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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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사람은 첫인상으로 많은 걸 결정한다.

고정관념이란 게 참 무섭다고 느끼지만 겉모습을 봤을 때 날티가 난다거나 불량한 복장을 하고 있으면 그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는 형편없이 낮아진다.

물론 그 사람의 본질은 좋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시선을 받을 이유 따윈 하나도 없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그 사람의 본모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선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 역시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우리가 본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연인이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 기요세는 연인인 기요타의 집에 들렀다 누군가에게 쓴 연애편지처럼 보이는 글을 읽고 충격을 받는다.

더군다나 아들의 입원 소식을 전해 들은 기요타의 엄마는 아들의 소식에도 연락하지 말라는 입찬소리만 할 뿐 병원에 올 생각조차 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기요타가 어린 시절부터 난폭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기요타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 그러고 보면 사실 연애를 하면서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포함해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기요타의 태도는 어딘가 이상했었다는 걸 깨닫는다.

게다가 기요타는 혼자서만 사고를 당한 게 아니었다.

가장 친하다는 친구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연인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다리에서 굴렀다는 말은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다 생각한 기요타의 모습과는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기에 쉽게 믿을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난 날을 기점으로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의 과정을 각자의 시점으로 들려준다.

한 사람의 관점으로 보면 너무나 불합리하고 상대방의 처신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걸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납득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는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게 다 가 아닐 수도 있다는걸...

`강기슭에 선 사람은`이라는 다소 독특한 제목도 강기슭에서는 강 속 자갈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자신이 선 위치에서 자신의 시선으로 상대방을 보면 그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걸 뜻하듯이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로 상대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야기를 읽으면서 설득되는 부분도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기요세가 마오를 이해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자신이 배려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본질이나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가독성도 좋고 필체도 좋았을 뿐 아니라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좋은 작가임은 분명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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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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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잘 알려진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

이번에는 쫓고 쫓기는 토끼와 늑대의 사냥 같은 이야기를 들고 왔다.

만약 누군가가 몰래 땅을 파서 시신을 묻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어떤 행동을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른 경찰에 신고를 해 그 사람을 체포하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보통의 성인이 아니라 아직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할 초등학생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경찰보다는 부모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만약 도움을 청할 부모가 없거나 신고를 해야 할 대상이 바로 그 부모라면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책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그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도모키는 친구 고스모의 부탁으로 같이 고스모의 집에 들렀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목격한다.

고스모의 아버지가 고스모의 동생 시신을 땅에 묻으려 했던 것... 더 최악은 그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만약 그 장면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나 하다못해 청소년이 봤더라도 당장 경찰에 신고를 했을 건데 고스모는 평소 아버지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고 있었던 터라 아버지라는 존재를 너무나 두려워해 도망치는 것밖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두 소년과 고스모의 아버지인 시게오의 추적을 따돌리고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상대는 많은 걸 알고 있고 손쉽게 온갖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어른이고 자신들은 도망치는 것 외에 어떤 방법이나 수단이 없는 어린아이일 뿐이지만 두 사람은 그래도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어찌어찌 살 방법을 찾아낸다.

사실 좀 뻔할 수 있는 전개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자신들의 뒤를 쫓는 어른인 시게오는 공포의 대상이자 천하무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해서일까 읽는 내내 제법 긴박감 있고 긴장감이 흘렀다.

게다가 작가는 시게오라는 인간에게 아이들이 쉽게 겁먹고 마음대로 신고조차 할 수 없도록 유용한 무기를 마련해 주었고 그만큼 아이들은 불리한 상황에 그저 도망치는 것 외에 어찌해볼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해 추격전의 묘미를 살렸다.

솔직히 살육에 이르는 병만큼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이진 않지만 가독성도 좋았고 복잡하지 않은 구조라 크게 머리 쓰는 것 없어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기대치를 좀 낮추고 보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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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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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같은 곳에 가둬두고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죽어가는 설정은 미스터리 장르에서 흔하다.

그 들 중에 살인자가 있고 남은 사람은 그 살인자를 찾아야 한다는 설정은 대부분 본격 미스터리물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보면 이 책은 그런 설정을 뒤집어 놓은 역발상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있는 사람이 하나둘씩 죽어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모두가 죽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모두가 죽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다 핸디캡으로 사람들은 살해당할 당시의 기억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자신이 누구며 누가 자신들을 죽였는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보통의 미스터리나 사회파 미스터리 라면 이런 설정은 말도 안된다고 할 수 없겠지만 트릭의 방법과 속임수를 찾는 것이 중심인 본격물이라면 이런 설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야말로 무한대의 상상력을 발휘해 가장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서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

그게 본격 미스터리물을 즐기는 자세다.

바닷가 근처의 근사한 저택에 사람들이 기억을 잃은 채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기억하는 건 자신들이 누군가에 의해 목이 베여 살해당했다는 사실만 알뿐...

자신이 누군지도 누가 자신들을 죽였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어딘가에서 보내온 현실 세계에서의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서 범인을 찾아야 한다.

이름을 잊은 채 스스로를 요리사, 메이드, 아가씨, 조폭, 수염남, 파우치라 칭하며 누가 살인자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마치 장난처럼 수수께끼를 풀듯 풀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는 살인자는 천국에 있다는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가설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번의 엎치락 뒤치락을 해가며 범인을 찾지만 그 과정 또한 여느 범죄소설에서의 범인 찾기와는 다르다.

범인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가 중요하기 보다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혹은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보니 등장인물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마치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 퀴즈처럼 진행되는데 그걸 보면서 논리의 허점을 찾는 재미가 있다.

물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 논리의 허점을 좀처럼 찾을 수 없기에 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마다 그럴 수 있겠다고 설득되지만...

읽으면서 이런 설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상됐었는데 역시 그 작품을 오마주 한 것이라는 설명을 보면서 납득이 갔다.

가볍게 읽으면서 본격 미스터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괜찮은 선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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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4
헬렌 라일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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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을 물려받은 상속녀와 그 주변 인물들 간의 치열한 재산 다툼을 다룬 책이나 영화는 흔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이 소재의 작품이 나오는 건 그 모든 것들... 재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것들에서 인간의 모든 어둡고 추악한 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 문이 열리면 역시 소재는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쓴 작가는 우리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하지만 작가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1930년대에서 50년대까지 꾸준한 작품 활동을 보인 인기 작가이며 추리 협회장을 역임한 실력파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스토리 전개도 탄탄할 뿐 아니라 범죄 동기와 범행 과정을 비롯한 마지막의 반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좀처럼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끝까지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책이 쓰인 시기가 오래전일 뿐... 스토리 전개와 소재 그리고 완벽한 반전을 보면 요즘 나온 책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나탈리 플라벨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엄마로부터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녀이다.

그리고 그런 동생을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의 사랑마저 부정하고 외면하는 언니 이브는 나탈리와 엄마가 다른 이복형제이자 집안에서 내처 진 사람이기도 하다.

이브가 집으로 돌아온 날 그녀를 미워하고 싫어해 서로 사이가 별로인 이모 샬럿이 집안의 사유지 공원에서 총에 의해 피살된 채 발견된다.

이 일로 나탈리의 약혼자를 포함해 당시 이 집안에 있었던 모든 가족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대부분 알리바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누가 곧 죽음을 앞둔 병자인 샬럿을 죽였는지 그 범행 동기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거듭한다.

차라리 나탈리가 죽었다면 좀 더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 시절의 범죄소설은 대부분 추리소설로서 경찰보다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고 수수께끼를 푸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이 책에서는 범행의 트릭이나 미스터리보다 당시 경찰의 수사 방법 즉 탄도를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해서 분석하는 등의 현실감 있는 묘사를 하고 있어 범행이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상속녀인 나탈리를 둘러싸고 있는 플라벨 집안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서로 애증관계에 있는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를 비롯해 겉으로 봐선 돈 많은 이복동생 덕분에 아무런 걱정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며 서로를 위하는 듯 보이는 가족이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서로를 질시하고 견제하며 욕심을 숨기고 계산을 하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까발리고 있는 문이 열리면...

생각했던 것보다 휠씬 더 재밌고 탄탄한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활약한 경찰 맥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다른 편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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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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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잘 다루지 못한 나에겐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피아노를 잘 치면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지고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 같은 현악기를 잘 켜면 고상한 품위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악기도 성격에 따라 맞는 악기가 있다고 한다.

섬세한 현을 다루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 같은 현악기를 다루는 사람들 중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 많다는 걸 보면 그 말이 맞는 듯..

이 책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에 나오는 주인공 다치바나도 첼로를 켠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휠씬 더 예민한 성격이다.

게다가 그런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그에게 내려진 업무가 바로 저작권 위반 사례 모집을 위한 비밀 잠입 근무라니...

당연하게도 그에겐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었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음악교실에 첼로 레슨을 시작하게 된다.

오래전에 배웠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첼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그는 첼로를 다시 켜기 시작하면서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조금씩 변해가지만 그때부터 그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자신이 하는 일이 그들의 신뢰를 배신한다고 느꼈던 것

전체적으로 음악 그중에서도 첼로에 대한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다치바나가 갈등한 딜레마가 바로 이 부분인데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첨예한 대립은 각자의 명분이 뚜렷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고민이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다시 첼로를 켜면서 무기력하고 모두에게 벽을 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다치바나가 조금씩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때 멀리했던 악기를 새로 배운다는 설정을 보고 그가 뛰어난 스승을 만나 그로 인해 엄청난 재능을 깨닫고 모두로부터 영광과 찬사를 받으며 새롭게 탄생한다는 진부한 결과를 예상했던 내게 이 책의 결말은 의외였다.

그러고 보면 악기를 다루는 건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거나 탁월한 실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평범한 사람들이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는 화끈하고 매운맛은 없지만 슴슴해서 더 사랑받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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