한 외딴섬의 별장 기암관

그곳은 겉으로 보기엔 부자의 별장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무대를 마련해놓고 사람들을 모아서 게임처럼 사람들을 죽이고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 식의 탐정 유희를 벌이는 곳이다.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살인사건 그 자체보다 과연 누가 범인이고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서인지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치 게임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지...

사토가 유일하게 친구라 생각했던 도쿠나가가 갑자기 사라졌다.

단서는 그가 사라지기 전 어떤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는 것만 알뿐이었지만 사토는 모든 단서를 쫓아 그가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사토

어떤 곳에서 그저 가만히 머물러있기만 하면 거액을 준다는 아르바이트는 누가 봐도 수상하지만 도쿠나가를 찾기 위해서 가토는 위험을 무릅쓰기로 한다.

마침내 밝혀지는 아르바이트는 외딴섬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머물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참여해 탐정이 그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면 종료되는 이른바 부자들의 탐정 유희 같은 것이었다.

그 역할에서 사토는 장기짝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자신 역시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들의 지시대로 따르되 탐정이 하루빨리 범인을 찾아내서 사건을 종료시키는 방법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도대체 누가 탐정인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아무도 탐정 일을 하며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제 남은 사람 모두가 자신들이 무대 위의 연기자임을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누구도 사건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 없이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는 상황

사토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판 승부에 나서야 한다.

유명 미스터리 소설의 작품을 단 곳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 속 설정과 같은 방법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살인의 트릭을 이해하려면 먼저 원전을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지만 원전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트릭을 사용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게다가 이 모든 어수선함을 뚫고 마지막 결말을 정면돌파로 마무리 지은 점 역시 과연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과였다.

소재도 흥미롭고 나오는 트릭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본격 미스터리를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은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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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데이비드 켑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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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폭풍으로 지구 전체에 전기가 끊어지는 재난이 발생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오로라는 알고 보니 작가가 이미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션 임파서블 비롯해 쥐라기 공원 등을 집필한 이력을 소유한 작가답게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이를테면 거대한 전자기 폭발이라든가 시간차를 두고 마치 불을 끄듯 암흑으로 바뀌는 도시의 모습 같은 건 영상으로 보면 더 멋지면서도 섬뜩함을 불러오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소재 역시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가정해 봤음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대중의 관심에 민감한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모든 가전제품이나 기기는 반드시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구 전체에 전기가 끊기는 상황은 어떤 재난보다 더 강력한 대미지를 줄 것이라는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작가 역시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인류가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지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책에서는 일단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엄청난 돈의 힘으로 누구보다 먼저 이 사태에 대해 파악한 후 자신과 가족을 비롯해 필요한 사람들만 모아서 자신들만의 도시를 만들어 재난을 피하려고 한 억만장자의 대표 톰

두 번째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재난을 대비하기엔 이미 늦어 그저 견디고 버텨낼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의 대표 오브리

마지막은 재난이 닥쳤을 때 자신만 살겠다고 누군가로부터 필요한 뭔가를 뺏거나 이걸 기회로 다른 사람의 재산을 약탈하고자 하는 침략자 러스티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재난 상황이 길어지자 생각했던 대로 일은 풀리지 않고 톰의 거대하고 안전한 성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계산했던 톰의 계획은 쓸모를 잃어버린다.

오브리 역시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러스티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리기도 하는 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재앙 앞에 선 돈도 권력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약탈자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난 앞에서도 결국은 서로를 구원하는 건 사랑과 희생 그리고 협력이라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나 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다소 어려운 과학 용어와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중간까지 좀처럼 스피디하게 읽히지 않아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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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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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유명한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여자가 있다.

또다른 여자는 자신의 답답하고 억울한 운명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했다.

서로 어떤 접점도 없어보이는 두 여자가 한날 한시 같은 공항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운명을 바꾸면서 자신을 살리고자 한다.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바로 이 책 라스트 플라이트다.

이 책에 나오는 두 여자 클레어와 이바는 사는 세계가 다르지만 각자가 곤경에 처해있다.

상원의원이었던 모친과 함께 그 자신도 자선단체를 운영할만큼 유명하고 부유한 남편을 둔 클레어는 남들의 생각과 달리 모든 행동을 억압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그녀의 편에 서서 그녀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돕던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남편으로부터 탈출할려는 순간...이제까지 노력했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탈출계획을 눈치 챈 남편으로부터 목숨을 위헙받는 처지가 된다.

한편 또다른 여자 이바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모두가 부러워 하는 버클리대학에 들어갔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실수에 발목이 잡혀 매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다 이제는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두 여자가 공항에서 만나 서로의 신분을 바꾸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

클레어는 남편이 없는 세상에서 자유로운 삶을...이바는 자신의 실수에 더 이상 발목이 잡히는 않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도하며 위험천만한 도박을 하는 두 여자

이야기는 이렇게 각자가 처한 긴박한 상황에다 그들을 쫓는 범상치 않은 인물들의 위협을 더해 페이지 페이지마다 긴박감이 넘처흐른다.

이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감이 넘치지만 작가는 여기에다 서로 바꾼 신분으로 탄 비행기가 추락한다는 설정을 더해 긴박감을 증가시킨다.

자신의 남은 인생을 걸고 목숨을 건 도박에 도전한 용감한 두 여자의 이야기로 지루할 틈이 없었던 이야기였다.

흥미롭고 스릴감 넘치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멋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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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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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부자들의 집안에 평범한 중산층의 여자가 들어와서 겪는 세대 간의 갈등과 계층 간의 갈등을 실감 나게 그려낸 소설 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목만 보고선 어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했었는데 미국 뉴욕에 실제로 과일 이름을 딴 실존하는 거리라는 말에 놀랐다.

책에선 일단 세 사람의 여성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스톡턴과의 첫째 딸로 태어나 자라는 동안 돈을 포함 어떤 것에도 구애받은 적이 없었던 달리는 결혼을 해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지만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딴 학위가 무용지물이 된 것에 살짝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스톡턴과의 둘째 딸 조지애나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유부남과의 금지된 사랑에 빠져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된 사샤는 이 집안에서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스톡턴가의 사람들도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매번 느끼고 좌절하고있다.

이렇게 각자 개성이 강한 세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스톡턴과의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부자들이 자산을 유지하고 대를 이어 그 자산을 물려주는 방식이나 그들이 소비하는 습관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들 역시 누군가 자신들의 재산을 훔쳐 가거나 이용당하는 건 아닌지 몸을 사리고 언제나 조심하기 위해 다른 계층과 섞이는 걸 두려워하며 그래서 언제나 끼리끼리 혼사를 하거나 자신들만의 세계에 담을 쌓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위험을 몸소 겪은 사람이 바로 첫째 딸 달리였다.

잘나가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직은 그들로 하여금 생활비를 걱정 하게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게 했고 이제껏 단 한 번도 돈을 걱정해 본 적 없었던 달리로 하여금 돈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더불어 현재 자신과 조지애나가 사샤에게 얼마나 색안경을 쓰고 부당한 대우를 했는지 깨닫는 기회가 된다.

조지애나 역시 가슴 아프지만 어디에도 떳떳하게 말할 수 없었던 불륜을 통해 새삼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되고 이제껏 자신이 누렸던 부와 특권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어 자신의 유산을 모두 기부하기로 한다.

그녀의 이런 선택은 수십 조 달러가 세대 간 이동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집안에 들어와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 집안에 돈을 보고 들어온 꽃뱀 취급에 좌절해서 분노가 커져만 갔던 사샤 역시 아빠의 병과 자신의 임신을 계기로 자신 역시 스톡턴 사람들을 비롯해 주변에 벽을 쌓고 있었단 걸 깨닫게 된다.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계층 간의 차별을 비롯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가벼운듯하면서도 그 핵심을 건드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문체로 지루할 틈이 없이 읽었다.

읽으면서 아무리 1%의 부유층이라 해도 그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갈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사람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약간의 동질성과 위안을 느꼈다면 너무 억지스러운 자기만족일까? ㅎㅎ

통통 튀는 듯한 문장과 대화가 너무 감각적이고 유쾌해서 즐겁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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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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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이 있었던 다음날 남편은 귀가하지 않았다.

언제나 보안을 신경 쓰지 않았던 아내가 갑자기 문단속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둘은 같은 부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부부의 갑자기 달라진 모습이다.

서로 부부끼리 친밀했던 두 부부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신뢰가 무너지고 서로 의심과 거짓말투성이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작가의 전작들인 `디 아더 미세스`와 `사라진 여자들` 그 중간 어디쯤의 느낌을 준다.

겉으로 봐서 완벽한 부부로 보이는 두 커플이지만 각자 문제를 안고 있었다.

외과의사 남편과 결혼한 교사 니나는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어쩔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에 불만을 가지게 된 남편 제이크와 잦은 부부 싸움을 하게 된다.

제이크와 또다시 큰 다툼이 벌어진 다음날 그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니나는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병원에도 며칠째 연락도 없이 결근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큰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한다.

또 다른 부부인 릴리와 그런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는 통계전문가 크리스티안은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만 쉽지않다.

몇 번의 유산 끝에 드디어 임신을 해서 이제부터 기쁠 일만 남은 것 같은 이 커플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어딘지 불안해 보이고 두려움에 떠는 듯한 아내의 모습에서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크리스티안은 그녀로부터 놀랍고도 두려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가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한 제이크를 살해했다는 것

여기에서 부부는 신고 대신 진실의 엄폐라는 잘못된 판단을 한다.

뭐... 어쨌든 그래야 이야기는 진행되는 거니까...

거짓을 택한 순간부터 이 부부의 일상은 릴리가 한 짓이 발각되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그녀의 범죄가 감춰질 수 있을지에 모든 초점을 맞추면서 일상은 무너진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숨겨지기는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결국은 모든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듯이 그들의 행동은 한 번도 그들을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니나의 주의를 끌게 된다.

진실을 숨기려는 자와 작은 단서 하나라도 잡아서 진실을 밝히려는 자의 숨가쁜 추적이 별다를 것 없는 사건에 엄청난 몰입감과 스릴을 안겨준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처음의 전제조건을 모두 뒤집는다.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던 굳은 맹세와 약속은 진실 앞에 선 힘을 잃어버리고 쓰디쓴 결말만 남아 인간의 약속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

하나둘씩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에 따라 서서히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은 무서운 살인자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긴박감과 스릴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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