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 레인 데이브 로비쇼 시리즈
제임스 리 버크, 박진세 옮김 / 네버모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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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히 물에 빠진 시체를 건지게 되고 이 사건을 처리하는 관할서 경찰들의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 데이브 로비쇼 경위는 그 사건에 대해 캐묻고 다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연루되고 만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조사해보면 단순한 익사 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임을 알 수 있는데도 그의 주장을 들어볼 생각조차 않는 걸로 모자라 그에게 은밀한 협박을 가하는 지역경찰들의 태도를 보고 뭔가 있음을 직감하는 데이브 경위
여기에다 감옥에서 사형이 집행되기를 기다리는 사형수로부터 누군가 그의 목숨을 노린다는 말을 듣는다.
이 모든 것이 죽은 흑인 창녀의 죽음과 관련 있음을 알게 되지만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난관이 생길 뿐 만 아니라 그에게 가해지는 압력도 점점 더 커지다가 그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다.
데이브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고 그렇다면 정면대결뿐이다.그것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지라도...
시작은 이렇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소재
범죄가 벌어지고 누군가에 의해서 그 사건을 덮고자 하지만 하필이면 이 사건이 경찰서 내에서 가장 뛰어나면서 상사의 명령도 잘 말 안 듣고 꼴통 기질이 있는 형사가 이 사건과 연관이 되어 끝까지 파헤친다는 설정은 크라임 스릴러의 독자라면 너무 흔히 봐온 설정이기도 하다.
경찰이 주인공인 소설은 대체로 사건이 벌어지면 그 사건 속에서 주인공이 뭔가 이질적인 걸 느끼게 되고 그것을 쫓아가다 보면 의도치않게 거대 권력과 손잡은 엄청난 음모가 드러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인 경찰은 수많은 압력을 받고 고초를 겪게 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소신을 가지고 끝까지 사건을 파헤쳐 간다.
이런 부분에서 독자들이 주인공과 동화되어 나쁜 놈을 처단하고 심지어 권력을 무릎 꿀리는 부분이나 혹은 의외의 범인의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아마도 현실에선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 더 이런 주인공이 나오는 책에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브 로비쇼 역시 세상의 온갖 험한 일과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마주하는 경찰이다 보니 불면증은 당연하고 알코올중독에서 간신히 빠져나온데다 이혼남이고 가진 재산도 없는... 직업적으론 인정받는지 모르겠지만 사생활은 형편없는 가엾은 처지의 다른 경찰들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가 21편이나 나온 걸 보면 캐릭터의 힘뿐만이 아닌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듯한데 아마도 여느 크라임 스릴러의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위주가 아닌 은유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인해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서가 아닐지...
그래서 내지르고 직설적인 표현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겐 너무 느슨한 느낌이 들어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정의감이 있지만 너무 정의롭지 않고 뚝심 있게 사건을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도저히 안될 때 슬쩍 물러설 것을 고려해보기도 하는 적당히 도덕적이면서 융통성이 있는 데이브 로비쇼 경위를 보면서 왠지 고독한 무법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생각나기도 했다.
시리즈의 특성으로 볼때 그의 활약은 다음 편에서 더 멋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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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맨 모중석 스릴러 클럽 45
로버트 포비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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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이자 기행을 일삼던 제이콥 콜리지가 자신의 손에 불을 지르고 유리 문을 통과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30년간 왕래가 없었던 아들이자 FBI 특별 수사관 제이크 콜은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인간의 피부를 산 채로 벗겨버리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FBI에서는 그에게 사건을 배당한다.
제이크는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단서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어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하였고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죽음의 그림을 볼 줄 아는 진짜 화가인 아버지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화가나 다름없다.
늘 술에 취한 채 기분 내키는 대로 살아오던 아버지는 깨어나자마자 뭔가에 두려움을 느끼고 자해를 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피로 한 남자를 끊임없이 그리는 모습을 보여 주변을 당혹시키지만 제이크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자신이 찾던 그놈임을 직감한다.
끊임없이 제이크의 주변을 맴돌며 그와 관계가 있는 사람을 사정없이 피부를 벗겨서 죽여버리는 그놈과의 악연은 제이크가 13살 무렵 그의 엄마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잔혹하게 살해한 적이 있었고 이제 제이크의 귀향에 맞춰 그놈 역시 돌아왔다.
사람의 피부를 산 채로 벗겨 죽인다는 전대미문의 살해 방법도 잔혹하지만 이야기의 중반을 가도 그의 정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시체는 쌓여도 그놈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해 분위기만으로 섬뜩함을 더한다.
원래 정체를 모르는 것에 사람들은 더 두려움을 느끼는 법인데 블러드맨 역시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정체로 인해 이야기 전체에 음산함을 더하고 있다.
이런 때 초걍력 허리케인 딜런이 상륙을 앞두고 있어 사람들은 피난길에 오르기 바빠 이웃집의 살인사건에도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
덕분에 목격자도 도움을 받을만한 사람도 없어 사건은 점점 더 지지부진한데 이런 때 제이크의 아내와 아들이 뉴욕에서 그의 곁으로 날아오면서 불안함을 극대화한다.
남들은 허리케인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그런 태풍의 눈으로 남편과 아빠를 찾아온 가족
거기다 잔인한 살인마는 제이크의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새 어린 아들 제레미에게 접근한 놈의 대담함은 제이크로 하여금 불안과 더불어 초조함을 느끼게 하고 그런 불안은 안 그래도 약한 그의 심장에 과부하를 일으켜 결정적인 순간에 몇 번이나 기절하게 한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가 가는 곳마다 시체는 넘쳐나고 살해 방법도 잔인하지만 초대형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직전이라 비바람은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고 덕분에 거리는 한산하면서 분위기는 으스스하다.
그야말로 악마가 뛰어놀기 딱 좋은 환경
읽으면서 제이크의 연약한 아내와 아들에게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가 불안감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높인다.
마침내 얼굴 없는 범인의 그림을 그리던 제이콥에게서 드디어 범인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제이크...그는 과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아내와 아들을 지키고 자신의 가족에게 몹쓸 짓을 한 그놈 블러드 맨을 잡을 수 있을까?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림 속에 단서를 숨겨둔 제이콥의 그림도 그리고 그 단서를 볼 수 있는 방법이란 것도 제이콥의 평소 행동처럼 기괴하기 짝이 없어 전체적으로 음산하기 그지없었던 블러드 맨은 범인이 등장해 직접 살해하는 장면을 시행하지 않아도 충분히 기괴하고 공포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동기나 범인의 정체를 찾을 단서조차 남기지않고 그저 그가 남긴 흔적만 쫓으면서도 살인마가 저지르는 사건현장을 보는 것처럼 충분히 긴장감을 주는 블러드 맨은 기존의 스릴러와는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뿐 아니라 끝까지 불안함을 버릴수 없게 한다.
이런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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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알렉스 레이크 지음, 민지현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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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개인 정보라는 건 워낙 쉽게 털리는지라 개인 정보 유출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된 상황이긴 한데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내 계정을 훔쳐서 마치 자신이 나인 것처럼 당당하게 행세한다면 솔직히 겁날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세라 역시 그런 경우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놨는데 거기에는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사진과 아이들의 사진, 남편과의 데이트 장면이 담긴 사진을 버젓이 올려놓고 자신이 쓴 것처럼 그날 그날의 기분을 써놓았는데 그건 불과 며칠 전 자신 가족의 일상이기도 했다.
오래전 친구인 레이첼이 말하지 않았다면 이런 쌍둥이 계정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을 세라는 찜찜함을 느끼지만 당장 주변에 말하는 것외엔 특별히 손쓸 방법이 없는 상태다.
그냥 누군가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일상을 엿보며 스토킹하는 것 정도일 뿐 특별히 해를 끼치는 게 아니어서 신고를 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할수 없어 점점 더 그 누군가의 장난이 세라를 불안하게 한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메일을 보내 아이들 부모를 초대하기도 하고 자신의 산 적도 없는 물건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송되기도 하면서 세라는 점점 더 불안해하지만 처음에 그녀의 곁에서 그녀에게 동조해주던 남편 벤도 이제는 슬슬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인터넷 쇼핑몰의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그녀 외에 또 누가 있을 것이며 그녀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는 분명히 그녀의 필적이었기에 남편 벤의 의심은 타당하게 보인다.
세라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의사로 남들이 볼 땐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사소한 일에도 겁을 내며 걱정이 많은 소심한 성격인데다 불안발작과 공황 증세를 겪은 적이 있어 이런 불안하고 긴장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걸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 누군가는 그녀의 이런 증상을 잘 아는 사람인 듯 주변부터 서서히 그녀를 조여오지만 세라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는 데다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 나머지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누가 봐도 신경증 환자처럼 보인다.
이럴 때 누구보다 의지하고 믿어줘야 하는 부부 사이의 신뢰를 깨는 일이 발생한다.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남편 벤에게 몇 년 전의 불륜을 고백한 것
이제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 반부터 그녀와의 관계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남편 벤의 주변에서 자주 눈에 띄는 레이첼의 존재는 세라로 하여금 그녀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의심을 심게 하기 충분하다.
사방이 온통 그녀를 짓누르고 믿을 곳 하나 없이 홀로 남은 세라
과연 그녀를 모두로부터 고립시키고 남편조차 그녀의 정신을 의심하도록 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 모돈 것이 진짜 세라의 우울증과 신경증이 낳은 병증인 걸까?
별다른 기대 없이 읽은 책이라 그런지 만족도가 제법 높은 책이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세라의 불안감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녀에게 점점 더 조여오는 압박감으로 인해 변해가는 그녀와 남편 벤의 관계 묘사가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흥미를 높였다.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면서도 그런 것이 모여 자신의 신상정보나 가족의 신상이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것을 간과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한 번쯤 경고하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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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더 파더 1~2 세트 - 전2권
안데슈 루슬룬드.스테판 툰베리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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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9건의 은행을 턴 스웨덴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의 관계가 형제간이고 오랜 친구이며 연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리더는 모든 사건을 주도하면서 철두철미한 계획 아래 단 하나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은행을 턴 걸로도 모자라 뒤쫓아오는 경찰을 비웃듯 눈앞에서 그들을 따돌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1년이 넘겨 추적해온 형사에 의해 마침내 그들의 행각이 멈출 수밖에 없게 된 데에는 모든 범죄자들이 그러하듯 멈춰야 할 시점을 모르고 끝없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팀 내 분열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자멸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들이 잡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팀은 단서 하나 남기지 않은 완전범죄에 가까웠지만 이들이 파멸에 이르게 된 데에는 그들을 철저하게 진두지휘한 리더의 몰락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삼 형제의 맏이인 레오는 모든 범죄를 직접 계획하고 지휘하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은 완벽한 리더에 가깝지만 그에게 가장 큰 약점은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스스로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불같은 성격에 화를 참지 못하고 누구도 자신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주먹으로 증명해왔던 아버지 이반은 집에서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때리기도 하는 폭력 남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식들을 가장 사랑하는 아빠이기도 했다.
그런 아빠를 늘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가 엄마에게 하는 폭력에는 증오의 감정을 가지지만 누구도 그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 그의 힘은 두려움과 함께 많은 남자아이들이 그러하듯 조금은 동경의 마음도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는데 레오의 이런 애증은 성인이 된 후 다른 형제들이 그런 아버지를 외면하는 상황에서도 처음 은행을 털고 나서 획득한 돈을 핑계를 대며 아버지에게 가져가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었다.
은행의 위치부터 돈이 많이 오가는 시간을 체크하고 퇴로를 만들며 만약을 대비해서 이런저런 복안을 짜고 마침내 결전의 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은행을 털고 달아나는 순간의 묘사도 흥미롭지만 이들을 뒤쫓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브론크스 형사가 아무런 단서 하나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들 형제에게 가까이 갈수 있었는지를 보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다.
그는 처음 이들이 은행을 털면서 무자비하게 총을 쏘는 모습 하나로 그들이 오랫동안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라는 걸 간파할 정도로 예리하고 남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 역시 폭력 가정에서 자라 폭력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끝내는 그런 아버지를 직접 살해해 무기수가 된 형이 있었고 그도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가 힘든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깊은 사람이기도 하다.
쫓고 쫓기는 사람 모두가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이렇게 서로 다른 처지가 된 것도 확실히 흥미롭다.
또한 짧은 순간 잡힌 영상을 보고 그들이 형제지간임을 간파하는 그의 능력은 그저 감탄스럽다.
어느 순간이 되면서 이 모든 건 마치 이 두 사람의 대결처럼 변해버린다.
다른 형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무모한 상태에서 범행을 자행하는 레오는 초반의 냉철하게 상황을 주도하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죽을 줄 알면서도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을 닮은듯하다.
또한 브론크스 역시 관할지역이 아님에도 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레오를 잡고 싶은 마음에 상관의 명령도 무시하고 사생활을 모두 포기한 채 그의 행적을 쫓는 모습 역시 정상적이진 않다.
이런 상황에 아들이 혼자서 무모하게 덤벼드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떨리는 손을 감추고 아들을 위해 범행에 뛰어드는 아버지 이반은 너무나 안타까울 정도로 어리석다.
그의 사랑은 늘 이런 식이어서 더 답답하기도 했다.
왜 진작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자식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특히 그들의 범죄 장면이나 도주 장면은 확실히 박진감이 넘치고 현장감이 살아있어 책 읽는 맛이 난다.
더욱 놀랍게도 공동저자의 한 사람이 은행강도 사건의 범인 가족이라는 점인데 실제 이들이 모든 가족들이 모여 즐겁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 경찰에 쫓기고 마침내 검거되었다는 걸 알게 되니 그들은 왜 평범한 어느 가족처럼 살 수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특히 범죄자이면서 한 가족의 일원이자 어린 나이 때부터 맏이의 책임감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던 레오에게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좀 더 일찍 그들의 아빠인 이반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들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그들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더욱더 씁쓸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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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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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의미가 있는 살인이란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 이세상에서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처벌한다는 걸 뜻하는 걸까?
법이 없던 시대와 달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법이라는 잣대가 엄연히 존재하기에 사적인 복수는 금지 시하고 있고 또 그걸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때론 너무나 비인간적인 걸 넘어 용서하기 힘든 죄를 짓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사람을 보면서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는 데 만약 내가 희생자의 가족이라면 이런 결과를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건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잔느가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연이어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그녀가 매일 타는 통근 기차의 자리에서 누군가가 그녀에게 남긴 편지를 받고 깜짝 놀라게 되는 잔느
자신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엘리키우스라 칭한 그는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으며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는 연정을 고백하며 잔느를 가슴 설레게 하지만 뒤이어 살인을 고백하며 잔느를 서늘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가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자백은 잔느로 하여금 두려움에 빠지게 하고 그가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는 말은 마치 협박처럼 들려 신고를 망설이게 한다.
그녀가 망설이는 가운데 살인은 연이어 벌어지고 그는 꾸준히 편지를 보내며 사랑고백과 살인 고백을 한다.
사실 잔느는 조금 평범하지 않다.
모든 걸 늘 같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조금만 상황이 달라지면 당황할 뿐 아니라 심할 경우 자기 억제가 안되는 심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데다 그녀의 과거에 등장하는 남자 미셸과 엮인 사건은 그녀의 근본을 강하게 흔들고 있는데 단순히 남자가 떠나가서 상처받은 걸로 보기엔 그녀의 상태는 보다 더 심각하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눈을 마주치기도 힘든 그녀지만 그녀도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편지로나마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가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엘리키우스는 비록 살인자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편지에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가 살인자 그것도 연쇄살인자라는 걸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잔느는 고민하고 갈등하며 현실에 눈 감는 쪽을 택한다.
게다가 그가 편지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고 자신은 당연히 할 일을 한다는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그녀조차 납득되고 동화되어 그가 그럴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를 설득하는 지경에 이른다.
스릴러임에도 잔혹한 살해 장면이 나오거나 범인과 피해자가 대면해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 하나 없음에도 어딘지 위태로운 잔느의 감정 상태 때문인지 묘하게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책은 범인이 누구인지 동기가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잔느가 왜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모습인지 그녀에게 어떤 비밀이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제법 읽었는데 이 책이 데뷔작이어서인지 좀 더 신선하달까
기존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데 그게 또 괜찮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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