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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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 한 명만 살아남고 일가족 모두가 살해된 사건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고 요즘 경제가 어려워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장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오죽 힘들었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일종의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면 성인인 자신들만 죽지 앞길이 창창한 자녀는 왜 살해하나 질책하는 게 보통의 정서다.

그렇다면 하루아침에 온 가족이 다 사라지고 혼자서만 남은 아이는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부재는 얼마나 깊은 상실감과 혼자라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까

나이 들어 부모가 되고 보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은둔형 외톨이 료타는 공원에서 스스로 손목을 긋는 소녀와 얽히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경찰서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라는 곳에 대해 알게 된다.

너무나 똑똑해 스스로 주변 사람들과 벽을 쳤던 로타는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에 입학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 또래이자 너무나 밝고 쾌활한 다이고와 친구가 되면서 재활용센터이자 일종의 심부름센터인 달나라에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런저런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조사하다 오래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전혀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일상의 작은 수수께끼 같은 소동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런 에피소드가 모여 생각지도 못했던 11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히게 되는지 그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더 관심이 갔던 건 스스로를 벽에 가두고 산 료타와 모두에게 선뜻 다가가는 밝은 아이인 다이고가 서로에게 끌린 부분이었다.

서로 전혀 달리 보이는 두 소년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다이고 역시 자신의 내부에 벽을 친 채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는 모습은 료타와 다른 듯 닮아있었다는 걸 살인 사건의 진상을 쫓으면서 알 수 있었다.

그런 다이고를 보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료타의 의식과 생각은 끝내 스스로를 가뒀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는 료타와 다이고 외에도 현재 자신이 삶이 너무나 힘들고 뻑뻑해서 고통받는 여러 아이들이 나온다.

누구는 제대로 양육은커녕 어른답지 않은 부모 때문에 미성년자이면서 스스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느라 힘들고 또 다른 누구는 너무나 예민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한다.

처음 료타가 공원에서 충격적인 만남을 가졌던 소녀 역시 수시로 자신의 손목을 긋지만 그녀 역시 죽고 싶은 거였다기 보다 오히려 살고 싶고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료타는 모두가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걸... 조금씩 힘들어도 자신을 가둔 틀에서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걸...

읽으면서 아이들의 심리묘사와 그 아이들의 생각을 너무나 세심하게 표현해 내는 작가의 필력이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좌절과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가독성도 좋고 탄탄하게 잘 짜인 플룻도 너무 좋았지만 무엇보다 묘사하는 문장들이 너무 아름다워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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