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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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의미가 있는 살인이란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 이세상에서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처벌한다는 걸 뜻하는 걸까?
법이 없던 시대와 달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법이라는 잣대가 엄연히 존재하기에 사적인 복수는 금지 시하고 있고 또 그걸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때론 너무나 비인간적인 걸 넘어 용서하기 힘든 죄를 짓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사람을 보면서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는 데 만약 내가 희생자의 가족이라면 이런 결과를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건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잔느가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연이어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그녀가 매일 타는 통근 기차의 자리에서 누군가가 그녀에게 남긴 편지를 받고 깜짝 놀라게 되는 잔느
자신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엘리키우스라 칭한 그는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으며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는 연정을 고백하며 잔느를 가슴 설레게 하지만 뒤이어 살인을 고백하며 잔느를 서늘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가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자백은 잔느로 하여금 두려움에 빠지게 하고 그가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는 말은 마치 협박처럼 들려 신고를 망설이게 한다.
그녀가 망설이는 가운데 살인은 연이어 벌어지고 그는 꾸준히 편지를 보내며 사랑고백과 살인 고백을 한다.
사실 잔느는 조금 평범하지 않다.
모든 걸 늘 같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조금만 상황이 달라지면 당황할 뿐 아니라 심할 경우 자기 억제가 안되는 심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데다 그녀의 과거에 등장하는 남자 미셸과 엮인 사건은 그녀의 근본을 강하게 흔들고 있는데 단순히 남자가 떠나가서 상처받은 걸로 보기엔 그녀의 상태는 보다 더 심각하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눈을 마주치기도 힘든 그녀지만 그녀도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편지로나마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가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엘리키우스는 비록 살인자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편지에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가 살인자 그것도 연쇄살인자라는 걸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잔느는 고민하고 갈등하며 현실에 눈 감는 쪽을 택한다.
게다가 그가 편지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고 자신은 당연히 할 일을 한다는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그녀조차 납득되고 동화되어 그가 그럴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를 설득하는 지경에 이른다.
스릴러임에도 잔혹한 살해 장면이 나오거나 범인과 피해자가 대면해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 하나 없음에도 어딘지 위태로운 잔느의 감정 상태 때문인지 묘하게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책은 범인이 누구인지 동기가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잔느가 왜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모습인지 그녀에게 어떤 비밀이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제법 읽었는데 이 책이 데뷔작이어서인지 좀 더 신선하달까
기존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데 그게 또 괜찮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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