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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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딱 세 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소개 글을 보고 누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말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걸까

그리고 이 말을 도대체 누가 믿는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그냥 그 정도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내 생각은 책을 얼마 읽지 않고서도 그 말이 단순히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나 피곤하고 터무니없이 엉뚱하고 반드시 사회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길을 우직하리만큼 자신의 신념을 믿고 걸어간 남자... 그 남자가 바로 이 책의 작가였다.

게다가 이 책은 허상을 쓴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이 남자 마이클은 누구에게든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자랑처럼 생각하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런 환경에서 받은 교육은 당연하게도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그는 남달리 영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여서 부모의 가르침을 배운 대로 실행하며 그걸 특히 아빠와 공유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마이클이 부모와만 있을 때와 달리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렸을 때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자기감정을 숨긴다고 배웠던 그가 친구를 비롯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예견된 결과였다.

누구를 막론하고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한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말을 하는 마이클은 친구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고 심지어 선생님들마저 그를 처치 곤란한 아이로 취급하며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분명 문제인 상황이지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마이클을 오히려 칭찬하듯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함께 비웃는 태도를 보이는 아빠로 인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고 이후 그에게는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에게나 솔직하게 말하는 그의 태도로 인해 친구 한 명 제대로 없고 변변한 직장조차 갖지 못하지만 그런 자신의 경제 상태를 걱정하면서도 자유롭게 사는 것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등 여전히 자신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마이클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그나마 그런 자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준 이브 때문이었다.

처음과 달리 자신의 곁에서 오랜 세월같이 있던 이브가 자신과 비슷한 상태 즉 자신의 감정을 뭐든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마침내 깨닫는다.

거짓말이 그렇게 나쁘고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진실을 말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만이 옳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제대로 자각한 마이클은 이후로 자신의 문제점을 확인하게 되고 변화하고자 노력한다.

그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라이어 라이어 라이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극단적인 케이스인 작가 본인의 경험을 빌어 들려주고 있다.

혼자서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솔직함은 때로는 상대방에게 무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음을 마이클과 그 가족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누군들 필요 없는 일에 굳이 거짓말을 하고 싶을까마는 꼭 진실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때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거나 부담이 된다면 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거나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은 어린 시절 가족 내에서 혹은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터득하지만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의 가정에서 자란 작가는 그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그걸 터득하기 위해 너무 멀리 돌아왔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자식에게조차 제대로 칭찬 한번 하지 않고 그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상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법을 가르친 아빠의 양육태도에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작가 역시 그런 점은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 모든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신과 같은 실수 즉, 솔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배려하지 않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빠와 작가의 대화에서는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도 있었지만... 에세이임에도 마치 소설처럼 생생한 묘사와 사람들 간의 대화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고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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