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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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경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행복은 어떻게 수치로 잴 수 있을까

누가 누구보다 더 행복하다는 걸 비교하려면 어떻게든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치가 필요한 법인데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내가 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딱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은 정말로 서로 행복을 비교하고 전쟁 아닌 전쟁 즉 배틀을 한 게 맞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경쟁하듯 자신의 일상을 SNS에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태그조차도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 아닌 것처럼 돌려서 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핀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데 이런 일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열심히 들 살고 있구나 하는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들 엄마들과 나름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며 살던 한 가족이 집안을 온통 피를 물들인 채 남편은 안방에서 등에 칼을 맞고 엄마는 베란다에 몸을 반쯤 걸친 채 죽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누가 봐도 타살이 분명한 이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우연히 이 가족에 대해 알게 된 장미호는 죽은 그녀가 17년 전 자신의 절친이었던 오유진임을 알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같은 유치원 엄마들의 입을 통해 들은 유진은 그야말로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기에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서 그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 보였을 뿐만 아니라 가장 친했던 세 사람이 언젠가부터 서로에게 적의를 보이며 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아이 교육문제로 인한 부부갈등이라는 ... 납득이 가지 앉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고 이 같은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호는 혼자서 더 깊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겉으로 가장 친했던 세 사람 사이에 뭔가 결정적인 게 있음을 알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춘 듯 보인다.

30대에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 화목한 가족 그리고 이쁜 아이들까지...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SNS에 공개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좌절감을 맛본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SNS에 올린 일상이 진짜 일상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 역시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꾸준히 SNS에 어필하고 있었지만 속 사정은 다르다는 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알게 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우위에 서려 했던 유진이의 비틀어진 마음은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드러난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자신감이 없으면 지금 자신이 느끼는 행복을 서로 배틀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현재에도 자신의 행복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꾸준히 일상을 올리는 사람들로 가득한 걸 생각하면 유진을 포함한 그 세 사람만의 별난 행동은 아니라는 게 씁쓸한 진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재밌게 읽었는데 로맨스 소설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미스터리 역시 빈틈 없이 잘 짜였고 가독성 또한 좋았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살짝 뒤통수를 친 것까지...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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