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복순이
김란 지음 / 소미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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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를 키우면서 한참 그림책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림책이 단순하게 아이들의 책이라는 인식이 한참 잘못된 편견이라는 걸 깨달았었다.

비록 그림과 짧은 글이라는 조합이 어른의 눈으로 보기엔 책이라기보다 그저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놀이도구로만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글씨를 잘 모르고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그저 예쁜 그림과 예쁜 글로 아름답게만 장식해놓은 책이라는 건 그야말로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몇 권의 책만 읽어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책 돌고래 복순이도 그렇다.

단순하게만 놓고 보면 가족과 친구들 무리 사이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복순이와 그 친구들이 어부들의 그물에 걸려 생각지도 못하게 부모형제와 헤어져 돌고래 쇼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풀려나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전하는 내용은 평범하지 않다.

몇 해 전 수족관에 갇혀 살면서 돌고래 쇼를 하던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 화제가 된 뉴스가 있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던 동물들을 돈벌이를 위해 혹은 이런저런 연구를 한다는 이유로 가둬놓고 사육하는 환경에 대한 각성과 비판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요즘 한 번쯤 생각해 볼 동물의 자유권 문제를 미래의 어른인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건 실화를 그대로 그림책으로 표현했다는 것이고 먼저 돌려보낸 제돌이 춘삼이 그리고 삼팔이에만 그치지 않고 건강이 좋지 않아 방사할 수 없었던 복순이와 태신이를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훈련하고 노력한 끝에 마침내 두 마리 다 바다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비단 돌고래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즐거움과 돈벌이를 위해 살던 곳에서 잡혀와 좁은 사육장에서 키워지는 이런저런 동물들에 대한 환경개선을 비롯해 더 나아가 과연 사람들을 위해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동물들을 이렇게 좁은 곳에서 사육하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쩌면 아이들 눈에는 아쿠아리움에 있거나 돌고래 쇼를 하는 돌고래와 그림책 속 아이들 친구인 복순이가 같은 동물이라는 생각을 못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돌고래쇼와 아쿠아리움 속 돌고래가 책 속의 복순이일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면... 그런 아이들이 자라 주인이 된 미래는 지금과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미래의 주인이 될 아이들에게도 이런 문제의식을 심어두는 게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한 동물들에게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자유가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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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작별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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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자신의 어깨 위에 얼굴 모양의 부스럼을 가진 탐정의 활약을 다룬 작품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 데 이번에는 자신의 왼손에 죽은 형이 깃든 동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나왔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이자 인기작가인 치넨 마키토의 신작 두 번의 작별이 그렇다.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병이 실제도 존재한다는 걸 알고 놀랐다.

물론 이 작품 속과는 조금 다른 증상이지만 한쪽 팔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다소 충동적이며 감정적이지만 순진한 다케시의 왼손에는 얼마 전에 사고로 죽은 쌍둥이 형 가이토가 깃들어 있다.

아니 형이랑 같이 당한 사고에서 혼자만 살아남은 다케시의 죄의식으로 인한 인격분열 상황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때 죽은 형이 동생 곁을 떠나지 않고 그저 왼손에 머문 채 가이토와 함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은 가이토를 궁지에 몬다.

당연하게도 부모를 비롯해 누구도 다케시의 말을 믿지않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부모의 동의하에 약물로 가이토의 존재를 없애기로 하고 이를 참을 수 없었던 다케시가 가출해 도쿄로 올라왔지만 이내 사건에 휘말리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우연히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하다 누군가의 칼에 잔인하게 살해된 남자를 발견했지만 확인하는 과정에서 손에 피가 묻게 되고 오히려 범인으로 몰려 쫓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평소 냉철하고 판단이 빠른 형 가이토의 판단은 다케시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이런 것도 잠시 생각지도 못한 한 여성과 얽히게 되면서 그녀와 가까이하는 걸 경계하던 형과 다케시는 점점 불화를 겪게 된다.

한순간에 살인 용의자가 된 다케시가 경찰로부터 살인 혐의를 벗기 위해 죽은 남자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 즉 이 모든 상황에는 은밀하게 나도는 신종 마약인 사파이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된다.

피해자와 사파이어라는 신종마약 간의 관계를 조사하다 보면 그를 죽인 게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형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의 행보를 추적하다 밤거리에서 마약에 중독되어 단 하루도 그 약이 없이는 살 수 없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과 결국 죽음에 이른 사람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마약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이를 아무런 죄의식없이 유통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지만 다케시 역시 의도치 않았던 순간에 사파이어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다케시가 마약에 중독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요즘 청소년층에까지 침투된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만큼 더더욱 위험한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지금의 환경은 뉴스를 통해 들을 때마다 더욱 걱정되는 상황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청소년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하는 범죄로까지 그 폐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작가는 이런 상황을 책을 통해 고발한다.

제목에서 많은 걸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결말 역시 예견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독자로 하여금 다케시의 상황에 대해 어느 게 맞는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재미와 사회고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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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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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 한 명만 살아남고 일가족 모두가 살해된 사건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고 요즘 경제가 어려워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장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오죽 힘들었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일종의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면 성인인 자신들만 죽지 앞길이 창창한 자녀는 왜 살해하나 질책하는 게 보통의 정서다.

그렇다면 하루아침에 온 가족이 다 사라지고 혼자서만 남은 아이는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부재는 얼마나 깊은 상실감과 혼자라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까

나이 들어 부모가 되고 보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은둔형 외톨이 료타는 공원에서 스스로 손목을 긋는 소녀와 얽히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경찰서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라는 곳에 대해 알게 된다.

너무나 똑똑해 스스로 주변 사람들과 벽을 쳤던 로타는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에 입학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 또래이자 너무나 밝고 쾌활한 다이고와 친구가 되면서 재활용센터이자 일종의 심부름센터인 달나라에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런저런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조사하다 오래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전혀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일상의 작은 수수께끼 같은 소동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런 에피소드가 모여 생각지도 못했던 11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히게 되는지 그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더 관심이 갔던 건 스스로를 벽에 가두고 산 료타와 모두에게 선뜻 다가가는 밝은 아이인 다이고가 서로에게 끌린 부분이었다.

서로 전혀 달리 보이는 두 소년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다이고 역시 자신의 내부에 벽을 친 채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는 모습은 료타와 다른 듯 닮아있었다는 걸 살인 사건의 진상을 쫓으면서 알 수 있었다.

그런 다이고를 보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료타의 의식과 생각은 끝내 스스로를 가뒀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는 료타와 다이고 외에도 현재 자신이 삶이 너무나 힘들고 뻑뻑해서 고통받는 여러 아이들이 나온다.

누구는 제대로 양육은커녕 어른답지 않은 부모 때문에 미성년자이면서 스스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느라 힘들고 또 다른 누구는 너무나 예민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한다.

처음 료타가 공원에서 충격적인 만남을 가졌던 소녀 역시 수시로 자신의 손목을 긋지만 그녀 역시 죽고 싶은 거였다기 보다 오히려 살고 싶고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료타는 모두가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걸... 조금씩 힘들어도 자신을 가둔 틀에서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걸...

읽으면서 아이들의 심리묘사와 그 아이들의 생각을 너무나 세심하게 표현해 내는 작가의 필력이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좌절과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가독성도 좋고 탄탄하게 잘 짜인 플룻도 너무 좋았지만 무엇보다 묘사하는 문장들이 너무 아름다워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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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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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경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행복은 어떻게 수치로 잴 수 있을까

누가 누구보다 더 행복하다는 걸 비교하려면 어떻게든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치가 필요한 법인데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내가 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딱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은 정말로 서로 행복을 비교하고 전쟁 아닌 전쟁 즉 배틀을 한 게 맞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경쟁하듯 자신의 일상을 SNS에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태그조차도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 아닌 것처럼 돌려서 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핀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데 이런 일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열심히 들 살고 있구나 하는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들 엄마들과 나름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며 살던 한 가족이 집안을 온통 피를 물들인 채 남편은 안방에서 등에 칼을 맞고 엄마는 베란다에 몸을 반쯤 걸친 채 죽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누가 봐도 타살이 분명한 이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우연히 이 가족에 대해 알게 된 장미호는 죽은 그녀가 17년 전 자신의 절친이었던 오유진임을 알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같은 유치원 엄마들의 입을 통해 들은 유진은 그야말로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기에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서 그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 보였을 뿐만 아니라 가장 친했던 세 사람이 언젠가부터 서로에게 적의를 보이며 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아이 교육문제로 인한 부부갈등이라는 ... 납득이 가지 앉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고 이 같은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호는 혼자서 더 깊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겉으로 가장 친했던 세 사람 사이에 뭔가 결정적인 게 있음을 알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춘 듯 보인다.

30대에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 화목한 가족 그리고 이쁜 아이들까지...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SNS에 공개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좌절감을 맛본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SNS에 올린 일상이 진짜 일상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 역시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꾸준히 SNS에 어필하고 있었지만 속 사정은 다르다는 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알게 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우위에 서려 했던 유진이의 비틀어진 마음은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드러난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자신감이 없으면 지금 자신이 느끼는 행복을 서로 배틀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현재에도 자신의 행복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꾸준히 일상을 올리는 사람들로 가득한 걸 생각하면 유진을 포함한 그 세 사람만의 별난 행동은 아니라는 게 씁쓸한 진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재밌게 읽었는데 로맨스 소설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미스터리 역시 빈틈 없이 잘 짜였고 가독성 또한 좋았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살짝 뒤통수를 친 것까지...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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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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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익숙한 환경과 사람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건 쉽지 않다.

그중에 친화력이 좋은 사람은 이런 낯섦을 극복하는 시간이 빠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성향의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전학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분명 누구도 나에게 불친절하거나 적대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새로 온 나에게 친절을 베풀고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 온 친구들이 많았지만 그런 아이들의 마음과는 별개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이질감이 어린 나에게는 불편함을 넘어 불안함으로 다가왔었던 기억이 있다.

새로 온 집으로 이사를 가서 그 집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들을 다룬 공포물이나 호러물이 많은 걸 보면 이런 느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파리에서의 익숙한 환경을 뒤로하고 낯설고 외진 시골마을로 오게 된 소년 말로는 처음 새 집을 본 순간 뭔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게다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 잔이 매일 새벽마다 깨서 비명을 질러대고 이상한 그림까지 그리는 모습은 말로에게 두려움을 넘어 공포스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남매의 이런 모습에 부모들은 걱정을 하기는커녕 새 집을 꾸미는 일에 더 열중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를 한 잔은 말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제 동생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기 위해서라도 말로는 이 집에 대해 그리고 동생이 말한 사람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집에서 말로의 위치는 다소 애매하다.

잔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알기 위해서 대답하지 않으려는 잔을 다그쳤던 말로를 보면서 잔의 엄마이자 말로의 새엄마는 말로가 동생을 괴롭히는 걸로 오해를 해 더 이상 오해를 살 수 있을만한 행동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집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말로 설명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신병원에 입원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혼자서 떠안고 있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모든 의문점에 답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겁나는 것도 무시한 채 집을 비롯해 주변 조사를 하기 시작하는 말로는 보통의 사춘기 아이들보다 책임감이 더 강한 것 같다.

아마도 지금의 엄마가 친엄마가 아닌 새엄마이고 친엄마가 주위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죽었다는 점이 소년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을 주는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모든 제약을 넘어 마침내 그 집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 이 작품은 프랑스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정한 작품이라는 게 단숨에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다.

낯선 집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과 그 집에 얽힌 미스터리를 결합해서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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