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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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익숙한 환경과 사람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건 쉽지 않다.

그중에 친화력이 좋은 사람은 이런 낯섦을 극복하는 시간이 빠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성향의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전학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분명 누구도 나에게 불친절하거나 적대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새로 온 나에게 친절을 베풀고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 온 친구들이 많았지만 그런 아이들의 마음과는 별개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이질감이 어린 나에게는 불편함을 넘어 불안함으로 다가왔었던 기억이 있다.

새로 온 집으로 이사를 가서 그 집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들을 다룬 공포물이나 호러물이 많은 걸 보면 이런 느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파리에서의 익숙한 환경을 뒤로하고 낯설고 외진 시골마을로 오게 된 소년 말로는 처음 새 집을 본 순간 뭔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게다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 잔이 매일 새벽마다 깨서 비명을 질러대고 이상한 그림까지 그리는 모습은 말로에게 두려움을 넘어 공포스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남매의 이런 모습에 부모들은 걱정을 하기는커녕 새 집을 꾸미는 일에 더 열중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를 한 잔은 말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제 동생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기 위해서라도 말로는 이 집에 대해 그리고 동생이 말한 사람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집에서 말로의 위치는 다소 애매하다.

잔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알기 위해서 대답하지 않으려는 잔을 다그쳤던 말로를 보면서 잔의 엄마이자 말로의 새엄마는 말로가 동생을 괴롭히는 걸로 오해를 해 더 이상 오해를 살 수 있을만한 행동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집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말로 설명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신병원에 입원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혼자서 떠안고 있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모든 의문점에 답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겁나는 것도 무시한 채 집을 비롯해 주변 조사를 하기 시작하는 말로는 보통의 사춘기 아이들보다 책임감이 더 강한 것 같다.

아마도 지금의 엄마가 친엄마가 아닌 새엄마이고 친엄마가 주위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죽었다는 점이 소년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을 주는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모든 제약을 넘어 마침내 그 집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 이 작품은 프랑스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정한 작품이라는 게 단숨에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다.

낯선 집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과 그 집에 얽힌 미스터리를 결합해서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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