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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평점 :
제목은 그렇지만 재밌는 살인이라는 대목이 이 책에 끌린 이유다.
그렇다면 코믹이나 블랙 유머소설일까?
이렇게 아무런 정보 없이 일단 책을 읽기 시작했고 첫 장을 펼치면서부터 내 예상과 달리 가볍거나 유쾌한 코믹 소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등장하는 인물들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다.
사람을 죽이는 걸 예사로 하고 마약이나 무기를 판매하는 걸로 큰돈을 버는...
그렇다.
이 들은 마피아다.
그리고 그런 마피아를 상대로 하는 사람은 네 살 된 딸아이의 유치원 입학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아내에게 꼼짝 못 하는 변호사다.
마피아의 전담 변호사가 되어 의뢰인이 저지른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합법적으로 보이게 하고 탈세를 하고 의뢰인의 회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준 대가로 큰돈을 벌지만 더불어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집에 와서도 아내의 닦달에 시달리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아내의 권유로 명상수업을 받으면서 달라졌다.
끊임없이 일을 저지르고선 뒤처리를 그에게 맡기는 의뢰인 때문에 늘 걱정과 불안, 스트레스를 달고 살면서 불면증에 시달리다 명상 수업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기 시작하는 비요른
그는 이제 모든 일에서 한걸음 떨어져 생각할 수 있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을 알게 되었고 그런 변화는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늘 시도 때도 없는 호출에 시달리고 뒤처리를 하다 보니 가정생활은 엉망이고 너무나 사랑하는 딸아이의 얼굴을 볼 시간조차 없는 그로 인해 부부관계는 악화일로다.
여차하면 딸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그가 택한 건 바로 주말을 딸아이와 함께 보내는 것
딸과 함께 드라간이 소유한 별장 중 하나로 가는 도중 그에게 또다시 일을 친 드라간의 호출이 온다.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그의 처지로 인해 전화를 받았고 이제는 전 국민 앞에 드러낸 그의 범죄 때문에 그의 도피를 도와줘야 할 처지가 된다.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대면서도 그때까지는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
단지 자신의 딸 이름도 모르면서 스스럼없이 협박해대는 그에게 신물이 났을 뿐...
드라간이 경찰의 눈과 감시를 피해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비요른의 차 뒤 트렁크에 타게 되고 그를 싣고 딸아이와 휴가를 가는 동안 그에게 살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는 손에 피를 묻힐 필요조차 없었다.
이렇게 조용한 살인은 비요른을 변화시켰고 그 이후 드라간의 흔적을 쫓는 경찰과 조직내 간부들의 의심을 솜씨 좋고 배짱 있게 피해 가는 비요른
이렇게 명상은 확실히 그를 변화시켰다.
이제 그의 범죄를 증명할 수 있거나 그의 범죄에 대해 낌새를 챈 놈들을 차례차례 처리해가야 할 시간이 왔고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그들을 처리해가기 시작한다.
물론 이번에도 그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인이 가능했을까?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비요른의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살인 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불러온 파장은 재밌게도 긍정적이었다.
세치 혀와 약간의 조작으로 조직을 장악한 비요른이 처음으로 한 일이라는 게 거창한 뭔가가 아닌 그저 딸아이의 입학을 거절한 유치원을 인수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마피아 조직원 중 한 사람은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묘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끼리의 조합이 이 책을 더 흥미롭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왜 이 책이 독일에서 106주 연속이나 베스트셀러일 수 있었는지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은밀하면서도 유쾌하고 뜻밖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아주 재밌게 읽은 책