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운
문경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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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그게 아니라 해도 적어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자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월급이나 기타 노동 소득만으로는 쉽게 부자가 되거나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매번 유행처럼 투기자본이 몰리거나 그때그때 때에 맞춰 투자를 선도하는 종목이 나오는 데 그게 때론 주식이 되기도 하고 부동산이 되기도 하다 금이나 달러가 되었다 그림 같은 걸로 갈아탄다.

이 모든 게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불러오는 현상인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다른 것보다 유독 부동산으로 울고 웃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인구수에 비해 좁은 땅덩어리를 가져 누구나 자신의 집을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픈 욕망 탓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에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부동산은 불패한다는 믿음이 신화처럼 굳어져 돈이 생기면 누구라도 부동산을 맨 먼저 고려한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 책 화이트 타운에서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땅 때문에 울고 웃고 땅을 가질 욕심 때문에 인간으로서 해선 한 될 짓까지 서슴없이 해치우는 사람들의 추악한 욕망의 말로를 그리고 있다.

일단 한 여자가 자신의 죽음으로 복수가 시작된다고 되뇌면서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곽중선

그리고 얼마 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고 이 소식은 화약 관리사로 일하는 아들 종걸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감정의 표현도 내색도 않는 종걸

두 사람은 말로만 모자관계였을 뿐 그때까지 서로 왕래는커녕 연락조차 않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럼에도 모친이 남긴 아파트가 곧 재개발된다는 호재로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유산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작은 만족감을 느낄 뿐이던 종걸에게 국회의원인 강정혜가 찾아와 엄마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점이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을 하면서 찜찜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모친의 아파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 즉 엄마와 연관이 있던 남자 임창현을 발견하면서 그의 이런 미심쩍음은 점점 강해지고 그 아파트에서 자영과 준호 남매를 만나면서 자신이 알던 엄마의 다른 모습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한다.

소설 속에서 가장 강렬한 욕망의 소유자이자 땅에 대한 집착이 컸던 인물 임창현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부동산의 변화에 있어 산증인 같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전쟁 중에 고아가 되어 땅부자 집에 입양되었던 이력 때문인지 남달리 땅에 대한 욕심이 컸으며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이용해 돈이 될 땅을 선점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폭력으로 빼앗다시피해서 수많은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을 모았지만 그의 돈을 비롯해 모든 장부를 관리하던 종선의 죽음으로 자칫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처지에 처한다.

어린 시절 고아로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삶을 살던 창현이 자신들의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거기에서 군림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한 건 어찌 보면 이해 못 할 부분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에게 손가락 질을 받아 가면서까지 악착같게 돈을 모으는 창헌을 턱 끝으로 부리며 개처럼 다루는 권력자들은 비록 구체적으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나오진 않았지만 개발 정보를 쉽게 얻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용도변경도 할 수 있으며 사람의 목숨을 쥘 수 있는 지위와 힘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아파트 주민을 비롯해 그와 마주친 힘없는 사람 위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조정해 원하는 걸 얻었던 창현조차도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외려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그저 힘없는 허수아비였을 뿐이라는 슬픈 자각과 함께...

어쩌면 작가는 우리가 매일 보는 이 현실이 누군가의 입맛이나 뜻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소득의 불평등 해소 혹은 부의 지나친 편중화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걸 조장하고 이용해 자신의 부와 권력을 키우는데 이용하는 사람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또 다른 허수아비를 통해 치워버리고 자신의 손에는 한 톨의 먼지조차 남기려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음을...

지금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소설이라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았고 그래서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봐도 재밌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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