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운
문경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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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그게 아니라 해도 적어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자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월급이나 기타 노동 소득만으로는 쉽게 부자가 되거나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매번 유행처럼 투기자본이 몰리거나 그때그때 때에 맞춰 투자를 선도하는 종목이 나오는 데 그게 때론 주식이 되기도 하고 부동산이 되기도 하다 금이나 달러가 되었다 그림 같은 걸로 갈아탄다.

이 모든 게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불러오는 현상인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다른 것보다 유독 부동산으로 울고 웃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인구수에 비해 좁은 땅덩어리를 가져 누구나 자신의 집을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픈 욕망 탓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에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부동산은 불패한다는 믿음이 신화처럼 굳어져 돈이 생기면 누구라도 부동산을 맨 먼저 고려한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 책 화이트 타운에서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땅 때문에 울고 웃고 땅을 가질 욕심 때문에 인간으로서 해선 한 될 짓까지 서슴없이 해치우는 사람들의 추악한 욕망의 말로를 그리고 있다.

일단 한 여자가 자신의 죽음으로 복수가 시작된다고 되뇌면서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곽중선

그리고 얼마 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고 이 소식은 화약 관리사로 일하는 아들 종걸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감정의 표현도 내색도 않는 종걸

두 사람은 말로만 모자관계였을 뿐 그때까지 서로 왕래는커녕 연락조차 않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럼에도 모친이 남긴 아파트가 곧 재개발된다는 호재로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유산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작은 만족감을 느낄 뿐이던 종걸에게 국회의원인 강정혜가 찾아와 엄마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점이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을 하면서 찜찜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모친의 아파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 즉 엄마와 연관이 있던 남자 임창현을 발견하면서 그의 이런 미심쩍음은 점점 강해지고 그 아파트에서 자영과 준호 남매를 만나면서 자신이 알던 엄마의 다른 모습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한다.

소설 속에서 가장 강렬한 욕망의 소유자이자 땅에 대한 집착이 컸던 인물 임창현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부동산의 변화에 있어 산증인 같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전쟁 중에 고아가 되어 땅부자 집에 입양되었던 이력 때문인지 남달리 땅에 대한 욕심이 컸으며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이용해 돈이 될 땅을 선점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폭력으로 빼앗다시피해서 수많은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을 모았지만 그의 돈을 비롯해 모든 장부를 관리하던 종선의 죽음으로 자칫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처지에 처한다.

어린 시절 고아로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삶을 살던 창현이 자신들의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거기에서 군림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한 건 어찌 보면 이해 못 할 부분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에게 손가락 질을 받아 가면서까지 악착같게 돈을 모으는 창헌을 턱 끝으로 부리며 개처럼 다루는 권력자들은 비록 구체적으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나오진 않았지만 개발 정보를 쉽게 얻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용도변경도 할 수 있으며 사람의 목숨을 쥘 수 있는 지위와 힘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아파트 주민을 비롯해 그와 마주친 힘없는 사람 위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조정해 원하는 걸 얻었던 창현조차도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외려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그저 힘없는 허수아비였을 뿐이라는 슬픈 자각과 함께...

어쩌면 작가는 우리가 매일 보는 이 현실이 누군가의 입맛이나 뜻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소득의 불평등 해소 혹은 부의 지나친 편중화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걸 조장하고 이용해 자신의 부와 권력을 키우는데 이용하는 사람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또 다른 허수아비를 통해 치워버리고 자신의 손에는 한 톨의 먼지조차 남기려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음을...

지금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소설이라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았고 그래서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봐도 재밌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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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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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딱 세 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소개 글을 보고 누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말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걸까

그리고 이 말을 도대체 누가 믿는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그냥 그 정도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내 생각은 책을 얼마 읽지 않고서도 그 말이 단순히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나 피곤하고 터무니없이 엉뚱하고 반드시 사회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길을 우직하리만큼 자신의 신념을 믿고 걸어간 남자... 그 남자가 바로 이 책의 작가였다.

게다가 이 책은 허상을 쓴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이 남자 마이클은 누구에게든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자랑처럼 생각하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런 환경에서 받은 교육은 당연하게도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그는 남달리 영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여서 부모의 가르침을 배운 대로 실행하며 그걸 특히 아빠와 공유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마이클이 부모와만 있을 때와 달리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렸을 때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자기감정을 숨긴다고 배웠던 그가 친구를 비롯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예견된 결과였다.

누구를 막론하고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한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말을 하는 마이클은 친구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고 심지어 선생님들마저 그를 처치 곤란한 아이로 취급하며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분명 문제인 상황이지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마이클을 오히려 칭찬하듯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함께 비웃는 태도를 보이는 아빠로 인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고 이후 그에게는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에게나 솔직하게 말하는 그의 태도로 인해 친구 한 명 제대로 없고 변변한 직장조차 갖지 못하지만 그런 자신의 경제 상태를 걱정하면서도 자유롭게 사는 것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등 여전히 자신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마이클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그나마 그런 자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준 이브 때문이었다.

처음과 달리 자신의 곁에서 오랜 세월같이 있던 이브가 자신과 비슷한 상태 즉 자신의 감정을 뭐든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마침내 깨닫는다.

거짓말이 그렇게 나쁘고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진실을 말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만이 옳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제대로 자각한 마이클은 이후로 자신의 문제점을 확인하게 되고 변화하고자 노력한다.

그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라이어 라이어 라이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극단적인 케이스인 작가 본인의 경험을 빌어 들려주고 있다.

혼자서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솔직함은 때로는 상대방에게 무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음을 마이클과 그 가족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누군들 필요 없는 일에 굳이 거짓말을 하고 싶을까마는 꼭 진실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때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거나 부담이 된다면 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거나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은 어린 시절 가족 내에서 혹은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터득하지만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의 가정에서 자란 작가는 그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그걸 터득하기 위해 너무 멀리 돌아왔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자식에게조차 제대로 칭찬 한번 하지 않고 그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상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법을 가르친 아빠의 양육태도에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작가 역시 그런 점은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 모든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신과 같은 실수 즉, 솔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배려하지 않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빠와 작가의 대화에서는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도 있었지만... 에세이임에도 마치 소설처럼 생생한 묘사와 사람들 간의 대화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고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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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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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 눈을 끌었던 건 1억 원의 가치를 지닌 비밀을 알려달라는 범인의 요구였다.

도대체 어떤 비밀이 그 정도의 가치를 가졌을까 하는 호기심이 우선 생겼고 범인이 그런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게 된 배경의 궁금함이 두 번째로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실 단편은 좀처럼 탁월한 뭔가가 없으면 인기를 끌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비주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장편도 아닌 단편이라니... 출판사에서 그만큼 작품에 자신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모험을 강행할 수 있을까 하는 내 의심은 첫 번째 단편에서 완전 허를 찌르고 들어왔다.

부잣집 어린 딸아이를 유괴한 채 돈을 요구하는 유괴범

그런데 이 유괴범의 행태가 예사롭지 않다.

얼굴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자신이 유괴한 딸아이의 집을 제 발로 찾아가 아이의 부모에게 1억 원을 요구하는 대범함이랄지 무모하게까지 보이는 범인은 여느 범인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받아 간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어서 빨리 딸아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부모에게 그는 그들이 자신을 신고하지 않는다는 증거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알려지만 엄청난 대미지 때문에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 비밀을 말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 부부의 입을 통해 드러난 비밀을 보면 왜 이 작품의 제목이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한 건지 이해가 간다.

나를 버릴지라도 에서는 집으로 가던 길에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었고 정신 차려보니 노인들이 대부분인 외딴 섬에 고립된 상황에 처한 한 소녀의 이야기다.

사실 섬 주민들 대부분이 소녀가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고 납치 당사자는 소녀를 감금하고 감시하면서 집안일을 시키고 좀 더 자라면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도록 짐승처럼 양육하고 있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었다.

섬을 관리하는 사람들마저 이 상황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복잡한 게 싫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도 섬을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치 기적처럼 누군가가 섬에 홀연히 나타나 단숨에 상황을 정리한다는 설정이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섬에 갇혀 제대로 일한 값도 못 받고 노예처럼 부려졌다 천신만고 끝에 구출됐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가끔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만 다를 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다 이를 해결한 사람과 방법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기발함을 보여준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나의 시간은 멈췄다에 서는 요즘 뉴스에 거론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갓 성인이 되자마자 500만 원이라는 방 한칸 얻기도 힘들 정도의 적은 돈을 가지고 강제로 사회에 나와야 한다는 현실을 호르몬의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하이랜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는 주인공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가족을 얻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하지만 그를 원하는 부부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입양을 했다는... 어찌 보면 너무 슬픈 현실이라 웃음이 난다.

이외에도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방사능에 노출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라든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을 얻기 위해 평행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재능을 훔쳐 살아가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7편의 단편은 현실과 비현실적인 상황을 묘하게 조합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지금 현실 사회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단편에는 그 차이에서 오는 미묘함이랄지 아니면 현실을 타파하는 방식의 비현실성이 묘하게 어울려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어차피 상식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을 판타지 같은 비현실적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혹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섞어 놓은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는 가독성도 괜찮았고 이야기의 의외성과 참신함에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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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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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엄청 좋아했던 작가 중 한 사람인 할런코벤

그의 작품을 대부분 수집하던 때 유일하게 구하지 못했던 작품이 출간 당시 밀약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이 책이었다.

이번에 비채에서 다시 출간해 줘서 드디어 이 책을 읽어 볼 수 있었는데 읽고 난 뒤의 내 감상은 안 읽어봤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일단 첫 장부터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는 것부터 할런코벤답다.

8년 전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가 살해당한 남자 벡

그는 여전히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빈민가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문득 수상한 이메일이 왔고 거기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내의 현재 모습이 담긴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이 있었다.

다음에 도착한 이메일에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오로지 그와 죽은 아내 엘리자베스만 아는 메시지가 담겨있었고 이때부터 벡은 아내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녀의 흔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의 이런 행적을 염탐하고 도청하면서 그의 뒤를 밟는 데 이 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모든 범죄의 증거를 벡에게 뒤집어 씌우도록 조작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인... 프로들이다.

그런 그들의 조작에 반응하는 건 언제나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찰과 FBI

사실 엘리자베스의 살해 사건에서 벡의 혐의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상태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이 모든 일에 어떤 식으로든 벡이 연관이 되어 있다는 작은 단서만으로 그들은 벡에게 모든 혐의를 씌우고 그를 추적한다.

그들에게 벡은 범인으로 완벽하게 들어맞는 상태였고 벡은 쉽사리 그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

이제 벡은 아내가 왜 죽은 것처럼 위장까지 해서 도망 다녀야만 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뒤를 쫓는 사람이 원하는 건 뭔지를 알아내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아내를 만나야만 한다.

사실 할런코벤의 작품에서 가족의 실종은 자주 다루는 소재라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던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로 인해 모든 게 무너지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코벤의 전매특허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작품에 등장하지만 작품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색깔을 입혀 새로운 작품으로 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게다가 이 작품은 그의 초기작답게 단 한 번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불러올 수 있는 파멸의 순간이 훨씬 더 거칠지만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책을 어느 정도 읽다 보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지 사건의 진상에 대해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좀처럼 짐작할 수 없었는데 작가가 그만큼 스토리를 탄탄하고 치밀하게 짰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가독성 끝내주고 늘어지거나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몰아붙이는 힘이 대단했던 작품

끝내주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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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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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재밌게 읽었는데 알고 보니 이 책과 세트인 책이 또 한 권 있었고 독자들이 오랫동안 그 책의 출간을 요청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마침내 그 요청의 답으로 화제의 그 책 나의 차가운 일상이 국내 첫 출간되었다.

미스터리한 일상이 단편식으로 꾸며진 연작소설의 형태였다면 이 책은 장편소설이었지만 나처럼 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사람이라면 또 한 번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역시 와카타케 나나미

어느 날 문득 직장을 비롯해 모든 것을 버리고 훌쩍 여행을 갔다 한 동성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처음 만난 와카타케 나나미에게도 거부감 없이 다가올 만큼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눈에 띄는 외모의 여성이었고 여행에서의 동행자로 괜찮은 파트너였지만 그저 그뿐

그녀와 다시 연락하고 지낼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밤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고 그 전화로 인해 사건 속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된다.

크리스마스이브를 같이 하자던 그녀가 자살을 기도했단 소식에 놀란 것도 잠시 그녀가 자신에게 수기 형태의 원고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수기를 읽어보다 어쩌면 그녀는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의 원고 속에 또 다른 수기 형태의 글이 있었는데 그 수기 속의 내용은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찼다.

마음속에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차가움을 지닌 남자... 그 남자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독살 사건

하지만 아무도 그게 누군가에 의한 독살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오로지 그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건 이 수기 하나뿐!

수기를 읽은 그녀는 문제의 회사에 위장취업해 사건 속으로 직접 들어가 문제의 그 남자를 찾아 더 이상의 살인을 막기로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장치를 통해 독자의 뒤통수를 한번 친다.

나도 모르게 1부를 읽고 난 후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기를 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 책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작소설이라는 착각을 하게 했다.

전작의 가벼운 일상 속 미스터리를 생각하고 읽는다면 또 한 번 작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할 수 있을 만큼 가볍게 풀어가는 필체 속에 너무나 차갑고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자신도 모르게 숨겨놓은 듯한 악의를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용의 전개 역시 술술 읽히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미묘하게 꼬여있어 좀처럼 쉽게 읽을 수 없다.

문장 사이에서도 미묘함이 숨어 있고 몇 번의 뒤바뀜이 있는 진실의 형태 역시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읽다 보면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나쁜 토끼를 읽었을 때처럼 복잡 미묘함을 느끼게 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진실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가벼운 필체와 정반대될 만큼 차가운...

그래서 그 차이에서 오는 온도차가 더욱 와닿는다는 느낌이랄지...

어쩌면 자신에게 나쁜 짓을 했거나 자신이 보기 싫다 생각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듯이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 없이 독을 먹이는 그 수기 속의 남자가 차라리 순진하다 생각될 정도였다.

읽으면서 작가의 성격이 상당히 쿨하거나 드라이하지 않을까 느껴질 만큼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현실이 지극히 삭막하고 서늘하다. 직장 내 따돌림이라든지 은밀하게 일어나는 불륜 문제 혹은 직원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질투와 시기 등 우리의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어서일까?

소설의 결말 역시 여느 미스터리 소설과 다르다.

사건 해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기보다 그저 사건의 진상이 그렇다는 느낌만 줄 뿐...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또다시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흘러갈 뿐이라는 냉정한 자각을 하게 한다.

읽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탐정 시리즈와 조금 비슷하다 느꼈는데 출간 시기를 보면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전 시리즈를 다 모으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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