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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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같은 곳에 가둬두고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죽어가는 설정은 미스터리 장르에서 흔하다.

그 들 중에 살인자가 있고 남은 사람은 그 살인자를 찾아야 한다는 설정은 대부분 본격 미스터리물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보면 이 책은 그런 설정을 뒤집어 놓은 역발상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있는 사람이 하나둘씩 죽어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모두가 죽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모두가 죽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다 핸디캡으로 사람들은 살해당할 당시의 기억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자신이 누구며 누가 자신들을 죽였는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보통의 미스터리나 사회파 미스터리 라면 이런 설정은 말도 안된다고 할 수 없겠지만 트릭의 방법과 속임수를 찾는 것이 중심인 본격물이라면 이런 설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야말로 무한대의 상상력을 발휘해 가장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서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

그게 본격 미스터리물을 즐기는 자세다.

바닷가 근처의 근사한 저택에 사람들이 기억을 잃은 채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기억하는 건 자신들이 누군가에 의해 목이 베여 살해당했다는 사실만 알뿐...

자신이 누군지도 누가 자신들을 죽였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어딘가에서 보내온 현실 세계에서의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서 범인을 찾아야 한다.

이름을 잊은 채 스스로를 요리사, 메이드, 아가씨, 조폭, 수염남, 파우치라 칭하며 누가 살인자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마치 장난처럼 수수께끼를 풀듯 풀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는 살인자는 천국에 있다는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가설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번의 엎치락 뒤치락을 해가며 범인을 찾지만 그 과정 또한 여느 범죄소설에서의 범인 찾기와는 다르다.

범인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가 중요하기 보다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혹은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보니 등장인물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마치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 퀴즈처럼 진행되는데 그걸 보면서 논리의 허점을 찾는 재미가 있다.

물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 논리의 허점을 좀처럼 찾을 수 없기에 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마다 그럴 수 있겠다고 설득되지만...

읽으면서 이런 설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상됐었는데 역시 그 작품을 오마주 한 것이라는 설명을 보면서 납득이 갔다.

가볍게 읽으면서 본격 미스터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괜찮은 선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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